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한 주였습니다.

2013.10.20 02:23

푸른새벽 조회 수:1367

우리도 사랑일까, 블루 발렌타인 내용있습니다.



얼마 전 미쉘 윌리엄스 얘길 했었죠.

그러고 며칠 후 밤에 케이블에서 브로크백 마운틴을 해주길래 잠깐 틀어놨는데 다 봐 버렸어요.

처음 볼 땐 어려서인지 별 느낌 없었는데 다시 보니까 장면마다 가슴이 먹먹하더군요.


여기 나온 미쉘 윌리엄스는 처음 봤을 때도 좋았어요. 살이 좀 있어서 더 귀엽잖아요.

하지만 딱히 그녀의 팬이었던 건 아닌데 얼마 전 사건으로 뒤늦게 제가 그녀를 정말 좋아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나름 저만의 미쉘 윌리엄스 주간으로 정하고 그녀가 나온 영화들을 찾아보기로 했죠. 

우선 최근작인 우리도 사랑일까와 블루 발렌타인을 봤는데. 어우... 이거 우울한 여운이 너무 오래가네요.


우리도 사랑일까는 그나마 좀 나았습니다. 배경인 캐나다의 작은 마을도 예쁘고, 화면도 예쁘고, 미쉘도 예뻐요.

마을이 뭐랄까. 전체적으로 오래된 유원지의 컬러풀하지만 빛바랜 오묘한 색을 품고 있더군요. 

도로며 건물들도 푸근하게 낡은 느낌. 


권태기를 맞은 커플의 이야기는 언제나 안타깝지만 이 영화에서 그려지는 갈등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었습니다. 

많은 연인들이 어떤 극적인 상황없이도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으로 사랑을 시작하고, 달아오르고, 익숙해졌다 이내 시들해지죠. 

그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단계일 뿐 누구의 잘못도 아닙니다. 굳이 따지자면 시간이 잘못 한 거죠.

설레고 뜨거운 연애의 감정은 시간이 흐를 수록 편안함과 따뜻함으로 바뀌는데 이러한 변화의 과정에서

왜 전처럼 설레지 않는지. 왜 더 이상 뜨겁지 않는지를 고민하는 순간 관계는 삐걱거리기 마련입니다.


이 영화에서 마고와 루의 갈등은 그런 전형적인 권태의 갈등으로 보이더군요. 

푸근하고 유머러스한 남편이 여전히 사랑스럽지만 그에겐 더 이상 내가 특별한 존재가 아닌 것 같아 

상심한 와중에 멋지구리한 싱글남이 대시를 해오고, 처음엔 감정을 억누른 채 밀어내지만 

결국 남편을 버린 후 받아들입니다. 하지만 운명적인 만남으로 여기던 싱글남과의 로맨스도 

뜨거운 열정의 단계를 지나면 편안함을 넘어 함께 양치를 하고 치실을 쓰는 와중에 

그대로 팬티를 내리고 소변을 보는. 똑같은 단계를 맞게 됩니다.


우리도 사랑일까가 지극히 일상적인 연인들의 권태와 새로운 설렘과 또 권태를 보여줬다면

블루 발렌타인은 좀 더 극적인 형태로 두 남녀가 만나고 사랑하고 멀어지는 과정을 보여주더군요.

딘과 신디가 처음 만나 사랑에 빠져드는 모습은 절로 웃음짓게 만들 정도로 예쁘지만

중간 중간 캐릭터들의 갈등이 묘사되는 장면에서 그 상황이나 배우들의 연기가 

너무 사실적이어서 보고 있기가 힘들었어요.


신디가 가게에서 바비를 만난 사실을 딘에게 얘기하던 장면에서 두 사람의 갈등이 처음으로 

등장하는데 삐걱거리는 대화를 듣는 게 몹시 괴로웠습니다. 과거 장면에서 신디가 대통령 이름을 외우고

딘의 우쿨렐레 연주에 맞춰 탭 댄스를 추는 장면은 저절로 스윽 올라간 입꼬리가 한참이나 그대로일 정도로

예뻤지만 다시 현재의 모텔씬과 병원씬에선 아주 끄응 신음 소리가 절로 나왔어요.

데릭 시앤프랜스 감독은 폭주하는 인물의 감정이 그대로 느껴지게 하면서도 

제발 쫌! 그만 좀 해.ㅠㅠ 이렇게 말리고픈 생각이 들게만드는 연출에 일가견이 있더군요.

플레이스 비욘드 더 파인즈를 보면서도 비슷한 느낌이 들었는데.. 

생각해보니 요즘 제가 그런 모습을 더욱 못 견디는 것 같습니다.

마음이 허전한 상태가 오래돼서일까. 영화 속 캐릭터들이 서로 삐걱거리거나 또는 홀로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는 게 너무 힘드네요.


낙태씬에서도 담담한 톤으로 신디의 불안한 감정을 표현하는데 마치 제가 그 자리에 누워있기라도 한 것 마냥 

괴롭더군요. 간호사와 의사가 신디에게 무척 조심스러운 태도로 얘기하는데 잘은 모르지만 그 모습이

실제 미국 병원 매뉴얼을 그대로 묘사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 더 그랬던 것 같습니다. 



오늘 아니 어제 아이맥스 조조로 그래비티 예매했다가 늦잠 자는 바람에 취소하고 FA컵 결승전 보러갔다가

홈에서 결승전 승부차기 패하는 모습을 벌써 두 번째나 코앞에서 보는 바람에 촤악 가라앉았다가

저녁에 그대로 잠들었다 깼는데 내일 조조는 보러갈 수 있을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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