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에반게리온 Q 잡담

2013.04.26 00:30

로이배티 조회 수:5058

- 가족분이 예맬 하셔서 별 생각 없이 금요일이겠거니... 라고 생각하고 있다가 저녁 여섯시에 같이 보러가기로한 분 연락을 받고 깜짝 놀랐습니다. -_-;; 우다다다 달려가서 만나 극장으로 달려 푸드코트에서 밥 먹으니 상영 시간. 또 우다다다 달려서 자리에 앉으니 예고편 두 개 나오고 바로 시작. 본의와 다르게 아주 긴박하게 봐 버렸네요. 뭐 어쨌거나 보고 나니 편안한 마음으로 듀게 들어와서 관련 글들을 찾아 보는데... 의외로 몇 개 없군요?


- 근데 예고편 둘이 좀 웃겼어요.




우왕! 009!!!이게 왠 일이냐!!!! 하악하악(...)

근데 분위긴 괜찮은데 공각기동대가 되어 버렸어... 라고 생각하는 와중에 두 번째 예고편이 공각기동대. 와하하;

CGV에 걷잡을 수 없이 밀려 버린 메가박스가 덕후 시장이라도 뚫어보려는 건가 싶어 애잔하기도 하고.

에반게리온 보러 온 사람들에게 일본 애니 예고편만 두 개를 틀어주니 적절한 전략 같기도 하고.

근데 둘 다 원작이 하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안참 오래 묵은 작품들이란 걸 생각하면 이젠 애니메이션도 추억 팔이로 장사하는가 싶기도 하구요.


- 암튼 그래서 에반게리온 얘길 좀 하자면.

 설정이 어떻게 되고 카오루가 무슨 대사를 쳤고를 떠나서 이 신극장판 시리즈는 제겐 루프물로 느껴집니다.

 신극장판 시리즈의 주역들은 대체로 오리지널에서보다 조금씩이라도 나은 선택을 하고, 더 성숙한 모습을 보여요. 물론 그 '더 나은 선택'이 원작보다 몇 배는 더 암울한 결과를 가져오기도 합니다만.

 미사토만 해도 이 사람의 원래 성격이나 목적을 생각하면 진작에 이렇게 때려치우고 나와서 네르프를 때려 부수고 있었어야할 사람이죠. 원작에서 애매하게 치여서 고생하다 세상 하직한 것보단 나은 모습이라고 생각했구요. 리츠코도 마찬가지. 비중은 참으로 초라해졌지만 그래도 어린 시절 상처 때문에 변태 아저씨에 목 매달다가 인생 마감하는 오리지널보단 이 쪽이 훨씬 낫잖아요. (근데 전 아무리 봐도 이 분은 나디아의 엘렉트라 캐릭터의 재탕 같단 말입니다. 결말은 다르지만.) 아스카야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빠가 신지조차도 '파'의 마지막 모습은 꽤 감동적이었잖아요. 감독의 사악한 의도로 그 멋진 모습의 결과는 처참했지만;;


 그래서 전 여전히 믿습니다. 신극장판의 결말은 오리지널보다 희망적일 거에요.


- 나디아의 향기가 물씬 풍긴다는 얘기가 많던데 저도 역시 그렇게 느꼈습니다. 뉴 노틸러스를 떠올릴 수밖에 없는 분더의 대 활약이라든가. 갑판 승무원들의 구성이라든가. 성격 변한 함장님이나 그 옆의 냉정한 부함장이라든가 뭐 등등등. 그리고 아주 옛날부터 '난 가이낙스 애니는 그냥 나디아가 짱이라능!'을 외쳐왔던 사람으로서 아주 반갑고 정겹고 감동적이고 뭐 그랬네요. 허허.





- 상영관을 나오면서 '이번 편이 최대 흥행을 기록한 건 다 부녀자들 때문이다!!!!!' 라고 외쳤습니다. 아니 뭐 이건 너무 노골적이잖아요; 몇 번이고 볼이 빨개지던 신지군... orz 그리고 주인공 신지군의 작화가 흔들려도 끝까지 꿋꿋하게 퀄리티를 유지하던 카오루의 고귀한 비주얼. 뭐 카오루군 캐릭터 멋지고 다 좋았는데 너무 노골적인 노림수 때문에 자꾸 웃음이 나오는 부작용이 있었습니다. 가족분 말씀대로 이런 건 적당히 상상에 맡겨줘야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는 건데 말이죠.



(그런 표정을 아스카에게 지었음 지구가 구원받았을 거다 이 자식아.)


- 무엇을 기대하든 그 이상의 충격과 공포를 맛 보게 될 것이다... 라는 먼저 본 사람들의 평가를 지나치게 의식했던 건지. 생각보다 그렇게 폭주해서 막 나간다는 느낌은 없었습니다. 애초에 '파'에서부터 원작과는 아주 다르게 전개될 거라는 건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기도 하고. 또 제가 원작의 설정을 재밌다고는 생각해도 거기에 애정까지 갖고 있진 않았기 때문에 그냥 편하게 보게 되었던 면도 있구요. 게다가 카오루가 '모든 걸 되돌릴 방법도 있다'라고 다정하게 말 해 주잖아요. 다 되돌릴 수 있다는 데 인류가 멸종을 하든 사도 백만대군이 쳐들어오든 뭐... (지나치게 낙관적인가요;;)

 그리고 뭣보다 위에서도 적었듯이 바뀐 내용들 중에 맘에 드는 게 많았어요. 분더의 액션이라든가, 네르프를 때려 부수는 미사토라든가 뭐 그런 것들.


