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있음] 드래곤 길들이기 2

2014.07.26 12:04

잔인한오후 조회 수:1972

제가 이 작품에서 가장 맘에 드는 부분은 [활공]의 욕구를 가득 채워준다는 점입니다. 특정한 영화를 보러갈 때, 저는 그 영화의 장르에 따른 시청각적 체험을 얼마나 할 수 있느냐에 대한 모호한 기대감을 가집니다. 그건 예상외로 전면에 드러나거나 하진 않지만, 영화를 보고 나서 충족되지 않으면 꽤 찝찝함이 남습니다. 다각적인 정보를 받아들였기 때문에 감각적인 만족감은 충족되었지만 예상과는 다르기 때문이겠죠. 어찌되었든, [드래곤 길들이기]나 [드래곤 길들이기 2]나 하늘을 난다는 것을 배터지게 차립니다. 만찬을 즐기는 가운데 작은 위를 가진 미식가는 짜증이 날수도 있겠지만, 저는 시각적인 체험의 경우엔 웬만하면 물리지 않더군요. [트랜스포머 4: 사라진 시대]를 보진 않았지만, [맨 오브 스틸]에서 너무 격투가 길지 않았느냐는 평가에 잘 즐겼다고 한 저이기 때문에 파괴 포르노라면 그 나름대로 재미있게 보지 않을까란 생각이 듭니다. 다만, 영화관에서 볼 생각은 없어요.


다시 돌아와서, 이 제작진들은 [활공]을 밋밋한 하늘을 나는 걸로만은 전혀 만족하지 않고, 그 감각을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온갖 시도를 다 합니다. 꽤나 많은 실험을 거쳐서 여러 장면들이 나왔을꺼란 생각이 들어요. 텅 빈 하늘에서의 움직임은,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일 겁니다. 뭐, 얼굴이 바람에 좀 떨리는건 보이겠습니다만. [그래비티]에서도 끊임없이, 그 속도를 비교할 대상을 두거나 배경으로 삼아 어쩌면 무감각하게 흘러갈 속도를 잘 잡아내요. [드래곤 길들이기 2]에서는 일반적으로는 구름을 이용해서, 그 이외에는 땅의 구조물과 속도를 비교할 대상들을 배치하고, 어쩔 때는 광원을 이용해서 그 상황을 잘 전달합니다. 특히 하늘에서의 크기 비교는 잘못하면 서로의 크기가 별로 차이나지 않게 보일 가능성이 있는데, (카메라가 두 물체에게 멀리 떨어져 있을 경우 비례적으로 더 큰 물체가 훨씬 작은 것처럼 보이죠.) 최대한 그런 상황을 피하고 저에게 진짜 크기에 걸맞는 모습을 보여줘 기분이 좋았습니다.


1편과 마찬가지로, 큰 맥락에서의 주제는 [소통]이죠. 타종족간의 소통, 이라고 해도 좋겠지만. 전작에서도 마찬가지였지만, 예리하게 찔러들어와 오래 기억에 남을 장면은 히컵이 드래곤들의 공포와 의심을 없애기 위해 그들에게 맞는 대화법을 제시하는 행동들입니다. 그는 생물을 연구하고 분석하면서 자료만 얻는 것이 아니라, 상호작용을 통해 상대방이 행동을 어떤 식으로 이해하는지를 파악합니다. 그리고 이번에도 짧은 시간 내에 짐승들의 흥분된 감정을 가라앉히며, 공돌이적인 공연과 함께 아름답게 다가서죠. 어머니도 어떤 식으로 체득하셨는진 모르겠지만, 타종족과의 대화를 섬세하게 하기 위해 흥미로운 도구들을 사용합니다. 심지어 드라고의 경우에도 자신 나름대로의 대화 도구들을 사용하죠.


그런 걸 느끼는 것은 - 우리의 정신을 아주 작은 단위로 쪼개었을 때, 남들과 같은 것과 다른 걸로 온전히 분류할 수가 있다고 가정하고, 그것이 다시 결합되는 과정에서 구성되는 구조가 있다고 한다면, 타종족 간에도 구성되는 과정 가운데 일치하는 구조가 있으리란 걸 유추할 수 있을 것이고, 그것이 감각으로 납득하게 되는 그 순간이란 것은 - 정말 놀라운 일입니다. 그리고 굳이 빠트릴 것 없이, 인간과 인간간의 대화도 날카롭게 뽑아내는 구석도 있죠. 스토이크와 발카의 20년만의 해후가 그런 장면중 하나입니다. 발카는 어머니로서의 책임감, 아내로서의 미안함 등의 여러 말하지 못했던 응어리들을 풀기 위해 필사적으로 더듬으며 이야기를 꺼냅니다만, 스토이크에게 보이는건 살아있는 발카 뿐이고 그것은 먼저는 행동으로 표현될 뿐입니다. 그리고 이후 춤을 추는 장면도 나쁘지 않았죠. (여기다 추가해놓자면 투슬리스의 침이 묻은 뺨에 입맞추는 아스트리드 장면도 상당히 재미있었습니다.)


