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대화를 하다보면 황당하게 만드는 분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이런 분들.


"세상 모두가 예스라고 말해도 난 노라고 하겠다"의 다양한 버전인 것 같은데 이런 상황이었어요. 독실한 개신교신자와 독실한 새누리당 정책 지지자들이 "동성애자는 병이다!! 고쳐야 한다!!! 꼴페미들은 남자를 이용하는 쓰레기다!!!!"라는 헛소리를 줄줄줄 늘어놓았습니다. 저 소리를 듣고 빡친 사람들이 트랙백과 리플이 쓰나미처럼 몰려왔죠, 당연히. 답변이라고 더 저질스런 글들을 날리는데 쌍욕이 라임을 타고 나오게 하는 수준이었으니까요. 과거 포스팅을 찾아봤더니 전형적인 아저.씨 꼰대 드립이 넘쳐났으니까요. 옛날옛날에 이글루스를 시끄럽게 했던 "한국 된장녀보다 화대 안받는 착한 베트남 창녀가 있던 착한 베트남 여자랑 살고 싶다"수준의 헛소리들로 가득했습니다. 그래요, 그 조그만 블로그 사이트에 저격글이 넘쳐났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아무리 잘못했어도 쌍욕하는 니들이 더 나쁜 놈이예요, 착한척 하는 좌파들이 더 음험하다" 요런 글을 쓰면 당황스럽잖습니까. 그래서 제가 말을 섞었다는 이유로 "아무리 그래도 저분들은 잘못했고 그 부분에 대한 지적 없이 비판하는 사람은 무조건 나쁜 놈들,이라고 하는 것은 오해의 소지가 있을 것 같다,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쌍욕과 함께 차단을 날리시길래 당황은 했지만 넘겼습니다. 아무리 잘못해서 욕을 쳐먹는 거라도 욕하는거 자체가 싫은 사람도 있으니까요.


몇년 후. 네, 정말 몇년 후였어요!!! 5년이 지났으니까요!!!! 갑자기 제 블로그에 댓글을 답니다. 그때 그 사람이라며 우리 친하게 지내요,라고 하는 댓글에 정말 당황했습니다!!! 이 사람 나 안보기로 한거 아니었어!!!! 부터 내 블로그 주소 어떻게 안거야!!!까지. 그냥 모른 척 했어요. 얽히고 싶지 않았거든요. 아니 진보 좌파이고 개방적이기 때문에 야오이를 봤는데 야오이는 다 쓰레기고 교복입은 여고생이 꼴려요,라는 분이랑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말을 섞겠습니까. 


그랬더니 떠억 "내가 변태 스토커 쓰레기고 그래서 사람 때려잡고 있으면 도와주는게 정상이지 왜 안 도와줬냐" "내가 너랑 친하게 지내고 싶어서 말은 걸었지만 그때 너 역겨웠다" "내가 병신인 것은 다 너를 만나서이다"라는 반응이.... 아, 엄뉘..... 저 이사람 두 번 만났슈. 그것도 열댓명 모이는 번개자리였음매.





.......


아마 이런 분들은 어떤 버튼이 있는 것 같아요. 다른 이야기 다른 논리인데도 자신의 버튼이 눌리는 순간 반응합니다. 왜냐면 그 사람들에게는 심각하고 중요한 버튼이니까요. 그들의 열등감을 자극하는 버튼이 스쳐지나가기만 해도 과격하게 반응합니다. 자신은 그 주제로 오랫동안 고민했지만 세상 사람들이 알지 못하니까요. 그런데 논의 주제는 그것이 아니예요. 전혀 다른 것입니다. 이런 느낌이예요. 롤리타에서 "험버트는 페도필리아에 미성년자 강간을 한 나쁜 놈이다!!!!! 험버트는 개ㅅㄲ다!!!!!"라는 얘기를 하고 있는데 "왜 진실한 사랑을 몰라주냐, 니들이 몰라서 그런거다! 사랑에 나이나 관계가 장애가 되어서는 안되지 않냐! 왜 타인의 진심을 사랑을 함부로 말하냐!"라는 반응을 보이는 것과 비슷하니다. 그런 말에 어떻게 답해야 할까요. "험버트가 스스로를 미화해서 그런거다. 정말 사랑한다면 그래선 안된다"부터 "거 쫘식, 눈이 거꾸로 달렸나 책을 어떻게 읽은거래"라는 반응 사이에서 골라잡을 수 있죠.


