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은 좀 억울 …

2010.10.06 10:42

haia 조회 수:3428

가끔 그런 생각을 합니다. 노벨상 시즌이 돌아오니 노벨상 얘기가 많고, 마찬가지로 노벨에 관한 이야기도 나옵니다. 노벨이 다이너마이트의 발명과 그것의 판매로 부를 쌓았기 때문에 죽음의 상인이라는 평가를 한다거나, 피투성이 노벨상의 이미지를 그려보는 일이 종종 있는 것 같고요. 그런데 말입니다. 다이너마이트가 혁신적인 발명이고, 이것으로 말미암아 죽은 사람도 꽤 많지만, 그 점을 최대한 고려하더라도 노벨이 – 적어도 다이너마이트와 관련하여 볼 때 - 죽음의 상인이라 불려야 할 정도의 사악한 인물인지, 다이너마이트가 그렇게 극악한(?) 물건인지는 의문스럽습니다.

 

다이너마이트의 발명은 핵폭탄을 제조했다거나(기본 아이디어를 제공했다거나), 유명한 총기(맥심기관총이나 AK-47같은)를 제작했다거나 하는 것과는 상당히 다른 행위입니다. 무엇보다도 다이너마이트는 무기라고 하기 어렵습니다. 다이너마이트는 ‘폭약’이죠. 폭탄이 아니라 폭약입니다. 그리고 ‘폭약’의 우선적인 용도는 전쟁이 아니라 각종 건설공사입니다. 건설, 건축, 철거, 광산, 각종 발파작업 등. 무한궤도의 일차적 용도가 – 탱크가 아니라 - 각종 건설중장비인 것처럼 말이지요. (무한궤도 발명자를 ‘죽음의 발명가’라고 평가할 일이 있을까요?) 비슷하게 광산에서도 많이 쓸 것입니다.

 

물론 군대에서도 전쟁 수행의 일환으로 다이너마이트를 쓸 것입니다. 그러나 아마도 ‘공병대’가 주로 쓰겠지요. 공병대가 하는 일 또한 내용적으로는 평화시의 용도와 다르지 않고 말입니다. 다르게 쓸 수 있을까요? 다이너마이트는 대포에 넣어서 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지뢰에 다이너마이트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폭격기가 뿌리는 폭탄에 넣을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굳이 전쟁에서 전투의 일환으로 다이너마이트를 쓴다고 하면 … 글쎄요. 적의 물자창고를 폭파한다거나, 다리를 폭파한다거나 … ? 뭐 그런 과정에서 죽은 사람들도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만, 사실 비율 상 아주 희소한 예외라고 해야 할 겁니다. 특공대의 활약은 영화에서나…….

 

노벨이 무기로서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한 것이 아니고, 새로 출시된 다이너마이트를 가져다가 폭탄으로 쓴 군대도 없습니다. 결국, 지난 140년간 다이너마이트 용도의 99.9%는 평화적인 목적이었다고 봐도 좋을 겁니다. 노벨 생전에도 그러했고, 발명 당시에나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실이 그러하다면 노벨을 ‘죽음의 상인’으로 부르는 건 부당한 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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