- 그리고 액션씬들. 전작들에 비해 분량은 좀 줄어든 듯한 느낌이긴 했는데, 씬들 하나하나는 여전히 참 잘 연출했다 싶었습니다. 정말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대 로봇물스럽게 잘 연출했다... 라는 느낌. 

 다만 사도의 디자인들이 가면 갈 수록 난해해져서 뭐가 어떻게 되는 건지 알아보기 힘든 장면들이 좀 있어서 그건 아쉽더라구요. 원작의 알기 쉽게 생긴 놈들이 살짝 그리웠습니다;


- 근데 사실 좀 아쉬웠던 부분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위에서도 적었듯이 카오루와 신지가 교감을 나누는 장면은 동인스런 느낌을 좀 빼줬음 훨씬 좋았을 것 같았구요. 또 그냥 분량 자체가 그 정도로 많을 필요가 있었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전개가 좀 쳐진다는 느낌이 있었어요. 템포 조절을 넘어서 살짝 늘어지는 듯 했거든요. 그래도 서드 임팩트 후의 세계를 보여주는 장면은 꽤 괜찮았지만.

 덧붙여서 '도대체 저놈의 세계는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거야?'라는 생각이 끊임 없이 들었다는 것도 개인적으론 좀 난감한 부분이었구요. 네르프 본부엔 카오루, 레이, 겐도, 후유츠키만 살고 있는 것 같은데 다들 의식주는 어떻게 해결하며 새로운 에바는 어떻게 건조한 건지. 빌레의 멤버들은 어떻게 끌어 모았으며 그 거대한 분더는 어떻게 건조해서 날릴 수 있었던 건지 등등등등. 뭐 그런 부분에 분량 할애하기가 힘들긴 했겠고 또 설정으로 분명 커버를 하겠지만 작품 내에서 설명이 전무하니 꼭 '20세기 소년' 막판 전개를 보는 기분이었달까요. '그냥 이렇게 되었는데 구따라리 스따라라로 다 해결했지 뭐ㅋ' 같은...;


- 하지만 결국 마지막편까지 보고 나야 제대로 얘기가 가능할 것 같아서, 그리고 제가 워낙 설정에 무지해서 진지한 얘긴 그만두고 그냥 잡담들만 몇 개 더 늘어놓자면.


 1) 막판의 서비스, 서비스~ 부분에서 미사토 목소리가 가라앉은 톤으로 들리지 않았던가요? 캐릭터 상황에 맞춰 연기했구나... 라고 생각했었습니다.

 2) 시작 부분 마리의 노래 서비스. 그렇죠. 사카모토 마야를 성우로 불러다 놓고 노래 안 시키면 섭하겠죠. ㅋ

 3) 예나 지금이나 에바의 가장 큰 교훈은 '대화의 중요성'이라고 생각합니다. 미사토도 리츠코도 아스카도 겐도도, 심지어 대화를 강조하던 카오루도 도대체 신지에게 무슨 얘길 제대로 들려주질 않아요. 가족간에, 동료간에 충분한 대화만 있었다면 이런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4) 그래서 답답한 가운데 유일한 빛과 희망은 아스카였습니다. 원래 별로 안 좋아했었는데 신극장판에선 회를 거듭할 수록 아스카가 좋아지네요. 하하.

 5) 그리고 신지 너. 어렵고 힘든 건 알겠지만 남의 말 좀 들어... 다른 사람도 아니고 카오루가 뽑지 말라면 뽑지 말라고!!! ;ㅁ;

 6) 호기심에 인터넷 사전을 뒤져보니 빌레는 '의지', 분더는 '기적'이라는 뜻이더군요. 

 7) 후유츠키가 보여주는 신지 어머니 사진에서 옆에 있던 건 아스카 어머니였나요? 아스카 닮은 아줌마가 보였는데. 아니 마리를 닮았던가. 벌써 기억이... -_-


(웹을 뒤져서 찾아낸 이미지)


 8) 막판의 액션에서 2호기의 추가 배터리는 어떻게 쓰는 걸까요? 보니까 몸에 꽂고 움직이는 건 아닌 것 같던데. 추가 충전용 배터리였던 건가(...)

 9) 마리는 뭔가 대단한 역할을 할 캐릭터로 주목받다가 그냥 쩌리가 되어가는 것 같아 애잔하더군요. 존재감 좀 살려보려고 중간중간 '훗. 그런 건가!'라는 식으로 아는 척, 잘난 척을 하는데 이러나 저러나 줄거리상 아직까진 거의 필요가 없는 캐릭터라서.

 10) 2호기가 또 박살났어요. 흑흑흑. 왜 자꾸 아스카한테만 이래요. ㅠㅜ

 11) 근데 놀랍게도(?)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그냥 나가는 관객들이 적지 않게 있었습니다. 서비스, 서비스~ 도 안 보고!!! 말도 안 돼!!!!!!!!!!! <-

 12) 마지막으로



 이 것 정돈 먹어줘야 어디가서 에바Q 봤다고 자랑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하하하.

 당연히(?) 버리지 않고 집에 들고 왔습니다. 제 앞에서 나가던 여덕분들도 그러시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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