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영화제에 다녀왔습니다.
에너지 보충이 필요했는데 좋은 시간이었어요.
잊어 흩어지는 것을 막으려고 간단하게나마 소감정리를 해야겠다 마음 먹었는데
막상 하려니 양이 만만치가 않네요.

잠깐 멈춰서 총 25편 중 1부 13편 먼저 올립니다. 
개봉예정작도 꽤 있으니 참고에 도움 되시면 좋겠네요. 


ps : 정리가 지겨워져서 2부는 언제 올리게 될지 미정이에요... 




* 영화정보는 IMDB 참조. 스토리라인은 영화제측 팜플렛 참조.


- 제 1일. (금요일) -


1. 굶주린 마음 (Hungry Hearts, 2014/이태리/109 min, IMDB : 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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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rector: Saverio Costanzo

Writers: Marco Franzoso (novel), Saverio Costanzo (screenplay)

Stars: Adam Driver, Alba Rohrwacher, Roberta Maxwell

2014 베니스 남녀 주연배우상

- 뉴욕에서 만난 미국 남자 주드와 이탈리아 여자 미나. 격렬한 연애, 그 후의 결혼과 임신을 함께 겪은 후

   미나의 독특한 양육법에 의해 아기의 생명이 위태로워지면서 기로에 서게 된다. 의심과 분노로 얼룩진 둘의 관계는 비극적 결말로 치닫는다.


갇힌 화장실에서 시작 되는 첫만남의 풍부한 유머로 인해 밝은 로맨틱 코미디를 예상했다가,  초반의 갑작스러운 임신과 결혼, 출산 이후 곧 배신당한다. 

여주인공 미나의 자연주의적 육아법에 대한 과도한 집착과, 그에 대해 몰래 아이에게 고기를 먹이는 것으로 극복하고자 하는 남자 주드의 해결방식의 대립이 갈등의 기본틀이다. 

육아법의 충돌 자체는 세계관 충돌의 하나이고 어느 한쪽만을 지지하기 애매한 문제이지만, 

이야기는 사이코가 등장하는 스릴러물의 방식으로 연출 됨에 따라 분위기도 기괴한 답답함으로 가득차게 된다. 

이러한 미나의 집착의 근원을 설명하지 않고, 갈등 이전에 어떤 전조도 보여준 적이 없으므로 이런 전개가 그리 자연스럽게 느껴지지 않는데다, 

각자의 해결방식이 꽤나 폭력적이고 독선적이어서 캐릭터들에게 공감하는 것도 쉽지 않다. 여기에다 마무리는 뜬금 없을 정도로 과격하게 이루어진다. 

여러모로 인내가 필요한 작품인데, 무엇을 위해 견뎌야 할지에 대한 납득에 실패한다. 

극도로 신경증적인 여배우의 이미지와 연기 하나만 살아남았다.


한줄평 : 설득력도, 이야기도, 메시지도 부족하다. 빈자리는 배우와 분위기가 채운다.



- 제 2일. (토요일) -


2. 도쿄 트라이브 (Tokyo Tribe, 2014/일본/116 min, IMDB : 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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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irector: Shion Sono

- Writers: Santa Inoue (manga), Shion Sono (screenplay)

- Stars: Hitomi Katayama, Akihiro Kitamura, Tomoko Karina

소노 시온의 힙합 갱스터 무비. 미래 도쿄에서 나타나는 세력 다툼을 그린 이노우에 산타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만들어진 작품.

  한 사건으로 인해 힘의 균형이 깨지자 도시의 불완전한 평화는 산산이 부서지고, 곧 누구도 잊을 수 없는 폭력의 밤으로 치닫게 된다.

- 예고편 http://www.youtube.com/watch?v=zYy7__R3sQ8


시온 소노, 힙합, 키치 코미디를 좋아한다면 열광할 수 있지만, 취향에 따라 평이 엇갈리기 쉬운 작품. 

힙합랩으로 시작하는 롱테이크 오프닝만으로도 흥분할만하지만, 전체적으로 의도적이던 않던 ‘오바’로 가득 차 있다. 

폐허가 된 미래 도쿄의 힙합 갱스터들이라는 설정은 매력적이면서 동시에 만화적이고, 실제 작품도 이런 코드를 그대로 강화 유지 시키고 있다. 

