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동료이자 워킹맘인 A의 이야기를 토대로 문제점들을 적어보았고 개선책은 제 생각이에요.

아래 나열한 항목들은 A의 딸이 다니는 H어린이집(유아반)에서만 발생한 것입니다.

어린이집에서 근무하시는 분들께 결코 악의 없습니다.

미혼이지만 옆에서 지켜보다가 이건 아니다 싶어서 듀나인&맘들의 생각이 궁금해서 적어봤어요.

 

OO: A의 딸

 

 

사건1."어머님, OO이가 구내염인 것 같으니 하원시켜서 병원에 데려가세요."

A는 오후 반차를 내고 애를 데리고 부랴부랴 병원에 갑니다.

의사 왈, "제가 전문가잖습니까. 어딜봐서 구내염이라고 했는지 이해가 안가네요."

A는 가벼운 열이 있는 정도라는 진단을 받고 돌아옵니다.

그리고 당시 어린이집에 질병이나 어떤 이유로 결시가 많아 두 명(나리반 총6명 중)만 출석한다는 것을 생각해냈습니다.

 

사건2."어머님, 같은 반 친구가 손톱을 안 잘라와서 장난치다가 OO이 눈 밑을 할퀴었어요."

A는 기분이 나빴습니다. 그럼 손톱을 자르지 않고 보낸 아이의 엄마에게 먼저 주의를 당부해야하는 거 아니냐고 말했습니다.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으며 누가 그랬는지는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사건3."어머님, OO이가...그 로비에 긴 의자 아시죠? 거기 끄트머리에 앉아있다가 머리를 찧었대요.

제가 그때 은행간다고 잠깐 자리를 비웠었는데 그렇게 됐어요. 근데 바닥에 한참 누워있었다고 하네요."

A는 이 일로 멘붕을 겪게 됩니다. 끝까지 사과 한 마디 없었고 그 은행이란 것이 업무 연장선상이었다고 합니다.

 

자질구레한 일들.

-스승의 날에 커피를 테이크아웃 하여 어린이집으로 배달시킴. 10만원 상당. 고맙다는 전화 없었음. 혹시 배달 안됐는지 싶어서 A가 전화를 했음.

-어린이집 보낸지 얼마 안되어 맘들이 인사차 어린이집에 선물을 한다고하여 A회사 근처의 유명한 컵케이크가게에서 케이크를 사서 직접 가져다드림.

-기분 탓인지는 몰라도 평소 수수한 스타일의 A는 자신의 운동화를 뚫어져라 보는 선생님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웠다고 함

-OT하던 날, 원장이 "담당선생님의 개인 연락처는 학부모님들께 공개하지 않는게 원칙"이라고 했음. 담당선생님이 결혼을 한다는 말이 들렸는데 어느날 연락처가 찍힌 선생님의 문자를 받았음.(결혼선물을 바라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함)

-OO이가 집에 와서 "엄마, ㅁㅁ이는 계속 선생님이 안아줬어. 그러면 안되잖아."라고 함. 그 날은 야외활동 때문에 많이 걸었고 OO이는 매우 다리가 아팠다고 함.

 

 

 

문제점1. 피드백을 원하지 않는 선생님들

1)알림장의 존재

아이가 하원을 해서 집에 돌아오면 A는 알림장을 펼칩니다.

알림장에는 오늘 어떤 일이 있었는지 간단한 내용이 적혀 있고 일일기초진단이라고 하여 열이 있었는가, 잠은 충분히 잤는가봐 같은 항목을 확인합니다.

어느 날, A는 어린이집이 복층이라 계단이 있는 것을 떠올리고는 늘 A의 딸을 괴롭히는 녀석이 자주 '미는 장난'을 하는게 생각나서

계단 이용 시 각별한 주의를 부탁드린다고 한 번 적은 적이 있습니다. 이후에도 알림장에 선생님께 염려를 담아 부탁드리는 내용을 적습니다.

 

2)담당 선생님을 옹호하는 원감

"선생님 권역을 침범하지 말라"

앞선 여러가지 사건과 자질구레한 일들이 있은 후, A는 사건3으로 인해 멘붕이 왔습니다. 알림장엔 그와 관련한 내용을 빼곡히 적어 보냈고 그날 알림장은 아이의 손에 들려오지 않았습니다.

담당선생님 대신 원감이 전화가 와서 "담당선생님이 이 일로 트라우마가 생겼다, 겁을 먹었다, 많이 여린 분이다, 학부모 권역이 있고 선생님 권역이란 게 있으니 선생님 권역에 침범하지 말아달라"라고 말했습니다.

침범하지 말아달라는 말을 하면서 사례로 든 것은 일전에 '계단을 내려갈 때 주의해 달라'는 내용을 알림장에 적은 것이었습니다(위의 1))

그리고 덧붙여서 원감은,"이러면 선생님이 아이에게 집중할 수가 없다"라고 했답니다. A는 마치 그 말이 협박처럼 들렸다고 합니다.

개인적 생각으로,

알림장에 학부모가 욕을 쓰겠습니까. 이러한 이유로 주의를 기울여달라는 식이 전부 입니다. 어찌보면 지독히도 염려스러운 참견이라고 할 수 있겠죠, 선생님 입장에서는요.

