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신생활의 즐거움과 괴로움

2014.10.10 21:03

살구 조회 수:4164

얼마전에 중국식칼을 샀습니다. 통짜칼이요.

혼자서 생활한지도 꽤 됐고 엄마의 주방살림보다 훨씬 더 많은 요리도구를 가지고 있었는데  어째 칼만은 다용도 칼외에는 욕심이 안나더라고요. 두툼하고 무거워보이는 거에 즉흥적으로 구입했는데 만족도는 상상이상입니다.

과장 좀 보태면 다지는데 힘이 하나도 안들어요.


지난 1년간 특별한 경우를 빼고는 거의 매식에 의존했는데 사먹는 게 질릴정도였습니다.

그래서 수술 후 그러니까 두어달 전부터 만들어먹기 시작했어요. 

돈 좀 더 들면 어떻습니까? 그거 아낀다고 얼마나 모으겠어요?

시간 좀 걸리면 어떻습니까? 어차피 인터넷에서 시시껄렁한거 보거나 잡생각이나 할텐데요.


사실 재주도 좀 있는 거 같아요.  손이 좀 느린 것에 지레 솜씨가 없다고 판단했는데 자꾸 하니 늘고

한번 먹어본 것은 만드는 것을 상상하게 되고 그것대로 만들다보면 맛도 비슷하고 어떨때는 파는 음식이랑 구분이 안갈때도 있습니다.


문제는 먹어줄 사람이 없다는 거.

부모님댁에 갖다드린 적도 있는데 부모님은 제가 요리하는 것을 '시간낭비'라고 생각하시고 차라리 잠을 자라고 하십니다.

요리나 미식을 좀 천시(?)하시죠.

저도 솔직히 먹는 걸 그렇게 좋아하지 않습니다.

맛있는거 먹는 거 좋긴한데 배부르면 끝입니다.

식사대용 알약이 있다면 미련없이 그걸 택할 거에요.


아믛든 지난 몇달 동안 좋은 재료로 저녁밥을 푸짐하게 만들어 오랜시간을 걸려 먹는, 독신만이 누릴 수 있는 버릇을 들였어요.

컨디션이나 정성의 정도로 매번 달라지는 미묘한 맛도 흥미있고 손이 빨라지니 한번에 4가지정도는 그냥 만들어 지네요.

문제는 많이 남는 음식처치가 곤란한데 누굴 주기도, 그렇다고 집에 손님을 들이기도 그렇습니다.

이럴때는 리액션이 좋은 남자친구나 애인이 있다면 좋을텐데.

한그릇 만들어줄때 아무말도 않고 그냥 냠냠 먹어주는 사람이 주위에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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