영화 ‘고(Go)’에서 인상적이었던 쿠보즈카 요스케가 조연으로 나오고, 신비한 무협소녀로 캐스팅 된 신인 清野菜名(nana seino?) 의 매력이 눈부시는 등, 전체적인 배우진도 개성있고 화려하다. 

여기에다 뮤지컬적으로 사용되는 랩에, 살색과 피색이 난무하니 지루할 틈이 없다. 

다만 이야기가 엉성하고, 대부분의 캐릭터들이 왜 등장했는지 모르게 소모되며, 과하게 키치적인 유머들이 많아서 그만큼 실소도 많아진다는 게 단점. 

그런 면에서 ‘누구도 잊을 수 없는 폭력의 밤으로 치닫게 된다.’ 는 둥의 영화제측의 진지스런 작품설명은 이 영화를 보긴 하고 쓴 건지 의문이 들게 만든다.


한줄평 : 눈과 귀가 즐겁고, 개성 하나만큼은 압도한다.



3. 내셔널 갤러리 (National Gallery,  2014/프랑스/180 min/ IMDB : 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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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irector: Frederick Wiseman

칸 영화제 감독주간

2,400 점이 넘는 회화작품을 보유한 영국의 국립 미술관. 그림을 보존하고, 복원하고, 교육하며, 향유하는 모든 사람들이 시간과 예술이 공존하는 이곳을 지나친다. 

  물질과 정신, 흔적과 기억을 매개하는 공간을 바라보는 거장 프레데릭 와이즈먼의 시선.


수많은 작품과, 그것을 중심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과, 그를 둘러싼 다양한 태도들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 작품. 

아름다운 미술품들을 해석과 함께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은 보너스인데, 교육교재로서도 좋을만큼 정보와 이야기들이 풍부하게 담겨 있다. 

초중반엔 전날의 숙취 때문에 졸았고, 후반엔 다음 영화 스케줄 때문에 일찍 나가야 해서 제대로 감상했다고 보긴 힘들지만, 중간중간 깰 때마다 탄성을 질렀다..


한줄평 : 직접 가는 것보다 나을 수 있는 미술관 간접 체험.




4. 가부키초 러브호텔 (Sayonara kabukichô, 2014/일본/135 min, IMDB : 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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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irector: Ryuichi Hiroki

- Stars: Atsuko Maeda, Yutaka Matsushige, Kaho Minami

<바이브레이터>의 감독 히로키 류이치의 신작. 도쿄 최대의 환락가인 가부키초 러브호텔을 배경으로 교차되는 삶들의 하루를 담은 에로틱 드라마이다. 

  호텔의 매니저와 한국 출신의 매춘부, 호색 경찰 등 다양한 인물들은 각기 다른 꿈들을 갖고 있으나 좌절되거나 변질 되고 만다. 일본사회에 대한 통찰력 있는 묘사.


인터내셔널 제목이 이렇고, 일본개봉 제목은 <사요나라 가부키초> 였던 듯하다. 

3류 러브호텔이라는 한정된 공간을 배경으로 인물군상들의 이야기가 이리저리 얽히며 옴니버스형으로 펼쳐진다. 

작년에 일드 <모두 에스퍼다!> 로 눈에 익은 Shota Sometani 가 <도쿄 트라이브>에 이어 여기서도 주인공이어서 올해 부산 영화제와 인연이 많아 보인다. 

소재나 제목의 뉘앙스와는 다르게 별로 ‘에로틱’하지는 않다. 전체적으로 일본영화에서 흔한 ‘착하고 따뜻한’ 톤의 작품인데, 

인물의 선량함들이 예측 가능한 수준에서 반복 되고, 각 사연들의 개성이나 재미도 약하다보니 이러한 가벼움과 따뜻함이 장점인 동시에 단점이다. 

GV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총 촬영 기간이 단 2주일이었다니 저예산 영화의 한계를 감안하면 성공적이라고 봐도 좋을 듯. 

한국인 매춘부로는 ‘이은우’가 캐스팅 되었다. 전작 <뫼비우스>는 보지 못했는데 남자배우의 뻣뻣함에 비해 무난한 연기를 보여준다. 

