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관심없는 미국 메이저리그 축구 경기입니다.

오늘 메이저리그 야구 월드시리즈는 보스턴이 우승을 했지요. 우승을 하는 그 순간 일부의 미국 사람들은 시애틀 센츄리링크 구장에서 펼쳐진 메이저리그 축구 플레이오프 경기를 보고 있었어요. 

메이저리그 축구는 서부리그와 동부리그로 나뉘어져 경기를 하는데, 아주 복잡한 방식으로 리그간 경기도 몇 경기가 있고, 리그가 끝나면 서부와 동부 합쳐서 가장 승점이 높은 팀에게 서포터스 쉴즈가 돌아가지요. 지난 주말에 마지막 경기를 한 메이저리그 축구는 (이영표의 은퇴경기도 이 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있었죠.) 현재 티에리 앙리와 호주 국가대표 팀 케이힐이 뛰고 있는 뉴욕 레드불스가 가져갔어요.


제가 이 게시판에서 얘기한 적이 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데, 시애틀은 미국 전역에서 축구가 가장 인기가 많은 도시에요.

미국 메이저리그 축구 관중이 작년에 처음 NBA 평균관중수를 이겨서 경기당 만구천 몇명이에요. 하지만 시애틀은 경기당 평균관중이 무려 4만명이 넘어요.

지난 일요일에 제가 직접가서 봤던 시애틀 사운더스의 마지막 경기인 엘에이 갤럭시와의 경기에도 센츄리필드 구장을 가득 채운 6만6천명이 넘는 관중이 운집했어요.


저도 여기에 왜 이렇게 축구가 인기가 많은지 모르겠어요. 열심히 검색해봤지만 특별한 이유도 잘 모르겠어요. 

메이저리그 출범 전 부터 축구가 인기가 있었다고는 해요. 메이저리그 출범시에는 아깝게도 시애틀 사운더스가 메이저리그에 들어가지 못했고 2007년에 추가로 메이저리그에 들어갔어요.

그 뒤로 시애틀에서는 시애틀 사운더스 팀이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어요. 


몇가지 요인들이 있다고 사람들이 얘기하는데, 첫째는 시애틀에 NBA팀이 사라진 거에요. 90년대 NBA경기를 보신 분들이라면 Seattle Supersonics를 기억하실거예요.  숀 캠프 게리 페이튼 데틀레프 슈렘프 등이 유명한 선수였던 소닉스가 2008년에 오클라호마로 연고지를 옮기게 되었어요. 둘째는 시애틀 연고 NFL팀인 시호크팀 팬리스트를 이용한 마케팅이에요. 시호크는 열성적인 팬이 많기로 유명한 팀이지요. 최근에 시호크팬을 지칭하는 the 12th man들이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와의 홈경기에서 기네스북에 가장 큰 경기장 소음을 기록으로 올릴 정도로 극성스러운 팬이에요. 시즌이 시작할 때마다 그 비싼 시즌권이 동이나는데, 시즌권을 구매하지 못한 많은 팬들에게 이메일을 통해 사운더스 팀 시즌권 마케팅을 했는데 이게 매우 성공적이었다네요. 한 번 경기장에 와 본 팬들이 축구 경기의 긴장감과 박진감을 느끼고는 그냥 축구 팬이 되기로 결정한 거지요.


배경 설명이 너무 길었는데, 어쨋든 메이저리그 사커는 서부리그와 동부리그 5개팀이 모여서 플레이오프를 해서 우승팀을 정해요. 사실 플레이오프는 저와 같은 정통 축구팬들에게는 어색한 방식으로 미식축구나 야구경기에 있는 플레이오프에 익숙한 미국 사람 문화에 맞게 만들어진 제도인 걸로 보여요. 시애틀 사운더스는 이번 시즌 마지막 7경기까지 거의 패도 없이 승승장구 해서 서포터스 쉴드를 들거라고 다들 예상을 했었는데, 막판 7경기에 한 경기도 승리를 못하고 4경기를 패함으로써 결국 서포터즈쉴드와는 멀어지고 플레이오프에 오르게 되었어요. 사실 플레이오프는 1-4위 네 팀이 하는 것이지만, 4-5위 팀은 낙아웃 경기를 한 경기 더 하게 되는 거예요. 오늘이 바로 서부리그 4위를 했던 시애틀 사운더즈와 5위를 했던 콜로라도 래피즈의 낙아웃 경기였어요. 오늘 한 판을 통해 진짜 플레이오프에 올라갈지 말지가 정해지는 중요한 경기지요. 


