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원래 수요일은 제가 제일 좋아하는 프로인 쿡가대표를 하는 날이어서 웬만하면 영화를 안보는데..
곡성은 하루하루 갈수록 스포가 너무 보고 싶어질 것 같고..스포를 보면 웬만한 영화는 재미없어지는 경험을 했어서
12시 넘어서 끝나는 회차임에도 불구하고[다음날 출근해야하니까 터프한 컨디션이죠..ㅠ]보러갔음다..
시빌워때처럼 속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다 온 것처럼 꽉꽉 찼어요..
제 옆 자리에는 중년부부가 앉았는데..마치 두 사람만 극장을 소유하는 것처럼/dvd보는 것처럼 미주알 고주알 수다를 떨더군요..
아 오늘 망했다했는데................
 
 
 
 
 
 
 
 
 
2. 일단 여기서 1차 저지선을 그어놓겠습니다...........이 영화는 미리 스포를 알고 가면 재미없을 수 있어요
 
 
 
그래도 좋다면
 
 
이 영화는 오컬트 영화입니다.......장르팬이면 이정도만 해도 어떤 흐름일지 알테니까 재미있게 보고싶으시다면 여기서 돌아가세요..
 
 
 
 
 
 
 
 
 
 
 
 
 
 
 
 
  
 
3. 하지만 여기까지 왔으면...어쩔 수 없네요...제가 뿌리는 스포가 섞인 감상글을 다음과 같이 보고 가시죠
 
 
 
4. 이 영화는 처음엔 너무 너무 잔잔했어요..추격자와 황해를 떠올리면 전혀 예상할 수 없을 정도로
배경이 곡성이라 시골순경인 종구의 삶이 많이 드라마틱하진 않겠죠..서울 본형사들처럼 뽐나게 수사를 할 수도 없을테고..
초반엔 그래서 가족의 허벌나게 행복한 라이프를 보여줘요..겁쟁이이자 허세쟁이 아버지와 똘똘한 딸내미의 케미도 좋았고..
간간히 가족과 시골 사람들간의 코미디도 보여줘서 나홍진이 웬일인가했는데...
 
5.첫번째 강렬한 포인트는 종구와 일행이 외지인의 숙소에서 제단과 끔찍한 사진을 널어놓은 방을 발견하고
처음으로 외지인과 조우할때 1차 놀랐어요..말도 안통하는 데 어색한 상황에 서로 맞닥뜨리게 되서 웃길 수 있는 상황인데..
아 쿠니무라 준씨의 연기 좋더군요
큰 눈을 굴려대면서 말은 안하고 그러니까 순진무구해보이면서도 웬지 모를 음험한 분위기가..
그때 처음 뭔가가 있다는 걸 느끼게 되었죠
 
6.두번째 강렬한 포인트는 그러다 딸내미가 이상해지고 구원투수로 일광이 들어와 벌이게 되는 거대한 살 쏘는 굿이었어요
외지인이 숙소의 제단앞에서 벌이는 염불과 의식은 너무나 생소한 느낌이어서 마치 제가 예전에 일본에 갔을때 TV에서 우연히 보고
며칠 잠못자게 했던 신도 승려들의 주문같았어요..
거기에 일광의 굿은 웬만한 할리웃 영화에서 부두교 제사를 다룬 것보다 쇼킹했어요[엔젤하트가 생각나네요].
실제 닭을 목쳐서 흐른 피에 얼굴을 파묻어 피범벅이 된 상태로 강렬한 음악과 함께 벌이는 굿은..
제가 정신차리고 본 그 어떤 한국 영화에서보다 더 강렬한 굿 장면이었고..무시무시하게 헤비했네요
 
7.세번째 강렬한 포인트는 카오스가 시작된 일광과 무명이 맞닥뜨리는 순간이었어요..
갑자기 거기서 무명에 의해 일광이 코피를 철철 흘리고 귀신들린 사람처럼 펄펄 액체를 흘리는데..
여기서부터 대체 누가 착한 애야 하는 혼란이 시작..
일광이 미친 듯이 도망칠때 벌어지는 새똥 대란도 완전 깜놀..
그때는 무명의 짓인가했는데..지금 생각해보니 악마가 자신의 대리인이 도망가는 걸 막으려했던 술수였네요..
일광이 종구를 태우고 운전할때 급살맞은 사람들을 보여주는 게..악마와 일광의 콤비플레이를 알려주는 내용같아요 돌아보니.. 
 