참고로, 이번의 GV 상영이 완성본을 처음 보는 순간이었다며 감동 섞인 눈물을 터트려서 관객들의 호감어린 응원박수를 받기도 했다. 

그런데, 영화에 등장하는 한국인 남녀커플은 공교롭게도 둘 다 매춘 혹은 원조교제를 하고 인기도 많다. 일본에선(혹은 감독에겐) 한국애들이 뭔가 섹시한 이미지인 것일까?


한줄평 : 크게 울리지도, 웃기지도 않지만 소박한 재미는 있다.



- 제 3일. (일요일) -


5. 사랑의 델리리오 (Ciudad Delirio, 2014/Colombia/100 min, IMDB:6.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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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irector: Chus Gutiérrez

- Writers: Chus Gutiérrez, Elena Manrique

- Stars: Jorge Herrera, Margarita Ortega, Carolina Ramírez

초식남 의사 하비에르는 출장 차 온 콜롬비아에서 살사 댄서 앤지를 만나 호감을 느끼지만, 스페인과 콜롬비아의 거리만큼이나 큰 문화적 차이는 두 사람의 로맨스에 계속 태클을 건다. 

   콜롬비아의 인기 댄스 퍼포먼스인 델리리오의 흥겨움이 백미인 달콤한 라틴 로맨스.


처음부터 끝까지 여배우와 춤의 매력으로 이루어져 있다. 

오해, 갈등, 주위 인물들과의 관계와 사연 등의 요소가 있긴 한데, 어째 편집하면서 삭제한 듯한 어색한 흔적 수준으로 남아서 아무 도움이 되질 못한다. 

그 시간에 차라리 춤장면이나 한번 더 넣었으면 관객들이 더 좋아했을거 같다. 

아름다운 여자와 매혹적인 춤, 그리고 중간중간의 달콤한 키스와 농담. 유쾌한 영화가 되기에는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입증하는 작품.


한줄평 : 중남미 미녀와 그곳 춤에 반도인의 저항은 불가.



6. 뻐꾸기도 밤에 우는가 (Does Cuckoo Cry at Night, 1980/한국/118 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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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irector: 정 진우

- Writers: (원작) 정 비석의 ‘성황당’

- Stars: 정 윤희, 이 대근, 윤 양하


온라인(저화질) 전편 감상 : http://www.youtube.com/watch?v=sJDYyxeaxM0


작품의 스토리는 토속문학에, 분위기는 80년대 토속에로에 뿌리를 대고 있다. 

이미지들은 풍광 중심으로 인위적인 느낌이 들만큼 공들여 담겨져 있고, 이야기나 메시지들은 지금 관점에선 다소 촌스럽긴 해도 지겹지는 않은 것들이다. 

그렇게 그럭저럭 볼만한 수준으로 남을 뻔했던 영화가 ‘명작’이 된 이유는 오로지, 온전히, 정윤희 때문이다. 

정윤희의 순진무구한 에로스와, 폭발직전의 수줍은 격정을 필름 화질로 큰 스크린에서 본다는 것은 인상적인 경험이었다. 

그런데 내 옆자리에 왜소한 한 할아버지가 앉아 계셨었는데 이 분이 불켜지고 보니 이대근 선생님이셔서 화들짝 놀라 버렸다. 

GV 에는 정진우, 이대근, 윤양하 세 분의 할아버지(?)가 나오셔서 노인 특유의 수다로 당시 이야기들을 재밌게 들려 주셨다. 

정진우 감독님은 영화 완성 직후 투옥 되는 바람에 이번이 관객들과 함께 이 영화를 본 최초의 순간이라며 눈물을 터트리셔서 보는 사람들을 짠하게 만드셨다. 

하지만 이대근 선생님이 밝힌 촬영장 에피소드로 분위기는 싹 반전. 

- 클라이막스에서 정윤희 씨가 고통스럽고 처연한 표정의 연기가 잘 안 살아나자, 그녀의 겨드랑이 털을 깎아준다면서 가위를 가져와서는 일부러 피가 흐를 정도로 살을 베어내셨다고.

다들 놀라고 특히 정윤희 씨가 고통과 당혹감에 어쩔 줄 몰라하는 순간 카메라를 돌리셨다는 무지막지한 이야기. - 

당연히 관객들의 분노 어린(?) 탄성과 야유가 터져나왔고 정진우 감독님은 먼 산만 바라보셨다. 