그리고, 영화에서 재미난 점 중 하나는 전경과 배경이 동시에 활용된다는 겁니다. 네, 요새 3D 애니메이션에서 그런 배치를 하지 않는 영화가 거의 없겠습니다만 제가 볼 때는 이 영화가 황금비율이란 생각이 들거든요. 너무 거슬리지 않는 배경을 이용한 농담과 함께, 전경(이라고 생각됨직 한 응시점)에 주요한 것들을 잘 배치하죠. 좀 정신없을 때도 가끔 있지만, 그 때는 그리고자 하는 상황 자체가 정신이 없는 것일 가능성이 높겠죠.


불평을 좀 하자면, 전 아버지의 죽음 이후에 영화가 끝나는지 알았어요. 단락이 너무나 커서 정신 차리기 좀 힘들었죠. 전작에서는 다리를 잃은 것이 마지막 히컵의 나레이션 바로 이전에 나오고 마무리가 됩니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의 두 가지 비극 - 얼음을 뿜는 드래곤의 사망과 아버지의 죽음 - 은 영화의 끝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숨가쁘게 처리가 되버립니다. 마치 밀린 설거지 하듯 정리가 끝나고, 죽은지 얼마 되었다고 [하늘에서 네 아버지가 보고 기뻐하실거야]라는 대사가 나와버립니다. 아니, 영화에서 예의상 들어가야 할 (혹은 클리셰인) 대사이긴 하지만 체감상 10분도 안된 거 같은데 좀 그렇잖아요? 이 영화에서는 비극에서 눈을 돌리진 않습니다, 오히려 서로에게 주는 상처와 고통을 이용하는 편이긴 한데 그게 둔감하게 다뤄질수록 문제가 커지죠. "짠, 가짜 다리죠!" 정도는 낙관적인 척을 하며 상황을 수용하기 위한 말투로 납득 가능하지만 그 이후의 일대일 대결은 좀 그랬습니다.


여기에는 개연성 문제도 있는데, 사실은 아주 잔인한 몇 가지 소재들이 보이지 않거나 가려지기 때문에 일어나죠. 하늘에서 떨어트리는 고문은 사실적으로 생각해보면 매우 질이 나쁩니다. 드라고는 해상에서는 드래곤 라이더들을 물에 빠트려 죽이려고 하지만 섬에서는 족장만 죽이고 (감정을 추스리며 장례식을 치르라는 듯이) 친절히 나머지를 버려두고 떠납니다. 심지어는 팔을 잃고 시력을 잃은 드래곤들을 봤을 때 상상했던 것보다는 매우 신사적으로 사냥을 해요! 위험하지 않게 생으로 잡아들이려는 덫이나, 오직 그물만을 쏴대는 투사무기 등은 그가 야생동물 포획법 같은 것을 통과하기 위해 성심성의를 다한게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죠. 그리고 그 수많은 군대들은 바이킹 섬을 점령하려고 할 때는 어디로 간 건가요? 드래곤 섬에서 엄청난 상륙을 보여줬던 것과는 달리 인간 대 인간의 칼부림은 보이질 않습니다. 강력한 힘을 보여주고 억지력으로 순식간에 통치하려는 드라고의 선의였을까요? 그 많던 함대와 군인들은 영화의 끝 부분에서 어디로 증발한걸까요. (마지막까지 드라고와 함께 적대시되는 비월더비스트 같은 경우에, 드라고와 아주 친했기 때문에 그를 지키기 위해서라고 생각하면 납득이 됩니다. 배 위에서 보여줬듯이 그 드래곤도 복종시켰다면 어떤 식으로 시켰을지 궁금하기도 하죠.) 전체관람가 작품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문제일수도 있지만 전작보다는 구멍이 더 넓어진 듯 합니다.


마지막으로 [드래곤 길들이기]에서 아스트리드가 확 맘에 들었던 부분을 드디어 짤방으로 만들었어요. 질은 안 좋지만, Youtube에 있는 영상으로는 이 정도가 최선이더군요. 나중에 좋은 소스를 구해다 깔끔하게 만들어야겠어요. (두 작품에서 여성의 입지와 대우가 그럭저럭 - 족장이 말은 안들어 20년간 별거했다는건 그렇게 진취적이진 않을지도 모르지만 - 괜찮기 때문에, 이 영화가 더 맘에 들기도 합니다.)


0espJyk.gif


+ 성우진도 좋은 편입니다. 저는 잘 모르지만 전작에서도 칭찬을 꽤 받았거든요. 이번에도 연예인이나 개그맨이 진입하지 않은 것 같고요. 그리고 광고편을 봤을 때는 검은머리 여성이 나와서 드라고의 딸인가? 싶었고 영화 도중에도 그녀가 나오길 기다리고 있었는데 결국 나오질 않았고, 알고보니 광고에도 그런 사람은 없었어요! 제가 도대체 뭘 본거죠?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