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10년.

2012.12.21 00:01

drlinus 조회 수:1221

이번 말고 지난 대선 정국 이래 누가 최초로 쓰기 시작했는 지는 모르겠지만 DJ+노통 시절을 합쳐 
"잃어버린 10년" 이라 부르기 시작했는데 이건 정말 정파를 떠나 우리 역사상 최고의 선거. 정치 캐치프레이즈라고 생각했습니다.
솔직히 전 와우. 하면서 감탄했어요.  *.*
물론 원조는 일본이지만요.  -_-;;

지난 얘기해서 뭐하겠냐 싶지만 단일화 과정에서 안철수 후보에게 개인적으로 가장 안타까웠던 부분은 친노를 공격했던 부분입니다.
정치쇄신을 들고 나온 건 좋았습니다. 
구체적인 대안은 없더라도 정치쇄신과 미래라는 아젠다를 선점하며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열망을 대변하는 것은 모두 좋았습니다.
하지만 정치쇄신을 말하며 양당 모두가 아닌 민주당에게만 유독 구태를 말하고 쇄신을 요구하고 친노를 공격한 것은 단일화 과정에서 
좋은 무기가 될 수는 있겠지만 결과적으로는 새누리당에게도 같은 공격 무기를 쥐어준 셈이 되었다고 봅니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 지난날 어려운 일이 있던 시절이라 해도 당시에 있었던 일들을 미화하고 좋은 추억으로 간직하려는 측면이 있습니다.
그래그래.  그땐 그랬지 정도가 그땐 그래도 이게 좋았지~ 하는 식으로 나빴던 것보다는 좋았던 것을 먼저 생각하며 심지어 기억의 
왜곡까지 불러일으키는 건 개인사에게도 흔하게 일어난는 일들이니까요.

보수층이 곧잘 써먹는 선거전략이 그런거잖아요.
중산층들 모아놓고 그래도 옛날이 좋았잖아. 안 그래?
새롭게 뭘 뒤집고 하면 혼란스러워!  하던대로 걍 하자고!

중장년층에게 박정희 시절은 당시엔 현실이었지만 꽤나 시간이 지난.
이미 지나간 추억 속의 시간이기에 충분히 미화되고 그래도 그땐 그게 좋았어.. 라는 식으로 합리화되기 충분한 시간이 흘렀다고 봅니다.
그에 비해 참여정부는 매우 가까운 과거입니다.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 라는 말이 아직도 고스란히 통하는 그런 시간 밖에 흐르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쇄신과 함께 친노를 공격한 것은 참여정부와 친노의 대표주자라 할 수 있는 문재인에게는 확실한 아킬레스건이 됩니다.
박근혜캠프에서 끝까지 실패한 정부(참여정부)를 물고 늘어진 것도 사람들은 아직까지도 현실로 인식하고 있는 가까운 과거며 충분히 먹히기 때문이죠.
몇번 말씀드린 적이 있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의 이념 성향은 다양한 사회 문제들을 총합해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외교와 안보 문제에서 결정합니다.
햇볕 정책으로부터 시작된 이념 논쟁과 경쟁으로 인해 대북 정책이.  그리고 북한 퍼주기. 라는 아이템이 끊임없이 통하고 있는 것 역시 현실이고 
선거 기간 중 NLL 관련된 부분을 새누리당에서 밑도 끝도 없이 지속적으로 논쟁꺼리로 불쑥불쑥 들고 나온 것 역시 이게 통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진실?  팩트?
중요하지 않습니다.
윤여준씨가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어요.
안에 들어와 보니 친노라고 하는 것이 그리 대단치 않더라.
하지만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사람들은 여전히 친노를 민주당 핵심세력으로 생각하고 있다.
사실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어떻게 인식하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대략 이런 내용의 말씀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제가 정치판을 대단히 잘 아는건 아니지만 제가 알기로도 친노라 할만한 사람들은 이제 한줌이나 될까 싶습니다.  -_-;;
대선 정국에서 대체 친노가 정확히 누구를 칭하는 것인 지도 중요하지 않을 정도로 친노는 그저 참여정부의 실정에 대한 기억을 고스란히 
상기시켜주는 트리거일 뿐 그들이 누구고 어떤 세력을 가지고 있고 대체 몇명이나 되고 이런 것들은 전혀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새누리당은 그들의 주장대로 잃어버린 십년의 시간동안 절치부심하며 정권을 찾아왔고 이제 자신들이 동일한 십년의 정권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장담하건데 그들이 주장했던 십년의 시간보다 더 혹독하고 가혹한 십년을 우리 국민들을 맞이하고 잃어버리게 될 것입니다.  어흑.

