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의 뜬금 없는 잡설 :

  음, 듀게에는 조금 안 어울리는 글일지도 모르겠지만, 제 개인 블로그에 올렸던 글을 뻔뻔하게 옮겨온 글입니다.
  직장이다 뭐다 해서 거의 버려두다 시피한 블로그이기도 하고, 여러가지 이유로 별로 예전 같은 활동(?)의 의지가 없었는데 요새 직장을 관두고 집에서 몸을 추스리는 통에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의욕이 생길 만한 일을 찾아서 이렇게 또 옛스러운 길고 잡스러운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THE GREATEST VIDEO GAME MUS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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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D넘버 : X5CD114 / 국내 가격 1만 6천원 가량. 

  앨범 표지 화상은 이 앨범을 구입한 Yes24 사이트에서 가져왔습니다. 스캐너가 없는 건 아닌데, 일단 새로 스캔하기가 귀찮아서요. (뻔뻔히)

  사실 꼭 찝어 말하기는 뭣하긴 해도, 어쩔 수 없이 이 앨범의 세일즈 포인트는 결국 제법 있어 보이는 집단인 '런던 필 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연주라는 점이 가장 큰 포인트가 아닐까 합니다.
  뭐 요즘 런던 필은 클래식 계통을 많이 들은 분들께는 "그냥 팝 오케스트라" 취급 받는, 돈 주면 아무거나 다 해준다~ 소리를 듣는 분위기인 모양입니다만, 그래도 이름 값으로 본다면 그렇게까지 무시받을 수준은 아닌 듯합니다. 
  실제로 이 앨범의 연주에 대해서 평가하면 무난 이상~이라고 밖에 할 말이 없군요.

  그리고 (우선 겉으로 보기는) 수입반이지만 일단 우리말로 된 부클릿, 소위 설명서 종이가 들어 있다는 점은 나름 의미가 있군요. (설명 내용에 대해선 약간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하는 면은 있지만…) 
  사실 이런 마이너 장르의 음반을 수입한다고 할 때에, 나름 이름 값이 있는 오케스트라와 최소한의 설명서가 있다는 점은 나름 구입 포인트가 되긴 합니다.
  (여담이지만 Xbox360용의 게임에 피쳐링된 구미권의 팝송들을 모은 앨범 "START"가 정발 되었을 때엔 전혀 설명 같은 게 없어서 어느 곡이 어느 게임에 나왔는지도 애매했던 기억 뿐이라서 말이죠.)


  음, 어쨌든 간에 이런 스타일의 (클래시컬한) 오케스트라 연주에 의한 게임음악 앨범은 사실 기존에도 제법 많이 시도된 편~입니다만, 굳이 1대1 비교를 하기는 뭣해도, 그래도 일단 기존에 존재하는 앨범과 견주어 생각해보지 않을 수는 없군요.
  우선 국내에서도 제법 알려진 음반이라면 "Video Games Live(비디오 게임즈 라이브)" 시리즈가 있을 겁니다. 이 쪽은 이미 앨범 2장에 공연 실황 DVD가 나와 있고 개인적으로도 좋게 평가하는 편입니다(국내는 DVD가 출시되지 않았습니다만).
  그 밖에 일본 쪽에서도 '오케스트라에 의한 게임음악 콘서트' 같은 타이틀의 공연과 앨범이 나와 있고, 근래에는 일본의 게임잡지 패미통에 의해 기획된 'Press Start(프레스 스타트)'란 타이틀이 붙는 게임음악의 오케스트라 공연과 그 실황 앨범이 있기도 합니다.
  그리고 개별의 게임 시리즈 하나만 전문적으로 손대는 쪽의 오케스트라를 따진다면 근래에 국내에서도 두 차례 공연을 가진 "파이날 판타지 : 디스탄트 월드" 같은 예가 있겠지요.
  다만 이 "파이날 판타지 : 디스탄트 월드"의 경우엔 앨범에 실린 녹음과 실제 공연에서 연주된 레퍼토리가 좀 다른 부분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면 DVD로 출시된 공연 실황을 보는 게 낫긴 할 겁니다. 
  이런 실제 공연의 경우에도 국내 공연과 일본 공연의 곡수와 연주 레퍼토리가 달라서 (작년의 국내 공연에선 파이프 오르간 연주주자를 따로 게스트 섭외한 게 포인트였지만, 일본에선 그렇지 않았었지요…), 가능하다면 직접 공연을 보는 게 더 낫긴 합니다만.

  또 기존의 'Video Games Live'가 독자적인 전문 연주 팀을 구성하고 세계 곳곳에서 공연을 다니는 식이라면, (이 Video Games Live쪽은 한국의 블리자드 콘에서도 잠깐 왔었다고 합니다만, 저는 그 때엔 안 가봐서 실제 공연을 보진 못했습니다…) 
  이 GREATEST VIDEO GAME MUSIC 앨범은 런던 필 하모닉이란 전문 오케스트라를 고용해서 만든 일종의 프로젝트 음반에 가깝다고 하겠습니다.
  비디오 게임 뮤직 라이브의 경우는 EMI에서 음반 발매를 해서 국내에도 소량 수입된 모양이고, (저는 이 앨범은 영국 판을 갖고 있습니다…) 몇몇 국내 사이트에서 음원 판매를 햇던 것도 같습니다. 
  그리고 일본 쪽의 오케스트라 앨범 'Press Start'는 공연 5주년 기념으로 나온 음반을 갖고 있습니다만, 이 쪽도 국내에선 구하기 쉬운 물건은 아닙니다.

  자, 일단 이 GREATEST VIDEO GAME MUSIC이란 거창한 제목의 앨범 이외에도 게임음악을 오케스트라 연주한 앨범이 많다는 이야기는 주절주절 늘어 놓았습니다.
  그런데, 같은 오케스트라에 의한 게임음악 연주 임에도 앨범이나 연주자가 다른 만큼 다들 묘하게 미묘한 차이는 납니다. 
 사실 오디오 시스템의 차이부터 여러가지 변수가 있겠습니다만, 단순히 딱 들어보기만 해도 앨범 자체의 녹음 수준과 상관없이 분명히 편차가 납니다.

  좀더 구체적인 예를 든다면, 일단 기존의 'Video Games Live'는 공연 실황을 녹음했다는 인상이 팍 납니다. 그것도 오픈된 야외 공연이란 느낌이 들 정도 입니다. 중간 중간에 관객의 반응이 피드백되어 있기 때문에 그런 느낌도 꽤 크고, 또 단순 오케스트라 공연만이 아니라 전자 기타가 나오는 락 파트의 부분도 있기 때문에 이런 점은 또 평가받을 합니다.
  반대로 일본 쪽의 'Press Start' 같은 경우는 실황 공연이긴 합니다만, (Video Games Live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좁은 홀에서 녹음했다는 인상이 납니다. 약간 답답한 소리가 나오기 때문에 이런 녹음을 싫어할 만한 사람도 꽤 있을 거에요.
  ( 여담이지만 일단 제가 쓰고 있는 오디오 시스템은 JBL 4312C 스피커에 마란츠 SA-7001과 PM-7001 K.I.시그너쳐 시스템인데, 뭐 대단한 고가품은 아니고 그냥 돈 100만원 이하로 구할 수 있는 중저가 기계들의 집합입니다. 다만 8~9평 짜리 방을 울리는 데엔 큰 무리가 없는 수준이라고 하겠습니다.)


  = 어쨌든 앨범 자체에 대해선 "기대에 비해선 약간 미묘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고 말합니다만,
  곡 자체를 듣는 측면에 있어서는 그렇게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됩니다. 
 개인적인 느낌을 솔직히 말한다면 팝 오케스트라 적인 측면을 살려서 비교적 easy listening계통의 녹음이라고 생각됩니다. 

