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 14시즌 잡담

2011.01.17 21:35

브랫 조회 수:1971

겁나 추운 주말동안 집에 짱박혀서 ER 14시즌을 뗐습니다. 14시즌은 19에피소드로 좀 적으네요.

마지막 시즌을 앞두고, 보는 팬도 긴장되고 만드는 제작진의 긴장감도 느껴지는 듯합니다.

14시즌은 한 마디로 진한 드라마.

멤버들마다 각각 드라마를 보여주는데 몇시즌 동안 쌓아놓은 포인트?가 있어서 모든 이야기에 설득력이 있고 쉽게 감정이입이 됩니다.

ER 보면서 눈물 나는 경우는 별로 없었는데(카터와 루시 칼에 찔렸을 때와 그린 죽었을 때 정도) 14시즌에만 두세번 울었네요.

 

한 시즌이 남았지만 드라마에 슬슬 회상 & 마무리 모드가 발동되는 듯합니다. 

HIV 양성자인 지니 불레가 애기때 입양했던 HIV양성 아들과 함께 8년?만에 카운티에 등장, 아들이 면역저하에 의한 뇌감염 문제가 생기면서 다시 인생의 험한 도전을 받는군요.

15시즌 되면 이렇게 추억의 얼굴들이 속속 등장하겠죠?

 

응급실의 두 어탠딩 프랫과 모리스의 보드 시험 합격 축하 파티에서(사실 모리스는 낙방인데;)

옛날 생각이 난 츄니 간호사가 닥터 그린과 닥터 로스가 그립다고 말하자  옆에 있던 간호사가 "그게 누군데??" ;;

 

 

카운티 ER에서 트레이닝 받은 토박이 어탠딩은 14시즌 종반 기준 프랫과 모리스 두 사람.

 

(투샷)

 

 

사실 초반 멤버들의 완벽함과 겨룬다는 것은 불공평함이 많지요.

단단하게 짜여지고 계획된 캐릭터로 1시즌을 시작한 오리지날 멤버들과 달리

지금 남아있는 사람들은 거의가 기존 멤버들(의 일부)이 활동하던 사이사이 빈틈을 비집고 들어와서 뿌리를 내리게 된 캐릭터들이니까요.

굳건한 존재감을 확보하기는 오리지날 멤버보다 몇 배 힘들지요. 쉽게 말라버린 캐릭터들이 수두룩.

 

지금 주축이 된 프랫과 모리스는 아주 전형적입니다. 어떻게 살아남았나 몰라요.

선배 의사 카터에게 대들고 지독히도 말 안듣던 망나니 인턴 캐릭으로 시작한 프랫.(시카고까지 달려가서 한 대 쥐어박고 오고 싶을 때가 많았어요;;;)

의사로서의 사명감은 커녕 실력도 없는 의사같지 않은 의사로 응급실 구석의 곰팡이같이 시작한 뺀질이 모리스.

(환자 주머니에서 weeds 훔쳐가지고 구석에서 몰래 피다가 로마노한테 딱걸려서 네이놈 하며 좇아가던 로마노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헬리콥터에 깔리고 말았었죠.;;)

특히 모리스가 이렇게 오래 가리라고는 생각을 못했어요. 어쩌다 저런 귀염둥이가 되었는지?ㅎㅎ  아무래도 배우(Scott Grimes)의 연기력 때문에 이만큼 온듯합니다.

 

 

14시즌의 애비-루카 커플.

루카는 10년동안  안 가던 고향에를 결혼식 직후에 아내와 아들을 두고 그렇게 훌쩍 가서는 몇 달씩이나 돌아오지않고 전화도 잘 안 받고...

아버지가 아프다는 이유였지만 뭔가 더 비밀스런 사연이 있나보다 생각했는데 결국 아버지 아픈 게 전부.;;;

고향에는 다른 형제도 있는데 정말 이해가 안 됐던 부분이고요 (배우가 영화를 찍었나...)

그건 그렇다고 치고

남편 몇 달 없다고 애비는 아이 돌보는 게 힘들고 외로워서 다시 알코올 중독으로 돌아가고 술에 취해서 그렇게 사랑한다던 아들 Joe를 위험에 처하게 하고

딴 남자와 자기까지.

그렇게 약해빠진 캐릭터였던가요 애비 록하트가. 실망과 짜증이 세트로 밀려옵니다.