개인에게 십년이란 시간은 참으로 긴 시간입니다.
더군다나 한참 젊은이들이 이런 식의 십년을 겪는다는 것은 정말 고통 그 자체일 것입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이란 나라 전체의 역사를 생각한다면 그깟 십년 정도 잃어버리고 화끈하게 찾아와 줄기차게 이어가면 된다고 봅니다.

그래서 앞으로 5년은 정말 중요하다고 봅니다.
왜 새누리당에게 정권을 다시 줘서는 안되는 지는 그들이 알아서 보여주기도 하겠지만(-_-) 지난 5년의 세월을 보면 그들 스스로 아무리 
그지깽깽이 같은 모습을 보여줘도 그들에게 대항하는 시민들. 그리고 정치세력들이 확실한 대안이란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잘못된 역사는 
또다시 반복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점점 보수화되는 사람들의 인식에 함께 발을 맞추며 똑같이 보수화될 이유는 없다고 봅니다.
그렇다고 우리 생각이 옳다! 라고만 주장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기대치가 다르다고 봅니다.
새누리당은 뭔 짓을 해도 초큼만 뭘 하는 정도만 보여줘도 강력한 지지를 받을 수 있는 다양한 환경이 존재하지만.
소위 민주진영이라 하는 쪽은 이것저것 다 잘해도 하나만 잘못하면 너희들이 뭐 그렇지! 하며 강력한 비판을 받는 것이 현실이잖아요.

진실을 외면하거나 심지어 왜곡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때론 사실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어떻게 인식하고 있느냐를 인정하고 
그것을 출발점으로 삼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다양한 이유로 엄청난 충격을 준 50대 투표율.
이들 따지고 보면 소위 386세대입니다.
그들이 새누리당.  그리고 박근혜를 선택한 이유를 명확하게 분석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들을 욕할 것이 아니라 말입니다.
그 이후 세대들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콘크리트 지지층이니 무식하니 뭐니 하며 무조건 욕하고 이제 그들은 우리의 주적이라 선포하며 전쟁할 생각을 할 것이라 아니라 
그들이 인식하고 있는 것들은 일단 인정해주고 그 인식이 사실로 조금씩 전환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죠.

쉽지는 않겠죠.
사람 생각이란 건 정말 바뀌기 어려운 것이니까요.
하지만 사람은 생각이 바뀌지 않더라도 그 이전에 공감이란 것을 할 수 있는 존재입니다.
새누리당이 아닌 다른 정치세력이 더 나은 정치를 할 수 있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최소한의 공감을 얻어낼 수 있는
노력들을 앞으로 5년동안 정치권에서.  그리고 그들을 지지하는 시민들이 현실에서 보여줘야 한다고 봅니다.

젊은 것들이 뭘 알아.
노인네들이 무식해가지고.
저는 대체 뭐가 다른 지 모르겠습니다.

쉽지 않은 5년이 되겠지만 그까이꺼 합쳐서 10년 잃어버리고 좋은 세상 만들어 봅시다.
이번 선거결과에 충격받고 정치와 우리 미래에 대한 관심을 끊으면 새누리당 영구집권도 결코 불가능이 아니라고 봅니다.

@ drlin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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