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els-Henning Ørsted Pedersen.

닐스 헤닝 오스테드 페데르센.

넘 기니까 줄여서 NHOP.

이것도 불편하면 페데르센.


덴마크 출신의 콘트라베이스 연주자입니다.

하.  그런데 2005년 어느날 58세라는 한참 나이에 갑자기 돌아가셨답니다. ㅠ.ㅠ


덴마크 하면 무엇이 가장 먼저 떠오르십니까?

우유?  안데르센?  키에르케고르?  햄릿?  Bang&Olufsen?  레고?

칼스버그?  바이킹?  엄청난 노조가입률?  협동조합의 천국?  after school?

여긴 듀게니까 라스 폰 트리에나 매즈 미켈슨?


강남구보다 조금 더 많은 인구를 가진 작은 나라지만 유명한 것들이 참 많죠.

게다가 유엔의 행복지수에서 1위하는 나라.

놀라운 건 지난 30년간 경제 호황과 침체를 거듭해도 덴마크의 행복지수는 거의 변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국제투명성기구에서 매년 발표하는 부패지수 역시 1위 아니면 2위.  (순위가 높다고 부패한 것이 아니라 그만큼 청렴하다는 것입니당)

ILO에서 낸 직장에서의 모성보호에 관한 보고서에서도 1등하심.

출산휴가 1년!  휴가 기간동안 임금 전액 지급!

1인당 GDP가 6만 달러에 가까운 나라.

지니계수도 가장 낮은 나라.

무엇보다 복지가 정말 좋고 환상적인 교육제도를 가지고 있죠.

물론 엄청난 세금을 냅니다만.  :)


심지어 덴마크 지리정보국은 덴마크 전체를 그대로 축소한 마인크래프트 공간을 만들어 배포하기도 함..

어떤 나라는 게임이 마약이라는데!!!


무엇이 덴마크를 그렇게 행복한 나라로 만들었나에 관해 얘기하자면 끝이 없을테니 페데르센으로 다시 돌아가렵니다. ( ")

덴마크엔 페데르센 뿐만 아니라 정말 멋있고 좋은 뮤지션과 예술가들이 많아요.

한마디로 문화와 예술 국가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 이거죠.


그런데 이건 덴마크 사람들 피에 예술적 DNA가 줄줄줄 흘러 이룩된 결과가 아니랍니다.

덴마크는 문화를 위해 공적 자금을 정말 많이 씁니다.

올해 예산을 보니 거의 40억 달러에 달하는 돈을 각종 문화 분야와 예술. 스포츠와 레크리에이션까지 꼼꼼하게 지원하더군요.

매우 당연하게도 이건 올해만 특별한 것이 아니라 이 나라는 꽤 오랫동안 문화에 대해 국가가 지속적인 지원과 투자를 했어요.

코펜하겐에 있는 덴마크 왕립극장의 경우 무려 20년 전인 1994년에 받은 지원금이 2억6600억 달러였을 정도니까요.

이런 지원금 덕분에 판매된 입장권 1매당 112달러를 보조할 수 있었습니다.


2010년 IMF 자료를 보면 덴마크의 1인당 문화예술분야 지출금액은 $464.2로 프랑스, 아이슬란드 다음으로 3위.

우리나라는 $50.2로 당시 자료를 제공한 19개국 중 꼴찌에서 두번째.  

꼴찌는 스위스인데 스위스는 대체 왜 꼴찌일까요.  -_-;;;

참고로 OECD 국가들의 1인당 문화예술분야 평균 지출금액은 $228로 우리나라의 4.5배.

저 $50.2를 읽은 뒤 제가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작년에 우리나라가 1인당 평균 영화관람편수 4.12편으로 세계 1위에 올랐다는 뉴스.

서..설마 영화에만 모두 쏟아부은 겁니까!!  >.<


덴마크 뿐만 아니라 많은 나라들이 국가적 차원에서 문화 예술 분야에 지원을 합니다.

왜냐면 문화 예술 분야는 삶의 질에 관한 문제와 직결되니까요.

돈돈돈 하시는 분들께는 덴마크의 문화 예술 분야에 대한 지원이 GDP와 고용창출에 어떻게 기여하는 지 공부 좀 하시라고 하면 될테고.

창조경제 좋아하시는 분들께는 문화 예술 분야에 대한 지원이 다른 산업 분야에 엄청난 아이디어와 콘텐츠를 제공한다는 것을 알려드리면 될테고.

하지만 이 문화 예술이라는 건 인풋과 아웃풋이 같을 수가 없어요.

일반적인 사업 분야도 인풋 그대로 아웃풋이 나올 수 없는데 이 분야는 뭐 말할 것도 없죠.

한마디로 - 자본주의적으로 얘기하자면 - 시장에서의 실패가 문화 예술 분야의 속성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거죠.

하지만 앞서 말씀드린대로 문화 예술은 삶의 질과 직결되는 분야입니다.

따라서 국가가 이런 것에 투자와 지원을 하지 않는다면 직무유기.


그래요.  덴마크를 부러워하며 침과 눈물을 줄줄 흘리기엔 그네들과 우리의 역사가 매우 다릅니다.

덴마크는 18세기에 이미 노동운동이 등장한 나라고 1930년대엔 노동자 출신 총리를 배출한 나라니까요.

