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아침

2015.02.16 20:04

Acloudinpants 조회 수:1588

을 상상해 보겠습니다. 밑에 다른 글을 보다가. 다른 완벽한 아침(혹은 낮, 혹은 저녁, 혹은 밤) 들도 있을까요.  




어스름한 새벽에 고양이 무게를 느끼면서 눈을 뜹니다. 아이컨택 한 번에 '그르릉 그르릉' 소리.


창문을 여니까 차갑고 신선한 공기와 밤새 따뜻해진 공기가 뒤섞이면서 상쾌한 온도를 형성합니다. 


고양이를 마저 쓰담으면서 창문 밖을 멍하니.  


밤을 같이 보낸 여자친구를 고양이처럼 깨워봅니다. 크로아상이랑 커피를 사먹으러 갈거거든요. 

 

밖은 아직 춥네요. 하지만 괜찮아요. 가슴팍에는 얌전한 고양이 난로가 있고, 

여자친구 반대편에서 바람이 불어서 그가 바람막이가 됩니다. 몰래 뿌듯한 웃음. 

(새벽부터 크로아상을 파는 빵집이 서울에 있는지 알게뭐람)  


목욕탕 앞을 지나니 특유의 냄새가 나요. 추워 그런지 목욕탕이 하울의 움직이는 성처럼 김을 내뿜어요. (좀 과장해서) 


크로아상 셋과 커피 둘. 매일 가는 빵집이지만 주인 아저씨는 한 번도 아는 척 한 적이 없어요. 항상 같은 걸 먹어도 처음 시키는 것처럼 주문받죠.  


테라스는 춥다며 투덜거리는 여자친구에게 고양이 난로를 양보하고 테라스에 앉아서 커피와 말랑한 빵을 먹어요. 어차피 뭘 먹는데 무릎 위 고양이는 번거로웠을텐데 

잘됐습니다.  


선재에 가서 영화를 볼까. 친구들 만나서 노닥거릴까 하다가. 로또 되면 할 것들을 하나씩 이야기합니다.

 

'책장을 존나 큰걸 사서 방바닥에 쌓아 놓은 책을 다 꽂을꺼야' 

'양문형 냉장고를 사서 오늘뭐먹지? 에 나오는 음식들을 다 만들어 먹을래. 들기름도 마시고'  

'냉장고에 와인도 많이 꽂아놓자. 할인하는거 말고, 도난 금지 택 붙어있는 것들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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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가 식을 때까지 헛소리 하다가 

편의점에서 우리의 귤 한봉지와 고양이의 게맛살 하나 사서 집에 들어가기로 합니다. 혈기왕성한 나이이니까요. 로또는 까먹고 사질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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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은 2호선 강남행 지하철 안에서 인파에 끼인채로 5cm 정도 붕 떠서 실려가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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