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기에 참 적절하지 않은 날씨입니다. 

덥고 습하고, 폭우에, 우박까지-_-

아무리 대차게 휴가계획을 세워놓았대도,

타의에 의해서 쉬고 있는 친구가 자기는 일하고 싶어도 못한다며 읍소한다해도,

아- 정말 일하기 싫은 날들입니다.

정작 집에 와서도 완전히 일을 놓지 못했고 

이번주가 지나도 이 일들은 마무리되지 않을 거라는 점에서 한숨만.




설국열차가 듀게에 계속 흥하네요.


이러니 저러니 해도, 뭔가 이야깃거리가 계속 나오긴 하는 것 같습니다.

너무 뻔한 우화, 너무 뻔한 반전이라지만 

근래에 이렇게 혼자 있을 때 문득, 곰곰히 생각한 영화가 있었나 싶습니다.

물론 제가 요즘 영화를 그닥 많이 보는 편이 아니라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요.



모든 개체수의 밸런스

안정과 갈등/폭발의 밸런스

 - 중2 즈음한번씩 생각해보는 주제이긴 한데 ^^;


17년째 똑같은 궤도를 돌고 있고, 뭐하나 달라진 것은 없고, 더 나아질 것도 없는 열차 안의 삶.


앞칸 사람들의 삶은 크로놀과 뒷칸 사람들에 대한 상대적인 우월감으로 유지되겠죠.

아, 물론 개중엔 꼬리 칸의 존재조차 희미한 사람도 있고, 노골적인 거부감을 공공연히 표하는 사람도(아, 정말 때려주고 싶었던 그아이) 있겠구요.

몇년에 한 번 씩 - 저 뒤 몇번째 칸에서 일어난 것으로 전해지는- 폭동은 진압되었고 

질서는 제 자리를 찾았다는 (간접적인) 성취감도 분명 있을 겁니다.



한편으론 조금 다른 이야기인데,

좀 비약일 수 있겠지만, 최초에 열차가 운행을 시작했을 그 때,

꼬리칸 사람들이 한달동안 서로를 잡아먹고 파괴되어 갔다면,

앞칸 사람들도 그에 못지 않게 무너지고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저 살아남은 것 만으로 기뻤을까요. 그 기쁨이 얼마나 갔을까요. 

아무리 쾌적한 조건이라해도, 얼어붙은 이 여행의 끝은 없지 않습니까. 

그리고 분명, 운행 초기엔 미처 준비하지 못했던 변수들로 앞칸에도 많은 갈등이 있었겠죠. 


어쩌면 윌포드 역시 길리엄이 목도한 광경을 다른 버전으로 보았고, 

그렇기 때문에 두 사람은 그런 세계를 설계하게 되었는지도 모르겠어요. 

공멸의 광기를 억제하기 위한 또 하나의 광기.랄까요.

(두 사람 다 안그런 듯보여도 징글하게 인류와 삶을 사랑했는 지도 모릅니다.. 아, 이 시점에서 봉준호에게 신이란??)



다시 돌아와서, 어떤 독재도 아무도 모르게 일어나지는 않죠.

윌포드와 엔진의 위대함을 과장한 선전물은 사실 기차에서 태어난 어린애들 외엔 그닥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을 겁니다.

열차의 질서, 모든걸 그 이름으로 그저 암묵적으로 용인한 것 뿐이겠죠.



어느 게시판에 갔더니 국정조사 현장의 유투브 영상이 나오네요. 

참 예쁜 함수 크리스탈이나 프로야구 이야기 사이에.. 

살인의 추억과 설국열차가 그렇게 다른 얘기 처럼 느껴지지 않는 듯한, 그런 저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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