  일단 Press Start가 약간 멀고 좁은 느낌의 녹음이고, Video Games Live는 녹음은 나쁘지 않지만 어느 정도 오디오 시스템이 사양이 받쳐줘야 제대로 공간감이 나온다는 점이 있어서 (MP3로 들으면 약간 밋밋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이 앨범이 무난하게 듣기는 좋지만 까페 등에서 쓰기엔 좀 미묘하지 않나 싶습니다.
  그리고 편곡에 대해선 별수 없이 취향이 갈릴 거에요. 
  수록곡은 아슬아슬하게 일본 곡 중에서 서양 쪽에서도 지명도가 있는 곡들도 끼어 있는 탓에 국내의 비디오 게이머들 사이에서도 어필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생각하지만, 게임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이 듣기엔 "영화음악 스러운 곡들"과 "디즈니 같은 애니메이션 스타일의 곡들"이 뒤섞인 정도~로 밖에 어필할 수 없을 것 같은 면이 있습니다.
  그냥 애시당초 서브 장르 매니아들만 들을 것을 감안하고 편곡했다~고 생각되는 Video Games Live쪽이 장르 팬으로써 어필도는 조금 더 높다는 생각이 듭니다.

  뭐 이것도 실제 공연으로 본다면 좀더 상향 평가되고 이것저것 인상적인 면이 많을 것 같지만, 그냥 음반으로 듣기엔 좀 컨트래스트가 크고 강약이 좀 있는 편이랄까요. 
  앨범 하나를 통으로 듣는다 칠 때의 균형은 역시 Video Games Live 앨범이 조금 더 낫지 않나 싶습니다.
  수록 시간에 비해서 곡수가 많다~는 느낌도 있고, 약간 잡다한 느낌과 "비슷한 분위기의 곡이 반복되는" 면이 있어서 조금 물리기 쉽지 않을까~ 하는 기분도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장점보다 단점이 많은 앨범 같은 소리지만, 실제로는 그건 저 같은 까탈스러워지기 쉬운 장르 매니아 입장에서의 이야기고… 
  어쨌든 이 앨범은 연주자의 이름 값을 빼놓고 봐도 한번 들어볼 가치는 충분하다고 봅니다. 
 오케스트라로는 심심할지 몰라도, 일단 나름 버라이어티한 맛은 있거든요.

  사실 이 앨범에 대해서 말하기 전에 기존의 Video Games Live나 Press Start같은 오케스트라 편곡 앨범들에 대한 비교 글을 쓰려고 생각은 했었습니다만, 게으름 때문에 쓰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앨범에 대해서 평가할 때에 기존 게임음악 오케스트라 앨범들에 대한 비교 글을 먼저 썼었으면 좀더 쓰기 편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어서 조금 후회스럽기도 합니다. 
  뭐 이 앨범을 먼저 다루고 나중에 다른 걸 다루는 것도 나쁘진 않겠습니다만. (쩝)


  어찌되었건 일단 이 앨범의 수록 곡목은 아래와 같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재미있달까~ 나름 주목해야 할 것은 앨범 케이스 뒷면에 써 있는 목록에 일부 오타가 있고, 내부 booklets 설명서에 쓰여있는 것과 약간 다른 부분이 있다는 점입니다. 
  여기선 일단 내부 설명서에 따라서 수록곡 목록을 적습니다.

  1. ADVENT RISING / "Muse"
  2. LEGEND OF ZELDA "Suite"
  3. CALL OF DUTY - Modern Wafare 2 / "Main Theme"
  4. ANGRY BIRDS "Main Theme"
  5. FINAL FANTASY Ⅶ / "Liberi Fatali"
  6. SUPER MARIO BROS. / "Themes"
  7. UNCHARTED - Drake's Fortune / "Nate's Theme"
  8. GRAND THEFT AUTO Ⅳ "Soviet Connection"
  9. WORLD OF WARCRAFT / "Seasons of War"
  10. METAL GEAR SOLID 2 / "Sons of Liberty Theme"
  11. TETRIS / "Theme"
  12. BATTLEFIELD 2 / "Theme"
  13. ELDER SCROLLS 4 / "Oblivion" 
  14. CALL OF DUTY 4 - Modern Warfare / "Main Menu Theme"
  15. MASS EFFECT / "Suicide Mission"
  16. SPLINTER CELL / "Conviction"
  17. FINAL FANTASY / "Main Theme"
  18. BIOSHOCK / "The Ocean on his shoulders"
  19. HALO 3 / "One Final Effort"
  20. FALLOUT 3 / "Theme"
  21. SUPER MARIO GALAXY / "Gusty Garden Galaxy"


  일단 3 트랙의 콜 오브 듀티의 경우, 내부에는 콜 오브 듀티 - 모던 워페어2 의 수록곡으로 되어 있지만, CD 뒤에는 그냥 콜 오브 듀티로만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18트랙의 바이오쇼크의 경우에도 CD 뒤에는 "The Ocean on his Choulder"로 인쇄되어 있지만, 내부 설명서에서는 ~on his shoulder로 되어 있습니다. 

  일단 제가 갖고 있는 앨범은 CD 디스크에는 '메이드 인 오스트리아'가 찍혀 있습니다만, 일단 내부 설명서는 우리말로 되어 있으니 CD 디스크만 수입해서 패키지로 조립한 것인지, 아니면 국내에서 OEM 생산을 한 것인지는 이 CD만 갖고는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지인이 아마존을 통해서 구입한 미국판은 소위 디지팩이라는 두꺼운 종이 케이스에 고정된 스타일의 앨범이고 내용물은 별 것이 없다고 하는 군요. 
  그렇다면 차라리 한국 정발판이 (내용은 좀 빈약하지만) 우리말 설명서가 들어 있으며, 케이스도 만약에 손상되어도 다른 일반 시판 케이스로 바꿀 수 있는 만큼, 조금 더 소비자 편의성을 추구했다고 볼 수는 있겠습니다. 
  디스크를 1대1 비교 청취를 못 해봐서 과연 한국 정발판과 미국판이 얼마나 차이가 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일단 써있는 데로 디스크가 오스트리아 생산이라면 미국판과 큰 차이는 없을 거라 추측됩니다.

  뭐 어차피 다들 mp3 구해서 듣고 있을 상황이고, 또 아마존이나 itunes에 도는 mp3판 앨범에는 보너스 트랙으로 CD판 보다 한 곡이 더 많다는 걸 생각하면 디스크 판 자체의 음질 차이에 신경쓸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는 의문도 남습니다만, 어쨌든… 



 - 앨범 전체를 놓고 본다면, 이 앨범은 지나치게 무난한 방향을 따른 탓에 상대적으로 개성이 약간 떨어지는 쪽~이라고 하겠습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수록시간에 비해서 곡 수가 많은 탓에 잡다한 느낌도 있지만, 동시에 지나치게 영화음악스러운 연주를 하고 있어서 대다수의 곡이 비슷비슷한 인상으로 남기도 합니다.
  좀더 다양한 템포와 분위기를 어필하면 좋았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뭐 결과적으로 이 정도로도 크게 불만이 있는 것은 아니고… 그저 서양 게임의 음악이 많이 들어가서 비슷비슷한 어프로치로 연주된 탓에 생기는, 편중된 취향의 문제겠지요.

