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잡담...(이런저런 중독)

2019.05.24 05:51

안유미 조회 수:521


 #.요전에 갑자기 어머니가 말하셨어요. '야. 게임중독이란 거, 쟤네들 돈이 없어서 저거 하는 거 아니냐?'라고요. 그 말을 들으며 '이건 마치 내가 할 법한 말 아닌가?'라고 생각했지만 내색하지 않고 대답했어요. '뭐 그렇겠죠. 게임은 접근성도 좋고 값도 싸니까요. 돈이 많았다면 게임중독자들도 휘황찬란한 곳에 가서 사람들이랑 놀겠죠.'정도로 대답했어요. 물론 무언가에 중독된다는 게 이렇게 한마디로 퉁칠 수 있는 건 아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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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게임중독이라는 것이 과연 있을까요? 있을 수도 있겠죠.  


 한데 무언가에 중독된다는 게 단순히 그것에 의존하거나 즐거움을 얻기 때문만은 아니예요. 인간에게는 본인만의 가오나 스웩이 필요하잖아요? 그리고 자신이 시간이나 공을 많이 들인 분야가 그것일 수도 있죠. 


 예를 들어서 당신이 10000시간 정도 플레이한 MMORPG가 있다거나...오랫동안 플레이해서 나름 상위권의 랭커가 된 AOS게임이 있다면? 그게 나름대로 당신에게 상징성이 되어주는 건데 놔버리기 쉽지 않겠죠. 문제는 그 정도 수준의 플레이어가 되면 그 수준을 유지하는 데만도 하루에 여러 시간을 투자해야 하거든요. 그게 남들이 보기에 게임중독처럼 보이겠죠. 그리고 마치 마녀사냥하듯이 게임중독자라고 몰아세우겠죠.



 2.아니 이건 너무 시시콜콜한 분석이고, 나는 게임중독은 굳이 질병 딱지를 붙일 필요까지는 없다고 생각해요. 왜냐면 위에 썼듯이 게임은 분명하게 상위 티어의 쾌락이 존재한단 말이예요. 그게 게임보다 훨씬 더 불건전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게임을 잊게 만들 정도의 즐거움...대체재는 분명 존재한단 말이죠. 그래서 게임 중독이라는 개념을 굳이 진지하게 연구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3.그렇기 때문에 나는 도박 중독이나 마약 중독, 스릴 중독 정도가 진정한 중독에 속한다고 생각해요. 그보다 더 낫다고 여겨지는 어떤 대체재를 제시해 줘도, 절대로 중독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는 수준의 중독들 말이죠. 말 그대로 죽어야만 끊을 수 있는 중독들이요.



 4.휴.



 5.뭐 마약 중독이나 스릴 중독은 '그게 없으면 안 되는'상태로 뇌가 변형되어버린 것이기 때문에 이미 되돌릴 길이 없지만 도박은 어떨까요? 뭐 이런저런 연구결과를 보면 도박중독자는 뇌파가 일반인에 비해 이상하다던가...하는 말이 있긴 하지만 어쨌든 도박에 빠져드는 사람들은 생각을 좀 바꿔야 해요. 왜냐면 그들이 생각하는 도박비...돈을 불리기 위한 종잣돈은 사실 '도박비'가 아니거든요. 도박장에서 다 쓰고 나가야 하는 '게임비'란 말이예요.


 이런 사람들 있잖아요. 강원랜드에서 VIP룸에 가서 2시간동안 1억원을 쓰고 가는 사람이나 외국 카지노에서 며칠동안 10억원단위의 돈을 쓰고 가는 사람들이요. 돈많은 갑부들 말이죠. 그들은 거기서 잃은 돈을 잃었다고 생각하지 않고 썼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들의 입장에서 큰 타격이 아닌 돈을 말이죠.


 도박장은 예를 들면 테마파크 같은 곳이예요. 테마파크에서 놀려면 돈을 지불해야 하듯이, 카지노에 들고 간 돈은 카지노에서 놀기 위해 지불하는 게임비란 말이죠. 한데 그 돈을 게임비로 썼다고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잃었다'라고 생각하는 순간...그는 막장으로 가는 거죠. 있는 돈 없는 돈 다 끌어와서 돈을 되찾겠다고 덤벼드는 사람이 카지노를 상대로 이길 리가 없잖아요? 