여튼 이 영화의 GV 도 영화만큼이나 재미있고 인상적인 시간이었다.


한줄평 : 옛배우들과 옛영화에는 왠지 낭만이 있다.



7. 너 나 그리고 우리 ( You(Us)Me, 2014/영국/91 mi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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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irector: Max Sobol

- Writer: Max Sobol

- Stars: Hannah Kew, Chris Wilde, Christoper Wilde

연쇄 살인범 에드워드와 자살충동에 시달리는 비비안은 서로 완벽한 대상인 것처럼 보인다. 

  살인의 욕망을 충족 시켜야 하는 에드워드와 죽고는 싶지만 기술이 부족한 비비안은 서로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동반자’ 관계를 유지한다. 

  에드워드가 비비안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기 전까지는...


낄낄 대자니 사람 목숨 가지고 너무하는거 같고, 무게 잡자니 애당초 그런 설득은 쉽지 않은 소재이고..에서 혼란스러워하는 감독의 딜레마가 느껴진다. 

배우들이 개성있고, 초반의 유머들은 좋지만, 여배우의 자살 욕망을 관념적인 어휘와 감정들로 설명하는데 별로 와닿지가 않는다. 

연쇄살인범이 너무 일찌감치 순박해지는 것도 긴장감을 빼버리니, 중반 이후부터는 좀처럼 끌고 갈 에너지를 찾기 힘들어진다. 

결국 죽여줘와 그렇게는 못하겠다는 뻔한 실강이가 반복 되며 영화는 무풍지대로 들어가 표류해 버린다. 

GV 때 영화의 제목이 헤어진 전 애인과 즐겨듣던 노래의 제목에서 따왔다는 둥 전애인에 대한 추억과 미련(?)을 마구 흘리는게 귀여웠던 감독.


한줄평 : 영화보단 감독이 스타일과 진솔함 면에서 더 낫다.




- 제 4일. (월요일) -


8. 파티 걸 (Party Girl, 2014/프랑스/96min, IMDB : 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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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irectors: Marie Amachoukeli-Barsacq , Claire Burger, Samuel Theis

- Writers: Marie Amachoukeli-Barsacq, Claire Burger, Samuel Theis

- Stars: Angélique Litzenburger, Joseph Bour, Mario Theis

깐느 영화제 황금카메라 상

안젤리크는 프랑스와 독일의 국경에 위치한 나이트클럽의 한물간 접대부로 이제는 나이가 들어 조롱거리에 불과하다. 

  자신의 일을 즐기는 그녀이지만 곧 막다른 골목이라는 것을 실감하며 단골 손님의 청혼에 제 2의 인생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고민하게 된다.


모든 철딱서니 없는 것들은 슬프다, 는 대사가 떠오르게 만드는 이야기와 주인공. 

한물 간 정도가 아니라 환갑이 훌쩍 넘은 할머니 여주인공은, 그럼에도 여전히 ‘열정과 유혹’ 같은 낭만적인 감성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현실적인 위기감과, 본능에서 비롯 된 거부감 사이에서 방황하는 그녀를 보고 있자면, 그러나 이번에도 역시 스스로에게 충실하며 소박한 안정을 때려치워 버리는 그녀를 보고 있자면, 

스스로를 태우며 불나방으로 살 수 밖에 없는 어떤 부류의 인생들이 떠오르며 마음 깊은 곳에서 애잔함과 연민이 솟구쳐 올라온다. 

백설공주의 마녀 할머니를 닮은 외모의 여주인공이고, 딱히 재밌는 이야기를 하고 있지도 않고, 현란한 비주얼이  있는 것도 아닌데도, 

끝나고 나면 무척 아름다운 화면의 슬픈 영화를 본거 같은 착각(?)이 든다. 여튼 아, 불나방들 너무 싫다.....


한줄평 : 부산영화제에서 내 눈에서 땀이 나게 한 단 하나의 영화.