 

애비가  ER 식구들 앞에서 중독 치료중임을 고백했을때 다른 사람들은 모두 토닥여 주는데

"그럼 일할 때도 마셨단 말예요?!"라고 따끔하게 쏘아대던 순간의 '샘'이

여러 시즌 만에 처음으로 제 마음에  들었습니다. -.- (이상하게 마음이 안 가던 캐릭터인데)

 

아무튼 거기까지 무척 이상했는데, 루카가 돌아와서 둘 사이가 멀어졌다가 다시 합하는 과정은 꽤 뭐랄까 잘 찍었더군요. ER 밖에서의 화면이 눈을 쉬어가게도 해주고

잊고있었던 두 사람의 지나간 순간들도 적절히 보여주고.. 돌아보니 다 의미가 있고.. 

결국 카운티가 아닌 새로운 곳에서 새 출발 하기로 얘기하는 두 사람.인데 15시즌을 봐야 알겠죠?

 

 

(애비를 밖으로 불러내서 화해하는 루카. 오랜만의 원거리샷.)

 

 

게이츠와 샘의 연애는 촘 너무 짝짓기 강박 아닌가 싶은 감도 있지만(중반 이후의 ER을 지탱해주고 있는 중심 축이 짝짓기이긴 하죠;)

생각보다 거부감은 덜합니다. 두사람 다 감정 오바하지 않아서 좋고요. 그저 육체적 욕구에만 충실. ( '')

CCTV 녹화 디스크를 잘못 감춰서 오히려 전직원이 모인 강당에서 민망한 내용이 공개되는 클리셰. ㅋㅋ

 

게이츠의 새로운 연애를 보면서 걸리는 건 자연스레 닐라 양인데요,

고된 근무 후에 잠자기 위해서는 사람 만날 시간이 없다, 요즘 하루중 내 인간관계는 19살짜리 외과 제자 해롤드밖에 없다,  병원에 갇혀 인간답지 못하게 살고 있다,

환자들에게 안 좋은 소식을 전하는 이 일이 힘들다...며 회의에 빠지는 31살 생일을 맞은 닐라.

(아 그렇다고 또 그런? 슈레기같은 인간하고 붙어먹으면... oTL)

 

 

프랫은 우울한 애비에게 자신의 행복 에너지를 나눠주고싶다고 말합니다.  이제 자기는 모든 게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 같다며.

방사선과의인 애인이 수술후 장루(ileostomy)를 갖고 살게 되었지만 그 일을 통해서 자신이 그녀를 진정으로 사랑한다는 것을 알게 되어

응급실로 보석상을 불러 다이아몬드 반지를 구입하고 (저희 직장에도 가끔씩 오시는 '보석아줌마'가 있는데 카운티 이알에도 '다이아몬드 할아버지'가 계시더라고요.ㅋㅋㅋ)

응급구조사로 일하고 있던 동생 채드는 의대 입학 시험에 합격하고

경험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거절되어온 응급실 과장 자리를 드디어 얻게 되었고... 프랫은 인생 행복의 정점에 다다랐네요.

 

 

이번 시즌에 제가 정말 배꼽 잡았던 부분은 정형외과 이야기.

일반외과 트레이닝 중인 닐라가 한달간 정형외과에 파견되어 트레이닝을 받게 되었는데... 정형외과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이런저런 에피소드들이 깨알같은 웃음을 줍니다.

일단 대략 아래와같은 분위기로 병동 복도에서 하키 연습을 하고있는 의사샘들. ;;;ㅋㅋ

 

 

 

닐라가 최근 외과 병동으로 응급실로 맨날 데리고 다니던 제자 해롤드 즐렌스키(천재. 12살에 대학에 입학하여 외과 인턴인 현재 나이 19세)와 함께 정형외과에 도착하자

정형외과의사 한명이 턱짓으로 해롤드를 가리키며 묻습니다.

"근데 저건 뭐임? (What's that?)"

아, 이 사람은 외과 인턴 즐렌스키군이라고 소개를 해주자 물었던 의사 왈

"자네 물한잔 마셔야되겠는데? 좀 심하게 탈수돼 보여~"

ㅍㅎㅎㅎㅎㅎㅎㅎ 이걸 웃지도 않고 읊는 닥터.;;

듣고 있던 해롤드 어버버버 하더니 줄행랑.ㅋㅋ

 

 

(좀 늘어지기는 늘어진  Dr 즐렌스키 ㅋㅋ)

 

 

그런데 그렇게 놀려봤자....

