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교통사고 당했을 때 후방 십자인대가 파열됐대요. 별로 이해는 안 가지만 부러진 부분이나 다른 부위의 처치가 급해 무릎은 수술 안 하고

경과를 지켜본다나. 그래서 무릎이 가끔 걸을 때마다 뚝뚝 빠지고 뭐, 암튼 좀 불안정함. 왼쪽 다리뼈는 거의 붙었지만 정상 보행 기능은 한 80%쯤

회복한 상태였죠. 


  어제 싸부랑 신사동 왕족발에서 맛난 족발 챱챱챱 하고 맞은편 인디플러스에 <두 개의 문>GV가 있다길래 눈누난나 보러 갔어요. 영화 거의 다 봤는데

화장실이 가고 싶은 검미다. 싸부가 조심하라고 조그만 플래쉬를 줬죠. 어둠속을 더듬더듬 짚어 계단을 올라 출구로 가기 시작했는데! 오르는 것만 있는 줄 

알았던 계단이! 갑자기 푹, 꺼지면서 온 몸이 푹. 차라리 되게 넘어졌더라면 나았을 텐데 순간적으로 다친 왼쪽 다리로 버틴 겁니다. 순간 왼쪽 무릎에서 찌릿하며 

통증이 작렬.


   헐....그 고통이라니.


   무릎이 와. 그냥 막 너무 아픈데 극장이라서 소리를 지를 수도 없고. 우라질 생리현상이 뭔지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일단 화장실에 갔는데 이젠 극장으로

못 돌아가겠는거라요. 걸을 수가 없었죠. 온몸이 땀 범벅이 돼서 한 십분 걸려 자리로 돌아갔어요. 결국 GV는 못 보고 싸부한테 업혀서 극장을 나와 택시를

타고 제가 수술받은 병원 응급실로 갔어요. 택시 안에서  싸부한테 으찌나 욕을 욕을 먹었는지. 너는 매사 인생이 그런 식이다, 대충대충 덜렁덜렁 설렁설렁, 

아니 좀 조심조심, 플래쉬까지 줬는데, 그걸 못 더듬어 가서, 그래서 내가, 앞으로 3개월간은 등산화만 신고 다니라고 하지 않았느냐, 오늘 그것만 신었어도 

이렇게까지 무릎에 충격이 안 갔을거다, 너 그리고 수영이고 자전거고 나발이고, 일단 걷는 연습이 제일 중요하다고 좀, 내가 진즉진즉, 그러고 보니 너 감기

걸려서 오늘 낮에 병원 다녀오기로 한 것도 안 가지 않았느냐, 말을 왜 그렇게 안 들어 처먹고 결국에는 이 사단을!!!!

  무릎은 사과만하게 부풀어 오르고, 저는 굽십굽신 ㅈㅅ ㅇㅇ 그래여 제가 쓰레기라능 조심안해서 미안합니다 흑흑 했지만 뭐....말해봤자 이미 빡이 오를 대로

오르신 그분의 귀에는 늘 말로 처바르는 저의 블라블라따위.


  병원 가서, 진통제 맞고 엑스레이 찍었어요. 뼈에는 이상 없대요. 인대나 뭐 그런 거가 문제인지는 엑스레이로는 잘 알 수 없으니 내일 낮에 내원해서 담당

과장님한테 진료받으라나. 그리더니 저를 눕혀서 허벅지 중간까지 반깁스를 합니다. 헐.................이걸 또.............아니 이렇게까지 할 필요 있........나..........

그냥 발목 삔 거랑 비슷한 거 아닌가.................................'보통 이렇게까지 해요? 깁스를' '아 이거 안 하면 왜 깁스 안했냐고 저희가 혼납니다' 

....으, 응-_-? 스러운 대답이었지만 어쨌든 전혀 걸을 수 없는 상태였고 깁스가 있는 편이 낫긴 하니 가만히 있었습니다. 집으로 돌아가서 1월에 봉인해뒀던 

목발을.................다시 꺼내는데.....................................와 기분이 너무 구려요. 내가 설마 너를 또 보게 될 줄이야. 그것도 이렇게 빨리.


  이후로 한 두시간 더 싸부한테 혼나고 까무룩 잠이 들었는데, 이상한 꿈만 잔뜩 꾸다 얼마 못 자고 일곱시 반에 눈이 떠졌습니다. 대충 증상 검색 해보니

후방십자인대 불안정, 때문이 맞는 듯해요. 근데 이게 대박. 파열인 경우에는 6주간 깁스라나. 이 여름에, 목발질을, 또?


  이따 병원 가면 인대 파열인지 아니면 단순 늘어남인지 확실해지겠지만, 우리 과장님은 애초에 낙관적 희망적인 뉘앙스의 진단을 내려준 적이 없으니.

육두문자가 막 나옵니다. 엥간해서는 ㅇㅇ그렇지 모 그럴수도 있지 이러고 대충 넘어가는 편인데 이건 안 돼요. 기운빠져라. 나 지난 3개월동안 대체 뭐 한 거니.

제법 정상적으로 다닐 수 있게 되니까, 제가 완전 정상인인 줄 알고 몸에 대해 경계를 게을리했어요. 이번 다친 게 낫더라도 앞으로 1~2년은 그렇게 조심히

지내야겠구나, 생각하니 또 축 처집니다.

  그래서 제가 눈을 뜨고 맨 처음 뭘 했냐면 지금.

혹시, 배송올까봐, 배송와서 싸부한테 들켜서 어제 먹은 욕 다시 먹을까봐, 혹시 신을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주문한 통굽 플립플랍을 재빨리 주문취소했습니다.

옛날처럼 힐순이는 무리라도, 통굽정도는 지금쯤이면 살살 신어도 되지 않을까 했는데. 저 이번에 무릎 나으면 가을까지는 등산화만 신어야 될 듯요.

  아아 쓰면 쓸수록 자괴감에 멘붕.  내가 칸트형 인간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엄마 왜 나를 이 깨진 바가지로 낳으셨나요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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