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자별은 안 보지만 관심을 갖고 심심풀이로 제 글을 읽는 분들도 있는 것 같아서 간단히 요약하자면.

 전 회의 마지막 장면. 민혁이 진아 앞에 나타나서 '준혁인 안 와' 라고 말해주던 장면부터 시작합니다. 준혁이 준혁이 아니었으며 이러저러해서 떠나게 되었다... 라는 설명. 진아도 노씨 가족도 충격과 비탄에 휩싸인 가운데 보영이 준혁의 물건들을 바리바리 싸들고 병원에 DNA 검사를 의뢰하는데... 결과는 불일치;;;

 '유전자 검사가 준혁을 아들로 확인했고 유전자 검사가 아들이 아니라는 걸 확인했고 과학이란 이렇듯 믿을 수 없고 불확실하지만 그래도 인간이 의지할 것은 과학 밖에...' 나진아의 대충 이런 내용의 나레이션과 함께 지구로 낙하하던 감자별QR3는 지구에서 발사한 핵미사일에 의해 박살나서 깔끔하게 사라집니다. 최종화 시작 5분만에!! 그토록 허망하게!!! 어설픈 CG만 남기고!!! 수고했어요 감자별!!!!! (ㅋㅋㅋ)

 암튼 준혁은 아마도 암쏘쏘리벗알라뷰 정도의 내용이 적혀 있을 편지들을 식구들과 진아에게 남긴 채 사라졌고. 한참 후에 진아가 가 보고 싶다고 했던 과테말라 아티틀란 호수에서 편지를 한 통 보냅니다. 이걸로 준혁은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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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데라네요)

 

 그 후 대략 1년이 흘렀고. 콩콩은 잘 먹고 잘 살면서 민혁의 비행체 프로젝트를 진행 중. 노씨 가족들은 준혁에 대한 그리움을 품고 살구요. 장율은 음원 차트 50위까지 올랐던 119화의 그 노래 덕에 라디오 스타 게스트로 섭외가 되는군요. 도상-보영은 아기를 낳은 후론 그냥 예전과 똑같은 관계로 돌아가서 대충 피곤하고 서럽지만 그럭저럭 단란하게 사는 듯 합니다. 노송은 길선자를 찾아와 김치찌개를 청하며 사랑을 고백하고 길선자는 '다음 생에 만나면 그 땐 연애 한 번 해요' 라는 말로 송을 달래서 보냅니다. 진아의 생일이 되어 민혁은 생일 축하 핑계로 데이트를 청하고. 그럭저럭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헤어지는 길에 민혁이 매우 애매하게(라기 보단 아주 소심하게 뺑뺑 돌려서) 작업을 걸고, 진아는 매우 애매하게 대답해 넘기죠. 그리고 길이 어두우니 함께 가 주겠다는 민혁에게 '이젠 어둠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라고 답하면서 마무리. 

 마지막은 다시 1년 전, 그러니까 현재로 플래시 백입니다. 준혁을 잃고 폐인처럼 살던 진아가 버스에서 궁상을 떨다 예전에 살던 동네 근처에서 홍버그가 깔아줬던 앱이 반응하는 걸 보고 헐레벌떡 뛰어 내려 예전 홍버그가 살던 집으로 향합니다. 만나지는 못 하지만 문득 그 다음 날이 홍버그=준혁=혜성의 원래 생일이라는 걸 깨닫고. 다음 날 투썸 플레이스 케이크를 들고 그의 집에 우두커니 앉아 해가 지도록 기다리고 밤이 깊도록 또 기다립니다. 그렇게 오지 않는 혜성을 기다리며 어두운 밤길을 바라보며 '그 날 이후로 난 어둠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는 나레이션과 함께 최종회가 막을 내립니다.



