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가 두번째로 간 부산영화제였는데 예매를 제대로 해서 간 건 처음이었어요. 부산 다녀온지 일주일이 넘었지만 아직도 제 머릿속에는 스크린 잔상과 혼자하는 수다. 수다의 일부를 여기 공유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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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게는 스포가 아닌게 남에게는 스포가 되는 경우도 있어서) 

일부 영화 약스포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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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다자다죽다 
2번 볼뻔했는데 2번다 못 봐서 (한번은 다른 영화랑 겹쳐서, 다른 한번은 표 양도 해주실 분께 너무 늦게 연락을 드려서 흑흑) 완전 아깝고 부산영화제하면, 젤 먼저 생각나는 영화. 스웨덴에서 단순노동을 하다가 해고된 20대 여성의 이야기래요. 우리에게는 복지 천국으로 알려진 스웨덴에도 88만원 세대가 있다..고 프로그래머가 소개했더라고요. 코뿔소의 계절과 먹다자다죽다를 사이에 두고 고민하다가 코뿔소의 계절을 봤는데, 보다가 깜빡 졸았 (...) GV 있었는데 통역이 살짝 아쉬웠습니다. 이번 영화제의 숨겨진 보석 같은 영화라는 평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네염 ㅜ ㅜ 듀게에서도 강추글 보고 진짜 아쉬웠어요.. 

비스트 오브더 서던 와일드 
오랜만에 정말 "아름답다"는 느낌이 들었던 영화. (사실 제가 평소 영화를 많이 챙겨보는 편은 아니라 오랜만이었던걸지도..)  Bathtub 이라는 지역에서 아버지와 사는 6살짜리 흑인 소녀 허쉬파피가 주인공입니다. 화면 구성도, 배경도, 이 아이의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이 안가는 장면들도, 엄마에 대한 그리움, 우주와 만물에 대한 그녀의 생각 _ 6살이고 글을 배우진 않았을 것 같은 설정에 비하면 약간 비현실적으로 성숙한 시각_ 음악도, plot 도, bathtub 주민들이 사는 방식도, 정말 너무 예쁘고 아름다웠어요. 꼭 슬프거나 감동적이거나 그런 걸 떠나서 너무너무 종합적으로 아름다웠어요. 저는 이 영화가 만들어진 배경을 전혀 모르고 봤는데, 나중에 이 감독이 어떻게 영화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고 영화를 만들었는지 알게 되고서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언론에서 그려지는 소외계층 이야기, 하층민, 빈민층 이야기, 메인스트림에서 보기에는 문명에서 동떨어진 삶을 사는 사람들 이야기인데, 정말 계층국적을 초월해서 자기와 전혀 다른 사람들이 사는 방식에 대한 간접경험, 이해를 하고 동질감을 느끼게 할 수 있다는 게 픽션에 기반한 예술의 힘인것 같아요. 개봉하면 또 보고 싶은 영화네요. 

남영동1985 
워낙 잔인함에 대한 경고를 많이 받아서 대비를 하고 있었기 때문인지 영화보는게 생각보다 고통스럽지는 않았어요. 불편했어요. 고문을 받는 장면 보다 마지막에 가서 장의사 역할을 맡은 이경영이 김종태역을 맡은 박원상앞에서 무릎을 꿇는 장면에 가서는 눈물이 핑 돌더라구요. 오히려 그 부분에서 너무 뭉클했어요. 김종태가 장의사의 어깨를 만질까 말까 고민하는 부분에서. 고문자도 피해자라는 생각이 영화의 다른 부분에서는 약간 cliche한 방식으로, predictable한 것 같아서, 조금은 아쉬웠지만, 마지막 그 장면에서 그런 아쉬움이 해소된 것 같아요. 이 영화는 소재와 묘사 그거 자체만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을 만 한 것 같습니다. GV에서 감독님에게 이장면이 무슨뜻인지 물어보는 질문이 많이 나온건 살짝 아쉬웠습니다. 관객이 충분히 그런 질문을 할 수는 있지만 그냥 혼자 좀더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고 싶었는데 답을 일찍 알아버려서 아쉽달까.. 
 
