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 그릿을 봤습니다.

제프 브리지스는 말을 어찌나 중얼거리면서 하는지 도무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어요.

사람들이 웃는 장면에서도 저는 멍하니 화면만 노려보고 있었죠. 그런데 그 노인네는 도무지 입을 다물지 않는 겁니다.

끝나고 나서 같이 갔던 사람들이 영화 어땠냐고 묻는데

도무지 먼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있어야 말이죠. 영어 원어민인 친구가 본인도 제프의 말은 90%밖에 이해하지 못했다고 (위로라고 하는건지?) 하는데 믿을 수가 없습니다.



사무실의 빅 보스가 유명을 달리 하셨습니다.

빅보스라고 표현은 했지만 격이 없고 자상하시고 친절한 분이셨죠.

에미상을 수상했던 사무실의 월드 셀리브리티급 엔지니어이시고 우리 모두를 U2 콘서트에 데려가 주기도 했는데요. 

미국에서 당신 비행기를 몰고 데쓰밸리를 건너가다가 사고가 났는데 사고 원인은 아직도 모른다고 해요.


늘 출장이 잦은 분이라서 그의 빈 사무실을 지나치면서도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언젠가 그가 사무실에 출근했을 때 리셉셔니스트가 깜짝 놀라면서

"당신이 여기 있으니까 이상하다. 없는 게 더 익숙한 상황인데. 그렇게 자주 출장을 다니고 시드니엔 아주 가끔씩 돌아오니 집으로 가는 길은 기억나느냐?"고 물었었죠.

비보를 들었던 그 날 아침도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바쁘게 회의를 하고 농담을 하고 점심을 먹으러 갔죠.

아직 달라진 게 아무것도 없으니까.

그러다가 시간이 계속 흐르면 깨닫겠죠.

그 사람이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좋은 분이셨는데 너무 안타깝습니다. 



프랑스 친구는 온 지 일년도 안 되었는데 프랑스로 돌아간다고 합니다.

금융위기 이후 직장을 잃고 호주까지 왔다가 운좋게 이번에 프랑스에 직장을 구했대요.

그 친구 말이 프랑스는 여기같지 않아서 구직활동이 "나이트메어"라며 이렇게 일자리가 나타났을 때 무조건 붙들어야 한다고요. 

그런데 그 말이 너무  절실하게 느껴지는 겁니다. 작년 유럽의 재정위기랑 프랑스의 격한 파업등이 떠올랐거든요. 

세계 어디나 요즘 청년들의 구직은 눈물겨운 스토리인 것 같습니다.

저희 사무실에서 인턴을 했던 (토박이 시드니)친구는 이 곳에서 신입을 채용하지 않아 미국까지 취업을 떠나야 했지요.



시드니는 오늘 기온이 39도까지 치솟는다더니 벌써부터 찜통입니다.

친구가 수영하자고 집에 오기로 해서 청소를 해야하는데 이렇게 아침부터 듀게질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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