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주면 3월, 정치와 선거의 해가 '발단'을 지나서 '전개'로 가고 있습니다.

이재오 공천을 두고 새누리당 비대위와 공심위가 충돌하고 있다고 하고, 민주당 공천은 과연 도로 민주당이 아닌 혁통 세력이 얼마나 전진 할 수 있을지,

진보통합당은 허우적거릴수록 빠져들 진창에서 어떤 지혜로 빠져나올 수 있을지에 대해서 흥미진진하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한달쯤 전에 마르세리안님이 쓰신 글을 매우 인상적으로 읽으면서 동의했었습니다. http://djuna.cine21.com/xe/board/3532991

위 글에서 여러번 강조 되는 부분이고, 구 듀게 시절 제가 정치글을 쓰면서 자주 강조했던 부분이기도 합니다만 정치인에 지지를 보내는 행위,

특히 선거에서 '개인'에 해당하는 정치인을 선출하는 행위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봐야할 지점은 그 정치인을 둘러싸고 있는 '토대'라고 생각합니다.

 

김대중과 노무현의 시대를 가르는 특징중에 하나는, 군사독재 시절의 '절대왕정'이 YS정부와 DJ정부의 '귀족정'시대를 지나서,

노무현과 이명박의 시대에 이르러 '호족정치'내지 '부족정치'가 되어간다고 생각합니다. 나꼼수를 들으면 가카가 모든 악의 근원인거 같지만,

'저공비행'에서 유시민과 노회찬이 잘 지적해듯이 '가카'는 재벌과 토건족의 '바지사장'일지도 모릅니다. 마치 가카가 '현대건설 회장'이란 이름을

달고 있을 시절이라도, 결국 정주영에게는 '머슴'일 뿐이었던 것처럼 말이죠. 노무현은 386으로 상징되는 정치 세력을 뒤에 엎고 있었지만,

그들을 강력하게 통제하는 리더라기보다는, 그 세력들을 대표하는 군주였고 그렇기에 386 개혁정치의 한계가 참여정부의 한계로 다가왔듯이요.

 

 

정치권에는 '이데올로그'들이 있습니다. 평소에 잠잠하다가도 그들의 이름이 언론에 자주 언급되고, 그들의 주장이 빈번하게 노출되는 시기는

선거철입니다. 대중들이 듣기에 인지도가 시망인 윤여준이나 박세일이 신당이나 지지를 언급할때 의미있게 다뤄지는 것도 이런 맥락입니다.

'철인군주'가 아닌 정치인은 결국 자기 세력이 표방하는 이념과 이론의 틀을 제공할 이데올로그가 필요하고, 이들은 자신이 꿈꾸는 정치를 현실 세계에서

'정책'으로 바꿔서 실현시킬 리더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올해의 총선과 대선에서 '보수'라는 정치적 가치의 이론을 세울 박세일이나 윤여준보다

저는 '경제 민주화'라는 이론으로 한판 크게 붙을 김종인과 유종일을 훨씬 주목해야할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종인]

 

잘 알려져 있듯이 재벌개혁론자 김종인은 정권을 가리지 않았습니다. 민정당과 민자당에도 참여했고, 민주당에서도 국회의원을 했습니다.

공공의 영역이 재벌이라는 시장을 강력하게 규제해야한다는 그의 이론은, 내재적으로 강력한 국가 내지 공공영역의 필요성을 품고 있고,

그걸 실현해줄 힘이 있는 정권이라면 그 기원을 가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김영삼의 민자당 시절을 지나서 십여년만에 한나라당 세력의

이데올로그가 되려는 김종인의 이번 도전은 꽤나 주목해볼만 합니다. 

 

독재정권이었지만, 결국 강력한 국가를 동원한 계획경제 모델을 실현하던 이전과 달리, YS정부와 민주정부 10년을 지나면서

현재의 새누리당 세력의 이데올로그는 1. 자유방임 시장경제 (박근혜) 이거나, 2. 엉터리 국가주도 경제 (이명박)입니다. 

전자를 대표하는 이데올로그가 이한구 의원이라면, 후자는...이데올로그가 없어서 그모양이겠죠;;;

박형준 같은 사람들이 아무리 친서민이다, 중도실용이다 치덕치적 화장을 해놔도, 까발려 보면 결국 강만수나 백용호 같은 사람들의

이데올로그라고 하기도 민망한 시장중심도 아닌 국가중심도 아닌 이상한 경제 정책..정책이라고 하기도 민망한 수준의 주먹구구 뿐입니다.

