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사자들. 이라 불리는 나라들이 있습니다.
동아프리카에서 경제를 급속도로 발전시키고 있는 르완다. 우간다. 에티오피아.
그리고 이 3개국은 독재 국가들입니다.

뭐.  현재 3개국 대통령들이 이디 아민급의 독재자들은 아닙니다만 대규모 학살이 없을 뿐 정권 비판자들을 탄압하는 건 여전합니다.
야당을 탄압하고 사법부를 통제하고 언론에 재갈을 물리고.
그런데 이전 독재 시절과 다른 것은 최근 5년간 이 3개국의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겁니다.
2013년 기준 지난 5년간 평균 경제 성장률을 보면 르완다(8.1%). 우간다(7.4%). 에티오피아(9.7%) 입니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들의 평균 경제성장률 4.6%를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죠.

수십년 동안 소위 서구 국가들은 아프리카에 지원금을 주는 조건으로 민주주의 발전을 내걸었습니다.
물론 이게 순수하게 좋은 의도만 가지고 행한 것은 아니지만 표면적으로는 정치. 경제적 자유를 설파했는데 통하지 않았죠.
내전과 독재는 여전했고 경제 상황도 좋아지지 않았어요.
독재자들은 자신들을 조종하기 바쁜 미국과 유럽 국가들에게 짜증이 났고.
독재자들에 반대하는 세력들은 서구 국가들 자신들의 이익에 부합하기만 하면 최악의 독재자들도 언제나 ㅇㅋ! 하는 그들에게 질렸고.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등장했죠.
중국은 2000년 이전부터 아프리카 자원에 대한 접근권 확보를 위해 엄청난 공을 들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현재 상황 중국은 거의 침공 수준으로 아프리카에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사실 위 3개국 보다는 탄자니아. 짐바브웨. 수단 같은 나라들이 중국 입장에선 핵심 공략 국가들이고 앙골라. 나이지리아. 세네갈 등등
수많은 아프리카 국가들이 중국의 엄청난 투자와 사회 인프라 건설 등에 대한 대가로 석유나 각종 광물 채굴권을 값싸게 주고 있습니다.

많은 나라들이 침을 흘렸지만 제대로 성공하지 못했던 아프리카 자원 획득을 중국이 거의 독식하고 이유는 뭘까요?
중국은 기존 서구 국가들처럼 내정에 간섭하지 않거든요.
서구 국가들은 원조나 투자를 하며 민주주의. 인권 등을 외치며 이런저런 요구들을 했지만 중국은 이게 없습니다.
그래서 짐바브웨의 로버트 무가베 같은 독재자는 *중국 친구들* 짱!을 외치고.
수단의 독재 정권이 다르푸르에서 인종청소를 벌였을 때 중국은 전혀 상관하지 않았죠.

아프리카 사자들. 뿐만 아니라 많은 아프리카 국가들은 중국의 권위주의적 개발 독재 모델.  즉 베이징 컨센서스 모델을 서구 모델의 대안으로 받아들였습니다.
더 많은 성장과 더 적은 자유.
공식적인 정치적 탄압을 감내하고 경제적 자유와 삶의 질 향상을 보장받는다.
이것을 말입니다.

중국 모델이 먹히고 있는 아프리카 국가들을 보면서 경제성장을 위해 독재는 용인할 수 있다. 라는 결론을 내려도 될까요?
아니 더 나아가 알고보면 민주주의는 경제성장의 걸림돌일까요?

그런데요.
그동안 아프리카에서 민주주의라는 건 자유 선거 수준에서 벗어난 적이 없습니다.
민주주의가 제대로 돌아가려면 자유 선거 외에도 언론 자유. 사법부 독립. 깨어있는 시민 사회 등이 필요합니다.
이것들 없이 자유 선거만 존재하면 선거를 통해 독재만 용인하는 꼴이 되니까요.
게다가 부족 문제까지 얽혀 있어 선거에서 승리한 쪽이 반대파를 숙청하거나 자신들을 지지한 부족에게만 이득을 주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고.

또 하나는 부정부패입니다.
자유 선거만 존재하는 허울좋은 민주주의는 승리한 쪽이 어떤 견제도 받지 않으며 권력과 부를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부정부패를 일삼게 됩니다.
탄자니아 같은 경우 부패한 정치인과 기업인들이 해외에 숨겨놓은 돈이 59억 달러에 이릅니다.
또한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이 이끄는 아프리카 발전 보고서는 불투명한 원자재 거래와 세금 회피로 연간 380억 달러의 손실을 입게 될 것이라 경고했죠.
중국에 의존한 급격한 경제성장.  혹은 중국 모델을 통한 경제성장은 수치상 좋은 경제성장률을 보여줄 수는 있지만 아프리카는 그저 자원 공급처에
그칠 뿐 이익은 다른 나라와 외국 기업. 그리고 독재 정권과 그들에게 협력하는 소수의 정치인. 기업인들이 독식하고 있습니다.
자원부국 모잠비크의 경우 연 8%의 경제성장률을 보이고 있지만 전체 인구 55%는 하루 1달러도 안되는 돈으로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형성된 권력층의 부정부패는 그들만의 부정부패가 아닌 국가 전체의 부정부패로 어렵지 않게 퍼져나갑니다.