1924년 처음으로 최대 정당이 된 사민당(사회민주당)이 이후 77년간 제1당을 유지했지만 권력을 독점한 적은 없어요.

그리고 복지제도라는 건 사회적 약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국민 모두를 위한 것이라는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냈죠.

거기에 문화와 예술 분야에 대한 지속적이고 꼼꼼한 투자.

정말 좋은 교육제도.

노동시장의 유연화와 실업자를 지원하는 사회안전망이 결합된 "유연안전성(Flexicurity)".

정말 하나하나 열거하자면 끝이 없을 정도의 수많은 장점들이 존재하는 행복한 나라.

덴마크에 대해 이것저것 살펴보면 그 동네는 삶의 질이 좋을 수 밖에 없어요.  아흑.


그런데 재미있는 건 말이죠.

일제강점기 시절부터 우리는 덴마크를 배우려는 노력이 많았다는 겁니다.  -_-;;;

그 시절 YMCA가 농촌운동이란 걸 했잖아요.

YMCA의 국제위원회가 앞장서서 운동을 했는데 그 중 신흥우. 홍병선 이분들이 덴마크 농촌사업을 연구하고 돌아와 전국 각지를 순회하며 강연을 합니다.

심지어 김활란씨 있잖아요?

이 양반 역시 덴마크를 다녀와 덴마크 경제 부흥을 소개한 "정말인(丁抹人)의 경제부흥론"을 썼죠. 

같이 덴마크에 다녀왔던 이들도 관련 책들을 썼고 여튼 당시에 덴마크는 붐이었던 거죠.

하지만 이렇게 덴마크 붐을 일으켰던 인물들이 이후 대부분 부일매국노가 되어버려 덴마크붐은 끝.  -_-;;


세월이 흘러 새마을 운동을 시작하던 시절.

류태영이란 양반이 첫번째 새마을 운동 담당비서관이었는데 이 양반이 바로 덴마크 유학파.

덕분에 새마을 운동 모델이 바로 덴마크. 

가난한 농촌을 부흥시키기 위해 덴마크를 모델로 해서 새마을 운동을 한 거야 참 잘했어요.  라고 해줄 수도 있지만

덴마크의 철학은 배우지 못하고 먹고사는 문제에만 매달렸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


덴마크 중흥의 아버지라 해도 과언이 아닌 그룬트비(1783~1872)라는 분이 있어요.

직업이 참 많은 분이었는데(-_-) 평생을 시민 교육과 계몽에 앞장섰던 분입니다.

덴마크의 미래를 스스로 주인이 되어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가는 "깨어있는 시민"에 있다고 보았고 이를 위해 평생을 노력했고 이 노력이 덴마크를 행복한 나라로 만들었다고 봅니다.

이 분은 자국 역사와 언어를 강조한 교육관을 가지고 있었지만 민족주의자로 빠지지 않았고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매우 중요시했어요.

덕분에 나치 치하 유럽에서 유일하게 유대인을 내치지 않은 나라가 덴마크였습니다.


왕정시대였던 1814년.

국가에 의해 초등학교가 의무교육이 되었는데 그룬트비는 국정교과서 중심으로 학생을 가르치는 것이 웬말이냐!

를 외치며 농민들을 자유를 누리는 깨어있는 시민으로 만들기 위해 학교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이 학교에선 매우 당연하게도 그룬트비에 대한 비판과 도전이 허용되었고 이런 학교들 덕분에 산업화 이후 노동자가 된 농민들은 사민당을 만들게 됩니다.

이런 과정들 덕분에 덴마크는 정말 멋있는 교육철학과 제도를 가지고 있고 학생들은 자기 삶의 주인이 되기 위해 학교를 다닙니다.


이런 덴마크를 모델로 새마을 운동을 했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전혀 다른 두 나라.

뭐.  쿠데타 일으켜 독재하는 양반이 대통령이었던 나라에서 덴마크의 철학이 웬말이냐. 싶긴 하지만요.

민중이 스스로 각성해야 국가와 대등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는 게 그룬트비의 신념이었고 그것을 구체화한 것이 덴마크 자유학교니 이 철학을 우째 가져오겠습니까.  -_-;;;


아아아아.

재즈 얘기에서 너무 먼곳까지 와버렸군요.  -_-;;;;;;

다시 페데르센 얘기로 급돌아와 마무리하렵니다.

어느날 페데르센의 따님께서 음악을 듣고 있었는데 아빠(당연히 페데르센..)가 옆을 지나가다 오홋?  좋은데?  노래하는 언니는 누구?

그러자 딸이 대답하기를 Lisa Nilsson이란 스웨덴 가수임.

페데르센은 이 언니에게 연락하여 나 이런 사람인데 작업 한번 같이 하지 않을라우?

그 언니 매우 당연하게 콜!


그래서 함께 작업한 곡이 있었으니 Those Who Were 라는 곡입니다.

혹여 이 노래를 듣고 페데르센에 반하셔서(*.*) 다른 곡들을 찾아보시고 실망하시면 아니되옵니다.

이렇게 보컬이 등장한 건 매우 특별한 사건이었을 뿐이니까요..

이 노래 제목과 같은 Those Who Were 앨범은 앨범 전체가 참 좋습니다.

이 분 사후에 나온(ㅠ.ㅠ) The Unforgettable NHØP Trio Live 앨범도 좋고.



@ drlin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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