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다가 중단되어서 사정상 늦게 올립니다. 페이스북에 먼저 썼던 글입니다.)

작년 2월 11일에 내가 정말 좋아했던 휘트니 휴스턴이 사망했다. 그리고 정확히 1년만에 내가 좋아하는 또 한 명의 뮤지션이 세상을 떠났다. 그룹 울라라세션의 리더였던 고 임윤택씨. 사람이 죽으면 슬퍼서 자주 추모를 해왔기 때문에 추모를 좀 자제하려는 마음도 있었는데 이 분에 대한 추모는 도저히 안 할 수가 없을 것 같다. 임윤택씨를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그는 나에게 정말 특별한 분이었기 때문이다. 그를 정말 좋아했던 팬의 한 사람으로서 진심으로 그를 추모하고 싶다. 

노래를 부르는 것을 워낙 좋아해서 호기심에 임윤택씨가 리더로 있었던 울라라세션이 주목을 받았던 슈퍼스타K 시즌3 예선에 참가했다. 그런데 아쉽게 2차 예선에서 떨어졌다. 그 이후로 나는 슈퍼스타K 시즌3에 대한 소식을 드문드문 접하다가 어느 날 울라라세션의 '달의 몰락'을 듣게 되었다. 김현철의 원곡과는 다르게 펑키한 리듬으로 편곡한 이 신나는 노래를 듣고 신선한 감각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이어서 듣게 된 울라라세션의 'Open Arms'는 저니의 원곡에 뒤지지 않는 가창력과 감성으로 나를 완전히 사로잡았다. 나는 이 두 곡만으로 울라라세션의 팬이 되고 말았다. 

그리고 얼마 뒤에 임윤택씨가 위암 말기로 투병 생활을 하면서 슈퍼스타K 시즌3에 참가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깜짝 놀랐다. 그가 열정적으로 춤을 추고 노래를 하는 모습에서 말기암 환자라는 사실을 발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 이후로 나는 꿈을 위해 삶을 불태우는 임윤택씨를 진심으로 존경하고 응원하게 되었다. 나에게 그는 정말 대단해보였다. 나는 암이라는 병에 대해 늘 공포를 가지고 있다. 외할머니가 위암으로 돌아가셨고 매체를 통해 암환자가 겪는 고통을 보았기 때문에 암에 걸려서 끔찍한 고통 가운데 죽는다는 건 나로서는 상상조차 하기 싫은 것이었다. 평소에 내가 위 때문에 고생을 많이 하기 때문에 더 그런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저 말기암 환자 임윤택이라는 사람은 마치 나를 비웃기라도 하는 듯이 무대 위에서 펄펄 날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 모습에 나는 깊은 감동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내가 보기에 울라라세션의 실력은 출중했다. 노래면 노래, 춤이면 춤 못하는 게 없었다. 그들의 실력은 보이즈투멘도 인정했을 정도이다. 나도 울라라세션이 앞으로 세계적인 그룹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졌다. 죽음 앞에서 전혀 위축되지 않고 대단한 음악적 실력으로 삶의 에너지를 뿜어내며 죽음과 당당히 맞서는 임윤택씨를 보면서 나는 내 자신이 한없이 부끄러워졌다. 지금까지 건강한 나는 말기암 환자인 그보다도 훨씬 모자란 삶을 살아왔기 때문이다. 내가 영화를 좋아하고 영화로 뭔가를 해보겠다고 하면서도 과연 그가 음악을 대하는 만큼 절실하게 영화를 대한 적이 있었던가. 신앙인으로서 내가 진리를 위해 얼마나 치열하게 싸웠던가. 위암 말기인데 그처럼 살 수 있다면 내가 암에 걸린다고 해도 이 세상에 두려울 게 아무 것도 없으며 심지어 죽음조차 두렵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얼마 전에 생일에 느꼈던 외로움에 대한 글을 올렸지만 누가 나에게 임윤택씨 앞에서 그런 글을 쓸 수 있느냐라고 묻는다면 정말 할 말이 없다. 그와 비교한다면 나는 열심히 살지 않은 댓가를 치루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가 투병의 흔적을 지우고 무대에서 펼치는 열정적인 퍼포먼스를 보는 것만으로도 나는 기분이 좋았고 좌절감에서 벗어나 삶에 대한 희망과 용기를 가질 수 있었다. 그래서 그의 존재가 나에게는 매우 소중하고 고마웠다. 

