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6.06 22:29
아래 글 하나를 보다 보니 며칠 전부터 맴맴 돌던 그 언니 생각이 나요
몇년 전에 일하던 팀은 꽤 작아서 컨텐츠 개발자인 저와 디자이너와 콜센터까지 한 사무실에 있는 구조였죠
반찬 한 종류씩 도시락을 싸와서 휴게실에서 모여서 정담 나누며 먹던 분위기였는데
밥 다 먹고 그 언니가 휴대폰을 땋! 듭니다. '아아.' 목소리 체크하더니 뭔가 '출동!'분위기
지마켓인지 11번가인지에 전화를 걸어서
'나, 어제 전화한 김땡땡인데 너네 아직까지 콜백이 없더라? 사람이 우스워? 내가 우스워? 야. 너 뭐하는 애야. 일처리 그따위로 밖에 못해'
그때의 충격은요...아...
그 언니 목소리가 사무실을 뚫고 복도까지 퍼졌거든요. 왜 그 있죠. 야밤에 술 먹고 꺄아아악 소리 지르는 여자. 혹은 부부싸움 격하게 해서 "죽여라 죽여" 할 때의 여자 목소리 데시벨 정도.
아니, 일분 전까지 '땡땡씨, 숙주나물 이렇게 고소하게 무치는 비결이 뭐야?''아유 아가씨라고 소세지에 문어모양 낸 것 좀 봐 귀엽다 귀여워' 하던
괄괄한 콜센터 언니들과 다르게 유독 상냥해서 맘속으로 그 중 제일 좋아하던
왠지 데이지 꽃이랑 비슷하다 생각하곤 하던 그 언니가
비현실적인 기분이 들 정도로
언니는 오분 정도를 최고조 데시벨을 유지하며 욕을 해댔어요. 상대방 얘기에 주고받고를 한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어요. 그냥, 미쳐서 모터 달린 듯 내뱉는다는 느낌?
언니가 너무 낯설게 느껴졌죠. 그야말로 그 언니의 다른 인격이 툭, 나와있구나. 느낌.
나빼고 다른 분들은 그런 모습을 여러 번 본 모양인지 절보고
"뭘 놀래. 이 언니 항의전화할 땐 항상 이래." 하며 태연자약.
슬펐어요.
누구보다 그들의 고충을 알만한 언니가 그들에게 그런다는게 아이러니하기도 하고
보통 사람이 평생 들을 욕설과 비아냥을 하루, 혹은 몇시간 안에 들으며 몇년을 버텨냈을 그 언니의
분노와 스트레스가 향한 곳이 다른 콜센터였다는 사실이요
나보다 더 약한 위치에 놓인 사람을 찾아가는 게 분노로구나 싶기도 하고.
며칠 후 콜전화가 제 자리로 잘못 걸려와 받은 적이 있었는데.
겨우 일분 정도의 통화를 한 것만으로 콱 체기가 생기는 듯 했었죠
"언니 전화 돌려드릴게요-"하고 젤 유능한 그 언니에게로 불만 고객 전화를 돌렸는데
언니는 정말 그 유능하고 상냥한 표정과 목소리로 그분을 나긋나긋 대하고, 마음을 살살 돌려주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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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해 바스러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