8.네번째 강렬한 포인트는 무명과 종구의 골목길 만남..
가로등 사각지대인 시골 골목길의 그림자를 이렇게 활용하는 감독을 만난 건 처음인것같아요..
시골사는 사람들은 솔직히 거기가 무섭거든요
뭐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데 지나가야할때면 얼마나 무서운지
사람인지 귀신인지도 모르는 것을 새벽미명에 만나는 것도 무시무시한데..닭이 세번 울때까지 가면 안된다는 룰이라니..
아 진짜 동서양의 조화가 어메이징하더구만요
 
9. 제 생각은 감독은 인간은 한없이 무력한 존재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아요...
중간에 도움을 받기 위해 찾아간 성당에서 쫓겨나는 종구를 보며
악마는 현실에 내려와있는데..세속화된 종교는 본연의 의무인 악을 물리칠 힘은 전혀 없고
인간은 자신만의 힘으로 선과 악을 꿰뚫어보기엔 너무 약한 존재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아요..
가장 약한 존재인 아이를 통해 가족이 몰살되는 엔딩은
신이 버린 세상은 카오스고 인간은 외부의 풍파를 막으며 자기 가정조차 지키기 어렵다는..정말 무기력한 존재라는 걸 보여주는 그런 내용 같았어요..그러니 죽어가면서 중얼대던 종구의 모습도 얼마나 처량하던지..
 
10. 아마 영화를 본 사람의 대부분은 동굴씬을 잊지 못할 거 같아요...
자칫 기독교의 본고장인 서양에서도 잘못 시도하면 오글거리는 설정이기 쉬울텐데
일본인의 육신을 통해 현현한 악마는.........일본을 고른 이유가 아마 종교가 애매한 국가여서 일수도..정말 매력적이었고 강렬했어요...
이렇게 신의 권위에 정통으로 부딪히는 악마는....윌리엄 프리드킨이 꼭 이 동굴씬을 보고 이야기해줬으면 좋겠어요
 
11. 얼마전에 탐정 홍길동의 아역보고 엄청나다고 칭찬했는데 이노므 나라는 살기 빡빡해서 그런지 천재가 너무 많네요
서양이나 일본의 소악마[살인을 저지르는 캐릭터]와는 또다른 느낌이었고 훨씬 무시무시했네요
 
12. 곽도원은 너무나 일반적인 아저씨에서 완벽히 무력해진 인간을 정말 정말 잘 표현했고..천우희는 진짜 신내렸네요..대사 하나하나 칠때마다 공력이 빠빠박
 
13. 황정민은 엄청난 굿 연기를 멋지게 해낸 것도 것이었지만 마지막 장면의 무심한 표정연기 무시무시했네요..카이저 소제같으니
 
14. 제게 이 영화의 주연은 쿠니무라 준씨였어요..전체적으로 봐선 짧은 분량이었지만
솔직히 한국 배우들의 연기는 이분을 위한 밑밥이었죠...마지막 현현씬을 위한...
별다른 액션이 없이도 아우라와 목소리 표정만으로 압도하더군요
마치 내가 그 부제가 된 느낌이랄까..
 과연 서양사람들이 자신들만의 산물이라고 여기는 오컬트물에 이렇게 쳐들어오는 동양인 감독을 어찌 볼지 궁금하네요
 
15. 결론적으로 중반부터 무시무시했고..결말은 마치 윌리엄 프리드킨의 엑소시스트를 변주한 느낌이었어요..
 
끝나고 생각하니 가장 좋은 건 전혀 15세 내용이 아닌데 등급위를 엿먹인 사실...ㅋ...이 정도면 학부모가 항의할 거 같아요
 
꼭 극장에서 보세요.......이건 정말 완벽한 환경에서 봐야합니다...한국식 엑소시스트라고 말할 만큼 무시무시한 영화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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