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가 자기를 미워하고 성가셔 한다면.

그것이 타인도 아닌 친족, 자기 어머니라면.

어른이라도 참기 힘든 일 아닌가요?

그것을 인격 형성이 되는 영아 시기에 겪는다면 과연 그 아이가 정신적으로 건강한 아이가 될 수 있을까요?

말은 못해도 아이들은 굉장히 예민해요.

누가 자기를 싫어하고 좋아하는지 금방 눈치 채지요.

 

저는 에바가 케빈에게 '너가 태어나기 전에 더 행복했어'라고 말하는 장면이 너무 무서웠어요.

반면 거꾸로 미친듯이 울어대는 케빈 대문에 공사장 드릴 소리로 마음을 진정시키는 에바의 심정도 이해가 갔구요.

 

물론 케빈이 사이코패스가 된 것이 전적으로 에바의 책임이라는 뜻은 아니에요. 그건 알 수 없지요.

하지만 '어머니'라는 존재가 그 어떤 존재보다 사람에게 영향력을 끼치는 존재입니다.

아이 시절의 어머니와의 교감, 눈맞춤. 애착 관계 같은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요?

만약 케빈이 사이코패스로 태어나지 않았어도, 에바의 훈육 아래에서 그렇게 밝은 아이로 자랐을 것 같지는 않아요.

그녀는 준비가 덜 된 어머니였고, 아이를 돌보는 법을 알지 못했고, 아이가 생겼다는 상태를 저주했으니까요.

 

에바가 어머니로서 훈육을 다했다는 이유로 그녀가 어머니로서 할 일을 다했다는 입장에 저는 동의 못하겠어요.

수업을 빼먹지 않고 매뉴얼대로 행동하고 자기 승진관리 잘하는 교사가

정작 반에 왕따로 고민하고 자살까지 생각하는 것도 모르고 방치하면서 교사로서의 의무를 다한다고 말할 수 없는 것 처럼요.

어머니의 역할은 단순히 의식주를 공급하는데 있는게 아니라 애정과 관심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어머니에게 너무 가혹한 책임으로 안기는 것이 아니냐는 반대 의견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어머니의 영향력이 큰 이상 어쩔 수 없는 책임이라고 생각해요.

영향력이 큰 대상은 어쩔 수 없이 짊어질 책임이 뒤따릅니다.

원자력 발전소 허가를 그렇게 쉽게 내 줄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요.

한 사람의 인생과 인격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주는 존재인데 그 책임이 가벼울리가 없어요.

[케빈에 대하여]는 극단적인 사례로 그런 묵직한 어머니의 책임을 잘 보여준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싫어도 어쩔 수 없이 지게 되는 비극입니다.

 

그래서 저는 모든 여성에게 어머니가 될 것을 강요하는 것-아무리 인구 문제가 달렸다고 해도 반대해요.

너무도 무겁고 힘든 책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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