대체로 평론가들은 사운더스의 승리를 점쳤지만 최근 7경기의 부진 때문에 다들 안심하지는 못하는 분위기였어요. 게다가 주전 중에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나이지리아 국가대표이자 인테르밀란, 뉴캐슬 등에서 뛰었던 오바페미 마르틴스(Obafemi Martins), 아르헨티나 리베르 플라테에서 오래 뛰다가 사운더스로 온 마우로 로잘레스 (Mauro Rosales)가 부상 및 컨디션 난조로 못나와서 더욱 불안한 경기가 될거라는 예상도 많았어요. 그러나 여전히 사운더스의 우세를 점치던 평론가들은 역시 시애틀 홈구장의 이점을 오늘의 승리의 원동력 중의 하나로 봤어요. 저는 오늘 경기장에 못가고 인터넷 중계로 봤는데, 아마 갑자기 결정된 경기에다가 평일이라 관중이 생각보다 많아 보이지는 않았어요. 4만명이 조금 안되는 관중이 모인 걸로 보였는데 그만해도 메이저리그 평균관중수의 두배니 적지는 않은 거지요. 


오늘 경기는 아주 긴장감있고 재미있는 경기였어요. 예상대로 사운더스가 압도하는 경기였어요. 초반은. 콜로라도는 추운 시애틀의 가을 날씨와 흩뿌리는 비에 더불어 광란의 관중들에 위축된 것처럼 보였어요. 평소에 콜로라도의 강점으로 꼽히는 스피드는 오늘 거의 보이지 않았고, 최근 7경기에서 보여준 최악의 사운더스의 수비는 오늘따라 효과적이었어요. 사운더스에는 지난달에 미국 대표팀의 에이스이자 프리미어리그 풀햄과 토튼햄에서 오래 뛰었던 클린트 뎀시(Clint Dempsey)를 영입했지만, 리그 마지막 경기인 엘에이 갤럭시와의 경기(지난 일요일)에 한 골을 넣은 것 말고는 공격 포인트가 없어서 시애틀팬들의 불만의 표적이 되었어요. 주로 시애틀의 공격은 오른쪽 측면의 로잘레스가 주도했는데, 그가 경기에 뛰지 못하게 되자 갤럭시와의 경기부터 뎀시가 전방의 두 명의 스트라이커 아래에서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했고, 지난 경기에서는 꽤 성공적으로 먹혔어요. 이번 경기에도 그래서 뎀시의 활약에 사람들의 기대가 많았어요. 


사운더스의 공격은 붙박이 공격수 에디 존슨(Eddie Johson)과 이번 시즌 영입한 오바페미 마르틴스가 주로 투톱을 서고, 워싱턴주 출신이며 역시 이번시즌에 영입된 네이글(Lamar Neagle)이 왼쪽 윙이나 두 스트라이커 대신에 스트라이커로 자주 나왔어요. 오늘의 첫골은 플레이메이커로 업종을 전환한 뎀시와 존슨이 보이지 않는 좋은 역할을 했어요. 중앙에서 뎀시에게 공이 오자 존슨이 왼쪽 측면으로 넓게 빠져 주었고, 연결 받은 공을 뒤에 들어오던 풀백 곤잘레스에게 연결해주었어요. 곤잘레스의 크로스가 수비 맞고 튀어 나왔지만 마침 우측에 아무런 마크 없던 에반스(Brad Evans)에게 공이 연결되 수비벽을 뚫고 득점에 성공했어요. 전반 27분이네요. 브래드 에반스 역시 미국 국가대표팀의 중요한 선수 중의 하나로 대한민국 대표팀의 유상철처럼 미드필드 모든 포지션을 다 할 수 있는 선수예요. 