 - 김병욱의 재주 아닌 재주 하나가 무엇인고 하니, 자기 스타일 뻔히 아는 사람들이 자기 작품을 보면서 자기 스타일이 아닌 다른 결말을 바라게 만든다는 겁니다. orz 

 생각해보면 오늘 결말은 이전부터 여러번 경험했던 김병욱 스타일의 결말로서 아주 멀쩡한 마무리였죠. '이대로 시간이...' 의 임팩트가 워낙 커서 그렇지 이 양반이 마지막회에서 갑자기 무리수를 던지거나 했던 적은 거의 없어요. 사람이 기본적으로 염세적이고 싸늘한 성향이다 보니 웃고 즐기던 시트콤 막판이 갑자기 쌰~ 해져서 좀 그랬을 뿐. 그러니 감자별 낙하라든가 막판 급전개로 에브리바디 해피 엔딩이라든가 이런 건 애초에 보게 될 일이 없는 결말이었던 겁니다. 바란 제가 잘못. ㅠㅜ

 암튼 결말을 보고 나서 생각해 보니 아마도 막판의 느릿느릿 태평스런 전개도 처음부터 계산된 그대로 흘러갔던 거구나 싶네요. 뭐가 딱히 마무리되고 정리될 것 없이 그냥 삶이란 건 그냥 흘러가는 거다. 그냥 막 가는 거다. 뭐 이런 느낌이랄까요(?)


 외출 나갔다 들어오셔서 이제 다시 보기 보고 계신 가족분 때문에 본의 아니게 최종회를 두 번째 보고 있는데. 결말을 다 알고 모든 예상과 기대를 버리고 두 번째 보니 처음 봤을 때의 허망함보단 주인공들의 애잔함, 쓸쓸함,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살아가네요. 열심히.' 라는 느낌이 더 잘 와닿습니다. 나쁜 결말은 아닌 것 같아요. 이 정도면 김병욱 취향 내에서 굉장히 낭만적이고 따뜻한 결말이기도 하구요. 적어도 '짧은 다리의 역습'의 난감했던 결말에 비하면 훨씬 나아 보이기도 합니다.



 -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화는 나는 게.

 벌써 수십번 한 얘기지만 마지막 회 글이라 그냥 한 번 더 반복하겠습니다(...)

 준혁과 진아 이야기가 너무 약했다구요. orz 

 연애는 한참 늦게 하더라도 그 전에 둘이 투닥거리며 쌓아가는 에피소드들이 재미도 있고 감동도 있고 했음 오늘 마지막회가 정말 찡하게 와닿았을 것 같은데 그러질 못 했다는 게 정말 너무 아쉽습니다. 막판에 작가진이 과몰입한 듯 보였던(...) 민혁의 경우엔 그래도 그 감정이 잘 표현되어서 그런지 오늘 이야길 보면서도 맘 졸이는 느낌이 조금은 있었는데. 정작 시작과 마무리를 장식하는 주인공들 이야기에 몰입이 안 되었다는 거. 그게 너무, 너무, 너무 안타깝습니다. ㅠㅜ



 - 그리고 사실 가장 화가 나는 건 마지막 회에서 오이사 이사 패밀리가 아예 실종된 데다가 크레딧 올라갈 때 보여주는 인터뷰에서도 말 한 마디 없었다는 거. ㅠㅜ 박휘순 정혜성 말이라도 좀 시켜주지. 이순재 말할 때 뒤에 뻘쭘하게 서 있더만. 흑흑흑;;;



 - 암튼 끝났습니다. 하하. 참 시원섭섭하네요. 할 말은 많지만 나중에 언젠가 대충 정리해서 적어보든가 하고 오늘은 대충 마무리하렵니다.

 결과는 시원찮았지만 그래도 김병욱이 계속 시트콤을 만들 수 있길 빌고, 또 그 동안 종종 댓글 달아주시던 분들에게 감사드려요. ㅋㅋㅋ

 만드신 분들도, 보신 분들도(?) 다들 수고 많으셨습니다. 에고.



 - 마지막 덤은 마지막에 어울리게 마지막 장면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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