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로, 이 글은 농담과 진담이 섞이고 섞인 진창 같이 구리고 짧은 글입니다. (도로헤도로?) 읽고 화내시면 안 됩니다. 그런데 제목은 진짜 진심입니다. 하지만 진심이면서 동시에 농담이기도 합니다.

  


  제가 요즘 빠져버린 위키백과에서 노벨문학상 관련 글을 보시죠. https://ko.wikipedia.org/wiki/%EB%85%B8%EB%B2%A8_%EB%AC%B8%ED%95%99%EC%83%81 


  보시면 아시겠지만 노벨은 이상적인 방향으로 문학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사람에게 주라고 이 문학상을 만들었습니다. 아주 훌륭한 일이었지요. 알프레드 노벨이 다이너마이트 발명자라는 사실을 현대 사람들이 모두 잊은 게 저는 놀랍지 않습니다. 매년마다 어느 나라의 누가 상을 받을까 경쟁심리를 발동시키게 한 노벨상으로 기억되니 어쩌면 알프레드 노벨도 저승에서 미소 짓고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링크에서 목록을 주욱 보시면 정말 주옥 같은 사람들 많습니다. 앙리 베르그송(!!!) 같은 철학자도 있죠. 이게 뭐 링크에서도 설명이 나와있지만 "글쓰기" 전반을 고려한다고 해서네요. 20세기 중반 이후로는 문학가로 좁아진 것 같지만요. 그런데 저는 개인적으로 이것 역시 인정할 수 없는 관습이 된 것 아닌가 싶습니다. 문학가만이 글쓰는 행위를 통해서 예술성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개선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유려하고 아름다운 문체로 한 편의 전공책(전공책이 아니라 무엇이라 표현하는 것이 좋을까요? 비문학책? 불만족스럽군요. 학문과 관련된 책들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은데 말이죠. 어휘력이 좋지 않아서 마땅한 단어가 생각이 나질 않네요)이 마치 셰익스피어의 햄릿처럼 비장한 비극 같이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지금 당장 제 머릿속에도 몇몇 권이 지나가네요. 아내의 죽음으로 인한 분노나 인간의 어쩔 수 없는 한계를 냉철한 시선으로 지적하는 책들이 있습니다. 그러한 책들은 이건 글을 발로 쓴 건가 싶을 정도의 문학책들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의 예술성을 지니고 있지요. 어쨌든 개인적으로 이것 역시 마음에 안 드는 세태라고 봅니다. 전공책을 쓰는 학자의 글쓰기들도 문학이라 인정해야 합니다! 급진적인 생각일까요?


  뭐, 사실 좀 목록 보다 보면 이 인간 왜 준 거냐 싶은 사람이 있긴 한데, 지엽적인 문제이므로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제 알기로는 보르헤스가 여러 번 아주 여러 번 노벨문학상 후보에 올랐었지만 그 때마다 다른 사람이 탔다고 알고 있습니다. 노벨문학상에 대해 이야기할 때마다 아주 아주 가까운 지인과 이 이야기가 나오곤 하는데요, 그 지인은 그냥 윌리엄 골딩을 사정없이 까댑니다. 파리대왕이 뭐냐고 말이죠. 저는 그때마다 소심하게 반박하곤 했습니다. 파리대왕 얼마나 재미있는데요. 새끼돼지가 안경 부러지는 장면은 지금도 슬픕니다. 그렇지만 그래도 속으로 보르헤스를 안 준 건 진짜 노벨문학상의 수치다 싶죠.


  아니 진짜 어떻게 안 줄 수 있습니까? 보르헤스의 "픽션들"은 노벨문학상 두 번 줘도 할 말 없을 정도의 작품집인데 말이죠. 우리 모두가 다른 매체 예술들이 주는 감각의 자극에 빠져 헤매고 있을 때 다 죽어가는 텍스트의 무덤이라 여겨진 소설이었건만, 텍스트로 그림을 한 번 죽이고 영화를 두 번 죽인 작품들입니다. 단순한 이야기의 흐름만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마술적인 라틴아메리카 문학의 정수란 말이죠. 그렇다고 가르시아 마르케스랑은 또 다른 분위기가 있습니다. 마르케스가 좀 더 라틴아메리카적 색채가 존재한다면 보르헤스는 좀 더 전인류적인 맛이 있죠. 인간 원형에 좀 더 다가간 대가입니다. 


  그런데 안 줬으니. 저는 그 이후로 노벨문학상의 어떤 공신성?을 그닥 신뢰하지 않습니다. 노벨문학상 받았다고 해서 읽어봤더니 재미없는 작품들도 몇 있었던 탓도 있고요. 뭐, 개인취향이겠습니다만!


  그러니 고은 시인을 안 준다고 슬퍼할 필요도 없어요. 뭐 그럴 수도 있는 거죠. 오히려 노벨문학상 주는 사람들이 더 못 된 거에요. 안 줄 거면 후보라도 올리질 말든가. 왜 그래 대체? 악취미들이야. 보르헤스한테도 그래놓고서 여러 사람 희망고문 시키는 데 다들 너무 가학증 같아서 별로네요.


  하지만 재미없는 농담을 하나 더 치자면, 저도 하루키 안 되어서 '즐겁습니다'. '다행'인 것도 아니고, '즐거워요.'

  저는 하루키를 보면 누가 생각나냐면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생각이 납니다. 조금 더 잘 쳐주면 호밀밭의 파수꾼 쓴 샐린저였나요? 그 사람과 같은 궤를 한다고 생각해요. 중2병이라는 표현은 식상해서 쓰고 싶지 않고요, 읽으면서 경외감이나 더 깊은 차원을 보는 게 아니라서요. 아주 기술적이고 직업적인 문인을 보는 기분입니다. 예술가라고 하기보다는 기능공이라는 느낌적 느낌? 하루키한테 매력을 못 느낀 네가 문제다, 라고 말씀하시면 정말 전 받아들이겠습니다. 하루키 까는 게 무슨 유행이라면서요? 하지만 저는 유행 타는 것도 안 좋아하는 사람이고, 그저 제 생각을 밝힐 뿐입니다. 하루키가 어느 날 노벨 문학상을 탄다고 해도 저는 그 사람의 소설이 받을 만하다고 생각할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차라리 이미 죽었다 해도 보르헤스한테 주지! 라고 악취미적으로 꿍시렁 대긴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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