9. 노비 ( Nobi, Fires on the Plain, 2014/일본/87 min, IMDB : 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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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irector: Shin'ya Tsukamoto

- Writers: Shohei Ooka (novel), Shin'ya Tsukamoto (screenplay)

- Stars: Rirî Furankî, Tatsuya Nakamura, Yûko Nakamura

오오카 쇼헤이의 소설을 원작으로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의 필리핀에서 한 일본 군인이 겪게 되는 시련을 기괴하고도 시적으로 묘사하는 작품이다. 

   자신의 인간성을 지키려고 애쓰던 군인은 결국 광기와 도덕적 추락에 내몰리고 만다.


신야 감독이 좋아하는 온갖 요소들이 다 있는 원작인지라, 아주 오래전부터 품어왔던 프로젝트란 것이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극단적인 상황, 극단적인 갈등, 넘치는 피, 기괴하게 일그러져가는 인간, 대체 이런 인간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까지, 정겨운 신야표 기호들로 가득 차 있다. 

전쟁의 리얼리티를 위해 관념적인 이미지들이 자제 되었고, 이야기 자체가 명확한 전개와 스토리라인을 갖고 있어서 모호한 부분도 별로 없는만큼, 

넘치는 피와 내장, 카니발리즘만 제외하고 보면 신야감독의 영화들 중 가장 대중적인 작품일 수도 있겠다.

이번 GV로 실제로 본 건 처음인데, 이렇게 왜소하고 내성적인 분위기의 사람이 이런 광폭한 에너지를 꾸준히 분출하고 있다는게 새삼 신기하다. 

와중에 분명한 반전 메시지 설파로 지성파 감독 이미지를 새삼 확인 시키며 열띈 박수까지 받으셨다.


한줄평 : 츠카모토 신야! 여기에 GV까지!




10. 마리 콤(Mary Kom, 2014/인도/122 min, IMDB : 6.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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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irector: Omung Kumar

- Writers: Saiwyn Qadras (story), Ramendra Vasishth (dialogue)

- Stars: Priyanka Chopra, Zachary Coffin, Darshan Kumaar

실화를 바탕으로 한 감동대작. 인도 동북부 지역에서 농사일을 하며 자란 마리는 자연스럽게 복싱 등 어떤 운동이든지 할 수 있는 체격조건을 갖추고 있다. 

   의지,공격성,민첩성을 겸비한 마리는 인도 복싱계의 여왕이 되고, 세계선수권대회 5관왕에 빛나게 된다.


올해 부산에 온 인도영화들 중 전형적인 발리우드 스타일 영화는 한편도 없었는데, 

그 중에서도 유독 계급 차별에 대한 분노, 관료주의에 대한 비판, 성역할의 역전 등에서 보여주는 진보적인 태도가 눈에 띈다. 

여기에 실화의 감동에다 대중적인 코드까지 들어가 있으니 흥행하기에 좋은 영화라는 생각도 들고. 

다만 막상 중심소재인 복싱장면의 연출이 그닥 박진감 있지 않고, 결혼 후의 침체와 부활 이라는 중반 이후의 이야기 흐름이 다소 단절적이고 거칠다.  

아름다우면서 동시에 딱 벌어진 떡대의 여주인공의 캐스팅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신기한데, 

그런 덩치를 52 키로로 계체해서 평범한 여자관객들로부터 야유를 이끌어 낸 건 쫌 판단미스인 듯.


한줄평 : 건전하고 건강하고 예쁜 여주인공과 영화.



- 제 5일. (화요일) -


11. 파니를 찾아서 (Finding Fanny, 2014/인도/102 min, IMDB : 6.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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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irector: Homi Adajania

- Writers: Homi Adajania, Kersi Khambatta

- Stars: Deepika Padukone, Arjun Kapoor, Naseeruddin Shah

인도영화에 대한 편견을 한번에 날려보낼 새롭고 독창적인 영화. 너무 늦게 배달된 편지를 받고 첫사랑을 찾아나선 노인과 동네친구들의 좌충우돌 로드무비. 

  전작 <칵테일> 이후 다시 의기투합한, 이제는 여신의 반열에 오른 디피카 파두콘의 치명적인 매력을 확인할 수 있다.


새롭고 독창적이라는 수식어를 자폐적으로 사용하는 이런 식의 영화제측 시납의 설레발에 짜증이 솟구친다. 인도영화가 춤추고 노래 안 부르면 다 새롭다는건가? 