이건 서로 대화가 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버튼이 눌려진 사람들로서는 미치고 팔짝 뛸 지경이죠. 자기 말에 진지하게 반응하는 사람은 핀트가 안맞고 비아냥은 사무칩니다. 비아냥 대는 사람도 "설마 얘가 진심으로 이런 말을 하는 건 아닐꺼야"라는 미약한 희망을 가지고 비아냥 거립니다. 진지하게 대답하다가도 버튼이 눌려진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 비아냥외의 선택지가 줄어듭니다.


이런 버튼을 가진 분들은 예민합니다. 예민하기에 버튼이 만들어졌죠. 상처를 지키기 위한 과잉반응일 수도 있고 과거의 기억일 수도 있습니다. 지워지지 않기 때문에 그 버튼이 만들어졌습니다. 문제는 버튼만 건드려지면 버튼 외에는 아무것도 안보인다는 겁니다. 그 말이 아닌데. 지금 그 얘길 하는게 아닌데. 결정적으로 사실 버튼이 만들어 졌던 계기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다른 얘긴데. 그래서 우리가 온라인에서 만나는 "말하는 벽"이 탄생됩니다.


말하는 벽들은 고장난 함수와 같아 뭘 던져도 같은 답이 나옵니다. 대답이 수렴되는 거죠. 뭘 던지건 "빨갱이" "좌빨" "된장녀" "ㅄㅇㅊ"이 나오는 뉴스 댓글처럼요. 뭘 던지건 자신만의 함수를 거쳐 같은 답이 나옵니다.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버튼이 눌려진 그는 말하는 벽이 되어 자신이 보고싶은 것만 봅니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이 말하는 벽들은 빈정거리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키지요....그래서 가끔 말하는 벽들이 나오면 댓글에 염도가 올라가는 겁니다.


버튼이 눌려진 말하는 벽은 심각합니다. 그래서 더 과격하게 반응하고 더 어깃장을 부립니다. 그리곤 정신승리 루트를 선택합니다.-_-; 니넨 논리가 없어서 안된다, 비꼬는 것밖에 못하냐, 비꼬는 것도 내가 더 잘한다, 내가 너희를 상대해 준거다, 내가 너희를 가지고 놀기 위해서 이때까지 답한거다. 이런 반응들. 핫핫핫.


버튼이 눌려진 말하는 벽들은 사실 예민합니다. 그래서 상대의 말에 더 반응을 하는거죠. 하지만 아무리 예민한 그들이라 할지라도 버튼이 눌려져 벽이 된 이상 눈치가 없어집니다. 사실 눈에 뵈는게 없어지는거죠. 이런 분들은 어떤 의미에선 격리가 필요합니다. 버튼이 눌려지지 않도록 해당 주제에서 격리되어야 합니다. 사실 버튼이 눌려지기 전까지는 꽤 괜찮은 사람이거든요. 그런데 열정적이고 리액션이 많은 벽은....모르겠습니다. 애정과 관심이 필요할까요.




사실 이 쓸데없는 글을 쓴 이유는....한가합니다. 회사에서 할 일이 없어요. 한달 뒤엔 일이 물밀듯 밀려올 것이 예상되지만 지금은 한가합니다. 놀아주십셔.T^T


봄에 어울리는 노래입니다. OK Go의 노래중 가장 많은 비용을 투자해서 찍은 뮤직비디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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