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야간다이빙 이야기

2013.10.27 00:45

antics 조회 수:1763

전에 썼던 글에 이어서.. 안알랴줌으로 끝내면 안되니까요?

 

 

친구따라 다이빙간다의 전형으로 저는 그렇게 다이빙을 시작했습니다.

오픈워터 자격증은 생겼지만 제 몸 하나도 물 속에서 컨트롤이 안되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물 속에서 가장 위험하다는 급상승만은 하지 않으려고 어떻게든 물 속에 가라앉아 있으려고 허리에 무거운 납도 12킬로그램이나 차고

허우적허우적...

 

그리고 그 날이 왔습니다. 야간다이빙을 하는 날이.

 

야간다이빙은 굉장히 위험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로도 위험하고 하려고 해도 절차가 까다롭더라고요.

야간다이빙 할때는 추가로 면책동의서를 작성했습니다. 경찰서에 다이빙한다고 추가로 신고도 한대요.

다이빙할 때 일어날 수 있는 위험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고 책임은 내게 있다는 게 요지였어요. 

강사님도 버디도 야간다이빙이 얼마나 어떻게 위험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아주 자세히 알려주셨습니다.

겁을 먹었어야 정상일까요? 하지만 새로운 세계에 대한 흥분으로 저는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어요.

 

동의서를 작성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해가 지기 시작합니다.

하늘에 노을이 깔리고 어둠이 정수리에서부터 바다끝까지 퍼져나가는 듯 했습니다.

물 속에 들어갔을 때, 평소에 연습하러 자주 들어갔던 해안도 완전히 다른 곳으로 변모해 있었습니다.

 

입수하고 가장 깊은 곳까지 들어가도 대략 5미터 이내였던 바닷가는

물 속에 떨어져서 얼마 가지도 않았는데 7미터 가까이 깊어져 있었습니다. 바닷물이 끝까지 들어와 있었던 것일까요.

시야는 이미 어두워져 눈 앞의 무엇도 볼 수 없는 상태.

저를 포함해서 강사님과 버디. 이렇게 세 사람은 그렇게 그날의 야간다이빙을 떠났습니다.

 

물에 들어갔을 때, 내게 닥칠수 있다고 들었던 그 어떤 위협적인 것도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낮의 다이빙에 느꼈던 그 무엇과도 다른 바다.

어둠 속이 이렇게 평화로웠던가? 이렇게 고요하고 다정한 바다를 만난 적이 있었던가를 생각했습니다.

여름의 물 속은 수트를 입은 상태에서는 밤에도 포근했습니다. 수온은 약 24도.

 

물 속에 들어가자마자 랜턴을 켰습니다.

희미한 불빛이 어둠 속에서 빛을 뿜어냅니다.

성능이 그리 좋지 않았는지 버디나 강사님의 랜턴보다는 약했어요. 그래도 불이 비치는 곳마다 바닷속은 오색찬란한 모습을 드러냅니다.

태양광으로 바닷속을 볼 때에는 물빛때문에 다소 바래보이는데 랜턴 빛 아래에서는 제 색깔을 그대로 보여주더라고요.

 

저희가 물에 들어간 시간에는 바다생물들도 잠이 들어 있어서

저희는 물고기들을 놀래킬 수도 있었어요.

자고 있는 가시복의 뒤로 몰래 다가가서 꼬리를 휙 잡고 흔들면 볼이 빵빵해져서 우리가 알고 있는 가시복의 모습으로 변신!

가시달린 공처럼 되어 화가 난 가시복은 인간들을 보고 화를 내다가 곧 어둠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그냥 복어도 만났어요.

복어는 빛을 보면 달려드는 성질을 가졌는데

밤에 자야 하는데 불빛을 가지고 오니까

불 꺼! 불 꺼! 하는 듯이 랜턴을 향해 머리를 부딪치지 뭡니까. 귀여워서 한참을 쳐다보았어요.

 

갑오징어무리는 하늘하늘 춤을 추는데 지느러미가 네온 불빛처럼 반짝입니다.

 

저는 제 자신을 컨트롤하느라 바빠서 눈을 가린 말처럼 시야가 꽤 제한되어 있는데

중간에 랜턴이 너무 희미해졌다고 생각했는지 버디가 저와 랜턴을 같이 사용했어요.

