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프님과 저는 허세쩔던 20대 초입 영화관을 밥먹듯 드나들곤 했어요. '

라스트 데이즈'를 보면서는 흠씬 졸고 '흔들리는 구름'이나 '피아니스트'를 보면서는 후아후아후아 ㅎㄷㄷㄷㄷ 미치게뜸 완전 조음 뭐 이런.

맨날 뭐 보러 가자 뭐 보러 가자 뭐 보러 가자를 입에 달고 살면서 열정돋는 문화생활을 향유했었드랬죠.

그르나 시간이 지나며 나이를 먹고 이것저것 신경써야 될 것들이 늘어나게 됐죠. 녀석도 저도 꼬이는 팔자니 연애사니 이런저런 따위들에 치이다 보니

어느새 고고하고 기품있는 문화생활에는 시들해져 가고 있었어요.

그런데 오늘 아이앰러브가 간만에 우리를 그 시간으로 데려다 놨어요. 나다에는 원래 쎄게생긴 언니들이 많이 오는데 이날은 왠지 파워다운,

뿔테안경끼고 완전 못되게 생긴 애들 둘이 고개 빳빳하게 들고 가서 중간까지 우리끼리만 으호호호 낄낄낄 이러고 보고 있었는데, 

와 영화 점점 가면갈수록 너무 좋은거예요.  끝부분은 뭐 정말.

영화끝나고 완전 신나서 음료수를 사들고 레알 돋았다며 축축해졌다며(?) 대학로를 빙빙 돌면서 감상 나누기에 열중했죠.

이미 영화보기 전 두시간도 훨씬 넘게 수다를 떨었던 터라 한시간 가량 호들갑을 떨고 나니 배터리가 방전돼 급귀가하긴 했지만.

영화보면서 내내 틸다 스윈튼을 그려보고 싶단 생각을 했는데, 피곤해서 열심히는 못그리겠고 대충 그렸더니 참 안닮았네요.

창백한 피부에 귀족적인 콧날, 기품있는 블론드에 붉은 립스틱이 참 잘 어울렸어요. 에두아르도 역으로 나오는 청년도 참 괜찮더군요.

다른 영화에 나왔었나 찾아봐야겠어요. 으아 피곤해 연휴 첫날이 이렇게 가버렸군요. 알차게 보내야하는데;ㅁ;ㅁ;ㅁ;ㅁ;ㅁ;ㅁ;ㅁ;ㅁ;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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