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 고질라(2014) 잡상

2014.05.19 09:47

가라 조회 수:1400



스포일러 있습니다.









주말에 고질라(2014) 를 보았습니다. 메가박스 영통 M2 관을 갔는데, 토요일 낮시간대임에도 불구하고 400석이 넘어가는 상영관에 20명이 채 안들어 왔더군요. 시설도 좋고, 스크린도 큰데 대체 왜....? 주말 박스오피스 보니 1위가 인간중족이고 2위가 고질라군요. 


영화는 헐리우드 블럭버스터답게 흘러가지만, 그래도 일본 고지라 시리즈에 대한 오마주(?)는 잊지 않은 것 같습니다.

긴급한 사태가 생겼을때, 교사들은 아이들을 대피시키고 전문가들은 스스로를 희생해서 더 큰 파국을 막고, 전문가들은 믿음직스럽고, 책임자는 시민의 안전이 최우선임을 몇번씩이나 강조합니다. 군인들은 구조계획은 없으니 알아서 살아돌아와야 하는 작전임에도 시민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자진해서 뛰어듭니다. 


배가 뒤집어지는 상황에서 승객들을 버려두고 먼저 도망가버리는 선장, 요구조자가 있는데도 두려워서 접근도 못하는 해경, 책임자는 책임질게 두려워서 쉬쉬하려 하기만 하는 이 땅에서 헐리우드 블럭버스터의 클리셰로 점철된 괴수영화를 보면서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개개인을 비난할 수는 없습니다. 아무 교육도 훈련도 안 받은 사람이 위급한 상황이 오면 도망칠 수 밖에 없습니다. 어느날 저에게 사내소방관을 하라면서 부실한 메뉴얼 한권 던져주고 알아서 하라고 했다면, 막상 불이 났을때 아무것도 못할 겁니다. 자신감과 용기는 모의훈련이라고 해도 내가 그 상황을 얼마나 겪어봤는지 내가 어디까지 할 수 있고 얼마나 절실하게 이걸 해야만 하는지 알고 있을때 생길테니까요.


대피소에서 가족들이 서로를 찾는 장면에서, 뉴스와 인터넷을 통해 본 팽목항과 진도체육관의 모습이 오버랩 되었습니다.


타이타닉이나 포세이돈 어드벤쳐 같은 영화였으면 끝까지 못보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고, 피해자나 유족들을 한다리 걸쳐라도 아는 사람이 없는 저도 이렇게 상처가 아물지 않는데, 유족들은 물론 친인척들은 얼마나 오래 갈까, 치유가 되긴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시 영화 이야기로 돌아가서...

고질라는 얼굴이 일본 것보다 조금 더 귀여워졌달까... 공룡 보다는 곰얼굴처럼 보이더군요. 


샌프란시스코에서 무토들과 고질라의 격전이 벌어지는데, 그 상황에서 오피스빌딩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뭐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종로에 고지라가 나타났는데, 강남 테헤란로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대피 안했단 이야기잖아요..  그외에 주인공 아들내미를 같이 근무하는 간호사에게 맡겼는데, 잠시후 그 간호사는 증발하고 아이들만 잔뜩 있더군요. 괴수들간의 싸움장면도 그렇고 최종편집때 시간흐름을 좀 바꾼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무토가 발생시키는 EMP... EMP로 전자기기가 꺼지는건 단순히 꺼지는게 아니라 회로가 타버리는 것이잖아요. EMP 효과가 사라진다고 꺼졌던 기기가 다시 들어오진 않는데...? 그리고 요즘 군용장비는 물론 국가기간전력망이나 시스템은 EMP 방호대책을 하는데 현 미군의 무기가 저렇게 쉽게 무력화 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인간들이 괴수한테 저항하는게 중요한건 아니지만요.


우리나라에서는 흥행이 별로인데, 미국에서는 첫주 흥행 성적이 좋아서 속편 기획에 들어간다더군요. 다음 편에서는 어떤 괴수가 나올지 기대됩니다. 그때는 대한민국의 현실과 비교되서 눈물이 나는 그런 일은 없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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