그런데 학부모가 그렇게 하지 말아야 합니까? 알림장은 가정과 어린이집에서 나눠쓰는 피드백 공간입니다. 특히, A같은 워킹맘에겐 이것이 유일한 선생님과의 소통 입니다.

이러한 피드백을 거부하고 영역을 침범하지 말라는 말들, 이해가 안 됩니다.

 

 

문제점2. 프로의식 없는 선생님

-개인적 감정과 직업의식간의 경계조차 없는가?

 

1)알림장 들려보내지 않은 날

가장 최근 사건3으로 인해 담당선생님은 알림장을 가지고 원감에게 '힘들다고' 건의를 했습니다. 그 알림장을 두고 모두 회의를 했고 그 결과 위의 문제점1-2)의 전화를 받게 된 것입니다.

A가 알림장이 없어서 전화한 날, 전화를 바꿔주던 다른 선생님도 상당히 무례했다고 합니다.

2)알림장에 일일진단표 작성이 안되어 있었다

위의 1)이 있기 전날, 아이의 상태를 체크하는 부분이 안되어 있었습니다.

3)카페에 우리 애 사진만 없다

소제목 그대로 단체사진을 제외하고 OO이 사진만 없었다고 합니다.

4)마음대로 진단 내리고 데리고 가라는 선생님

앞서 사건1에서 조금만 더 신중하게 의사전달을 했더라면 번거로운 일이 발생되지 않았을 겁니다.

A가 바쁜 직장에서 오후 반차를 내고 집에 있는 시어머니와 통화를 해가면서 바삐 애를 데리고 병원에 가는 그러한 상황처럼요.

5)단 한번도 진심이 느껴지는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문제점3.침묵만 하는 엄마들

불만이 있어도 말하지 않는 맘들. 이해는 가요.

어떤 맘은 "이래서 놀이학교를 보내는거다"라고 말하기도 하고 "애가 볼모다"라고 했답니다. 

 

문제점5.부모 원천징수영수증도 요구하는 어린이집

이 부분을 법적으로 제재할 수는 없다고 합니다. 이 H어린이집에 해당하는 내용인지도 저도 모르겠습니다.

학부모 직업으로 사람 봐가면서 대하는게 공공연한 현실을 보여주는 일부분 아닐까요.

수업료를 제대로 지불할 수 있는지 경제적 여건을 검토한다고는 하지만 말입니다.

일선 학교와 동등한 대우를 지향하지만 초중고에서 부모 소득증명원을 내라고 하지는 않잖습니까.

 

 

개선책. 짜고 치는 '평가인증제' 대신 '교원평가제'

-일선 교사들과 동등한 대우를 원한다면 평가도 똑같이 받아라

A의 상황을 들었을 때, '아 이거 보건복지부에 민원이라도 써야하나? 아니면 기자한테 메일이라도 보내볼까? 아고라 청원을 써볼까?'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만큼 어이가 없고 제가 화가 다 나더라고요. 그냥 머리를 스친 제목이 '해도 너무하는 어린이집 갑(甲)질!' 이었습니다.,

철저한 검증과 피드백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평가인증제가 시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유아교육과에서 공부 중인 A의 측근이 그랬다고 합니다.

"평가인증제, 그거 나가기 전에 미리 다 연락하고 나가는거야."

아닐 수도 있겠지요. 아니라고 해도 A의 문제는 어린이집 평가인증과는 다릅니다. 평가인증의 지표 중에 학부모의 의견이 들어가는 곳은 없습니다.

학부모가 아이를 맡기고 수업료를 지불하는데 어째서 아이가 머무는 환경에 대해 쓴소리 하나도 제대로 못하고 침묵해야 하나요?

알림장에 몇 줄 쓴 것을 가지고 담당교사가 트라우마가 생겼다느니, 그것 때문에 아이에게 집중을 못한다느니. 프로의식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어리광쟁이 선생님 같기만 합니다.

학부모 의견에 상처를 받았을 지언정, 담당선생님으로서 알림장을 꾸준히 검토하고 일일기초진단 체크하고 평소와 다름 없이 투철한 직업의식을 발휘해 줘야 하는 게 아닌지요.

A처럼 적극적으로 피드백을 원하는 맘들이 없었다는 반증 같습니다.

 

어린이집이 우후죽순 처럼 생겨나고 정부지원은 대폭 확대가 되었는데도 어린이집은 부수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여전히 많고

맘들은 무슨 날만 되면 하나같이 선생님들께 선물 공세를 하느라 바쁩니다. 수업료 외에 선생님께 화장품, 상품권 같은 것은 대체 왜 쥐어드려야 하는 겁니까?

그걸 당연시 하는 분위기가 납득이 안 됩니다. 일선 학교에서도 이런 악습은 점차 희미해져 가고 있잖아요. 애가 볼모인냥 조금이라도 밑보일까봐 전전긍긍 하는 모습들, 안타까워요.

평등한 대우를 바라면서 뒤로는 챙길 거 다 챙기고 바랄 거 대놓고 바라는 거 너무 모순적이에요.

학부모가 직접 평가하는 어린이집 평가제,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학부모가 언제까지 허수아비 처럼 있어야하는 지, 관련법규는 없는지 참 막막한 기분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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