슈퍼스타K 시즌3에서 울라라세션이 우승하는 순간에 나는 정말 오랜만에 만난 초등학교 친구들과 같이 있었다. 친구들과의 만남의 기쁨이 더해져서였는지 몰라도 우승의 순간이 매우 감동적이었다. 임윤택씨의 투혼이 일궈낸 승리가 빛났다. 그 후로도 나는 울라라세션의 활동을 계속 지켜보면서 응원했다. 울라라세션의 첫 앨범 '울라라 센세이션'이 발매되었을 때 나는 그 당시 돌풍을 일으키고 있었던 버스커버스커의 것보다 그 앨범이 인기를 끌기를 바랬다. 아쉽게도 울라라세션의 데뷔 앨범은 버스커버스커의 것만큼 인기를 얻지는 못했다. 내가 임윤택씨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본 것은 그가 KBS '불후의 명곡' 현철편에서 '사랑의 이름표'를 부를 때였다. 어두운 톤의 힙합 스타일로 편곡된 노래였는데 역시 울라라세션의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돋보였다. 

내가 울라라세션이 불렀던 노래들 중에 가장 좋아했던 곡은 '서쪽 하늘'이었다. 나는 이 노래를 외워서 부를 정도로 좋아했다. 이 곡은 음원 차트 1위를 차지하며 큰 인기를 끌었는데 애절한 가사와 멜로디가 처음 들을 때부터 슬프게 다가왔다. 이 노래는 원래 가수 이승철씨가 영화 <청연>의 삽입곡으로 불렀었는데 나는 이 영화의 주연을 맡았던 고 장진영씨와 이 영화를 모두 좋아했었다. 임윤택씨는 슈퍼스타K 시즌3에서 위암으로 요절한 장진영씨와 관련되어 있어서 '서쪽 하늘'을 미션곡으로 선택했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그도 결국 장진영씨와 같은 병으로 요절을 해서 그런지 몰라도 이 노래가 더 슬프게 느껴진다. '서쪽 하늘' 속에 나오는 '비가 오는 날엔 난 항상 널 그리워해'라는 가사는 이제 임윤택씨의 팬들이 그를 추억할 그 자신에 관한 것이 되어버렸다. 

임윤택씨가 네티즌들로부터 그가 앓고 있는 위암이 거짓이라는 악플에 시달렸었다는 것이 무척 가슴 아팠다. 심지어 그가 사망한 이후에도 악플이 올라왔었다는 소식을 듣고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나. 그들은 최소한의 양심도 없는 것일까. 생전에 악플러들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했던 임윤택씨의 말에 또 한번 감동했다. 더 이상 악플러들 때문에 고통받는 사람들이 없었으면 좋겠고 앞으로 악플러들에 대해서는 엄중한 법적 처벌이 이루어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지금까지 임윤택씨만큼 나를 감동시켰던 대중문화인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나에게는 그의 불꽃 같은 삶 자체가 감동이었다. 그래서 그의 이른 죽음이 매우 슬프다. 그의 말기암이 치유되었다면 기적으로 여겨졌겠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그는 이미 기적을 이루었다. 나를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었으니까 말이다. 임윤택씨의 죽음은 가요계를 넘어서 대중문화계의 큰 손실이다. 앞으로 울라라세션의 남은 멤버들이 멋진 모습으로 임윤택씨의 빈 자리를 채워주었으면 좋겠다. 임 단장님, 그동안 정말 고마웠습니다. '안 된다고 하지 말고 아니라고 하지 말고' 이 말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이제 고통 없는 천국에서 편히 쉬세요. 안녕. ㅠㅠ

(글을 쓰면서 추모하는 마음과 그것을 글로 표현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는 것을 많이 느꼈다. 이 글에는 내가 임윤택씨를 진심으로 추모하는 마음이 반도 담기지 못했다. 표현 능력의 한계를 느끼며 제대로 추모할 수 없다는 것이 슬펐지만 더 이상 글을 올리는 것을 미룰 수 없어 아쉽지만 임윤택씨를 떠나보낸다.)
 
링크 동영상: 슈퍼스타K3 중 울라라세션의 '서쪽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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