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에서 절 따라오던 토끼..;

2011.01.22 00:04

mockingbird 조회 수:4371

요즘처럼 산에 눈이 잔뜩 쌓여 길이 좋지 않거나 기분전환하고 싶을땐 남산에 가는데  오늘 저녁에도 남산에서 운동을 했습니다.

북쪽 산책로이던가, 그쪽을 주로 가요. 명동 신세계쪽에서 들어가면 바로 나오는 산책 코스죠.

차도 안 다니고 눈이 쌓여도 바로 정리를 하는 곳이라 한겨울에도 운동하기 최적의 장소예요. 외국인들이 조깅하는 모습도 많이 봅니다.

오늘 좀 늦게 갔더니 사람이 별로 없더군요.  오후 9시가 다되어가는 시각이었거든요.

 

찻길에서  산책 코스 초입길로 마악 접어드는데 사람은 하나도 없고 길 한 가운데 떡하니 동물이 꼼짝않고 앉아 있더라고요.

가로등 불빛만으로는 사위가 어두워 시커먼 것이 처음엔 냥인줄 알았어요.

길냥이들을 거기서 가끔 보거든요. 근데 이 녀석, 가까이 다가가도 움직이지 않는 거예요. 냥이같으면 벌서 튀어 달아나고도 남았을 거리로 좁혀졌는데도요.

 

가까이 다가가면서 보니 예쁜 갈색 토깽이더군요.  성체같았고요.

근데 이 녀석, 제가 바로 옆까지 다가가는데도 도망가지 않고 되려 다가와서 제 신발에 코를 대고 킁킁 냄새를 맡더라고요.

그래도 쓰다듬을 수는 없게 딱 손이 안 닿을만큼 떨어져서 제 주변을 맴돌았어요.

가방에 사료는 커녕 과자 한톨 없는 상황이 참 당황스럽더군요.

아, 이럴 줄 알았으면 당근을 가져오는 건데..

어쩐지 냥이 사료라도 챙겨오고 싶더라니.

때늦은 후회를 해봤자 별무 소용.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다시 걷는데 이 녀석이 저를 졸졸 따라오는 거예요.ㅠㅠ

 

멈춰서면 다가와서 신발 냄새맡고 저를 가운데 두고 한바퀴 돌고 제가 움직이면 또 따라오고.

 

그렇게 한 20여M는 따라온 것 같아요.

그래봤자 맛있는 것은 커녕 맛없는 과자 하나 안 나오는 데다가 운동하는 사람들이 몇 분 다가오니 얼른 저쪽으로 뛰어가더군요.

그리고는 의자 옆에서 한참을 웅크리고 있더라고요.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지만 근처에 매점 하나 없어서 어쩔 수 없이 그냥 운동 코스를 돌고 왔어요.

후진 핸드폰 카메라이고 어슴프레한 저녁 가로등 불빛 이라 사진 찍는 것은 포기.

 

녀석아, 잘 살아 남아라.

이 모진 계절 사람들이 던져주는 과자로 연명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설마 누가 갖다 버린 것은 아니겠죠?

한 마리만 딸랑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편치가 않더군요.

아직까지도 눈에 선하네요. 먹을 것을 갈구하던 녀석의 눈빛이랑 뽀송한 갈색 털이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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