1대 0으로 사운더스가 앞서면서 경기는 사운더스 쪽으로 기울어지는 것 같았어요. 양팀 모두 긴장의 끈을 놓지 않으면서 좋은 경기를 해주었어요. 그러나 문제는 90분이 거의 다 된 시간에 시애틀에서 필드플레이어보다 인기가 많은 스퍼닝(Michael Gspurning) 골키퍼의 어이없는 실수로 양상이 바뀌어요. 무슨 생각을 했는지 골에이리어 선 밖에 두 발짝 정도 나와서 수비수가 백패스 해준 공을 잡아버렸어요. 너무도 명백한 어이없는 플레이에 사람들은 맨붕에 빠지고 주심의 레드카드가 날아왔어요. 물론 그 전 후반 52분쯤에 콜로라도의 골키퍼 어윈이 단독으로 드리블을 하는 뎀시를 몸으로 달려들으며 골에어리어 밖에서 반칙을 한 것 역시 퇴장감이었지만 그건 옐로우로 넘어갔구요. 심지어 네이글의 슈팅이 수비수의 손을 맞았을 때도 심판은 못본 척을 했었단 걸 생각하면 안타까운 장면이지만, 뭐라고 할 말이 없는 장면이기도 했지요. 


감독은 공격수 네이글을 빼고 옛날 설기현선수와 레딩에서 함께 뛰어 우리에게도 친숙한 하네만(Marcus Hahnemann) 골키퍼를 투입했어요. 갑자기 10명의 선수가 되고, 콜로라도의 압박이 시작되는 순간 경기 흐름은 갑자기 콜로라도로 넘어가고 경기 진행자 해설자 관중, 트위터 모두가 이 불안한 상황을 어떻게 넘길까 하던 중에 기적이 생겼어요. 추가시간에 에디 존슨이 골에이리어에서 특유의 유연함으로 수비수를 하나 제치고 추가골에 성공했어요. 그래서 결국 2:0 사운더스가 콜로라도를 물리치고 11월 2일에 서부리그 1위 포틀랜드와 플레이오프 경기를 치루게 됩니다. 


메이저리그 축구는 특이하게도 4-5위가 한 경기를 치룬 후에 거기서 이긴팀과 리그 1위 팀이, 그리고 리그 2-3위 팀이 경기를 한뒤에 각각 이긴팀들이 파이널을 하는 제도랍니다. 여기서부터는 다른 토너먼트 경기처럼 두번씩 경기 하게 되어요. 이제 시애틀은 지역 라이벌인 포틀랜드와 플레이오프 두 경기를 갖게 되었습니다. 미국 북서부 지역은 사실 문화가 아주 비슷한데 또 오레건 워싱턴 그리고 캐나다의 브리티시 컬럼비아주 사람들은 자기들이 매우 비슷하면서도 서로 다르다며 라이벌 의식을 가지고 있어요. 메이저리그 축구 안에서도 자기들끼리만 즐기는 자기들의 리그가 있는데, 그걸 이 지역에 지나가는 산맥의 이름을 따 캐스케이드 컵이라고 해요. 리그가 끝날 때 이 지역 연고팀, 포틀랜드 팀버스, 시애틀 사운더스, 밴쿠버 화이트캡스 세 팀의 전적만을 가지고 승점이 높은 팀이 캐스케이드 컵을 가져 갑니다. 


사운더스는 시호크와 같은 경기장을 사용하는데 이 경기장의 총관객수가 67000명이라고 해요. 보통은 맨위블럭들을 천으로 막아놓고 아래쪽에만 사람을 받는답니다. 평균관객이 4만이 조금 넘으니 어쩔 때는 3만 몇명이 올 때도 있고 그런데, 지금까지 제가 알기로는 네번 6만 관객 이상이 모였는데요. 그 중에 두 번이 포틀랜드와의 경기였답니다. 그만큼 시애틀 사람들은 포틀랜드라고 하면 아주 어떤 그런 감정이 있어요. 포틀랜드 사람들도 아마 그런 것 같아요. Portlandia라는 시트컴이 있는데 거기를 보면 그런 느낌이 조금은 드러나요. 


사운더스는 그동안 미국축구협회컵에서만 창단이래 계속 우승을 하고 리그에서는 그리 잘하지 못했는데, 금년에는 축구협회 컵에서 2라운드에 탈락을 했어요. 리그 후반에 많이 부진했지만, 이번 플레이오프에 잘해서 우승도 하고 그랬으면 좋겠네요. 무엇보다 그래야 계속 제가 사운더스 경기를 볼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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