  아무래도 런던 필이 '팝스 오케스트라'~의 인상이 강하다 보니, 순수하게 기존 클래식 악기들에 의한 관현악 중심은 아닙니다. 덕분에 제법 다양한 스타일 곡이 '팝스 오케스트라'란 흐름 속에서 일관된 흐름으로 잘 우러나고 있기는 합니다만, 덕분에 원래 게임음악으로써 여러 곡들이 본래 갖고 있던 개성적인 면모는 약간 투명해진 부분도 있습니다. 
  당장 마리오 테마의 첫 도입부의 우렁찬 금관 나팔에서 현악기 뚱기는 전주로 들어가서 메인 멜로디는 오보에 같은 목관에 금관이 덧씌워지는 전형적 관현악 구색이 잘 갖추어진 오케스트라 스코어 연주는 분명히 그 질이 나쁘지 않지만, 상대적으로 단일 전자음 멜로디로의 '흐름'은 약해집니다. 
  그것도 그게 나쁜 건 아니지만 이후 물 속의 테마 같은 다른 부분으로 연결되면서 다시 현악과 관악기가 겹쳐지는 부분에서 '곡이 바뀌었다'라는 인상이 약해진다는 감이 있달까요. 메들리 편곡의 어려운 점이지만 연주 자체는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있기도 해서 충분히 듣기는 좋습니다. 다만 순수주의자가 되기 쉬운 매니아들의 취향에는 약간 거슬릴 수도 있다는 점이란 것입니다.

  그렇지만 일단 이 앨범에서는 오케스트라만을 고수하지는 않고, 비교적 폭 넓게 세션을 추가하고 있기도 합니다. 
  일단 게임음악이기도 하니 적절히 전자음도 끼어 들어가 있고 락 밴드에서 사용될 드럼 퍼커션 연주도 끼어들어가고, 그 밖에 인간 육성을 사용한 코러스나 스캣 같은 것의 활용도 있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인 짜임새가 부족한 건 아니고 소리 자체로는 충분히 풍성한 탓에, 오케스트라를 사용해서 생기는 큰 스케일 감이나 적당히 잘 우러나는 허풍스러운 멋을 감상하는 맛은 있습니다만, 상대적으로 고전 게임들이나 "그렇게까지 원래 스케일이 큰 곡들이 아니던" 쪽에서는 조금 오버하는 기미도 있습니다.

  게다가 런던 필 하모니 탓을 할 생각은 없습니다만, (몇번이고 반복되는 소리인데) 전체적인 편곡이 조금 흔한 느낌의 헐리우드 액션 영화 풍의 그런 면을 많이 의식했달까~ 말 몇 마디로 딱 찍어 말하기는 애매해도, 오케스트라와 전자음이 적당히 뒤섞인 '전형적 현대 블록버스터 영화 스타일'인 것은 약간 마이너스입니다.
  신디사이저의 여러가지 음색 변형 등으로 다양한 느낌 나게 흘러가면서 소위 '일렉트릭 오케스트라'로 때우지 않고, 정공법으로 실연 오케스트라에 의존해서 다양한 소리를 풀어내고 있다는 점은 평가할 만 합니다만, 
  역시 일렉 기타나 전자음을 좋아하는 사람에겐 약간 미묘하게 받아 들여질 가능성은 있습니다.
  그리고 지나치게 스케일 중심이랄까 크게 나오긴 하는데 중간중간이 약간 공허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없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사실 가장 큰 문제는 이 앨범이 정말 실제 공연 녹음인지 애매하달까, 전자음 악가의 활용이나 몇몇 부분에서 파트 마다 따로따로 스튜디오에서 녹음한 것을 합친 것 같다는 부분이 느껴진다는 점이 문제라고 하겠습니다.
  아니 사실 그냥 오케스트라 편곡한 것이다~ 라고 생각한다면 큰 문제될 것은 없고, 실제로 듣는 데에 뭔가 부족한 게 있는 것은 아닙니다.
  허나 기존에 발매된 Video Games Live 같은 앨범이 실제 공연의 현장감이 살아 있다는 점이 나름대로의 개성으로 작용한다면 이 앨범은 그냥 오케스트라 연주가 사용된 앨범일 뿐입니다.
  음질은 또렷하고 연주의 질은 높지만 딱 그 정도라서, 실제 공연의 실황 느낌을 따지는 사람에겐 약간 마이너스 점인 것은 분명할 것입니다.
  뭐 하지만 이 정도의 연주의 질로 수퍼 마리오 브라더스나 메탈기어 솔리드 같은 걸 듣는 게, 그리 흔한 건 아닐 거란 말입니다. 이런 거 하나 갖고 있으면 나름 묘한 방향으로 음악적 소양의 폭 넓음(?)을 어필하는 면은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네요. (허세 쩐다고요?)
 그런 면에서 보면 이 앨범은 많은 사람에게 추천하기는 수준이 약간 범상한 기분도 들지만, 나름 특이한 음악을 찾는 사람에겐 "소재 자체는 특이하지만 연주와 편곡은 범상한 앨범"으로 어필할 수는 있을 것입니다.
  매니아 장르 음악의 앨범이지만 기본적으로 장르 매니아 지향은 아닌 스타일이라, 일반적인 영화 음악 듣는 정도로 생각하면 누구라도 큰 부담 없이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평가받을 가치는 충분하겠습니다.

  다만 역시 개인적으론 서양 게임을 그다지 많이 하지 않는 관계로, 그렇게까지 감정이입되는 부분이 없는 탓에(…) 여기서는 역시 심각한 평가라기 보다는 인상 비평에 가까운 정도로 가볍게 곡별 감평을 적어 보겠습니다. 


  1. ADVENT RISING / "Muse"
 : 첫 곡부터 기존에 나온 Video Games Live에도 Advent Rising의 편곡이 있기 때문에 비교 아닌 비교를 하게 되는데, 일단 이 쪽이 약간 전개가 느립니다. 분위기 적으론 도입부에 어울리게 좀더 신비한 느낌이 나왔어도 괜찮을 것 같지만, 일단 여기서는 장엄하고 은근한 느낌의 육성 코러스가 끼어 들어가면서 시적인 느낌을 주려는 기분이 듭니다. 
  다만 Video Gams Live쪽은 남성 코러스가 끼면서 더 무겁고 장중한 느낌이라면, 이 쪽은 서정적이고 은은한 느낌의 여성 코러스 위주란 점이 또 편곡의 편차가 됩니다. 
  대신 가까이 다가온다기 보다는 멀리서 스크린을 펼쳐놓고 장엄한 우주를 보여주듯이 은근하게 분위기 뽑아내는 면에 있어서는, 직접적으로 웅장함을 노골스럽게 어필하던 Video Games Live쪽의 편곡에 비하면 이 쪽이 첫 곡으로의 분위기 메이킹으로는 훌륭하다고 하겠습니다.

