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선의 가장 큰 결정적 요인으로 이정희에 대한 50-60대이상의 (특히 여성분들의) 비토를 뽑은걸 봤습니다.
물론 밑의 데메킨님의 말씀처럼 이유있는 핑계를 만들기 위해서 생각해낸 것일수도 있어요.
하지만 이정희와 박근혜와 같은 일은 우리 일상에서 수없이 벌어지고 있는 세대간의 갈등 상황과 별반 다를게 없어보여요.


60대 이상의 분들은 산업화의 주역이자 가난하고 못배운 분들이 대부분이죠.
그분들은 한편으로 철저히 능력-자본을 포함한-이 우선시 되는 신자유주의 사회에서 완전히 배제된 사람들이에요.
노인들의 높은 자살율은 현실의 비참함뿐만 아니라 존중받지 못하고 소외되는 것에 대한 절망감에서 비롯되지 않나 싶어요.
지하철같이 세대가 충돌하는 공간에서 버릇없는 젊은이와 화를 내는 노인들의 전형적인 이미지를 쉽게 상상할수 있을꺼에요.
개인적으로 대부분의 경우 이성적으로 노인들의 잘못이 클수있다라고 생각을 해보는데 반대로 노인들은 이런 생각을 했을꺼에요.

"나이가 들면 무조건 존중받고 윗사람 대접받아야 돼."
네 장유유서의 유교적인 덕목이죠.

그분들은 그런 시대를 살았고 자신들의 윗사람을 존중했지만 시대가 바뀌었음에도 적용하지 못한거죠.

50대는 어떨까요?
지금의 50대는 586이 섞여있고 어느정도 고등 교육을 받은 이들이 늘어났고 그나마 대화가 통하는 분들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시대가 바뀐 그 중간지점에 위치한 분들이기도 하죠.
그렇기에 이들은 나이가 먹었다고 존중받는다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꺼에요.
한편으로 자신들은 40대들보다 능력이 떨어진다라는걸 알고 있는 세대이기도 하죠.

그럼 이들이 가진 무기는 뭘까요? 정확한 통계는 모르겠지만 한국의 자산의 대부분을 이 세대가 갖고 있다고 하죠.
결국 돈. 자신들이 존중받을 무기가 돈밖에 없다라는걸 아는 이들이기에
그 돈을 분배하는게 두려운걸꺼에요. 물론 이는 결국 자신들의 20대 자식들의 미래를 망치는 결과를 낳았지만
한편으로는 여전히 돈을 자신들이 쥐고 있기에 자식들로부터 윗사람 대접받을꺼라는걸 알기 때문이죠.

박근혜를 찍은 수많은 60대이상의 마음은 한마디로 이런걸꺼에요.
박정희는  비록 독재할 동안 나쁜짓을 하기도 했지만
청렴 결백하고 나라의 기틀을 마련한 존경받을만한 윗 어른. 즉 왕이었고 그 왕의 딸이 
존중받길 바라는 마음. 그리고 그녀가 집권해서 다시 자신들이 존중받는 세상으로 되돌려주길 바라는 마음.
(물로 박정희가 한강의 기적을 이룬것을 다시 재현해달라는 판타지적 망상도 빼놓을 순 없겠죠.)
이를 자신의 살아온 인생과 동일시 여겨 자신이 존중받고 싶은 마음도 크겠구요.

다른 한편으로 그런 생각을 하게되요. 민주주의나 독재같은 체제와는 상관없이
한국사회에 뿌리깊게 자리잡은 유교적 문화가 서서히 쇠퇴하는 과정에서 이데올로기적 공백이 발생했고
이 빈 곳을 차지한게 배금주의가 아닐까? 
그리고 이러한 사고에 철저히 잡아먹힌게 과도기였던 50대였던거 같구요.

물론 이명박으로 상징되는 지난 5년 역시 철저하게 배금주의의 시대였기도 하죠.
그때는 50대뿐만 아니라 모든 세대들이 성공하고  (돈으로) 대접받는 세상을 꿈꿨었지만
다른 세대들은 자신들이 돈으로 성공받을수 없는 체제의 한계를 비로서야 깨달은 반면에
지킬게 많은 50대만은 그러지 못했다 혹은 그럴수없었다라고 봐야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피와 땀으로 완성한 87년 체제로 인해  민주주의 시스템은 훼손될 가능성은 없다고 봐요.
60대이상 분들은 박근혜가  유교적 가치를 회복해주길 원하겠지만 당장 돌아오는건 절망일 가능성이 높을꺼에요.
-복지정책의 축소와 각종 분야의 민영화에 가장 큰 타격을 입을 분들이 바로 이쪽이니...-
물론  여전히 그런 헛된 꿈을 꾸고 1번을 계속 찍을 가능성이 크긴 하지만;;;
반면 50대들은 박근혜가 자신들의 부동산을 더이상 지켜주지 못한다라는걸 알게될때 돌아서게 되겠죠.


그분들이 존중받고 싶어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잘못된 선택이긴 하지만
젊은 세대가 자신들의 부모 세대들을 너무 무시하고 방치한 책임 역시 있지 않나라는 생각도 해보게 되네요.
나아가 우리 사회에 지금 가장 필요한건  인간이기 때문에 존중받는다라는 가장 기본적인 민주주의적 가치의 실현이 아닐까 싶어요.

돈 없으면 무언가를 못하는 사회는 자본주의의 사회니 당연하지만
돈 없으니 무시받는 사회는 괴물같은 사회가 아닐까.
우리 사회는 지금 괴물이 되어가고 있진 않나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ps. 이제 이글을 마지막으로 대선 관련글은 그만 써야겠어요. 뭐 멘붕은 다른걸로 열심히 치유중이구요.
      전엔 극단적으로 저 1550만명의 사람들이 못참을꺼같았는데 다른 이유들이 있어서 지지했을꺼다라는
      생각을 계속하면 참을만 한거같아요. 다들 우리손으로 뽑은 유신의 3일째 하루 잘 들 견디시길 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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