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 달 전까지만 해도 2g 핸드폰을 쓰고 있었습니다.

어차피 직장에선 수업 하거나 아님 컴퓨터 앞에 앉아 있고. 출퇴근엔 10분 밖에 안 걸리는데 그마저도 운전을 하니 핸드폰으로까지 인터넷을 할 필욘 없고.

게임은 엑박, 플삼, 그리고 집 pc로 과하게 충분히 하고 있으니 역시 핸드폰으로까지 하고 싶지 않고.

밖에 나가서 갑자기 뭘 찾아볼 일이 생기거나 하면 가족분 아이폰으로 하면 되니까 스마트폰의 필요를 전혀 못 느꼈죠. 그런데...


여전히, 심지어 지금까지도 스마트폰의 필요성은 잘 모르겠지만 그저 전에 쓰던 핸드폰이 질려서 바꿨습니다. -_-;

뭐 기계값 공짜, 요금제 자유에 1년 약정으로 장만했던 놈을 3년 넘게 썼으니 쓸만큼 쓰긴 했었죠.


암튼 그래서 결국 스마트폰 월드로 넘어왔고,

제 핸드폰의 가장 중요한 용도는 티비 리모콘입니다(...)


그냥 바꾸지 말 걸 그랬나봐요. 2g쓸 땐 한 달에 요금이 2만원 남짓 밖에 안 나왔었는데 이노무 lte 요금제란...;


+ 지금 폰은 요즘 티비에서 지겹도록 쥐쥐거리는 광고를 때리고 있는 그 제품입니다. 말끔한 화면과 대폭락 가격에 반해서 그만. orz

 근데 놀랍게도(?) 기계는 꽤 괜찮습니다. 디자인은 어떻게든 가려 버리고 싶지만 성능은 딱히 흠 잡을 데가 없네요.


++ 졸업생들의 압박으로 카카오톡을 깔긴 했는데. 아. 핸드폰의 코딱지만한 가상 자판으로 긴 말 두드리는 건 정말 취향이 아니네요. 그냥 다 씹고 있습니다. -_-;



2.

안 그래도 집에서 게임하고, 아이돌 영상 감상(쿨럭;) 하고 아이패드로 웹서핑질하고 틈틈이 드라마, 영화 보느라 눈 코 뜰 새가 없는 잉여 부부인지라 '케이블까지 달면 우린 끝장이야!!!' 라는 이유로 결혼 후 쭉 티비는 공중파 only로 버텨왔습니다만.

잉여롭게 웹서핑을 즐기던 중에 문득 쥐도 새도 모르게 엘지에서 서비스 되고 있던 구글 티비의 존재를 알게 되고 너만 몰랐다 체험기를 찾아 읽다가 구미가 당겨 요금까지 알아보고 이런저런 조건이면 월 8000원이면 된다길래 또 급 지름을 해 버렸네요. 요즘 제가 스트레스가 많은가 봅니다(...)


뭐 그냥 iptv네요.

다만 아주 구린 성능(메뉴 조작 반응이 좀 느립니다;)의 안드로이드 기기가 덤으로 붙어 있다는 느낌.

바로 유튜브 재생, 구글 검색이 가능하고 안드로이드 앱을 다운받아 쓸 수 있어요. 리모콘엔 쿼티 자판과 트랙 패드가 붙어 있구요.

별 건 아니지만 저와 제 가족분의 취미 생활상 둘이 같이 유튜브를 볼 일이 많아서 그거 하난 괜찮은 것 같습니다.

그 외의 장점이라면 셋탑 박스를 켜 놓으면 티비론 게임을 하면서 핸드폰으로 티비를 본다든가 하는 진정 잉여로운 부부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 정도?


그래서 전 설치 두 시간만에 흥미를 잃었습니다만.

가족분께선 퇴근해서 설치된 걸 보자마자 월정액 결제하시고 라디오 스타 성규군 출연 에피소드와 소울 메이트 스페셜 영상을 보며 소파에 찰싹 달라 붙어있으시니...


괜히 장만한 걸까요. -_-;;;;; 이제 이 가정에 더 이상의 대화는 없다


+ 오래된 아파트에 잘못 걸려서 이거 하나 설치하느라 집 곳곳의 전화선 네 개를 뜯고 밀고 당기고 잇고 닫느라 생고생하신 기사님. 진정으로 감사드립니다. ㅠㅜ



3.

혁신 학교라고 들어보셨습니까.

뭔지 모르셔도 좋습니다. 암튼 제가 다니는 직장이 그런 곳입니다. 올해부터요.

원래는 뭐 학생 인권 보장에 교사 수업권 및 권한 보장에 창의성, 자발성 중시 수업 등등 온갖 보기 좋고 듣기 좋은 건 다 붙어 있는 개념입니다만.

현실 세계에 뭐 그딴 건 없죠. <-


때리지 않은지 몇 년짼데 무슨 인권을 더 보장하냐, 우리가 하고픈 건 다 혁신이고 니들이 하고픈 건 다 이기주의다... 라는 마인드의 위대한 관리자분들 덕에 교사들은 나날이 피폐해지고 학생들은 OTL의 늪을 헤매이고 있는 나날들입니다만. 그 와중에 거의 유일하게 건진 것이 바로 25인 학급입니다.


와.

'이거슨 신세경' 이란 표현은 이런 데 쓰라고 있는 거였어요.

딱히 크게 잔소리를 하지 않아도 학생들이 집중을 좀 합니다. 딴 짓도 잘 안 하구요.

대단한 수업 계획을 짜지 않아도 괜찮아요. 교과서에 장식처럼 달려 있던 '탐구 활동'들을 정말로 하도록 시키고 확인까지 해도 수업 시간이 부족하지 않습니다.

담임들 입장에선 3월 초에 40명 면담하던 걸 거의 절반만 하면 되니 시간도 충분히 들여가며 알차게 할 수 있고 하다 못 해 조례 종례를 할 때도 애들 상태를 잘 살필 수 있죠.


암튼 정말 좋습니다. 아주 좋아요. 별다른 세부 사항(?)의 변화 없이 그냥 학급당 학생 수만 줄어도 이토록 좋아진다는 게 너무나도 놀랍습니다.

물론 이게 몇 년 지속되면 또 다들 여기에 익숙해져서 투덜거리고들 있겠지만, 일단 지금 당장은 그냥 막 세상이 아름답네요.


다만 전 두 개 학년의 수업을 맡고 있는데 다른 학년은 얄짤 없이 예전대로 그냥 40명이라는 것과.

모둠 수업, 실제 활동 위주 수업을 하다 보니 과제 검사의 압박이 3배 이상 강해졌다는 건...;


어쨌거나 여러분.

교사 월급 안 올려줘도 좋으니 (벌써 몇 년째 안 올랐는지 기억도;) 1인당 학생 수 줄이는 정책에 관심 좀 부탁드려요.

교사의 삶의 질이 달라집니다. 어헝헝.



덤.

티비로 유튜브 잘 나오나 시험삼아 처음 재생해 본 영상이



뭐 이런 거였다는 건 그간 제가 쓰는 글 꼬라지를 봐 오신 분들이라면 충분히 예상 가능하시겠죠(...)

좋아하는 노랜데 콘서트에선 죽어도 부르지 않는군요. 월드컵 응원가(전혀 어울리지 않아;)로 밀었다 망한 곡이라 흑역사 취급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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