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조지 레이코프가 쓴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는 대부분 알고 있는 책입니다. 마치 국부론을 읽지 않은 사람들도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을 알듯이. 레이코프의 책을 읽지 않아도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라는 문장의 의미는 대부분 이해합니다. 사회현상을 제대로 해석하고 있기 때문이죠. 

레이코프는 어느 한 사안에 반대하면 할 수록 그 사안에 집착하게 된다는 것을 말합니다. 레이코프는 이를 위해 '코끼리'를 예로 듭니다. 코끼리는 미국 공화당을 상징합니다. 즉 공화당이 제시하는 프레임을 민주당이 단순히 반대해봤자 소용이 없다는 거죠. 프레임이 형성됩니다. 반대하면 반대할 수록 일반 대중의 뇌릿속에는 공화당이 제시하는 단어나 문장이 고착화되고, 공화당이 절대로 우위에 처해 있는 구조 속에서는 민주당이 이길래야 이길수가 없습니다. 조지 레이코프는 어느 한 사안에 진정으로 반대하기 위해서는 사안 자체를 입에 올려서는 안되고 다른 사안으로 옮겨야 한다고 말하죠. 


2.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종반으로 치달으면서 문득 조지 레이코프의 책이 생각났습니다. 한나라당이 '코끼리'를 말하고 있다는 걸 알아서 였습니다. 그리고 이건 일견 이해되지 않습니다. 역사상 '코끼리'를 가장 잘 사용했던 정당은 대부분 우파였습니다. 미국 공화당이 그랬고 우리나라에서의 신한국당-한나라당 역시 그러했죠. 잘 사용한다는 것은 잘못 사용했을 때의 문제점도 알고 있다는 거죠. 그걸 잘 알고 있는 한나라당은 왜 이런 미련한 선택을 하고 있을까요. 


3. 제목을 읽고,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제가 말하는 '코끼리'가 누구인지 대충 짐작 가실껍니다. 바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이죠. 지난 9월에 박원순 변호사에게 서울 시장 후보을 양보한 이후 그는 완전히 종적을 감추었습니다. 언론에서 그의 육성은 대부분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그의 이름은 끊임없이 언급되죠. 대권 주자로 격상된 그의 언행은 관심의 초점인데다 이리저리 해석까지 난무합니다. 그가 움직이지 않음에도 사람들의 생각에는 안철수가 항상 자리잡고 있죠. 그의 반대편에 있는 한나라당으로서는 그를 언급하면 언급할수록 불리한 상황입니다. 그런데 한나라당은 그렇게 하지 않고 있죠.  박원순 후보에 대한 공격 재료중 하나로 안 원장 카드를 쓰고 있습니다. 안 원장에게 기생해서 박 후보가 시장직을 노린다는 식의 공격이죠. 당장 오늘만 하더라도 한나라당은 '이쯤해서 안철수 후보를 놔줘야 한다'는 논평을 내놨습니다. 이건 누가 보더라도 안 원장을 띄워주는 행동입니다.


4. 이건 정말 이해하기 힘든일입니다. 안철수를 사람들의 머릿속에 지워버리기도 만무한데 오히려 안철수를 띄워주고 있는 판입니다. 한나라당이 안철수를 이렇게 사용하면 사용할 수록 일반 대중의 머릿속에는 안철수가 '유력한 대권주자'급으로 성장합니다. 등장하지도 않은 안철수를 '나오면 끝난다'는 식으로 한나라당이 광고해주고 있는 판입니다. 말 그대로 끝판왕이죠. 이제 안철수가 설령 대권에 나오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가 누군가를 지지하는 순간 그 후보가 유리한 고지를 점해버리게 됩니다. 그리고 안 원장이 몇 안되는 발언 중에는 '반 한나라당'이 명확히 새겨져 있죠. 그걸 알면서도 한나라당은 안철수를 반대한다면서 사람들의 뇌릿속에 안철수를 새기고 있습니다.


