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바왐바는 언제나 옳다

2010.11.26 00:10

lonegunman 조회 수:3536

 

 

결국 우리들은 제각기 꿈 속에서 제조한 폭탄을 소중히 껴안고

너나없이 죽음이라는 먼 곳으로 담소를 나누면서 걸어가고 있는 게 아닐까

다만 어떤 것을 껴안고 있는지는 너도 모르고 나도 모르기 때문에 행복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 나쓰메 소세키

 

 

 

 

낮에, 알던 아이에게서 문자가 왔습니다

휴가를 나왔다고, 버틸만 하드냐 물으니, 훈련소에선 음악도 못 듣게 한다고, 그게 좀 힘들다고

 

그리고 저녁에 연평도 포격 사건이 터졌죠

 

며칠 간 뉴스를 챙겨 읽으며 마음이 한없이 먹먹했습니다

그러다 그제야 휴가나왔다던 훈련병 아이가 생각나서

마침 같이 있던 가깝지 않은 사람에게 그 이야길 하며, 그 아이는 바로 소집됐을까? 하며

 

웃었습니다, 이상하죠, 무게를 털어버리고 싶었던 걸까요

 

가깝지 않은 사람은 그렇게 생각했겠지요, 참 황당한 인간도 다 있다, 전쟁이 나냐 마냐하는데 휴가나온 훈련병이 소집되는 게 웃기냐

아니, 사실 그렇게 생각한 건 나 자신이고

상대방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을지 모릅니다, 아무튼 상관없는 사람이었으니까요

 

 

 

예전에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잠깐 상대하던 한 대학생 아이가 문득 묘한 억양으로 무언가를 물어봤습니다

평소엔 그냥 평범한 서울말을 쓰던 아이였는데 그 말투가 순간 엄청 귀여운 거예요

어? 너 시골에서 왔니?

물으니까, 아니요, 광주요

하길래, 어, 그러니까, 시골.

 

'지방'이라고 생각하고 '시골'이라고 말한 거였습니다, 정말이에요, 물론 내가 틀리게 말했다는 건 나중에 되새겨보고야 알았지만

그 아이에겐 상처가 됐을까요? 별 일 아니었을까요

 

 

또 한 번은 어느 학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한 중학생 아이가 며칠간 연락도 없이 결석을 하더군요

원장 선생님이 집으로 전화해보라시길래 했더니

어눌한 말투의 아이가 받길래, 개똥이 있니? 하니까 뭐라고 하는데 아무튼 전화를 받을 수 없다는 얘기 같았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어눌한 말투의 주인공은 아이의 어머니였고, 그 어머니는 일본인이었습니다

아이와는 결국 통화가 되지 않았지만 아직도 그런 생각이 듭니다

조용하고 친구가 없던 아이, 어쩌면 내가 어떤 트라우마를 건드리는 말을 한 게 아닐까?

이건 지나친 생각인지 몰라요, 아이가 학원을 나오지 않는 데에는 수많은 이유가 있고, 나 말고도 그 아이를 담당하는 선생은 많았으니까

그래도 자꾸만, 생각하면 할수록, 마음이 너무 아픈겁니다

 

 

 

아무튼.

주워담고 싶은 말 베스트 3에 며칠 전을 추가합니다

반성문 쓰는 거예요

아무튼, 잘못은 했는데 사과할 대상이 아무도 없으니까

 

 

 

 

 

 

 

난 외톨이야, 가진 거라곤 신경증과 증오 뿐이야
분노는 가실줄을 모르고 아예 유일한 표정이 돼버렸어
이미 너에게 보낼 편지 폭탄이 대기 중인데
그냥 친구 추가를 눌러주면 안 되니?

 

난 상처투성이에 불평쟁이인데다가, 총기류에 페티쉬가 있어
나이는 쉰을 바라보고 있는데 아직도 엄마랑 같이 살아
내 누드 사진이 불쾌한 건 아니지?
날 좀 친구로 추가해주지 않을래?

 

날 추가해, 날 끼워줘
우리 엄마는 나같은 건 태어나지도 말았어야 한대
날 추가해, 날 끼워줘
그냥 친구 추가 버튼을 눌러주면 안 되겠니?

 

알콜중독 치료 문제도 있고 해서, 방 밖으로는 거의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아
강아지 코스튬을 입고 커튼 사이로 창 밖을 흘끔거리긴 하지
아마 결국엔 내 머릿속의 목소리들이 날 잡아먹고 말테지만
혹시 나를 친구로 추가해주지 않을래?

 

내가 그린 그림을 네게 메일로 보내주고 싶어
몸은 카일리 미노그를 보고 그렸지만, 얼굴은 너야
벌써 육십 번도 더 넘게 물어봤지만 그래도 다시 한 번 물을게
이번엔 친구 추가 버튼을 눌러줄 거지?