  2. LEGEND OF ZELDA "Suite"
 : 앞곡이 '우주적인' 은근함이 있다면, 2트랙은 노골적으로 스타워즈 삘나는 보조 모티브가 추가되어서 스케일감 나는 면을 강조하고 있다~라는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사실 젤다의 전설에 굳이 말하자면 'suite'란 곡은 없습니다. 덕분에 이 곡은 교향곡 처럼 장엄한 첫 부분과 살짝 가라앉는 두번째 부분 같은 식으로 (곡이 아예 악장 별로 나누어 끊어지지는 않지만) 확실히 4부분으로 나뉘어 있으면서 한 게임에 들어간 여러 곡을 메들리 하듯이 흘러간다는 인상이 있습니다.
  게임에서 사용되는 몇몇 곡의 모티브를 연결해서 하나의 조곡으로 꾸며 놓은 형식이다~ 라고 보면 되겠습니다만, 뭐랄까 지나치게 존 윌리암스의 영화음악 삘 나는 (본 멜로디가 나오기 이전에) 도입부의 관용적 모티브 남발이 조금 귀에 거슬릴 수도 있습니다.
  사실 이런 식으로 곧 뭔가 나올거다~ 식으로 계단 올라가듯이 끓어오르는 분위기 잡는 건 존 윌리암스의 수퍼맨 테마나 스타워즈 테마 등에서 많이 응용된 모티브라서 식상하기도 합니다만, 그걸 그냥 그대로 다른 게임의 음악을 연결하는 데에 도중 레퍼토리로 써먹고 있으니 사람에 따라선 느낌이 묘해질 수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상대적으로 연주의 편의를 위한 "도식적"이랄까, 연주회를 위한 연습 시간을 염두에 두고 "많이 연주해봤을" 흔한 구성을 빌려와서 남발을 하는 편곡이라서 재미가 없달까 미묘하게 느껴지는 면이 있는 트랙입니다.
  젤다의 전설의 곡들 자체는 오케스트라로도 전자음으로도 상당히 인상적인 명곡이라서 연주 자체는 여전히 마음에 들지만, 하여튼 그런 점에서 볼 때 '게임을 모르는 사람에게' 어필을 하기 위한 면모라고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살짝 어긋난 결과물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사실 이런 스타일로 유명한 영화음악의 모티브를 살짝 끌어오는 오케스트라 편곡은 고 하네다 켄타로가 89년 무렵에 교향곡 이스 편곡할 때에 나왔던 거라서 매니아들에겐 좀 식상하게 느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만, 런던 필은 어째선지 (흔하게 시판되는 악보를 사용한 것인지 몰라도) 이런 편곡을 그냥 고수하는 군요. 
  연주 자체는 괜찮지만 역시 편곡이 약간 중구난방이란 느낌을 받았다면 결과적으론 약간 미묘한 절반의 성공 절반의 실패로 평가를 내리게 됩니다.

  3. CALL OF DUTY - Modern Wafare 2 / "Main Theme"
 : 결국 한스 짐머라는 유명한 이름이 끼어든 덕분에 생각보다 더 많은 관심의 대상이 된 게 아닌가 싶은 곡인데, 분명히 스케일큰 풀 오케스트레이션이 주는 장엄하고 웅장한 맛은 괜찮습니다만…. 곡 자체로 볼 때엔 그냥 평범한 액션 영화 오프닝 곡에 가깝다는 것은 조금 아쉽다는 느낌도 듭니다.
  그런데 사실 이런 쪽의 음악으로 따진다면 영화 [블랙 호크 다운]의 토속적 느낌이 인상 깊은 스코어들이 더 낫다는 생각도 들고… 아무래도 네임드 작곡자의 곡이라서 더 비교를 하게된다는 게 장점이자 단점이란 생각도 듭니다. 
  일단 이 곡은 진중하게 분위기를 잘 잡고 있습니다만, 약간 더 템포를 올려서 조금만 더 박진감 넘치는 쪽으로 갔으면 어땠을까 싶은 기분도 들고 그렇습니다. 연주 자체는 평범하지만 1분 50초를 넘어가서 슬슬 점층되어 온 곡의 분위기가, 크게 끓어 올라가기 시작하고 2분 30초 넘어서 강인하게 어필하는 부분은 인상적이긴 합니다. 상대적으로 결말이 좀 갑작스러운 느낌이 나는 게 이 곡의 진짜 아쉬운 점이라고 하겠군요.

  4. ANGRY BIRDS "Main Theme"
 : 음, 따지고 보면 이 앨범 전체에서 가장 이색적인 쪽이라고 하겠습니다. 모바일 계통 게임은 아무래도 하드웨어적 한계 때문에 그렇게 까지 큰 스케일의 음악을 들려주는 경우는 없는데, 여기서는 적당히 낭만파스러운 느낌의 은근한 맛이 생기는 편곡이라서 혹시나 앵그리 버드의 팬이라면 제법 인상 깊게 들을 수있는 연주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여담이지만 저는 앵그리 버드를 해본 적이 없습니다…)
  사실 곡 자체가 특별히 인상적이라기 보다는 워낙 유명한 게임이라서 주목도를 살리는 용도로 중간에 가볍게 끼어들어가는 형식이 된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이 경우엔 월트 디즈니 스타일의 미키마우징을 염두에 둔 '동작의 디테일'을 살리는, 소위 애니메이션 뮤직 스타일로 적은 수의 악기를 동원하여 부분부분 파트를 돌리는 식으로 오케스트라 안에 잘 끼워 맞춘 편곡임은 확실합니다. 
  옛날의 3화음 칩튠 스타일과는 원곡도 분명히 구별되는 '서양 클래식 악기의 독주'랄까 4중주 정도의 작은 실내악 규모에 머무는 연주입니다만, 일단 여기서는 그럭저럭 제법 잘 어울리지 않나 싶습니다. 다음 트랙이 또 좀 더 스케일 감을 어필하는 곡이라서 적당히 분위기 환기하는 면도 있고요.

  5. FINAL FANTASY Ⅷ / "Liberi Fatali"
 : 사실 파이날 판타지 7편의 세피로스 테마 같은 곡은 너무 많이 써먹어서 식상하다고 생각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파판 중에서도 8편의 음악이 나온 것은 나름 깬다~라기 보다는 판매기록에만 의지한 "지나치게 무난하고 안이한" 선곡으로 취급 받을 수도 있습니다. 
  뭐 그래도 같은 파판 8편 중에서도 eyes on me 바리에이션이 나오는 것보다는 차라리 이 쪽이 적당하게 나름의 위기감을 고취하고 집중도를 높이는 면이 있어서 낫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만, 역시 개인적으론 5편의 메인 테마 ahead on our way 같은 쪽이 "아 그 때엔 그래도 게임에서 낭만을 느꼈지"하는 추억을 고취시키는 면이 있지 않을까~ 하는 기분도 드는 군요.
  사실 이 '범상한' 곡에 이 정도로 악센트를 실을 수 있는 건 전적으로 연주가 제법 괜찮은 덕분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6. SUPER MARIO BROS. / "Themes"
 : 파판 다음에 마리오를 넣는 것은 거의 오버하는 느낌의 '배려'랄까 연출적 요소로 보입니다만, 어쨌든 최신의 모바일 게임에서 고전 취급받는 게임기 게임, 그리고 거기서 다시 전설급 레전드인 최대의 히트 작으로 시대 역순으로 되돌아가는 과거 회상적인 연결법은 나름 유니크한 배치이기는 합니다.
  뭐 워낙 유명한 곡~이 아니라 한 게임의 유명한 음악들의 모티브를 나열한 메들리 곡이니 사실 굳이 곡 자체에 대해 설명할 이유는 없습니다만, 게임 처음에서 나오는 그라운드 스테이지의 음악에서 다른 스테이지의 모티브로 연결되는 편곡은 기존의 수퍼 마리오 관련 음반에서도 많이 나온 걸 거의 그대로 가져다 쓴 식이라 "그냥 기존 오케스트라의 악보를 연주만 했다"라는 범상한 평을 피하긴 어려울 지도 모릅니다. (악기 편성과 연주의 질은 충분히 괜찮습니다만…)
  곡 중반에서 낮은 음높이의 관악기로 나오는 지하도의 테마의 경우는 좀더 빨랐어도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이 앨범 전체가 어느 정도 일관되게 많은 곡들의 템포를 비슷한 템포로 평균화 시켜 놓은 편곡을 들려주는 경향이 있어서 어쩔 수 없나~ 싶은 부분이기도 하고. 하여튼 유명한 멜로디이니 만큼 한번 들어보는 것도 재미있을 트랙입니다.