중국 모델.  즉 베이징 컨센서스로 대표되는 권위주의적 성장은 지배층에게 사실 상당한 유혹입니다.
닥치고 경제!를 외치는 성장 모형은 정치 기반을 유지하거나 오히려 강화할 수 있는 권력을 보장해주고 심지어 착취를 정당화해주거든요.
하지만 본진인 중국이 이미 엄청난 문제들에 봉착했는데 가장 큰 문제가 바로 부정부패죠.
지난날 원자바오 총리도 그랬고 현재 시진핑 주석도 그렇고 부정부패와의 전면전을 줄곧 선언 선언 선언하며 엄격한 처벌을 하고 있죠.
하지만 언론 자유. 사법부 독립. 깨어있는 시민 사회. 등 권력에 대한 꾸준하고 건강한 감시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전혀 작동하고 있지 않죠.
무슨 수로 부정부패를 척결하겠습니까.

조지아.  그러니까 과거 그루지아였던 그 나라 말입니다.
2003년 국민들이 일으킨 장미 혁명으로 부정부패로 얼룩진 대통령 세력 몰아냈을 당시 TI(국제투명성기구) 부패지수 순위가 거의 세계 꼴찌였습니다.
하지만 작년엔 무려 55위!
참고로 우리나라는 46위입니다.  -_-;;;;;;;;;

고작 10년이었습니다.
고작 10년 사이 세계에서 가장 부패한 국가에서 벗어난 정도가 아니라 장족의 발전을 했습니다.
이렇게 발전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관용 제로. 권력에 대한 감시. 관료주의 해체. 투명한 인재 등용 등이었습니다.

권위주의적 성장을 옹호하는 이들이 잘 하는 말이 있죠.
아니 뭐 우리도 독재를 무조건 찬성하는 건 아닌데 당시엔 어쩔 수가 없었잖아?  과도기였잖아?
아니 뭐 독재는 했지만 그래도 경제는 발전시켰잖아?
그래서 결론은 박정희 만세?  -_-;;;

권위주의적이고 착취적인 정치 제도하의 성장이 일정 기간 계속될 수 있다는 건 인정합니다.
하지만 이게 지속적 성장으로는 연결되지 못합니다.
또한 과거 박정희. 중국. 현재 아프리카의 많은 나라들은 정치.경제적 지배층의 이해관계와 맞아떨어지기 때문에 권위주의적 성장 모델을 택하는 것 뿐이지
이것이 정말 지속가능한 모델이고 국민들 개개인에게 행복을 안겨줄 수 있는 궁극의 방식이기 때문에 하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또한 이 모델의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지배층이 자신들의 권력과 부 유지를 위해 민주주의를 억압하고 부정부패를 일삼는다는 거죠.
그리고 이렇게 형성된 부정부패 사회는 혁명 수준의 개혁이 있지 않고는 변화시키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독재는 했지만 그래도 경제는 발전시켰잖아? 라는 소리가 항상 풀 뜯어먹는 말이라 생각하는 건 그러한 독재 기간 동안 만들어진 부정부패 시스템.
권위주의적이고 획일화된 사회.  그리고 말살된 민주주의를 회복시키는 것이 정말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건 우리나라가 정말 좋은 예잖아요?

지속적 성장을 위해선 흔히 혁신이 있어야 한다고들 합니다.
정치권에서 좋아하는 말이죠.  -_-;;
요즘 기어코 눈물 짜내기 대회가 있다면 일등하실 어떤 높으신 양반이 국가개조라는 일본 군국주의자 냄새 풀풀나는 용어를 열심히 쓰고 계신데요.
좋게좋게 봐주면 이것도 혁신이라면 혁신인데 혁신이란 건 반드시 창조적 파괴를 수반해야만 합니다.
단순히 옛것을 새것으로 갈아치우는 것이 아니라 오래된 부정부패 세력들을 처리하고 그들이 만들어 놓은 부정부패판을 깨끗하게 만들어가는 것 말입니다.
또한 착취적 경제 제도에서 벗어나 빈부 격차를 줄이고 민주주의를 정착시키고 복지를 확대하는 것.
이것이 혁신이고 이런 과정들이 있어야만 지속적 성장이 가능하다고 저는 믿습니다.
민영화니 규제 완화 따위가 아니라 말입니다.

권위주의적 성장이나 착취적 정치. 경제 제도는 시너지 효과를 내기 때문에(-_-) 한번 뿌리내린 이런 시스템은 악순환을 반복합니다.
우리나라는 박정희 독재 시절부터(이승만이니 그 이전도 씹어줘야 하지만 걍 여기서부터 시작합니다 -_-) 뿌리내린 이 시스템이 너무나도 견고하죠.
이제 좀 민주주의가 제대로 돌아가는가! 싶으면 죽지도 않고 또다시 나타난 인간들이 권력을 잡고 또다시 예전 모습 그대로..

세월호 이후 선장을 살인자라 칭하고 청해진 해운을 비판하고 관피아를 비판하며 호통치는 대통령과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고 지키고 있는 사람들.
애초 그러한 성찰이 가능한 사람들이 아니라고 보기에 기대 따위는 전혀 없지만 그래도 해도해도 너무합니다.
어디서 뻔뻔하게 부정부패를 운운하고 국가개조를 운운하죠?

아이히만이 보여준 악의 평범함.
밀그램의 실험.

세월호 이후 저는 다음엔 내가 피해자다! 라는 생각보다는 다음엔 내가 가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계속 합니다.
도덕적 무관심에 빠지지 않으려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는 다짐과 함께 말이죠.

아. 이런 생각이 개인적 노력만을 강조하는 건 당연 아닙니다.
우선은 사회 시스템이 바뀌는 게 먼저죠.

이번 선거가 역사의 커다란 전환점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 drlin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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