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2010.11.14 21:11

세상에서가장못생긴아이 조회 수:2740

1.

토요일은 와인 마시는 날!!

친구 생일을 맞아 집으로 쳐들어갑니다.

남자셋 여자 셋이 시트콤 찍듯 우정을 나눈지도 어언 10년이 지나 이제 3X번째 생일.

오랜만에 다 같이 모입니다.

(한 명이 빠지긴 했군요.)

 



 

오늘의 테마는 샤블리에 굴.



 

이 아름다운 잿빛 돌꽃이여.

 

 

 

조개화석이 발견된다는 떼루와르의 논오크 터치 샤블리는

그 미네랄과 첨예한 산도로

굴의 비린내를 사라지게 하며,

마치 천국에 온듯한 마리아쥬를 선사하...개뿔.

역시 석화는 청주랑 먹는 게 킹왕짱.

 

 

 

굴을 얹은 부르스케타로 즉석 제조. 여러분 아 하세요.

 

 

 

빵이 떨어지면 그냥 이렇게 

 

 

 

 

시금치 두부 샐러드.

 

 

 

레몬향이 나는 봉골레.

전부 친구의 작품. 우리무리중, 저 포함, 남자들은 청소도, 밥도, 설겆이도 애보는 것도 다 참 잘합니다.

그래도 ASKY.

 

 

 

친구님하가 쏘신 무려 생테밀리옹 그랑크뤼 클라쎼.

생일이라 사치스럽게.

 

2.

친구가 있다는 게 다행이죠.

친구들의 눈으로 나를 본다는 것.

이기적이고 유아적인 나를 객관적으로 다시 한번 발견한다는 것.

그들에게 미안하고 고마워요. 그러니까, 말하자면,

 

전에 고등학교 때 한창 정치에 꿈이 부풀어 있을 때

국회의원 딸에게 편지를 보냈다 답장은 오지 않았다

대학 갓 들어가 예술이니 사상이니 미쳐 있을 때

유명화가의 전시회에서 심오한 질문을 해댔다

화가는 한참 쳐다보더니 쌩까버렸다

다시는 글 안 쓴다고 군대에 가서는 한창 뜨고 있던

여류시인에게 오밤중에 전화를 했다 그녀가

정중히 전화를 끊었을 때 그때도 참 부끄러웠다

그러나 두고두고 창피한 것은 회사 들어가

처음 만난 여자 앞에서 노동자들이 불쌍하다고

울음을 터뜨린 것이다 관심을 끌기 위해서였다.

 

<관심을 끌기 위해서였다 / 이성복>


저런 모습에서 한 발치도 변한 거 없이 늙어가는 나.

그것에 대한 친구들의 성토.

지친 토요일.

 

3.

양친이 남기시고 나간 아침 설겆이를 하고,

방을 쓸고, 닦고, 산책을 나갑니다.

강아지풀, 억새. 아즉 그리도 시퍼런 능수버들. 플라타너스.

대학로 - '노란' 은행잎과 절묘하게 어울리는 김수근의 '적갈색' 벽돌 건물.

발에 와닿는 보도블록의 감촉.

평범하다면 평범할 일상적인 것에서 살아있구나 느낍니다.

그러고 보면 한동안 행복한 시절이었습니다.

어쩌면 행복은 지친 몸에서, 회상으로만 가능할런지도요.

 

4.

집에도 굴이 있네요.

라면 스프는 넣지 않고, 굴 3국자에 소금, 파, 마늘로 끓인

오늘의 해장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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