 

눌러줘, 날 추가해줘
우리 엄마는 나같은 건 태어나지도 말았어야 했대
날 추가해줘, 나도 끼워줘
날 좀 네 친구 목록에 추가해줘

 

같이 보낸 사진은 나찌 유니폼을 입고 있는 나야
엄마랑 같이 차를 타고 가는데 대형 트럭이 끼어들길래
계란을 던지다가 찍은 거야
어때, 날 친구로 추가해주지 않을래?

 

내 친구 목록엔 브리트니와 패리스와 너와 탐이 있어
너네 집 주소를 검색하고 있으니까 곧 찾아갈 수도 있을 거야
사실 난 인간이 싫지만, 너한텐 티내지 않을게
날 친구로 추가해줄래?

 

추가해줘, 친구로 추가해줘
엄마는 나 같은 걸 왜 낳았는지 모르겠대
추가해줘, 날 좀 끼워줘
날 친구로 추가해주지 않을래?

 

 

 

 

//

 

 

첨바왐바는 유명한 펑크 밴드였다가 조금씩 징글쟁글한 기타팝 분위기(그러나 펑크락 스피릿)로 변하더니 종국엔 (락스피릿의)아카펠라 그룹이 된

아마도 가장 기이한 역사를 가진 밴드가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줄기차게 제 플레이리스트를 지켜온 밴드기도 하고요

한창 섹스피스톨즈나 클래쉬, 랜시드, 노에프엑스 등의 씨디를 들고 다니 때는 그 펑크 밴드의 일환으로

한창 스트레인지러브, 픽시즈, 피더, 오아시스 들을 듣고 다닐 때는 또 그 취향의 연장선으로

그리고 포크 취향에 경도된 지금은 또 그 중 하나로

취향의 변화를 함께 한 팀이죠, 고맙게도

 

첨바왐바는 언제나 옳기 때문에 딱 하나를 꼽을 수 없지만 오늘 이 포스팅의 원인은 아마도 

'보이 밴드가 이겼다
모든 카피 밴드들과 트리뷰트 밴드들과 티비 탤런트쇼의 프로듀서들이 이겼다
아이디어의 고갈로, 혹은 과장된 경외심으로
기성 뮤지션들 흉내에 불과한 문화를 수용한 우리가 그렇게 만들었다
어쨌거나 문화란 냉동 상태에 머물러선 안 되니까
결국 우리에게 남은 선택지는 재활용 뿐이지 않은가
형이 입던 자켓을 물려받아 때 빼고 광내서 내 것으로 만드는 거다
그러나 단순히 창조의 역사를 되새김질 하거나
예술과 음악과 문학을 신성불가침의 대상으로 유리상자에 담아 보관하려 들어선 안 된다
어떤 형태의 음악이건간에 그것을 '보존'하려 했던 모든 사람들,
이를테면 카피 밴드나 대형 기획사의 밴드들이 저지른 끔찍한 행태를 보라
아무튼 우리가 무슨 짓을 하든 음악은 훼손될 뿐이다
우린 결코 음악을 변화시킬 수도 손에 넣을 수도 없다
그러려고 하면 할수록 그것은 죽어가고, 파멸할 것이므로
결국 그렇게 모든 것이 소멸한 뒤
보이 밴드가 승리한다'

앨범 때문입니다

 

(저게 앨범 제목입니다. 의심하지 마세요

 

 

거 보십시오 )

 

 

 

 

몇 주간 듀게의 언저리에 있으면서 뭘 써야할지 모르겠더군요

호모포비아, 종교포비아, 소비행태, 빈부의 이야기들, 그리고 그 밖의 것들

상처를 주고, 상처를 받고, 상처받은 자에게 내가 '더' 상처받았다고 환부를 벌려 보이고

 

잃어버린 양말 한 짝들처럼

그렇게 떠나버린 사람들은 어디로 가는 걸까요

쿠사나기 소령의 혼자말처럼 '네트는 광대하다' 하면 또 그만일까요

 

물론 저는 독실한 무신론자고,

동성애와 관련된 안 좋은 추억이 있고,

모태 백수로 평생 가난과 질병에 시달렸지만

 

그냥 모두가 조금씩만 정체를 숨기고 조금만 사이좋게 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겁니다

어차피 이렇게 반성문을 쓰고 화해와 대화합을 선포해도

현실 세계에서 제가 얼마나 괴퍅하고 냄새나는 고독한 노인네인지 아무도 모를테니까요

 

서로들 폭탄을 끌어안고 저마다 그게 무언지 모른 채로 행복한, 나쓰메 소세키식 천국도 놀기엔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압니다, 언젠가 어디선가는 터지는 거죠, 그 언제가 오늘이 될 수도 있고, 그 어디가 연평도일 수도 있고

 

 

그런 저런 생각에 가만히 눈을 감고 지하철에 실려가고 있는데 문득

이어폰 너머에서 울리는 아카펠라

 