  7. UNCHARTED - Drake's Fortune / "Nate's Theme"
 : 인디아나 존스 같은 느낌의 게임으로 많이들 비유되는 언챠티드의 음악입니다만, 막상 인디아나 존스의 테마 같은 경파한 모험의 모티브라기보다는, 위험하고 예기치 못한 불안함이 중심이 되는~ 그런 곡입니다.
  동시에 좀더 고풍스러운 인트로를 통해서 시적이랄까 정서적이고 동시에 '고대'의 느낌 같은 좀 더 '멀리 떨어진 느낌의' 연출로 보다 관조적인 감상을 불러오는… 한 마디로 말타고 달리는 주인공 테마가 아니라, 감정 연기하면서 똥폼 잡는 주인공의 테마에 가까운 곡이라 하겠습니다. 
  게다가 그렇게 길게 잡지 않아서 약간 후다닥 끝나는 느낌이기도 하고, 바로 다음 곡과 이어서 생각한다면 이 곡이 진지하게 주인공이 똥폼 잡는 곡이라면 다음 곡은 주인공이 드디어 타겟을 발견하고 다가가서 액션을 준비하는 위치가 된다~라는 식으로 감상할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8. GRAND THEFT AUTO Ⅳ "Soviet Connection"
 : 살짝 가라앉은 느낌의 현악기를 뚱기는 도입으로 시작해서 애니메이션에서 살금살금 다가가는 장난꾸러기나 도둑놈 투의 인트로 뒤에, 공업적인 이미지의 '좌우로 톱질을 반복하는' 느낌의 중저음 현악기 모티브가 깔리면서 강인한 '범죄자'의 모험담이야기가 계속되기 시작합니다.
  꽉 막힌 현대의 시멘트 숲으로 둘러싸인 도시라기 보다는 외려 슬럼 가의 인상이 강한 곡입니다만, 동시에 콘트라베이스의 끄윽~거리듯이 긁는 저음이 곳곳에서 폭력적이고 좀더 불안하며 살짝 신경을 긁어주는 것이 포인트인 '오버액션성이 강한' 연주를 들려줍니다. 
  솔직히 이 앨범에는 안 어울리는 듯한 '전자음으로 나왔으면 더 인상이 강했을 듯한' 이미지도 있습니다만 연주 자체는 큰 스피커에서 들을 때에 제법 맛이 좋을 거라 생각되는 지라, 제법 인상적인 곡입니다.

  9. WORLD OF WARCRAFT / "Seasons of War"
 : 와우 쪽에서 다른 좋은 스코어도 많은 데 왜 이 곡이냐~고 하실 분도 있겠습니다만, 일단 이 앨범 전체의 일관성~ 탓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개인적으론 이 앨범 전체의 추임새에 맞추기 위한 선곡이었고, 동시에 대량으로 섭외한 보컬 코러스들의 합창을 좀 강하게 어필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만. 
  근데 저는 와우저가 아니기 때문에 이 곡에 대해서 이것저것 더 말하긴 뭐하군요. 일단 분위기 잡는 곡의 마무리 때문에 다음 곡의 전자음으로 시작되는 것과의 연결이 제법 유니크한 맛이 있지 않나~ 싶기는 합니다.
  굳이 덧붙여 말하자면 원래는 대니 앨프먼 스타일에 더 가까운 곡인데 런던 필이 존 윌리암스나 한스 짐머 스타일의 연주를 들려주는 탓에 약간 더 비틀린 맛이 나오는 곡이 아닌가 싶은 기분도 듭니다만. 뭐 코러스 듣는 맛으로도 충분히 괜찮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10. METAL GEAR SOLID 2 / "Sons of Liberty Theme"
 : 뭐 나름 고명한 메탈기어 솔리드의 테마 곡입니다. 이 앨범에선 비교적 원곡에 충실한 연주를 들려주고 있다는 평가를 할 수 있습니다. 전자음이나 퍼커션 음의 추가도 별 무리 없이 오케스트라에 어우러지고 있고, 장중하면서도 살짝 서글픈 민족주의~적 모티브 등등은 은근히 인상적입니다. 
  뭐 거의 PS2판 게임 오프닝에서 크게 곡의 흐름이 변하지 않고 그대로 쓰였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만, 원곡이 영상에 맞춰서 나름 다양하게 분위기가 바뀌었던 탓에 이 곡도 제법 분위기가 자주 바뀌는 편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이 앨범에서 한 트랙을 꼽으라면 인상적으론 살짝 전개가 중구난방이고 앞 뒤의 강약차가 강한 편이긴 하지만 나름대로의 스토리가 살아나는 스코어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론 이 트랙을 뽑을 것입니다.
  (별 상관은 없지만 개인적으로 조금 신경이 쓰이는 게 정발판의 우리말 설명서에서 이 곡에 대해선 따로 작곡자 표기를 하고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사실 다른 곡도 몇명 유명작곡자 곡 이외엔 굳이 작곡자 표기를 하지 않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도 이 곡이 표절시비가 있던 곡이기도 하기 때문이겠습니다만, 이 트랙 자체는 사실 표절 시비가 있던 메탈기어 솔리드 1편의 원곡을 미국 편곡자가 다시 손대서 재편곡한 메탈기어 솔리드2 버전이기 때문에 그렇게까지 신경쓸 이유는 없지 않나~ 랄까, 뭐 여러가지 망상이 따르게 됩니다. 사실 설명서 쓴 사람이 과연 사전에 얼마나 공부를 했는지 궁금해지는 부분입니다.)

  11. TETRIS / "Theme"
 : 앞 트랙이 나름 원곡을 크게 변주하지 않고 정공법인 느낌이라서 그게 인상적이기 때문에, 이 테트리스의 퍼커션으로 제법 기운차게 시작되는 "전주만 들어선 무엇인지 알기 힘들 수도 있는" 변형의 면모는 "팝스 오케스트라" 풍 편곡으로써 제법 개성적으로 어필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이 전주만 들어서는 테트리스 음악이 꼭 무슨 전쟁 영화 테마 곡의 전주처럼 들린다는 것이 좀 웃깁니다. 막상 메인 멜로디 자체는 러시아 전통 민요 곡의 칩튠 스타일 단순화인 테트리스 음악 본래의 개성에 맞춰서 피아노로 단촐하게 가다가, 악기를 바꿔가면서 스타일을 키우는 식의 편곡이란 점이 특징이라면 특징일 것입니다. 그리고 Theme라고 적혔지만 실제 테트리스는 정해진 테마가 있다기 보다는 게임 시작할 때 러시아 민요 곡 4가지 중 한가지를 선택하는 식인데, 여기선 한가지 모티브만 나온다는 점이 조금 그렇군요.
  Video Games Live에선 거의 피아노 만으로 멜로디를 살리고 있는 쪽이라 이 쪽이 더 개성적인 편곡을 만들려고 했다고 할 수는 있습니다만, 공연장용으로 약간 오버하는 느낌인 것은 사실입니다. 나가수에 출전해서 "편곡의 변화만을 통한" 어필을 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지요. 하여튼 테트리스가 꼭 액션 영화 음악처럼 심각하게 시작하는 전주 하나만으로도 제법 유쾌하게 즐길 수 있다는 것만은 확실한 사실입니다만. 플라멩고나 혹은 다른 빠른 무곡들을 염두에 둔 편곡이었으려나요. 뭐 테트리스의 러시아 민요 곡 중에서도 빠른 춤곡은 존재하니까…

  12. BATTLEFIELD 2 / "Theme"
 : 오케스트라 편곡의 문제점인 "큰 개성 없이 비슷비슷하게 웅장함만 강조되기 쉬운" 느낌은 이 곡에서도 피해갈 수 없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달려가는 느낌까지는 아니지만 짧은 멜로디의 반복은 터미네이터 테마 같은 걸 떠올릴 수도 있는 전형적인 관용구~ 같은 느낌의 반복입니다. 
  그 반복되는 멜로디 위에 전투를 상징하듯이 높은 금관 음이 따라 붙고 크게 스케일감을 강조하듯이 웅장한 화음이 또 따라 옵니다. 이 앨범 중에서도 가장 안정적이랄까 무난하게 힘을 점층하면서 쌓아올리는 맛이 있어서 오케스트레이션 자체는 충분히 최상급이라고 판단하지만, 뭐랄까 게임의 플레이 경험이 없이 음악만 들을 때엔 이 앨범 전체에선 멜로디적인 맛이 약간 부족한 느낌도 들어서 그렇게까지 인상적인 축에 들어가진 못한다는 점이 아쉬운 트랙입니다.

