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어슐러 르귄은 어스시의 마법사 시리즈로 먼저 만나서 톨킨과 쌍벽을 이루는 환타지물 작가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이번에 독서모임의 주제도서가 "빼앗긴 자들"이라는 헤인 연대기의 일부라 SF는 처음 접하는데 굉장히 재미있는 소설이네요. 이야기는 세티행성의 쌍둥이별 우라스와 아나레스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것입니다. 아나레스 출신의 탁월한 과학자 쉐벡이 우라스로 떠나는데서 이야기가 시작되지요. 


오도라는 사람이 시작한(마르크스를 떠올리게 하는 사상가입니다만 여자) 사상적 운동을 따르는 일단의 오도니안들이 황폐한 아나레스에 정착하고 많은 세월이 흘러 풍요롭지만 빈부격차와 차별, 전쟁과 착취가 존재하는 우라스와 모든이가 가진 것을 공평하게 나누고 자유롭게 살아가는 아나레스는 완전히 독립적인 상태를 이룹니다. 그런 상황에서 쉐벡이라는 과학자가 두 세계를 오가며 파장을 일으키는 것이 이 소설의 내용인데.. 읽어나가면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빼앗긴 자들은 1975년에 출간되었습니다. 역사적으로 베트남 전쟁 말기죠. 동시대에 히피 문화라던가 반전 평화운동이 절정에 달하기도 했습니다. 아마도 아나레스라는 세계를 구성하는 일부분은 이런 시대 분위기에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하지만 어디까지나 영향 정도이고.. 오도니안이라던지 오도의 사상이라던지 그걸 체화한 개인의 갈등같은 것은 매우 재치있고 탁월합니다. 


인류가 사랑이 아닌 고통으로 결속된다는 주장도 흥미롭습니다. 오늘을 살아가며 우리는 사랑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많은 폭력과 해악을 보죠. 사랑이란 단어가 어느새 소유라는 단어와 동일시되고 이런 생각은 물질만능주의와 결합해서 갈등을 부추깁니다. 형제의 고통을, 분노를, 슬픔을 함께 하며 결속하는 세상이야 말로 빼앗긴 자들에서 오도가 꿈꾸던 이상향이고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도 이런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날이 춥습니다. 지금도 어디선가 이 강추위에 제대로된 옷이나 난방시설도 없이 굶고있는 사람들이 있겠죠. 그 고통을 덜어줄 수 있는 나라가 되었으면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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