회진 시간에 정형외과팀과 일반외과 팀이 우연히 같은 병실을 돌게 되었는데...(파견 간 닐라는 정형외과 쪽에)

정형외과 쪽에서 환자의 흉부엑스레이 사진을 들고 얘기를 하고 있는데(설명은 닐라가..;;)

일반외과 쪽에서 큰소리로 정형외과 의사들을 놀립니다. (환자 vital을 잡(을 수 있)는 의사는 그렇지 않은 과의 의사들을 물로 보는 경향이...;;)

 

"Hey, what's the definition of 'double-blind study?" (헤이, double-blind study의 정의가 뭐게??)

"??"

"Two ortho docs looking at a chest film." (두 명의 정형외과 의사가 chest film을 보고있는 거.)

"kkkkkk........."

 

 

이후의 정형외과 vs 일반외과 아이스하키 시합도 마이 웃겼고요. 못말리는 닐라. 

전에 방사선과 닥터의 캐릭터 설정이 놀랍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이번 정형외과의들 또한 놀랠 노짜입니다. 디테일 쩔고요.ㅎㅎ

단, ER 시나리오 작업에 관계된 의사 중에는 절대 정형외과의나 방사선과 의사는 없을 거라고 확신.ㅎㅎㅎ

 

 

 

이번 시즌에 눈에 띄었던  ER 방문자들은 :

 

 

(여전히 우아하신 피터 폰다)

 

이 분 연세가 얼마인데 이렇게 우아하시고 아름다우신지. 딸보다도 아름다우신듯. ;;

출생직후 버렸던 다운증후군 아들을 카운티 ER에서 대면하게 됩니다.

 

병원, 특히 응급실이라는 곳은 인간이 자신의 원래 모습과 자신의 가족과 만나는 곳, 

자신과 가족의 가장 비밀스럽고 쓰디쓴 부분까지, 밑바닥까지 모두 적나라하게 까발려지는 곳인 것 같습니다. 입고있던 옷을 벗고 환자복을 입으면 다 똑같아지죠.

얼마난 많은 사람들이 갑작스럽게 준비없이 그런 가혹한 인생의 현실과 대면하는 것을 봤는지...

집나간지 6년된 아들을 둔 부모는 간부전으로 피를 토하며 사경을 헤매는 화장끼 진한 금발의 여자를 대면하고 본인의 자식이 아니라며 도망가려 합니다.

그러나 오래지 않아 결국 돌아와서 현실의 자식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간을 주겠다고 하는 것, 그것이 가족이지요.

ER 드라마의 제목을 환자들 입장에서 바꾸면 'Family'가 아닐까 싶어요.

 

 

(미국배우처럼? 연기하는 아론 유)

 

꽤 비중있는 환자로는 두 번째 'Korean'환자인듯.

전에 자신이 임신한 줄도 몰랐다가 태어난 아이를 자기 아이 아니라며 보지도 않으려 했던,

아이의 아버지가 친오빠인지 다른 남자가 있는 건지 토론거리를 제공했던 한국인 여자환자가 있었죠.

 

 

 

그리고 마지막 에피소드에 짜잔~ 스티브 부세미씨 등장.

 

(바나나 백과 부세미씨. 옆에있는 샘과 프랫 두 사람 중 1명을 저승길 가는데 데리고 간 부세미씨;;)

 

 

마피아 관련된 증인보호 프로그램의 대상자로 나오는데

다른 병원으로 이송되어 가게 되었고 샘과 프랫이 서로 자기가 앰뷸런스에 동승하겠다고 주장하는 것을 보여준 후 다음 장면은 앰뷸런스의 폭발.

마지막에 누가 탔는지는 저도 아직 모릅니다.

짐작하기로는, 프랫이겠지요...

복선이 많았어요.

저도 최근 개인적으로 놀라운 사망 소식을 두 건 접했는데, 이 세상을 떠나는 순서는 정말 아무도 모르는 것 같습니다.

프랫의 애인 베티나가 죽음에 가까운 듯 보였으나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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