  13. ELDER SCROLLS 4 / "Oblivion" 
 : 일본 RPG가 내용적으로 다들 비슷비슷해져간다~는 극단적 비평이 있습니다만, 서양 RPG는 음악적으론 다들 비슷해져 간다~고 농을 던지게 됩니다. 적어도 이 앨범에선 다들 비슷비슷하게 영화 음악 필나는 편곡이 중심이기도 하고… 
  어깨춤의 추임새를 넣게 만드는 '민속적' 토향이랄까 그런 풍취를 풍기는 모티브가 적지 않게 들어 있고, 그걸 몇번이고 강강수월래처럼 돌리면서 '론도' 형식까지는 아니더라도 반복을 통한 힘과 인상을 강조하는 스타일입니다. 
  그런 것 치고는 이 앨범에서의 수록 시간이 2분에 못 미치는 비교적인 짧은 테마라서, 크게 어떤 휘몰아치는 힘을 강조한다기 보다는 타이틀 메뉴에서 잠깐 듣게 되는 길드 테마 같은 느낌의 곡으로 연출되어 있어서 엘더 스크롤 게임 본편을 즐긴 분에겐 어떻게 받아 들여질지 조금 궁금하기도 합니다.

  14. CALL OF DUTY 4 - Modern Warfare / "Main Menu Theme"
 : 현대 배경의 시리즈라서 그런지 몰라도 근래의 헐리웃 액션 영화를 생각나게 하는 조금 전형적인 구색 맞추기 인상이 강한 곡이란 생각도 듭니다. 살짝 감각적인 전자음과 여흥음을 배경에 깔고 그 위에 진득한 느낌의 관현악을 얹는 스타일의 팝스 오케스트라입니다만, 아니 사실 다이 하드 이후에 나온 액션 영화 중에서 은근히 이런 풍의 곡들이 많이 나오기도 했었고 말입니다. 
  본 시리즈나 그런 쪽의 영향이 없었다곤 못할 것 같습니다만, 어쨌든 이 앨범 전체로 보면 약간 가라앉은 느낌의 흐름이라서 튀지는 않지만 건실한 느낌으로 감상할 수 있는 곡입니다.
  이 앨범의 다른 콜 오브 듀티 곡에 직접적으로 비교하기는 뭐하지만, 상대적으로 은근한 맛이 있는 곡이라고 하겠습니다. 솔직히 작곡자의 이름을 빼고 듣는다면 이 쪽이 더 진중한 맛이 있지 않나 싶기도 하고요.

  15. MASS EFFECT / "Suicide Mission"
 : 잔잔한 하프음으로 갸날픈 희망과 끊어지지 않는 의지를 이어나가듯이 멜로디를 이끌고 그 뒤에서 현악기로 발전시키고 관악기로 크게 끓어 올리는 느낌의 연계는 전형적이지만 그 만큼 무난하고 쉽게 다가옵니다. 살짝 숨어 있는 인간의 음성에 따른 스캣~ 풍의 반주 여흥음이 곡 후반에서 나름대로의 반복적 흐름을 잘 잡아주기도 합니다.
  좀더 폐쇄공포적이랄까 에이리언 같은 영화에서 떠오를 법한 무거운 맛도 어필되었으면 하는 기분도 있지만, 이대로도 충분히 중압감은 나온다고 생각됩니다.
  다만 후반 곡들 대다수가 별 생각 없이 듣는다면 비슷비슷하게 들릴 수도 있는 흐름이라서, 상대적으로 개성이 없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만…

  16. SPLINTER CELL / "Conviction"
 : 멀리서 둥둥둥~ 하면서 메아리 치듯이 저음을 반복시키는 스타일은 첩보 액션이나 스타일리쉬 액션 운운하는 장르 영화에서 많이 쓰입니다만, 여기서도 거의 공식처럼… 아니 문학으로 말하면 누구나 써도 표절 취급 안당하고 괜찮은 '관용구'처럼 그냥 나옵니다.
  다만 그 위에 팝스 오케스트라스러운 퍼커션과 빠른 현악기로 분위기를 이끄는 면모는 세인트라던가 좀 마이너한 액션 영화들에서 쓰이던 뽐내기수인데, 여기서는 템포가 업되어서 긴박감이 제법 괜찮게 살아나는 편입니다. 목관악기의 "짜앙~"하는 여흥음이 적당하게 위기감도 강하게 어필하고 있고, 듣는 입장에선 이 앨범 중에서도 상당히 인상적인 편에 들어간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론 메트로이드 프라임 쪽이 이런 분위기의 게임 음악 중에선 좀 더 취향에 맞는다는 생각입니다만, 오케스트레이션을 하기엔 이 쪽이 더 전형적인 만큼 굵은 인상을 남길 수 있었지 않았을까~하는 기분도 듭니다.

  17. FINAL FANTASY / "Main Theme"
 : 게임음악 좀 들었다는 사람들 사이에선 피해가기 힘든(…) 유명한 곡입니다만, 이 앨범에선 간소하다~ 싶을 정도로 적당하고 무난하게 넘어갑니다. 
  사실 이 앨범에선 편곡 자체가 그렇게까지 무게 중심이 잘 잡혔달까 그런 느낌은 솔직히 부족합니다. 그냥 악보 바깥에 있어야 할 관객이나 기타 여흥의 느낌이 없이 딱 악보 만큼의 소리만 들려준다는 기분이고, 
  곡 길이도 약간 짧게 잡힌 편이라 이제 분위기 뜬다~ 싶은 시점에서 그냥 우렁차게 한번 올려준 다음에 마무리 짓고 끝난다는 기분이라, 어렸을 때부터 클래식 공연에 익숙할 법한 유럽쪽 사람들이 생각할 때에 가볍고 경박하게 느껴졌을 법한 원곡에 대해서 별로 큰 무게감을 주고 싶진 않았던 게 아닐까 싶어질 정도로 '스케일을 줄인' 간소한 편곡이란 기분도 듭니다. 
  아니 어떤 의미론 딱 파판8의 몇분 안되는 동영상 규모에 맞추어 곡의 길이를 짜맞춘 구색~이란 생각도 듭니다만.