명왕성 
이 영화도 부산영화제에서 꽤 화제가 되었던 것 같아요. 울트라슈퍼경쟁환경에서 살아가는 고3학생들 이야기라는 것만 알고 영화를 봤다가 이야기 전개 하면서 상당히 놀랐습니다. 최근 태양계에서 제외된 명왕성에 경쟁에서 도태된 학생들을 비유하며 단순치않은 스토리와 어떤 철학을 바탕으로 합니다. 감독님이 교사였던 시절 본인이 한계를 많이 느꼈었다고 GV에서 말씀하시더라고요. 어떤 한 개인에게 책임을 묻거나 가해자로 묻지 않고 보다 거대한 것 _ 시스템, 역사 _ 에 대한 문제 의식을 표현하고 있다는 것이, 스토리텔링이 한단계 진보하고 있는게 아닐까 싶었네요. 중간에 살짝 지루하기도 하고 속도 조절에 아쉬움이 있기도 했는데, 학생들을 극단적인 경쟁으로 모는 현 시스템을 지지하는 사람들도 이영화를 보면 한번 다시 생각해보게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것도 꼭 개봉했으면. 아참.. 남자주인공의 과학시간 짝궁으로 등장하는 여학생, 아 진짜 호감 100% 너무 매력적인 캐릭이었어요. 그 여학생이 나올 때마다 너무 좋았어요..;; (전 여자..) 

 

사랑에 빠진 것 처럼 (Someone like in love) 

스크린하나하나, 특히 택시 안에 앉은 타카나시린이 할머니를 맴맴 도는 화면이 계속 생각나더라구요. 빨간 립스틱을 바르던 타카나시린. 평소 스토리 흡입력 있는 영화가 아니면 어느 영화가 좋았다고 말한 적이 별로 없는데, 개봉 상업 영화 위주로 봐왔던 관객 시각에선 무척 신선했던 것 같아요. 오프닝에서 한참 카메라가 움직이지 않던 씬이나, 엔딩..어느 동작이나 액션이 없이도 대화와 배우의 연기만으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 안타까움, 글구 마지막 엔딩. 관객들이 같은 부분에서 빵 터지고 웃음이 꺄르르 나오는 것도 정말 영화제에서만 있을 법한, 그런 느낌이었어요. 좋았네요.   

가족의 나라 (Our Homeland) 
양영희감독님 인터뷰를 보고 영화를 현매했어요. 영화 영어 제목이 motherland 나 fatherland가 아니라 homeland인 이유, 자신의 조국은 북한이고 고향은 일본이고 국적은 한국이라는 것, 자신은 국민이기전에 시민이라는 것 등등.. 인터뷰가 인상적이었던 것 같아요. 영화보면서 많이 울었는데 극장에 있는 다른 관객들도 많이 울더라구요. 영화는 배경음악도 거의 없고 조용했던 것 같아요 전체적으로.. 잔잔함 가운데에서도 역사적 상황 속에서 개개인이 어찌할 수 없는 그 힘, 거기에 대한 안타까움, 분노와 슬픔, 그런 감정이 느껴졌어요. 그리고 캐릭터별로 감정을 드러내는 정도가 참 다른데 _ 어떤 인물은 굉장히 감정을 절제하고있고 어떤 인물들은 감정을 드러내는게 심화되는 등 _ 그게 눈에 띄었고..



여기 적은 영화들 외에는, 

시저는 죽어야한다 

뷰티풀2012 -- 이것도 장면 장면이 자꾸 생각나는 영화. 


이렇게 봤네요. 



기타 

올해는 어쩌다가 롯데나 CGV에서는 영화한편도 안보고 동서향인가요(?) 여기에서 거의 절반을 본 것 같네요. 

작년에 비해 기념품이 살짝 아쉬운 감이.. 작년엔 머그컵이나 손거울, 스카프도 예쁜 디자인으로 나와서 지인들 선물할 생각으로 사갔는데 올해는 가방과 티셔츠 위주더라구요. 

밤에 지나가다 야외상영 중인 만화영화를 슬쩍 봤는데 피노키오인가요? 목소리나 음향이 정말 예쁘더라고요. 야외에서 보면 참 괜찮을 것 같았는데 직접 보신 분 안계신지? 

아 먹다자다죽다.. 정말 보고 싶은데 방법이 없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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