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를 다 까발리는 잡담이지만 이걸 스포일러라고 주장하시면 곤란합니다. ^^;)


뭐 시리즈가 진행될 당시엔 이런 제목이 나올 수가 없을 정도로 유명했고 인기도 많은 시리즈였지만.

세월이 좀 흐르고 나니 언급하는 사람 거의 없이 잊혀져간다는 생각을 괜히 한 번 해 보고 적는 뻘글입니다.



흑백 버디 형사물이야 한 때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쏟아져 나왔던 유행이었지만 이 영화 만큼 그 두 캐릭터를 생생하게 살리면서 또 균형을 잘 맞춘 영화도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똘끼 충만해서 어처구니 없는 짓들을 저지르고 다니는 젊은 형사와 그런 후배 때문에 골치 아파 하면서도 어찌저찌 정을 붙여 정서적 보호자 역할을 맡게 되는 고참... 이라는 설정 자체는 참 쉽고도 뻔했지만 보다보면 자연스럽게 납득이 될 수 있도록 잘 그려냈어요. 배우들의 이미지도 어울렸고 연기도 좋았죠.


사실 2, 3, 4편을 다 본 후에 1편을 다시 보면 좀 생경한 느낌이 듭니다. 후속편들에 비해 1편은 이야기의 규모도 작고 유머의 비중도 양념 정도에 머물거든요. 릭스는 정말 심각하게 정신적으로 불안한 인물이고 그의 절망은 (비록 대단히 전형적일지라도;) 겉멋에만 머물지는 않습니다. 액션씬들도 캐릭터를 설명하고 이야기를 전개시키는 역할을 충실히 하구요. 의외로 어두컴컴하고 심각한 '드라마'에요. 


'액션'쪽 이야기도 두 주인공 간의 드라마만큼 개연성 있고 진지했다면 걸작이 될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액션 영화 주제에 그 쪽은 영 허술하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수사 과정도 헐겁고 악당의 카리스마도 부족하구요. 그냥 '나쁜 놈'일 뿐이죠. 대단한 능력치의 악당 군단이라도 되는 것처럼 묘사되던 조직이 릭스의 저격 놀이 한 번에 90%가 전멸한다든가. 갸들의 본부가 고작 좀 큰 술집의 지하 창고라든가 하는 것도 요즘의 액션 영화들에 익숙해진 입장에선 영 싱겁구요.


게다가 제작비도 그렇게 많이 들이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클라이막스의 액션이 고작 자동차 한 대 폭발(...) 그나마 볼만한 장면인 저격씬은 황야의 허허벌판에서 별로 움직이지도 않으면서 찍었구요. 그래서 6000만 달러 남짓 밖에(?) 안 되는 흥행에도 히트작 대우를 받으며 속편을 제작하게 되었겠죠. 아마도. 아님 말구요. ^^;




포스터부터 분위기가 좀 다릅니다.

컬러도 컬러지만 주인공들이 슬쩍 미소를 짓고 있죠. 개그 강조의 암시랄까요.

이런저런 사정으로 국내에선 '불같은 약속'이라는 해괴한 제목을 달고 개봉했던 것이 아직도 강렬하게 뇌리에 박혀 있습니다.

어차피 실제로 본 것은 몇 년 후 티비 방영판이었습니다. 그땐 제가 어렸거든요. 이게 아마 89년인가 90년쯤 영화였으니...;


1편의 히트 덕에 제작비를 팍팍 더 쓴 티가 납니다. 집도 하나 통째로 무너뜨리고 자동차 액션도 더 많고 과격해졌으며 클라이막스의 액션도 '1편에 비해' 규모가 커졌어요. 물론 요즘 기준으로 보면 여전히 소박하긴 하지만 '난 스턴트맨이 실제로 연기하는 액션이 좋다구'라던 리처드 도너 옹 말씀을 들어서인지 그 소박한 액션들이 왠지 참 있어 보인단 말이죠.


3편은 별로 생각을 하지 않고 만들었던 것 같아요.

(어차피 별 비중은 없는 사람들이었지만) 동료 형사들도 악당들에게 팍팍 죽어 나가고 릭스가 사귄지 24시간도 안 된 애인을 죽여 버리는 악당은 뜬금없이 '실은 내가 니 아내도 죽였지롱!' 이라고 외치면서 1편의 폐인 릭스가 복수를 통해 구원(?)받도록 도와주죠. 아무리 악당이라지만 면책 특권을 가진 남의 나라 외교관이 사는 곳에 쳐들어가서 정식 직원 서류까지 갖고 있는 사람들을 학살하고 집을 날려 버리고 마지막엔 그 영사까지 죽여 버리고 피투성이가 되어 껄껄 웃으며 영화를 끝맺어 버리니 도대체 저 뒷감당을 어찌할까 싶기도 하고. 


그래서 정말 속편은 안 나올 줄 알았습니다....만. 이게 또 흥행 대박이 나는 바람에




3편이 나왔지요.

