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디스아너드란 이런 게임입니다.



배경은 흑사병이 만연한 지옥같은 중세. 이긴 한데 아무리 봐도 우리가 아는 그 중세는 아닌 무슨 스팀펑크스러우면서 환타지스런 배경의 중세입니다.

주인공 '코르보'는 '던월'이라는 도시를 지배하는 여제의 경호원인데 경호원이라는 사람이 어쩐 일인지 흑사병 퇴치 방법을 알아보러 먼 길을 다녀왔고, 돌아오자마자 눈 앞에서 여제가 살해당하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그리고 암살을 꾸민 고위 귀족들의 음모에 의해 그 죄를 억울하게 다 뒤집어쓰고 감옥에 갖혀 고문을 당하다가... 라는 시작이지요.


그러니까 결국 중세를 배경으로한 어두컴컴한 복수담입니다. 어렸을 때 즐겨 읽던 세계 명작선류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추억의 스토오리. 이 게임에서 가장 끌렸던 부분이 바로 이 고풍스러운 스토리. 그리고 스팀펑크 분위기를 꽤 그럴싸하게 그려낸 그래픽 디자인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두 가지는 끝까지 애초의 기대치는 상당히 충족시켜주는 편이었구요. 재밌게 했습니다.


게임 플레이는 전형적인 잠입 액션... 인데. 설정상 '아웃사이더'라는 요상한 초인인지 신인지 모를 놈에게 순간이동, 쥐떼 부리기, 생명체 빙의 등의 황당한 기술들을 배워서 써먹는 관계로 독특한 느낌이 가미가 됩니다. 역시, 게임을 재밌게 만들어줬던 부분이었구요.


다만 아쉬웠던 점이라면...


일단 짧습니다. 

짧아도 정말 너무 짧습니다. -_-;;; 

노멀 난이도로 플레이할 시엔 잠입의 맛도 사라지고 전체적으로 게임이 너무 쉬워진다는 얘길 듣고 하드로 시작했거든요. 그리고 그 덕택에 죽고 걸리고 다시 시도하는 짓을 수도 없이 반복했는데... 도 불구하고 딸랑 이틀만에 클리어해버렸네요. 아마 휴일에 날 잡아서 작정하고 쭉 플레이했다면 하루에 엔딩 보는 것도 충분히 가능했을 겁니다. (참고로 전 하는 게임량에 비해 실력은 그저 그런 서민 플레이어입니다;)

뭐 질러놓고 쌓아둔 게임이 헤아릴 수 없는 상황이라 이런 길이가 오히려 제겐 적당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만. 본전 뽑아야겠다! 라는 맘이 있는 분들에겐 추천할 수 없는 이유이구요.


그리고 경험을 쌓아가며 점점 더 업그레이드되는 건 다 공격, 암살 기술인데 게임 자체는 발각당하지 않고 아무도 죽이지 않는 플레이를 강제하는 시스템이라는 부분도 좀 거시기합니다. 뭐 잠입 플레이로 엔딩 보고 학살자 모드로 한 번 더 플레이하면 되겠지만 전 어지간히 재밌지 않으면 2회차는 잘 안 하는 성격이라서.

또 스킬 업그레이드를 위해 필요한 아이템들이 작정하고 먼 길 빙빙 돌아 찾으러 다니지 않으면 얻기 힘든 위치에 맥락 없이 흩어져 있어 사람 귀찮게 한다는 점도 아쉬웠고. 맵은 참 넓은데 서브 퀘스트가 사실상 거의 없다시피했다는 점도 좀.

그리고 결정적으로, 누가 베데스다 게임 아니랄까봐 나오는 사람들이 죄다 못 생겼...


원래는 오픈 월드 게임을 의도하고 만들어지다가 한계에 부딪혀서 지금의 스테이지 클리어 스타일로 바뀌게 되었다는데, 그냥 계획대로 오픈 월드로 만들어져서 정성껏 꾸며 놓은 컴컴한 중세 분위기를 충분히 만끽할 수 있었다면 훨씬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재미는 있었지만 아쉬운 느낌이 컸다는 얘기.


하지만!


50% 세일이라면 얘기가 달라지지요. 하하.

스팀에 가 보세요. <-


덧붙여서, 한글로 플레이하길 원하신다면 국내 정식 발매된 패키지를 구입해주시는 게 좋습니다.

유저 한글화가 된 게임인데 한글 패치 제작자분들의 의지가 '망해가는 패키지 시장을 위해서 정식 발매판을 구입한 사람들에게만 배포하겠다'는 것이었거든요.

언어 압박이 심하진 않아도 어느 정도는 존재하는 게임인 데다가 스토리가 중요한 게임이니 한글로 플레이하는 편이 훨씬 즐거울 겁니다.



2.

위에 적은 디스아너드에 어쌔신 크리드3, 파크라이3, 슬리핑 독스... 근래들어 플레이한 게임들입니다.

다들 평점도 좋고 유저 평가도 괜찮은 수작들이긴 합니다만. 하면서 좀 지겹단 느낌이 들더군요; 왜 그랬을까... 를 생각해 보니.


'오픈 월드' 스타일 게임들에 물린 것 같아요. -_-

오픈 월드는 이번 세대 들어서 게임판에 불었던 가장 큰 혁신이자 유행이었죠.

그래서 요즘 나오는 어지간한 게임들은 다 오픈 월드 형식이거나 혹은 오픈 월드 '느낌'으로 제작이 되고 있죠. 툼 레이더 리부트 같은 작품도 분명 1자 진행 액션임에도 굳이 수집 요소를 넣어서 플레이어가 원하는 대로 맵을 헤매고 다닐 수 있게 했구요. 엘더스크롤, 폴아웃3, GTA 시리즈, 레드 데드 리뎀션, 배트맨 아캄 시리즈 등등 이런 형식으로 큰 호응을 얻은 작품들이 많고 저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긴 합니다만. 


이게 결국엔 그 자유도의 한계가 뚜렷한데다가. (뭐 어디가서 뭐 죽여라, 뭐 가져와라 라는 식의 심부름과 잡초 뜯어 수집하기 같은 걸로 생색내는 정도죠 거의가. -_-) 

또 다들 그 한계 속에서 게임들을 만들다 보니 플레이하는 감각들이 비슷비슷해집니다.

그러니 이 게임을 끝내고 저 게임을 해도 뭔가 확장팩을 하는 듯한 기분 같은 게 들면서 금방 시들시들해지더라구요.

그래서 어쌔신 크리드3과 파크라이3은 엔딩 못 보고 잠시 접어둔 상태입니다. 즐겁자고 하는 게임인데 꾸역꾸역 밀린 숙제하듯 스트레스 받으며 하긴 싫어서.


결국 요즘엔 이것만 하고 논다는 얘기.



단순하고. 그림 예쁘고. 음악 듣기 좋고. 짧게 한 판 한 판씩 하다가 그만둘 수 있고. 엔딩 봐야한다는 부담도 없고. 좋습니다.

이제 기본 난이도로 거의 다 깨가는데 다 깨고 나면 난이도 높여서 처음부터 다시 할 것 같아요(...)

다만 난이도 올리고 나면 곧 포기하게 되겠죠. 시험 삼아 몇 판 해 봤는데 정말 험난함이 수직으로 급상승을 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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