어두운 바다 안에서 한 랜턴을 둘이 꼭 쥐고 유영을 시작합니다.

버디가 갖고 있는 여유로움이 제게도 새로운 시야를 열어주는 것 같았어요.

 

물 속에 들어가면 이상하게도 서로가 상대에게 표현하고자 하는 바가 명확하게 전달됩니다. 

한 마디 말도 할 수 없는 물속인데도 말이지요..

마스크 너머로 보이는 눈을 바라보고 표정을 보고 간단한 손짓으로 하는 이야기가

여과없이 그대로 전달되고,

그것이 어둠 속에서 손을 잡고 있는 사람이 전달하고자 하는 사소한 이야기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버디가 저기 봐요, 라고 제게 말했습니다.

물 속이니까 말을 하진 못하지만 그렇게 말했다고밖에는 설명할 수가 없네요.

 

우리는 아주 어두운 바다 한 가운데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버디가 가리킨 손 끝에는 달이 떠 있었어요.

물 위에, 그리고 그보다 더 높은 곳에 떠 있는 달을 바라보았을 때

그 어떤 바닷 속 신기한 광경을 보았을 때보다 감동받았어요.

 

그 감동이 무엇이었을까요. 지금도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일렁이는 물 속에서 저 바깥에 떠 있는 날이 우리 모두를 비추고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달이 한껏 끌어올린 만조의 바닷물 속에서 물 밖에 빛나고 있는 달의 인력을 느낀다면... 그것은 뻥이겠지만요 ㅋㅋㅋ

하지만 왠지 그런 감상적인 기분이 들더라고요.

 

 

생존을 위해 호흡기를 물고 공기를 마시면서 다이버 셋은 어둠 속을 나아갑니다.

그리고 원래 출발했던 장소로 돌아왔고 물 밖으로 나갈 준비를 해야 할 즈음,

강사님이 갑자기 부르셨어요.

 

랜턴이 비추고 있는 곳에 다가갔을 때

물 속인데도 감탄하는 소리를 지르고 말았어요.

아! (보글보글)

 

랜턴 앞에는 황금색으로 빛나는 물고기가 있었어요.

물고기는 벌집무늬를 가지고 있었는데, 저희가 늘 오르락내리락 하는 해변의 계단 아래 깊은 물 속에 숨어 있었지요.

조용하게 떠 있는 물고기는 저희의 랜턴 빛이 합쳐져서 더 환하게 빛을 발했습니다.

영원토록 그 자리에서 그걸 보고 싶었어요.

아름다운 것을 너무 많이 봐서 물 밖으로 나가고 싶지가 않았습니다.

어둠이 편안하고 다정하게 느껴졌던 물 속,

아름다운 것들이 잠들어 있는 바다.

그리고 제 몸 하나 컨트롤하기 어려웠던 낮의 기억을 상쇄하는 기분 좋은 유영.

나와 같은 풍경을 보아준 사람들...

 

물 밖에 나와서도 한참을 달빛 아래에 서 있었습니다.

내가 봤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그게 꿈은 아니었는지.

물 밖의 달은 일렁이는 불빛은 아니었습니다. 깊은 어둠 속에서 보는 것처럼 휘황찬란하지도 않았지요.

하지만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한치배들이 떠다니는 어두운 바다를 바라보면서

다시 이런 경험을 할 수 있을까 생각했습니다.

 

돌아와서 들어보니 제가 봤던 그 황금색 벌집무늬 물고기는 철갑둥어라고 합니다. 파인애플 피쉬라고도 한대요.

행운의 물고기라고 한다고요. 제게 좋은 일이 일어날거라고 ㅎㅎ 이미 좋은 일은 일어났다! 철갑둥어 너를 만났어!

굉장히 보기 어려운 물고기라고 하는데 우리가 항상 다니는 그곳에 살고 있었다는 게 놀랍기도 하고 고맙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그 때의 기억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올 여름에 제게 일어난 일 중에 가장 환상적인 일이었어요..

인어를 만난 것과 다름없는 ㅋㅋㅋ 그런 일이었다고 생각해요!

 

아무튼 제 야간다이빙 이야기는 이게 끝!

다른 야간다이빙도 있었지만 처음 갔던 야간다이빙의 압도적인 경험만큼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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