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P에 대한 잡담

2011.10.20 10:32

fysas 조회 수:2565

중간중간 딴 길로 샜었지만 그래도 HOT부터 SM 가수 팬질 꾸준히 해오다 보니까 취향이고 아니고 좋고 아니고를 떠나서 SMP 스타일의 음악을 마치 흘려듣는 발라드처럼 편하게 들을 수 있는 1인입니다. 새로운 노래가 나올 때마다 꾸준히 화제가 되긴 했지만, SMP라는 장르 자체에 대해서 제대로 호기심이 일어나고 분석됐던 적은 별로 없었던 것 같은데 요즘 웹을 돌아다니다 보면 유난히 그런 화제를 많이 봅니다. 역시 소녀시대가 대단하긴 대단한가봐요. 물론 여가수의 SMP라는 점에서 신선한 면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기존의 SM 소속 다른 가수들의 SMP 첫시도엔 이렇게 장르 자체가 화제가 됐던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말이죠.

 

가장 자주 눈에 띄는 화제는 도대체 SMP라는 게 뭐냐, 이건 SMP고 저건 아니냐.. 류의 의문들인데요, SM 음악을 꾸준히 들어왔던 입장에서 생각하는 SMP는 그냥 소속가수들의 모든 무대 아닌가.. 하고 생각합니다. SM가수들의 무대를 보면 팀마다 색이 있고 꼭 눈에 힘을 주고 강렬한 퍼포먼스만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특유의 병신 같지만 멋있어.. 싶은 색이 있잖아요. 전 꼬집어 말하기 힘들지만 그냥 아, 쟤들 SM이구나.. 싶은 그 느낌 자체가 SMP라고 생각합니다. 그냥 SM 아니면 보여줄 수 없는 종류의 무대라고 표현하면 더 정확할까요?

 

SMP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글들을 보면 사회비판적인 가사나 여러 종류 비벼서 쌈싸먹는 장르, 격렬한 군무를 중심으로 한 퍼포먼스 등을 특징으로 내세우는데요. 대부분 사회비판적 가사에 초점을 맞추느라 전반적으로 강도가 약해도 독립 전까지 가장 꾸준히 SM적인 음악과 퍼포먼스를 해왔던 신화를 SMP의 계보에서 빼버리는 경우도 많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그 사회비판적 가사에 대한 부분을 뺀다면, 비교적 강약조절해왔던 다른 팀들과 달리 꾸준히 강력한 퍼포먼스 노선을 지키던 신화야 말로 SMP 계보의 기둥과도 같은 존재였다고 생각하거든요.

 

 

SMP의 특징에 대한 포인트를 굳이 가사에서 잡는다면 그건 사회비판적인 내용이 아니라 비트에 가사를 우겨넣는다는 점이죠. 외국곡을 번안or편곡하는 경우에 이러한 경향이 특히 두드러지지만, 아무래도 비트 위에 멜로디를 씌우는 스타일의 유영진이 수장으로 있는 집단이다 보니 (실제로 유영진은 본인 스스로 가사의 의미를 포기하는 대신 라임을 살린다는 내용의 인터뷰를 10아시아에서 봤던 기억이 있네요.) 전반적인 성향이 가사의 내용보단 가사의 리듬감에 치중하고, 그러다보니 기괴한 가사가 탄생하는데 그런 부분이 화제가 되다 보니 가사가 더욱 기괴해지고... 이런 흐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유영진을 제외하고 SM에서 활동하는 작곡가 중 가장 비중있는 인물인 켄지 역시 본인이 확실하게 뜻을 밝힌 적은 없지만 만들어내는 음악의 성향을 봤을 때, 가사의 의미보단 리듬감을 중요시하는 스타일인 것이 분명해 보이고요. 

 

초기엔 순수하게 가사의 리듬감에 치중해서 만들어낸 기괴한 가사들이 화제가 되면서, 최근엔 아마도 그것 자체가 노이즈마케팅의 효과를 거둔다는 점을 노린 전략적인 부분도 없지 않나.. 라는 생각을 합니다. 실제로 에프엑스의 피노키오 같은 경우엔 비교적 멀쩡한 가사로 녹음을 다 마쳤는데 수만느님이 '그래도 에프엑스 노랜데 가사가 너무 평범치 않냐..' 라고 하는 바람에 가사를 바꿔서 다시 녹음하는 일도 있었다고 하죠. 올해.......... 뿐만 아니라 최근 10년 간 최악의 가사로 꼽아도 손색이 없는 천상지희의 '나 좀 봐줘'의 경우에도 그런 의도에서 조금 오버한 케이스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솔직히 그 가사가 아니었다면 천상지희의 이번 컴백이 조금이라도 주목받았을까요? 그냥 음악방송 몇 번 출연하고 조용히 묻혔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도 그나마 아, 쟤네 나왔어? 정도의 반응이라도 불러일으켰던 것은 대부분 그 듣고 있기 괴로운 가사 덕분이었죠.

 

사실 SM이 그냥저냥한 아이돌 기획사였고 팬덤도 그럭저럭이었으면 아, 저런 애들도 있구나... 할 일인데 현재 가요계가 너무 아이돌판이고 그 판에서 가장 큰 파이를 차지하는 것이 SM이다 보니 새로 나올 때마다 너무 화제가 되고 그래서 그 SMP라는 장르의 과장성에 더욱 부채질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어쨌거나 개인적으로는, 원래 노래들을 때 일부 발음 정확한 가수 아닌 이상 가사를 찾아보지 않으면 정확하게 알아듣지 못하는 막귀 덕인진 몰라도 처음부터 SMP의 오글거리는 가사에 대한 면역이 강했던 것인지 SMP의 부끄러움은 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고 종종 즐거워하는 편입니다만.... 그래도 샤이니가 다음에 컴백할 땐 '루시퍼'보다 '산소같은 너' 같은 노래로 돌아왔으면 좋겠어요. '산소같은 너'도 SM이 아니면 국내에선 나오기 힘든 스타일의, 일종의 SMP였다고 생각하지만 어쨌든 본격적인 남성적 SMP의 장르는 그냥 쭉 슈퍼주니어와 동방신기를 위해 남겨뒀으면 좋겠습니다.^^;;; 아니, 그것보단!!!! 아미고2를 불러도 좋으니 한국활동 좀....;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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