 정말 돈을 되찾고 싶다면? 있는 돈 없는 돈 다 끌어올 돈이라도 있을 때 카지노를 나가서 차라리 주식을 사는 게 나을거예요.



 6.그야 이렇게 지껄이고 있는 나도 그런 상황에 맞닥뜨리면 어찌될 지 모르지만요. 저렇게 '사고방식을 바꿔서 도박중독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말은 너무 쉬운 소리긴 해요. 이미 몇억을 꼴아박아버린 사람이 저런 말을 들어봐야 '아 그렇구나. 내가 꼴아박은 몇억은 그냥 게임을 즐기기 위해 지불한 게임비였구나.'라고 납득할 리가 없으니까요.


 

 7.생각해 보면 그래요. 도박장에서 5억을 잃은 사람에게 한 자선가가 와서 2억원을 주며 'XX주식을 사게. 다음달까지 세배는 오를거야. 그걸로 잃은 돈을 만회하라고.'라고 말해봐야 그가 도박장을 나가서 주식을 사겠어요? 그 2억원을 다시 꼴아박겠죠.


 사실 그래요. 돈을 다시 회수하는 것만이 목적이라면 어떻게든 그 돈을 높은 확률로 되돌릴 방법은 꽤 있어요. 하지만 왜 도박중독자들은 이기기도 힘든 도박으로 그걸 만회하려고 하는 걸까요? '이 돈만 되찾으면 다시는 도박 안할거야.'라면서요.


 어쩌면 도박 중독이란 건 돈을 회수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자신의 잘못을 되돌리고 바로잡아보고 싶은 마음에서 출발하는 건지도 모르죠. 자신을 엿먹인, 도박이라는 악마에게 한방 먹여주지 않고는 도저히 그만둘 수가 없다...라는 악바리 근성이 발동해서요. 



 8.사랑과도 비슷한 거 같아요. 괜히 헤어진 여자에게 새벽 3시반에 카톡을 보낸다던가...하는 거,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매우 병신같아 보이겠지만 당사자는 진지하거든요. 왜냐면 약간 미쳐있는 상태니까요. 자신이 하기에 따라 이것을 되돌리고 만회할 수 있을거라고 믿는 정신상태니까요. 하지만 현실은 아닌 거죠.


 어쨌든 그래요. 도박이라는 절대 이길 수 없는 악마는 아예 처음부터 상대하지 않는 편이 낫다고요. 만약 정신차려보니 당신이 악마에게 이미 진 상태라면, 그 돈은 잊어야 하는 거죠. 그냥 악마를 대면하는 데 지불한 면접비라고 생각하고 그 자리를 떠나는 편이 나아요. 그 자리를 떠날 수 없는 돈이 되어버리기 전에 말이죠.


 각자가 금액은 다르겠지만, 그래도 일반적인 기준으로 생각해 보면 그렇잖아요? 500만원을 잃은 상태면 당신은 당신의 원래 인생으로 충분히 돌아갈 수 있어요. 3000만원을 잃어도 아직은 당신의 원래 인생으로 돌아갈 수 있고요.


 그러나 그 금액이 3억이 된다거나 5억이 된다면? 아파트 전세값이나 평생 모아온 사업 자금이 된다면? 솔직이 그 정도까지 잃어버리면 옆에서 '이제 그만 돌아가.'라는 말조차 건넬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린 거예요. 왜냐면 일반적으로 그 정도의 돈을 잃어버리면 돌아갈 인생 자체가 없어져버리니까요. 


 그때부터는 그 사람은 연옥에서 떠도는 사람이 되어버리는 거죠. 원래 인생으로 돌아가지도 못하고, 카지노에 놀러온 사람으로 있지도 못하는 상태가 되니까요. 카지노라는 곳은 누군가에게는 휴양지지만 누군가에게는 연옥인 곳이거든요. 카지노 근처의 모텔에서 먹고 자고 근근히 뽀찌 받아가면서 살아가는 사람이 되어버리는 거예요. 그렇게 끔찍하게 될 필요는 없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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