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일 없는 연휴니 바낭이라도...

2013.09.19 22:53

Trugbild 조회 수:976

0. 추석 당일이죠? 어릴적 추석 하면 그야말로 북적거리는 것만 기억나요. 당숙아저씨네는 물론이고 촌수도 가물거릴 아저씨들까지 명절 연휴내내 집안이 북적거렸어요. 지금은 오는 사람도 없구요. 그 차이가 뭘까 했더니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돌아가셨네요. 할아버지께서는 의지가 무척 강하신 분이셨어요. 또 사람관계도 잘 묶어나가셨죠. 그래서 당숙아저씨들 기술 배울데 소개해서 여기 저기 취직 시켜주셨거든요. 처조카 까지 챙겨주셨던 그러니까 집안의 '해결사' 같은 역할을 맡아 하셨죠.

그러니까 당연히 집안 어른들은 명절 당일만 되면 밀물 처럼 집으로 밀려들어왔죠. 그런데 돌아가시고 가라고 하실 분들도 다 돌아가시니 그런 것도 없어졌습니다. 뭐 내가 상차리고 내가 음식해 대접하는게 아니라 이런 소리 하죠. 어머니는 전에 저 한테 그런 말을 하셨어요. "야 아저씨네 몰려오면 저 입을 다 어떻게 먹이나 싶어서 가슴이 콱 막힌다"고 이야기 하시더라구요. 한 30여년을 외아들에 장손 며느리로 들어와 한 갖가지 고생이 그 단어 하나로 농축된거죠.

어릴적 음식 한거 보면 잘나가는 종손집안 만큼은 안되도 어지간히 차려댔습니다. 저희집은 교회 다녀서 제사 음식을 안차리고 음복을 안하니 그 부분은 덜하지만 그래도 음식 하면 중학생 키만한 비닐 자루에 가득 강정이며 쌀과자를 튀기고 고기를 굽고 밥상 하나 가득 차도록 빚은 만두하며... 전이나 빈대떡은 말할 것도 없구요.

그게 다 없어지니까 음식 하는 어머니 입장에선 편해지셨죠. 이번 추석에는 고모들도 며느리를 맞으니 안오시네요 ㅋㅋㅋㅋㅋ 다른 고모는 늦둥이가 3수해가며 들어간 대학을 포기하자 자존심이 상하신 것 같습니다. 그 고모 오시면 내가 좋게 이야기 드리려고 했는데... 그 기회를 안주시네요.

 

 

1. 올해 목표 가운데 하나가 한 달에 두 권 읽기였습니다. 그런데 이게 완벽한 페이퍼 플랜이 되버렸어요. 워낙에 서류를 끼고 살다 보니 평소에 활자 보기도 싫고 그리고 출퇴근 시간에 책이라도 읽을라 치면 회사에서 있던 일 반추하고 스마트 폰으로 야구 중계 하이라이트 보느라 못봤죠. 조용하니까 책을 다시 꺼내 읽습니다. 이사야 벌린의 '칼 마르크스'를 6월에 샀습니다. 이제 그걸 읽습니다. 한 며칠 동안 200페이지 조금 넘게 읽었습니다. 연휴 동안 이거 다 읽고 출근 했으면 하는데.. 가능할런지 모르겠습니다.

내일은 제가 그 동안 신세진 그리고 앞으로 같이 갔으면 하는 사람이 있어서 (이성 아닙니다) 그 사람에게 선물 하나 주려고 약속 잡았습니다. 모레는 저녁 먹고 또 누가 만나자고 해서

약속이 잡혀있구요. 그 와중에 남은 분량을 다 읽게 되길 바랍니다. 근데 하루 종일 좀만 있으면 잠이 쏟아져서 오늘 자기 전 얼마나 더 읽고 자게 될런지 모르겠습니다.

바라기는 이번을 도화선으로 남은 기간 동안 책을 부지런히 읽는 한 해로 마무리 지었으면 싶은데 가능할런지 모르겠군요. 얼마나 읽을 수 있을까요?

 

 

2. 조카가 2박 3일 집에 있다 갑니다. 해줄 것도 없고 해서 오늘 둘이 '샤도우 헌터' 보고 왔습니다. 트와일라잇 비슷한 작품인데 출생의 비밀까지 등장하고 그냥 그랬습니다. 차라리 컨저링인가 그 영화가 나앗을까 싶던데요. 영화도 재미 없고 사람도 재미 없고... 무슨 추석이 이런지. 그나마 야구가 저를 위로 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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