로맨틱 코미디의 비현실성, 인도 영화의 억지 유머, 로드 무비의 어수선함까지, 모든 면에서의 단점을 모조리 갖고 있는 가장 지겨웠던 영화. 

그냥 잠들어 버릴려다가 여배우가 너무 예뻐서 참고 봤는데, 영화가 끝나고 재밌었다는 평이 꽤 있어서 의외. 

이 정도 괴리면 같은 하늘에서 영화 보기는 좀 힘들어 보이지만 딱히 논쟁하고 싶지는 않고..


한줄평 : 인도영화의 미국개봉 열망의 좋지 않은 사례.



12. 내 남자 (My Man, Watashi no otoko , 2014/일본/129 min, IMDB : 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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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irector: Kazuyoshi Kumakiri

- Writers: Kazuki Sakuraba (based on the novel by), Takashi Ujita

- Stars: Tadanobu Asano, Tatsuya Fuji, Fumi Nikaidô

파격적인 금기의 사랑. 준고는 쓰나미로 고아가 된 하나를 자신의 집에 들인다. 딸로 입양한 하나는 결국 그의 연인이 된다. 

  이들의 비밀이 탄로나자 그동안 살던 훗카이도의 작은 마을을 떠나 아는 사람이 없는 도쿄에서 평화로운 생활을 시작하지만 과거에 알던 사람이 찾아오면서 평화도 끝이 난다.


훗카이도에 가보고 싶게 만드는 하얀 이미지들의 향연이 일단 눈부시다. 

소재만으로도 충분히 파격적인데, 그것을 다루는 방식이 더 자극적이다. 

서로를 지나치게 사랑하고 소유하고자 하며 절대적으로 신뢰하는, 

비정상적인 관계의 연인이 만들어내는 기묘함이 심리스릴러물적인 효과를 자연스럽게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것이 압축 되어 기괴함으로 폭발하는 엔딩씬도 압권이다. 

의도적인 대비였을 하얀 유빙과 붉은 피의 이미지들이 잔향처럼 오래 남는다. 

한국개봉은 힘들지 않을까 싶었는데 의외로 팔렸다고 하니 곧 볼 수 있을 듯.


한줄평 : 탐미적이며 파괴적인, 이라는 일본 전통 미학에 아주 충실한 작품.



13. 화이트 갓 (Fehér Isten, 2014/헝가리/119 min, IMDB : 7.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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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irector: Kornél Mundruczó

- Writers: Kornél Mundruczó (screenplay), Viktória Petrányi (screenplay)

- Stars: Zsófia Psotta, Sándor Zsótér, Lili Horváth

칸 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 대상

애완견이었다가 버려진 하겐은 길거리에서 생존을 위해 분투하며 모든 사람이 개의 절친한 친구는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하겐은 들개들을 포획하는 교활한 걸인을 만나거나 개싸움 조련사에게 잡히는 등 위험한 상황을 겪은 후 탈출하여 길 잃은 개의 무리의 우두머리가 된다.


소녀와 동물의 우정이라는 익숙한 패턴으로도 충분히 신선한 영화가 만들어졌다. 

애완견에서 투견으로 변신하는 과정에서 촬영 상의  동물학대는 없었다는데도, 믿기가 쉽지 않은 장면들이라 보기가 다소 힘들다. 

중반까지 휴머니즘에 호소하는 동물영화로 보이던 이야기가 후반부엔 갑작스레 전쟁액션물로 변신한다. 

이 과정에서의 잔인한 복수극이 속시원한 맛은 있지만 이야기의 리얼리티도 훼손하고 작품의 톤도 바꾸었던지라 가장 좋은 선택이었는지는 의문이다. 

개들의 폭동시퀀스는 혁명을 연상시키는데, 본질적으로 그런 혁명이 가진 한계와 명백한 실패 가능성에 대해 알고 있으므로 더욱 그런 기분이 드는 건지도 모르겠다. 

엔딩 크레딧에서 그 수백마리 개들의 이름이 전부 올라오고 그들이 모두 새로운 가정으로 입양 되었다는 자막이 뜨는데, 

감동 받으면서도 왠지 잘 믿기지가 않는 거 보면 확실히 회의가 늘긴 했나보다.


한줄평 : 역대급 오프닝의 영화. 그 이후도 물론 충분히 좋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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