  18. BIOSHOCK / "The Ocean on his shoulders"
 : 이 곡은 '우렁찬' '웅장한' '장엄한' 그런 분위기보다는 '은밀한' '서글픈' '한 서린' 분위기의 곡입니다. 
  어떤 인상 깊은 테마라기 보다는 진짜 테마가 나오기 전에 분위기를 잡아주는, 게임 타이틀이 뜨기 전에 잔잔하게 스토리를 이야기해주는~ 뭐 그런 스타일의 느낌으로 사용되는 곡이라서 활로 나무 현악기의 몸통을 치는 소리가 나오는 마무리가 좀 오버했다는 기분도 듭니다. 하지만 역시 뒤에 진짜가 이어진다~라고 생각하면 이런 마무리로 긴장감을 살리는 건 나쁘지 않죠.
  앨범 전체 구성 쪽으로 봐도 다음 트랙이 강인하게 이어지기 때문에 이 곡으로 살짝 분위기를 잡는다~라고 보면 괜찮은 연출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굳이 말하자면 이 곡은 영화 [타이타닉]에서 바다에 가라앉은 타이타닉을 잠수함 카메라를 통해서 보여주는 현재 시퀀스라던가, 기타 회상 씬의 구색에 어울리는 곡이고…,
  이 게임 자체가 바다 밑의 시설이랄까 무엇인가에서 탐험하는 느낌이었던 걸로 기억하는 입장에선 '해저 기지의 창 밖에서 물고기들이 헤엄치는 걸 보면서 멍하니 있다가' 마지막의 활소리와 함께 어두운 바닷물 속에 상어의 이빨이 빛나는 식의 연출로 끝나는 곡이라고 하겠습니다. 
  게임 자체가 어떤 화끈한 이야기라기 보다는 과거의 사연이 드러나며 비밀이 밝혀지고 사람을 놀라게 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이런 은근한 맛이 있는 곡이 어필하는 편인데, 결과적으로 이 앨범에서 이 곡이 나름 크게 뜨는 분위기인 다음 곡 전에 살짝 숨을 고르는 위치에 있는 탓에 잘 맞는다면 잘 맞는 정도의 위치에 있는 것은 아쉽게 느낄 원작 게임 팬도 있을 듯 합니다. 

  19. HALO 3 / "One Final Effort"
 : 사실 XBox게임기가 없더라도 이 곡은 들어봤을 만한 사람이 제법 있지 않을까 싶은, 헤일로 시리즈의 음악입니다. 국내에서도 발매 기념 행사다 뭐다 해서 큰 체인점 극장에다가 시연대 설치하고 행사하기도 하고 그런 이벤트가 적지 않게 벌어졌던 게임이기도 해서 말이죠.
  Video Games Live에도 헤일로 시리즈의 테마는 들어가 있기도 하고, 비교하면서 들어보는 것도 재미있겠습니다만 일단 이 쪽이 장엄한 테마라기 보다는 액션 씬에서 주인공이 활약할 때에 흐르는 테마 모티브의 동세 강조 버전이라고 생각하는 쪽이 낫겠네요.
  사실 이 곡에서도 살짝 민요풍의 트래디셔널한 강강수월래 반복 모티브의 품세는 있습니다만, 다양한 악기들의 협연과 크게 울리는 팀파니와 킥드럼의 협주에 의해서 제법 웅장하고 인상적인 포인트가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원곡의 전자음적인 향취로 이어지는 미래적 이미지는 약간 줄어들고 되려 반복되는 약동감에 의해 원시적이고 강인한 힘을 어필하는 큰 느낌으로, 주인공의 활약을 보여주는 뮤직 비디오에 어울릴 거란 느낌이 됩니다.
  사실 이 곡의 포인트는 헤일로 하면 생각나는 '별을 배경으로 한 우주 궤도의 구조물'이란 장대한 느낌이 아니라, 절벽과 숲이 있고 그 안을 달려나가는 우직한 전사 마스터 치프의 약동적 느낌이 더 강하다라는 거겠죠. 

  20. FALLOUT 3 / "Theme"
 : 좋은 곡의 잘 빠진 편곡이긴 한데 앞 곡이 좀 더 인상적이고, 이 앨범 전체의 클라이막스로 봐도 상대적으로 앞 트랙의 헤일로 쪽이 더 무게감을 잘 잡고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러쿵 저러쿵 투덜거려도 곡 자체는 괜찮은 편이라서 여기서도 좋아하실 분도 많겠습니다만, 개인적으론 상대적으로 앞 뒤 곡의 임팩트에 끼어서 약간 애매한 느낌이 되는 안티 클라이막스적인 곡이 된다는 기분이 들어서 조금 아쉽기도 하네요. 
  직접 들어보시고 판단하시라고 밖에 할 말이 없어지는… ^_^

  21. SUPER MARIO GALAXY / "Gusty Garden Galaxy"
 : 역대 수퍼 마리오 시리즈 중에서도 오래간 만에 나오기도 했지만 음악적으로도 크게 진일보했다는 평가를 듣는 수퍼 마리오 갤럭시입니다. 사실 닌텐도 게임기가 좀 반칙~스러운게, 자기네 게임기인 만큼 감춰진 비밀 기술이라던가 하드웨어 스팩을 낭비하지 않고 풀로 사용한다는 측면에서 다른 서드 파티 게임들에 비해서 훨씬 뛰어나거든요.
  닌텐도의 가정용 게임기 Wii의 스팩이 거의 동시대의 Xbox360이나 PS3에 비해서 약간 떨어지는 것은 사실인데, 일단 닌텐도 자사의 빅 타이틀인 마리오 자체는 음악부터 다른 서드 파티의 게임들보다 더 공이 들어간 기분이 듭니다.
  다만 시대가 변하면서 경쾌한 아이들 게임이던 마리오가, 어느 사이에 시대를 아울러야 하는 '대작 블록버스터'가 되어 버렸기 때문에 음악에서도 그런 걸 반영하는 부분이 없지는 않다~ 라고 하겠습니다. 
  뭐 갤럭시란 제목에서도 나오듯이 우주를 보여주어야 하는 만큼 은근히 스케일감이나 어떤 신비함, 및 큰 느낌을 어필하기 위해 오케스트라로도 인상적인 스코어를 만들어서 게임에 사용하고 있는 덕분에 이 앨범의 마무리로써는 제법 재미있지 않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분위기도 나쁘지 않고 말이죠.
  단순히 힘차고 희망적인 연출이라기 보다는 적당히 끝나는 걸 아쉬워하는 그런 아련한 느낌도 살아 있어서 마무리가 약간 빈약한 느낌이 드는 것을 제외한다면 편곡 자체는 역시 괜찮은 편에 들어간다고 하겠습니다. 어쨌든 조금 급작스러운 끝이라서 여운을 주려는 의도가 있다는 건 알겠는데, 딱 거기까지인 느낌도 있습니다만.
  근데 개인적으로 수퍼 마리오 갤럭시 시리즈는 게임을 안한 사람에겐 그렇게까지 어필하기 쉽지 않은 쪽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미 단순히 마리오 시리즈의 음악이라기 보다는 '닌텐도 제국'의 음악처럼 들리는 부분이 조금 있달까요. (^_^) 
  이 앨범 전체의 마무리로는 약간 약하지 않나~ 싶기도 하고, 또 첫 트랙과 대응해서 볼 때에 코러스가 없이 순수한 오케스트라 만으로 갔다는 점에 있어서는 조금 더 생각해 볼 필요도 있지 않을까 합니다만, 결과적으론 이렇게 휘몰아치고 "어 끝났나"하면서 현실로 kick되어 돌아오는 것도 나쁘진 않을것 같기도 하고. 장단점이 갈리는 마무리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단발적 감평 끝=

  이 글 앞에서도 언급했습니다만, 사실 iTunes등의 mp3 판매에는 CD판에는 없는 보너스 트랙이 더 있어서 총 22곡입니다. 보너스 트랙에 대해선 정발 CD판을 다루는 이 글에선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혹시나 플레이어도 없는 데 CD 사기는 아깝다 생각하시는 분이시라면 mp3로라도 구해서 들어보시는 건 어떨까 싶네요.