이젠 뭐 포스터에서부터 개그 냄새가 물씬 풍깁니다. 주인공들의 표정도 뭔가 장난스럽고 사진 뒷배경도 밝죠. 게다가 저 깜찍한 포즈의 죠 페시; (2편에선 포스터에 이름도 없었건만) 심지어 이름을 적어 놓은 글자체마저도 발랄 상큼합니다(...)


역시 당시엔 완결편이라는 기분으로 찍었을 것 같습니다. 끝 장면 바로 전에 나오는 머터프의 은퇴 축하 파티 장면으로 1편에서 머터프가 처음 등장하는 장면의 생일 파티 장면을 그대로 반복하거든요. 대놓고 노골적인 수미상관이죠. 게다가 릭스에겐 예쁘고 쌈 잘 해서 어지간해선 죽지도 않을 것 같은 애인이 생겼으니 더 이상 한 마리 고독한 승냥이 놀이를 할 이유도 없어지는 것이고. 그렇게 다 함께 행복하게 살았을 겁니다... 로 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또 나와 버렸;


아마 배우들도 리쳐드 도너도 확실히 이걸로 끝내겠다고 작정을 했을 겁니다. 이건 그냥 제 짐작이 아니고 확실한 사실이죠. 엔딩 장면과 크레딧이 온 몸으로 외쳐주니까요. '이젠 끝이야! 바이바이라고!! 그동안 고마웠어!!!'


1-2-3편까지와는 달리 꽤 긴 공백기를 갖고 나온 작품이고 '진짜 완결편'을 외치며 나온 작품 답게 시종일관 릭스와 머터프가 '이제 우리 시댄 갔어'를 중얼거리며 여기저기서 신나게 얻어 터지고 다니는 게 포인트였죠(...) 그리고 동양권의 관객들에겐 이연걸. 당시 최고의 쿵후 히어로였던 '그 분'께서 헐리웃 진출해서 잔인하고 야비한 악당이 되어 몸개그스런 쌈박질 밖엔 하지 못 하는 노땅 콤비에게 이리 터지고 저리 터지다가 비참하게 죽는 영화로 아주 나쁜 인상을 남겼습니다. orz


은근히 드라마에 신경을 많이 쓰던 시리즈 답게 가족 영화스런 드라마와 코미디가 많았고. 동양인들 입장에선 기분 나쁠 수밖에 없는 부분들도 많았고 액션씬에 대한 평가도 이전 작들에 비해 박했습니다. 결정적으로 시리즈의 상징이자 기둥이었던 릭스의 똘끼가 거의 사라져 버려서 팬들 입장에선 이래저래 배신당한 듯한 느낌도 받을만 했구요.


하지만 전 이 마지막편까지도 꽤 좋아합니다.

10여년동안 지속된 시리즈였고 그 동안 작품 속에서 이런저런 변화를 겪었으니 릭스도 당연히 철 들어야죠. 여기서 또 가족, 친구 몰살당하고 눈에서 레이져를 쏘며 악당을 소탕했다면 오히려 전 불편했을 겁니다. 4편 가서 그토록 죽어라고 지켰던 아내에게도 버림 받고 폐인 되어 버린 존 맥클레인을 보며 느꼈던 깝깝한 기분을 생각하면 이 영환 정말 고마운 작품인 겁니다. -_-;;


그리고 보통의 액션 영화들에선 대접받지 못할 소소한 등장 인물들을 이만큼 하나하나 알뜰히 챙겨서 기분 좋게 마무리해주는 액션 시리즈물은 거의 처음 봤거든요. 10여년간 정들었던 시리즈의 마무리로썬 최선이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다이하드' 시리즈보다 이 시리즈를 더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구요.


이걸 보시란 말이죠.



세상의 어떤 R등급 액션 영화가 이런 마무리를 하겠습니까. 핫핫하.


음악도 꽤 괜찮은 시리즈였어요. 특별히 기억나는 메인 테마나 주제가 같은 걸 남기진 않았지만 적절하게 분위기를 살려주는 정도로 짤막하게 들어가는 색스폰과 기타 연주가 센스 있고 좋다고 생각했었죠. 2편 마지막에서 'Knockin`on Heaven`s door'가 짧게 흘러 나오는 장면도 좋았구요. 그 후 크레딧과 함께 울려퍼지던 'cheer down'도 너무 맘에 들어서 앨범을 구하러 다녔던 추억도 있고. 3편 타이틀에서 깔리던 스팅 & 에릭 크랩턴의 'it's probably me'는 요즘도 가끔 찾아 듣는 곡입니다. 시리즈의 시작부터 끝까지 마이클 케이먼이 음악을 맡았었죠. 좋아하는 영화 음악가였었는데...


아.

주절주절 생각 없이 적다 보니 또 너무 길어져 버렸다;;


끝내겠습니다.



 + 리부트 계획이 진행중이라고 합니다. 5편을 만들고 싶어했지만 감독 영감님과 주연 배우들의 사정으로 엎어졌고 그래서 첨부터 다시 해 보겠다고; 저야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긴 한데... 요즘 관객들 취향에 맞춰 리부트하려면 좀 힘들 것 같아요. 기본 정서 자체가 워낙 구닥다리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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