 

최근 여러 언론들에서 인터뷰한 김종인을 보면, 김종인은 새누리당의 이념과 정책에 동의하고 있는게 아니라, 새누리당에 투신하여 그들을

자신의 이데올로기를 실현시켜줄 수 있게 바꿔보겠다는 도전을 하고 있다는 점이 드러납니다. 그게 가능하다고 보는 것은, 리더인 박근혜가

그걸 실현할만한 정치력과 신뢰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구요. (문득 본인이 진보적이라고 주장하면서도 박근혜를 지지하다가 사라진 듀게의

어떤 분이 떠오르기도 하는군요.)

 

과연 김종인의 도전이 성공할까요? 저는 실패할꺼라고 봅니다.

김종인이 강조하는 바와 같이 시대정신이 경제민주화이고, 이를 받아들이는게 숙명이라지만, 새누리당의 주류 세력들은 그걸 받아들여서

자신의 몸을 움직이기에 너무 덩치가 큽니다. 조직이 크다는 얘기도 되지만, 그들에게 덕지덕지 붙어있는 이권들이 너무 많습니다.

재벌과 이익과 한몸이 되어 움직이기도 하고, 재벌의 물적토대 위에서 정치활동을 하는 정치인들에게 스스로의 기반을 부수라는 주장이

얼마나 먹혀들지 두고볼입니다.

 

 

[유종일]

 

김종인에 비해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유종일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그에 못지 않은 경제민주화의 이데올로그입니다.

DJ정부와 참여정부의 경제정책이 경제민주화의 방향은 커녕, 신자유주의를 적극적으로 달려들어 수용을 하고, 양극화를 심화시킨 것은

유종일에게는 큰 상처이자 실패입니다. 유종일, 이정우와 같은 이데올로그가 변양균, 김진표 같은 모피아 세력으로 대치되면서

참여정부가 추진한건 FTA가 되고야 말았습니다. 유종일에게는 김종인이 헌법 119조 2항이란 굵은 기록을 새긴 것과 같은 업적이 없습니다.

 

게다가 민주통합당의 주류가 유종일이 제시하는 경제민주화에 적극적으로 동의하도록 끌어내는 것은, 김종인의 도전 못지 않게 어려운

유종일의 도전입니다.  김종인보다 쉬워보이는 문제라고 생각할 수 도 있지만, 어찌보면 강력한 리더인 박근혜 설득이 차지하는 비중에 비해서,

유종일은 문재인을 설득해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안철수는 더더욱이 애매합니다. 얼마전에 유종일이 전주 덕진구에서 총선 출마

선언을 했습니다. 매 선거때마다 전국 최다득표를 기록하는 정동영의 지역구이기도 하고, 유종일의 친형이 전북도지사를 지내서 지역정계에서

영향력이 있는 유종근인 점 등을 고려할때, 어렵지 않게 당선되리라고 봅니다만, 그가 대선에 대비해서 이론을 만들고, 이를 설득시키는 작업에

집중하기 보다, 직접 여의도 국회에 나서는게 민주당에 얼마나 유용한 전략일지에 대해서는 갸우뚱 합니다. 

 

마침 지난주 한겨레21에 김종인과 유종일 인터뷰가 실려서 재밌게 읽은 김에 생각나는 바 주저리 주저리 해봤습니다.

총론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1&oid=036&aid=0000026381

김종인 인터뷰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1&oid=036&aid=0000026382

유종일 인터뷰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1&oid=036&aid=0000026386

 

올해 두번의 중요한 선거에서 바꿔야 하는 보다 중요한 것은, 청와대의 주인이나 국회의 색깔보다도

과연 우리가 '시장으로 이미 넘어간 권력'을 통제할 수 있는 공공성을 되찾을 수 있을지...라고 생각합니다.

민주당은 할수 있고, 새누리당은 할수 없고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의지는 충만하지만 현실적인 힘이 있는지 갸우뚱한

통합진보당은 안타깝고, 그부분(힘)이 시망인 진보신당은 미안하고, 그런거 생각도 안하는 자유선진당은 언급할 필요가 있나 싶고.

 

공공의 영역에서 게속해서 논의되고 관심을 가져야하지만, 어렵고 재미없어서 눈이 가지 않은 영역이기도 합니다.

그나마 선거라는 정국에서 바짝이라도 논의되길 기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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