이끌리듯 반복재생을 누르고 무한히 그 '사람'의 목소리에 몸을 기대니

저도 모르게 코 끝이 시큰거립니다

늘 듣던 노래인데, 아마도 그저 나이가 드는 게지요

 

 

 

 

 

 

 

 

 

분노와 증오를 노래하고 싶지 않아
공포와 함락을 노래하고 싶지 않아
지금껏 노래해왔던 그 모든 노래를 그만 멈추고
이제 사랑을 노래하고 싶어
사랑을 노래하길 원해

 

전쟁과 탐욕을 노래하고 싶지 않아
굶주리는 아이들을 노래하고 싶지 않아
너무 많이 불러왔던 그 노래들은 부르고 싶지 않아
이제 사랑을 노래하고 싶어
사랑을 노래하길 원해

 

고통을, 아픔을 노래하고 싶지 않아
노래를 통해 계몽하려드는 건 그만 두고 싶어
지금껏 불러왔던 그 모든 노래를 멈추고
이제 그만 사랑을 노래하고 싶어
사랑을 노래하길 원해

 

더이상 옳고 그름을 노래하고 싶지 않아
지겹도록 남루해진 노래들을 그만 벗어버리고 싶어
하지만 난 다시 부르고 또 부르겠지
더이상 그런 노래들이 필요없어질 때까지
사랑을 노래할 수 있을 때까지

 

다시 부르고 또 부르겠어
그리고 마침내 그 노래들을 부를 필요가 없어지는 날
사랑을 노래할 수 있게 되겠지
사랑을 노래할 날이 오겠지

 

 

 

 

 

//

 

 

애초에 폭탄같은 건 없었으면 좋았을 겁니다

남 북이 금긋고 지우개 넘어오면 내 꺼라고 아웅다웅하지 않았으면 좋았겠지요

애초에 종교같은 건 없거나, 동성애자같은 건 없거나, 키 작은 사람들같은 건 존재하지 않거나

어, 쓰다보니 예전 게시판 어딘가에 이런 포스팅을 한 번 했던 것도 같습니다

아니, 쓰다가 길을 잃은 걸까요

 

아, 반성문

 

저 누구에게 사과해야 할지 모르는 잘못들을 되새기다 문득 모골이 송연해지는 겁니다

난 지역 감정이 있는게 아닌데, 인종 차별을 하지 않는데, 민간인 사상자까지 나온 포격을 이야기 하며 웃을만큼 싸이코패스인 것도 아닌데

 

그냥 한 순간 정신줄을 놓으면 이렇게 되는구나

 

 

주워담고 싶고, 자다가도 생각나면 벌떡 일어나지지만

주워담을 수 없으니 오히려 글로 남깁니다

읽는 것만으로도 불쾌한 분도 있을 수 있겠지요 (만에 하나 누군가 이 중구난방인 포스팅을 끝까지 읽는다면)

 

그런데 그냥, 이 몇 주간 서로가 서로를 추방하는 가운데

이렇게 쓸데없는 구듀게의 잔재도 살아남아있다는

작은 흔적을 신듀게의 한 모퉁이에 남겨놓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어울리는 말인지 모르겠지만 바람의 나라에서 이런 대사가 나오죠

 

'모두 떠나면 누가 남습니까, 마마

철새처럼 오늘만 살고 내일은 살지 않으십니까'

 

 

 

 

+ 이런 노래로 끝내면 반전이겠죠? 하지만 어차피 줄거리 없는 포스팅이니까, 첨바왐바는 언제나 옳으니까

 

 

 

 

 

버스 정류장 뒷편 거리 너머의 공중 화장실로부터
당신의 발 밑으로 살인의 흔적이 흘러 고인다
하루 혹은 이틀 전 머리가 짖이겨진 소년으로부터 흘러나온
오줌과 맥주와 핏자국이 바닥을 흥건히 적시지

 

호모포비아, 끔찍한 질병
요즘 같은 세상에선 사랑하는 사람을 마음대로 사랑하는 것도 불가능하지


술집과 클럽과 햄버거 가게와 돼지 사육장
알콜과 테스토스테론과 무시와 폭력
짐승을 사냥하는 울부짖음이 도시를 울리고
그들은 만만한 사냥감을 쫒아 길바닥에 때려눕혔어

 

호모포비아, 무서운 질병
요즘같은 세상에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다니 용기가 가상하군

호모포비아, 끔찍한 질병
요즘같은 세상에는 사랑도 가려서 해야지

 

구급차의 사이렌 소리가 울리고
경찰은 무표정한 얼굴로 소년의 가격당한 자리에 분필로 선을 그었지
교회와 정부와 헌법- 그 성스런 삼위일체를 조심하게
희생자가 늘어날수록 더욱 치명적으로 증식하는 질병이니까

 

호모포비아, 최악의 질병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는 것을 혐오하다니

호모포비아, 무서운 질병
요즘같은 세상에선 사랑도 가려서 해야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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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lated by lonegun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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