  그리고 다른 오케스트라에 의한 게임음악 편곡 앨범들도 가능하다면 구해서 들어보고 비교를 해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입니다. 특히 Video Games Live 앨범의 경우 겹치는 곡도 좀 있기 때문에 비교의 대상으로도 제법 재미있습니다.

  일단 곡별로 간단한 감평을 적었는데, 앨범 전체로 본다면 약간 구성 면에선 미묘한 면이 있습니다. 
  아예 두 곡 단위로 끊어서 짧은 흐름이 계속 반복되는 식으로 가던가, 아니면 철저하게 긴 곡 하나 짧은 곡 하나 같은 식으로 가던가~ 싶어지는 부분도 있고요.
  생각보다 비슷비슷한 편곡이 남발되는 탓에 약간 심심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고, 음색의 면에 있어서 통일된 흐름이 있는 것은 좋지만 그게 또 다들 비슷비슷한 진부함이 되는 경향도 있지 않나~ 싶은 부분도 있습니다. 
  뭐 그렇습니다만 일단 곡 하나하나를 따로 따로 듣거나, 서플해서 들을 수 있는 iTunes의 MP3 판매 버전이라면 대중가요들 사이에 이런 곡들이 나오면서 분위기를 환기하거나 하는 대로는 제법 괜찮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까페에서 틀 수 있는 곡들은 아니라고 해도, 가끔 씩 생각날 때 들어주면서 입가에 미소를 머금을 수 있는 그런 '추억의 일부'가 될 수는 있지 않을까 합니다.


  = 이 앨범은 결국 화제성이 앞에 오는 앨범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제 주변의 (진짜 오래된) 게임음악 팬들에게는 그다지 어필하지 못한 것도 사실이고요.
  사실 연주를 따지면서 들을 만큼, 소위 Hi-Fi 지향이거나, AV매니아 적인 측면을 어필하거나, 
 또는 기존의 고전 음악… 클래식 스코어로 어필할 만큼 전형적인 게임음악은 그렇게 많지 않기도 합니다.

  다만 아직까지도 복합 문화 매체인 '게임'이란 큰 틀 안에서 사용되는 다른 문화 장르인, 영상이나 음향 등 여러가지 중에서 음악 쪽은 상대적으로 손이 덜가는 부류에 들어가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런 '기존 장르'에 편승하는 스타일의 편곡 음반이 나오는 것은, 어떤 의미론 서브 컬쳐 장르 특유의 컴플렉스와도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여튼 이 앨범을 듣고 있으면서 느낀 것 중에서, (특히 중요한 건) 감상 환경이 많이 바뀌었다~라는 점이겠습니다.
  어두운 오락실에서 귤만한 사이즈의 스피커로 듣던 게임음악, TV에 붙은 몇 센티짜리 스피커로 듣던 게임음악에서, 이제는 기술이 발전하여 집에서도 AV시스템을 갖추면 5.1 채널의 입체음향을 동원하면서 게임을 할 수 있고,
 또 많은 데이타를 동시에 처리하는 기술이 있기에 게임에서 나오는 소리 자체의 질이 올라가 있기 때문에, 한꺼번에 몇 십 가지의 악기를 동시에 연주하는 오케스트라의 음악을 실제 게임 안에서 처리할 수 있게 된 것도 현재입니다. 

  옛날의 게임음악은 단촐한 3~4 가지의 음이 하나의 곡으로 인상적인 멜로디를 만들어서 어필한다는 '이지 리스닝' 계통의 팝이나 락의 연장선에 존재하는 곡들이 많았다면,
  게임이 영화에 비교되는 대규모의 노동집약적인 서브 컬쳐가 되면서 상대적으로 음악이나 음향 면에서도 진짜 영화와 비슷하게 스케일 크게 어필되기 시작하면서, 영화 음악처럼 실제 오케스트라나 좀더 큰 스케일의 스코어로 어필되기 시작한 것도 그리 오래된 이야기는 아닙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게임음악은 태생적인 한계를 극복하고 기존의 뮤지컬이나 영화 같은 시각 매체에 경쟁하기 위해서 자신을 쌓아왔던 '컴플렉스' 해소기에 가까운 역사를 거쳐왔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막말로 게임은 폭력적이고 자극적이다~라는 편견을 극복하고, 또 그 음악이 영화음악의 영향 하에 있다거나 하는 수준의 단선적인 평가에서 벗어나거나 넘어서는 것을 위해서, 
 이런 클래식 같은 오케스트라 편곡을 통해서 게임음악도 이미 보편적인 감흥을 얻을 수 있는 고전음악의 영역에 서있다~라는 걸 어필하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겠죠. 

  결국 중요한 것은 오케스트라로 연주되는 것을 듣는 것이 아니라, 좋아하는 곡을 더 좋게 듣고자 하는 마음이 아닐까 합니다. (단순히 좋은 기계 쓰고 어저고 하는 것이 아니라 말입니다.)
  세상이 변하고 기술이 발전하고 그러는 것이 단순히 수치적으로 '무엇이 얼마가 팔려서 얼마가 벌었다'라는 그런 숫자만의 기준이 아니라, 
  이런 식으로 다양하고 더 많은 곡을 편하게 들을 수 있게 되는~ 그런 식으로, 일반적 대중 문화로써 게임의 영역이 더 넓어지고 더 많은 사람에게 다양한 평가의 기준으로 설 수 있는 그런 매체가 되는 것을 성장으로 받아 들일 수 있게 되면 좋겠습니다.

  세상 만사를 더 너그럽고 여유있게 생각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지요. 
  세상엔 아이돌 마스터 같은 것도 있고, 이런 오케스트라 같은 게임음악도 있고 뭐 그런 식으로 말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이런 오케스트라 편곡을 더 좋게 듣기 위해서 집에 조금이라도 더 좋은 오디오 시스템을 갖추고 그러는 것도 즐겁고, (또 자신의 수입을 자신을 위해서 쓰는 것이기도 합니다…)
  또 이렇게 웅장하게 편곡된 수퍼 마리오를 들으면서 '청춘'이란 걸 보낸 과거의 잔재를 되새겨보는 것도 그렇게 나쁜 선택은 아니지 않을까 합니다.

  요즘 분위기가 게임이란 것은 독이고 마약인 것처럼 나쁘게 몰아치지만, 그런 게임이란 문화 매체가 단순히 폭력성이나 자극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조금 더 많은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보편적인 '美'를 포함한 예술적 감성을 내재하고 있는, 어떤 식으로던 공감이란 힘이 있는'문화'로써 창작자들의 내면을 보여주는 수단으로 자리 잡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런 게임음악 앨범이 수입되어서 팔리고 있다는 것은 고무적이지 않을까 합니다.
  사실 이 앨범은 이름 값에 비해서 A급의 훌륭한 앨범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충분히 보편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감성이 있고, 
  그 감성 속에는 오랫동안 게임을 즐겨온 게이머들의 추억과 감동이 담겨 있는 만큼,
  독자적인 장르로의 가치를 가지고서 스스로의 음악성을 주장할 수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게임을 좋아하던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게임이란 매체에 대해서 좋은 기억을 가질 수 있게 되기를 바라는 그런 앨범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어쨌든 미력하나마 어떤 음악적인 가치보다도 많은 사람들에게 이런 앨범이 있다~라는 걸 알리기 위해서 
  불민하고 우왕좌왕하는 잡설이지만 (오래간만에) 글을 적어보게 되었습니다. 

  혹시나 이 글을 읽고서 이 앨범을 사시는 분이 있기를 바라면서 말이죠.
  (만약에 이 앨범을 사시려면, 일단 예스24에서 팔고 있습니다…)

:D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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