프린스턴 여대생에게 보내는 한 학부모의 편지: 졸업전에 남편을 찾아라가 흥한김에 한 번 더 달려 보렵니다. 


"졸업전에, 좀더 느슨하게 말하면 한살이라도 젊었을 때 남편감을 잡아라"고 주장하는 수잔 패튼은 페미니스트들이 젊은 여자들을 잘못된 길로 인도한다고 분통을 터뜨립니다.  CNN 이 마련한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인 한 여성과의 맞장토론에서 수잔 패튼은 고루한 사고방식이라고 비판하는 상대방에게 "그러니까 (니가) 지금 그 나이에 남은 건 커리어밖에 없지"라고 조롱을 하기도 합니다 (근데 그 여성분은 아름다우시더군요).  참고로 수잔 패튼은 그 나이가 되면 여자의 몸에서 남자를 쫓아내는 방향제가 반경 2미터 범위로 자동분사된다는 개드립을 날리기도 했지요. 


수잔 패튼하고 한 번 맞짱토론을 붙여봤으면 좋을 페미니스트 논객으로는 저라면 한나 로진을 추천하고 싶네요. 한나 로진은 최근에 <남자의 종말>이라는 책을 출간했고, 이 책은 한국에도 번역되었다고 하더군요. 과격한 책제목에 비해서 이 분은 상당히 논리적으로 작금의 사회구조적 변동이 어떻게 여성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는가를 설파하는 스타일입니다. 


그녀가 여대생들에게 던진 조언 중의 하나가 바로 캠퍼스에서 연애질하지 말고 섹파를 찾아 즐기라는 겁니다. 찌질찌질한 연애질하는 건 인생의 낭비라는 거지요. 연애 시작하면 남자랑 엮여서 최소 3학점 짜리 부담이 생긴다, 잘못 꼬이면 6학점이 될 수도 있다. 대신 파티에서 가볍게 만난 사람이랑 역시 가볍게 즐겨라. 그 남자가(혹은 여자가) 디음날 강의실에서 너보고 생깐다고 해서 슬퍼거나 노여워 하지 마라. 그게 알고 보면 더 좋은 거다. 강의에 집중하라. 학점을 잘 챙겨라. 성공적인 커리어를 개척하려면 남자와 결혼으로 엮여선 안된다. 자리잡을 때까진 가볍게 가볍게 가라. 니가 평생을 걸 커리어를 찾았다고 느꼈을 때, 그 안에서 자리를 잡았다고 느꼈을 때 그 때 혹시 결혼이 하고 싶다면 상대방을 물색해도 늦지 않다 (대충 30대 언저리겠죠?). 


한나 로진의 과격해 보이는 주장을 이해하려면 미국의 현재 대학캠퍼스 성문화에 대한 맥락적 이해가 요구됩니다. 요즘 대학생들 더 나아가 청소년들 성문화를 hook-up culture라고 부르는데요. 단순하게 말해서 애정없는 섹스를 해도 괜찮은 걸로 용인하는 문화트렌드를 지칭합니다. 심지어 캠퍼스에 대부분이 몰려 사는 미국대학의 젊은 남자애들의 경우 이걸 엄청 좋아하지요. 결혼부담도 없어, 몸 섞었다고 애인노릇해야 한다는 책임도 없어, 그냥 기회생길 때마다 파트너 바꿔 가면서 즐길 수 있으니 사실상 피끓는 젊은 남자들에겐 이런 훅업이 만개한 대학생활이 인생의 황금기가 아니고 뭐겠습니까?    


