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때부터 만화책과 게임에 대한 관심이 지대한 편이었어요

 

고2때 공부에 더 집중해야한다는 부모님의 강압에 못이겨서, 그 시점까지 급식도 안먹으면서 한권 두권 모았던

 

만화책 2천여권을 처분한 것이, 제가 고등학교때 해야만했었던 가장 후회되는 일이에요 ㅠ_ㅠ

 

 

사족은 줄이고, 본래 하고자 했던 이야기로 넘어가보자면,

 

저는 당시에 판타지 세계관에 크게 매료되어 있었고, 주변에도 그에 관심이 있는 친구들이 몇몇 있었어요

 

제가 다니던 고등학교는 동아리활동이 굉장히 활성화 되있었던 곳인데

 

무려 TRPG 동호회가 있을 정도였죠 ㅎㅎ 저는 만화창작동아리에 들어있던 터라 TRPG 동호회에는 따로 가입하지 못한 상태였지만,

 

(여담이지만 비공식 동아리였기에 충분히 둘다 가입할 수 있었다는 슬픈 후문이..)

 

D&D라는 게임이 너무나 하고싶었어요.

 

그래서 같은 반에 TRPG 동호회였던 친구녀석에게 이런저런 정보를 주워듣고

 

D&D 를 사와서 점심시간에 맘 맞는 친구들 4~5명이서 둘러 앉아서 D&D를 즐겼었죠

 

TRPG는 말그대로 테이블에 둘러 앉아서, 한명은 마스터로서 그날 있을 모험이라든지, 던젼이라던지, 스토리라던지 이런걸 짜와서

 

다른 플레이어들이 게임을 진행하는 것을 전체적으로 조율하는 역할을 하는데, 보통 제가 마스터 역할을 맡곤 했어요.

 

 

자 드디어 당시 담임선생님이 등장하십니다.

 

담임선생님에 대해서 짧게 설명드리자면,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서 학생들을 계도한다는 목적하에 잘못이 있는 아이들 (지금 생각해보면 잘못이랄 것도 없는데..)을

 

불러모아서 짧은 설교와 함께, 돌아가면서 기도를 드리는 것으로 마무리시키며, 본인의 교회로 나올 것을 권유하는 것으로 대미를 장식하는 분이셨어요.

 

또 제가 몸담고 있던 만화창작동아리의 고문선생님이기도 하셨는데, (미술 선생님이셔서..) 그 동아리에 내려오는 전설 중 하나가

 

동아리가 결성되고 2년쯤 되던 해에 선배들은 대망의 첫 여름 MT를 계획하게 되고, 당시 학칙에 따라서 고문선생님께 그 사실을 알렸더래요.

 

가는 날짜, 참석 인원, 교통편, 목적지 등등을요.

 

첫 MT 날이 되고, 선배들은 첫 MT에 대한 기대감과 여행을 간다는 설레임, 그리고 도착해서 고기도 구워먹고 모닥불도 피워서 둘러 앉아 도란도란 학교에서는 못했던

 

이야기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더랬죠. 그리고 잠시 후에 있을 가벼운(?) 음주 시간을 기대하며 분위기가 무르익을 무렵,

 

고문선생님이시자, 저의 담임선생님이셨던 그분이..... 똬악!!!!!!

 

통기타를 든 목사님과 함께 등장하셨대요 :)

 

덕분에 그 이후의 시간은 아주 성스러운 밤이 되었다고 하더라구요.

 

 

.. 이런 짧게 얘기한다는 게 그만... 이외에도 다양한 에피소드 (당사자들 입장에선 치가떨리는) 들이 많지만, 너무 길어질거같아 줄일께요..

 

 

다시 본 이야기로 돌아가

 

그날도 점심시간에 되어 친구들과 D&D를 즐기고 있던 저희는

 

너무나 자기 역할에 몰입한 나머지 담임 선생님이 들어오는 것을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어요. 뒤에서 조용히 저희가 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는 사실조차도요

 

한 5~10분 정도 시간이 흘렀으러나요?

 

갑자기 담임선생이 저희를 급습하시더니, 제가 굴리고 있던 주사위 주머니를 낚아채시는 겁니다?

 

D&D라는 게임에서 주사위는 말그대로 게임의 핵심 아이템이에요... 길을 선택하고, 던젼을 탐색하고, 전투를 하고, 함정을 탈출하고, 하는 등등 모든 것이

 

사면체, 육면체, 십이면체 등등으로 이루워진 주사위를 던져서 이뤄진단 말입니다!!

 

뒤에서 조용히 지켜보던 시간동안 그 주사위가 중요하다는 걸 깨달은 이 선생이란 작자가

 

갑자기 급습해서 주사위를 압수하더니 하는 말이

 

"이런 사탄의 게임에 빠져 있는걸 담임선생님으로서 가만히 보고있을 수가 없구나. 너희가 졸업하는날 찾아가도록 하렴"

 

하고 유유히 반을 빠져나가시더군요....

 

 

.... 망연 자실했어요. 방금 무슨일이 벌어진건지 깨닫기까지 정말 거짓말 안하고 5분은 걸렸을꺼에요

 

전 5분후 담임선생님을 찾아가서 학교에서 안하겠으니 주사위를 돌려주셨으면 한다고 항의를 했다가

 

점심시간이 끝날때까지 설교를 듣고... 맘에 없던 기도까지 올리고 교무실을 나올 수 밖에 없었어요

 

 

당시에 저희 주머니사정으로 D&D 패키지는 상당히 비싼 금액이었는데... 

 

지금도 D&D 하면 그때 기억을 떠올리며 분노하곤 한답니다. 뭐... 여담이지만 그 이후로 TRPG는 접게 되었고,  그길로 오락실로 가서, 당시 그 곳에 있던 4명의 전원이 

 

D&D : shadow over mystara 를 모든캐릭으로 원코인 클리어 가능하게 됐다는건 기분좋은 후일담이네요.

 

 

 (중간에 보이는 것이 그 주사위 세트에요.. ㅠㅠ 사진은 구글검색기 돌렸는데... 혹시나 문제되면 삭제하도록하겠습니당.)

 

 

또 여담이지만, 졸업할때 찾아가라고 하셨기에 정말로 졸업식날 찾아갔어요... 당연히 그때 일은 까맣게 잊어버리셨더라구요, 주사위는 당연히 어딨는지 알 수도 없었고 ㅋㅋ

 

 

 

아아... 누구를 위한 기도였고, 누구를 위한 교육이며, 누구를 위한 주사위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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