5. 한나라당이 이러는 이유는 단 한가지로 밖에 설명이 안됩니다. '뒤가 없다'는 거죠. 대선, 총선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 다는 뜻입니다. 오로지 서울시장 선거만 노리고 가는 전략입니다. 그것만 따지면 안철수를 대중의 머릿속에 새기는 걸 굳이 두려워 할 필요가 없죠. 안철수는 서울시장 선거에 나오지 않으니까요. 그러면 설명이 됩니다. 효과적인 전략이라고 여겨질 수 있습니다. 근데 이건 또 말이 안됩니다. 이번 선거에 박근혜가 개입되어 있기 때문이죠. 


6. 박근혜가 차기 대권에 도전할 것이라는 건 더이상 논의의 축에도 끼지 못합니다. '팩트'죠. 그 박근혜가 이번 선거를 지원하기 위해 나섰습니다. 박 전 대표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뜨듯 미지근하게 지원하는 건 성미에 안맞다' 그리고는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와 동선을 달리해 전면적으로 나서고 있죠. 그렇다면 한나라당의 전략에 박근혜 측이 개입 안했을리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번 선거에서 한나라당은 배수진을 칠 수가 없습니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지는 것 보다 대선이나 총선에서 지는게 더 큰 실패라는 걸 몰랐을리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저런 선택을 했을리가 없죠. 


7. 결국 결론은 하나입니다. 박근혜가 전면에 나섰지만, 개입은 하고 있지 않다는 거죠. 결국 '뒤가 없다'라는 말이 맞다는 겁니다. 저는 이걸 나 후보 측이 네거티브로 전략을 짰을 때 부터 눈치를 챘습니다. 애당초 이 선거가 박근혜의 선거였다면 네거티브 전략을 짤리가 없었겠죠. 다시 말하지만 박근혜에겐 뒤가 있습니다. 박근혜의 선거에서 네거티브 전략을 한다면 부정적 이미지만 강화될 뿐이죠. 대권을 노리는 박근혜의 입장에서 네거티브 전략은 최악입니다. 서울시장 선거를 잡아도 대권을 놓치면 아무런 소용이 없죠. 그럼에도 한나라당 측은 전면적인 네거티브 전략을 썼습니다. 박근혜가 이 선거를 본인의 선거로 규정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8. 선거 운동과정에서도 명확히 드러납니다. 박근혜 전 대표는 나경원 후보와 따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물론 선거유세는 굉장히 열심히 하고 있죠. 그 점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제가 그녀가 전면에 나섰다고 말하는 이유입니다. 근데 따로 움직임으로써 대중들의 집중적 관심에서는 멀어지고 있습니다. 언론들의 포커스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겁니다. 즉 '자신의 선거'로 삼고 있지는 않다는 겁니다. 전면에 나섰지만, 보이지는 않고 있는 셈입니다. 뭔가 모순적인 말이지요? 하지만 제 짧은 실력으로는 이렇게 밖에 표현 못하겠군요. 


9. 이 선거는 정말로 이상한 선거입니다. 저도 한국 내에 있는 많은 선거들을 지켜봐왔고 나름 분석도 해왔습니다. 논문도 몇차례 읽어왔죠. 하지만 이런 선거는 처음 봤습니다. 나경원 후보나 박원순 후보에서 벌어지는 온갖 소용돌이도 이상하지만,  전혀 나서지도 않고 있는데 끝판왕이 되어가는 안철수도 그렇고, 전면에 나섰지만 보이지는 않고 있는 박근혜도 이상합니다. 각자의 욕망이 제어되지 않고 결합되면 어떤 결과를 낳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선거는 정말 이상한 선거입니다. 


ps) 그 밖에도 많은 부분에서 분석해 봐야 할 께 많은데 기회가 되면 매일 매일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할 얘기들 아주 많아요 ㅋㅋ 안철수는 왜 안나왔는지, 손학규, 문재인의 동력은 어디서 나오는지, 한나라당의 손익계산은 어떻게 움직이는지 등등..  


ps2) 선거결과 예측은 신의 영역입니다. - 라고 쓰고 선거법 위반이라고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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