하지만 상대적으로 여대생들이 훅업이후 다음날 후회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하는데, 한나 로진은 오히려 훅업 문화야 말로 여성 진보의 동력이라고 적극 권장하는 역발상을 보여 주는 셈이죠. 여기에는 나름대로 경제적인 분석이 뒷받침되어 들어갑니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막혀 있던 시절에는 여성의 혼전순결이 무지하게 중요한 미덕이었지요. 밥벌이를 해오는 남자에게 의탁해 살아야 하는 여자의 입장에서 그 남자가 소중히 여기는 혼전순결을 지키는 건 아주 중요한 결혼자격 조건이었음을 이해하는 데 뭐 그리 긴 설명이 필요할까요? 지금도 지구 어느 곳에서는 가족의 명예를 더럽혔다고 연애질한 딸아이를 살해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지요. 


여성이 고등교육을 받게 되고, 괜찮은 일자리를 차지하게 되면서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상승하고, 그만큼 신체적 자기결정권이 강해집니다. 1960~70년대 미국에는 그렇게 섹스혁명이 불어닥치죠. 혼전순결따윈 개나 줘버려(근데 개도 그런 건 신경안쓴다고요). 이제 괜찮은 미국대학들은 거의 모두 여초이고, 돈잘 버는 전문직종 진출을 보장하는 프로페셔날 스쿨에서도 여학생들이 발군의 실력을 보여주고 있지요. 자기는 물론 가족까지 부양시킬 충분한 사회적 능력을 잠재적으로 가진 여대생 입장에서 굳이 남자들의 평판을 신경 쓸 필요가 있냐는 게 한나 로진의 생각입니다. 니네가 사회에 나가 그넘들보다 더 성공해서 자리잡은 다음에 원하면 남자를 골라 잡으라는 거지요. 여자는 자신보다 똑똑하고 돈 잘 버는 남자와 결혼해야 한다는 수잔 패튼과는 다르게 한나 로진은 자신이 남편보다 돈을 더 많이 벌어 오는 걸 즐기라고 조언합니다.  보통 우리가 말하는 손해보는 결혼을 과감하게 하라는 거지요 (물론 그만큼 대접을 받는다는 전제하에 말이죠). 


여기서 살짝 제 경험담을 끼워 팔아 보겠습니다. 제 마눌님이 미모의 교수 (백인)친구한테서 저녁식사 초대를 받았어요 (네, 저는 미국에 삽니다). 그집 남편은 건강문제로 직장을 관두고 집에서 쉬면서 아들 홈스쿨링과 살림을 하는 중이었습니다 (지금은 다시 일하죠). 집에 가서 테이블에 앉았더니 그 여교수는 식탁에 앉아서 제 마눌님과 대화를 즐기고 있고 남편이 먹을 걸 내 놓더래요. 정말 누가 가장이고 누가 하우스키퍼인지 말하지 않아도 확연하게 드러나더라고, 그게 너무 인상적이더라고 저한테 이야기를 해 주더군요 ㅋㅋ (저는 그 남자분도 존경합니다. 빵을 벌어오는 가장 아내에게 그에 걸맞는 대접을 그것도 타인앞에서 하는 게 미국이래도 쉬운게 아니거든요). 아내가 학벌이 더 좋고 돈도 더 잘 벌어오는 미국 가정의 비율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조금조금 전통적인 가족역할분담 방식도 그에 맞춰 바껴가는 거겠죠. 


한국도 시간이 걸리겠지만 미국의 흐름을 결국 따라 갈 거라고 생각합니다.  연하의 남자와 결혼하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고, 맞벌이 부부가 늘면서 여자가 브레드위너가 되는 케이스도 많아질 겁니다. 중간중간 갈등이야 있겠지만 그런 변화된 상황에 맞게 남자들도 지 분수를 알고 자기 할일을 찾아 가게 될 거구요. 젊어서 열심히 공부하고 커리어개발한 여자들이 결혼해서 가장의 권위를 누리는 광경을 주변에서 혹은 스스로 경험하시게 될 지도 몰라요. 곧 혹은 조금 있다가.  



* 남자들 입장에서도 나쁠게 없어요. 20대에는 다양한 성생활을 누리다가 결혼할 때가 되면 성공한 커리어우먼 누나를 만나 의지해 살아가면 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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