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세월호 참사에 관련해서 나온 글귀 중에서 


한 침묵 시위에 쓰인 "가만히 있으라" 라는 글귀만큼 


폐부를 찌르고 제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글은 없는 것 같습니다. 



굉장히 역설적인 표현이죠. 



사실은 


"가만히 있으라고?" 혹은 


"더이상 가만히 있지 않겠다" 라는 의미인데 말이죠. 



"가만히 있으라" 라는 표현은 과거 군사독재 시절부터 


늘 기호 1번만 찍는 소심한 부모님으로부터 귀가 닳도록 들었습니다.


 

광주 민주 항쟁 때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에 대한 얘기를 꺼내면 부모님은 "정부가 시키는 대로 가만히 집에만 있으면 살았을 때 뭐하러 밖에 나와가지고....ㅉㅉ"


제가 대학에 들어갔을 때 "너는 괜히 데모하는 데 끼지 말고 도서관에 앉아서 가만히 공부만 해라."


지난번 대선 때 부모님께 선거 얘기를 꺼낼 때도 "너는 정치에 관심 두지 말고 가만히 니 직장과 애 키우는 일에나 신경써라." 



침묵 시위에 나온 "가만히 있으라"라는 글귀를 본 후 


승객들에게 그런 어처구니 없는 지시를 내린 세월호의 선장+선원들, 그리고 애통해 하는 국민들에게 "가만히 있을" 것을 요구하는 새누리당 정권에 대한 분노와 더불어



"가만히 있으라"는 말이 제 기억과 무의식에도 깊게 뿌리박혀 있었다는 것을 느끼고 새삼 진저리를 치게 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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