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의 ≪칼의 노래≫ 감상평.

2011.06.20 19:54

우잘라 조회 수: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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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5/10.0)

 

 

 

 

 

대체 이 책에 관해서 어떻게 말해야 할까, 하고 고민하다가, 이전에 써뒀던 김영하의 ≪검은 꽃≫ 감상평이 문득 눈에 들어오더라구요. 김훈이 그 숨막히는 문장들이 이 ≪칼의 노래≫에서 겨누고 있던 방향과 김영하의 ≪검은 꽃≫의 방향이 어쩌면 좀 닮지는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역사적 시공간을 이야기의 장으로 삼고 있지만, 그 역사적 시공간에서 뿜어져 나오는 의미의 그물망에 이야기가 얽매이게 된 모양새가 아니라 오히려 그 그물망마저 엮어 올려 이야기를 짜내었고, 그렇기에, 그 시공간에서 절대로 자유로울 순 없지만 동시에 완전하게 자유로운... 그런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지 않았나. 하고 생각해봤습니다.

 

≪남한산성≫이 처음으로 읽었던 김훈의 소설이었습니다. 아마 고3때였던 걸로 기억하고 있구요. 어렴풋한 기억을 되살려보자면, 김훈의 첫 작품인 이 ≪칼의 노래≫에 담겨 있던 것들이, 좀 더 잘 절제돼서 나타나있던 것 같네요. 선조와 인조의, 아리디 아리면서 징그러운 그 모습들도 그렇구요. ≪칼의 노래≫에서 두드러졌던 후각, 미각적 표현들이 ≪남한산성≫에서도 그랬던가... 는 기억이 잘...

 

≪칼의 노래≫에 첫 대목에 관해선 재밌는 일화가 있죠. 아실 분들은 다 알고 계실 테고... 하필 지금은 그 일화마저 제대로 기억이 나질 않아서(...). 첫 문장인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 에서, "꽃이"라고 적을지 "꽃은"이라고 적을지 한참을 고민했다... 라고 했던가요.

 

그만큼 지독스럽게 한 단어, 한 문장을 적어내는 작가이기 때문에, 이토록 처연하게 숨막히는 문장들을 살려낼 수 있었겠지요. '살아있다'라는 표현을 사용하기엔 뭔가 어긋나는 느낌도 들지만, 우리가 흔히들 틀에 박히게 생각하는 '살아있음'보다, 오히려 김훈의 이 '살아있음'이, 삶의 참된 모습에 더 가깝지 않은가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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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감상평을 올렸던 ≪나의 미카엘≫이나 ≪칼의 노래≫나 읽는 시간이 오래 걸렸던 건 비슷한 것 같은데...

 

그래도 ≪칼의 노래≫가 훨씬 재밌었습니다. ≪남한산성≫도 그랬던 것 같구요.

 

기본적으로 재밌기 때문에, 김훈이 좋은 작가인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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