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제 와 지난 연애를 돌아보기엔 새로운 사람에 대한 사랑만으로도 벅차지만

좋아하는데도 헤어질 수 있느냐는 글을 보고 생각이 나서요.

녹지않고 더러워진 눈처럼 기분도 찌뿌둥하여

생각이 우울하게 흐르는 탓도 있고 해서 주절대 봅니다.

 

2.

 

헤어지자는 말이 차마 입에서 안나올까봐

만나러 가기 전에 노트에 한없이 반복해서 썼었죠.

백번 쓰고나면 헤어지자고 말할 수 있을거야 라고 생각하면서.

 

잠에서 덜 깨 부스스한 머리를 긁다가 문득

그 사람과 함께있는 내일이 그려지지 않는다는 걸 알았어요.

그와 나의 상황이나 사람이-정확하게는, 각자의 어려움을 견뎌내는 방식이-변하지 않는다면

우리에게 미래는 없겠구나 하고.

 

그 사람은 예상치 못한 자신의 상황 변화 속에서 제게 잘해줄 자신이 없었다고 들었어요.

아마 각자 지쳐있기도 했겠지만, 둘 다 고집이 세고 맺고 끊음이 확실한 편이어서

각자의 기준에서 헤어짐에 합의하는 데 이견이 없었던 거 같아요.

 

제가 헤어지자고 했지만 사실상 차였다고 생각하는 건

'이런 이런 생각으로 헤어지는 게 맞는 것 같다, 하지만 니가 사랑한다고 말한다면 철회하겠다'고 했더니

'헤어지자'고 선을 그은 게 그 사람이었기 때문이죠.

 

지금 생각하니 소꿉장난 같아요.

다시 만약 같은 상황에 처한다면 똑같이 말할 것 같으니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한

의미없는 행동이었어요.

  

한동안 더 찌질했던 건 저였고

뒤늦게 연락이 온 건 그 사람이었는데,

괜찮더라고요, 둘이 동시에 미련부리지만 않으면 어쨌든 한쪽이 끊어내니까.

 

사실 그 독한 사람이 연락할 줄은 전혀 몰랐어요.

막상 만나고 나니, 그 사람 이후로 두 번의 연애를 더 한 이후의 솔로 기간이었지만

그제야 '아 나는 이사람 없이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어 개운하더군요.

 

성격 차이인지도 모르겠어요.

저는 아마도 다시 헤어짐을 고려하게 되는 상황이 온다면

제가 그 사람을 아직 좋아하는지, 이별 후 얼마나 힘들 것인지 보다는

그냥 그럴만한 상황인가..하고 생각하고 행동할 것 같아요.

그리고 당연하다는 듯이 힘들어하다가 다시 괜찮아지겠죠.

 

제가 가장 견딜 수 없는 건

어느 방면으로도 나아갈 수 없는 상황이거든요.

그 사람을 덜 사랑했거나 그런게 아니라, 그냥 경험상 제가 그렇더라고요.

귀납논리니까 언젠가 깨질 수도 있겠지만.

 

3.

 

이건 제가 그 사람을 생각하며 썼던..

기분 탄 김에 올리지만, 나중에 이 부분만 펑 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서 창작게시판으로는 안 갈게요.

 

(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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