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낭성 드림하이 간단 감상

2011.01.19 01:13

로이배티 조회 수:3070

그냥 볼만합니다.
'공부의 신' 예고 버전이라는 느낌인데 '공부의 신' 보다는 화면 때깔도 좋고 연출도 덜 촌스러워서 '아테나'에 실망한 맘을 달랠 정도는 되네요.

한 회에 몇 번씩은 반드시 등장하는 손 발이 오그라드는 장면들의 강도가 타 작품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하긴 하죠.
아이돌들 연기력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고, 이야기가 뻔하고 전개에 무리수가 많은 것도 분명하긴 합니다.

그런데 보다보면 의외로 내용이 나쁘지 않아요. 

일단 유사이래 최고의 발연기 향연을 보게 될 거라는 개인적인 예상과 다르게 아이돌들의 연기가 그럭저럭 참고 봐 줄만합니다. 아이돌들이 잘 한다기 보단 대체로 각본의 승리인 것 같아요. '어차피 얘네들 연기는 안 될 거야. 아마.' 라는 가정하에 대사를 최대한 머리를 굴려 쓴 티가 난달까요. 아이돌들의 원래 '이미지'를 잘 활용해서 연기하기 편하게 만들어주는 건 기본이고. (허세끼가 다분한 장우영에게 천재 캐릭터를 맡긴다거나...;;) 가장 위험도가 높았던 수지를 애초에 무덤덤 까칠한 캐릭터로 설정해서 그냥 무표정 상태만 유지하면 '상황'에게 대신 연길 시켜서 개그도 만들고 심각한 장면도 만들게 한 것은 정말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수지가 연기를 못 한다는 게 팍팍 느껴지면서도 감당 못 할 정도로 거슬리진 않더라구요. 그나마 연기가 되는 편인 함은정에게 비교적 제대로 된 연기가 필요한 역할을 맡기고 그냥 연기자(?)인 김수현에게 주인공을 맡겨서 중심을 잡아준 것도 현명했구요.
(그런데 사실 주 - 이 분 이름의 영어 철자를 몰라서; - 는 나오는지도 몰랐습니다. 하긴 원래 얼굴을 몰랐으니까;;)

아니 뭐 그렇다고해서 연기 땜에 오그라드는 부분들이 없는 건 아니지만; 어디까지나 적당히 참고 봐 줄만한 정도는 된다는 얘깁니다. 쿨럭;

스토리는 대놓고 유치하지만 애초에 드라마 톤이 '오디션' 과 같은 순정 만화삘이라서 역시 납득해줄 정도는 되구요. 
그 유치함 속에서의 이야기 전개는 뻔할지라도 기본은 은근히 충실히 지켜주고 있어요. 적어도 막장 일일드라마마냥 갑자기 안드로메다로 점프하는 것도 없고 아테나처럼 누가 봐도 납득이 안 가는 황당하고 개연성 없는 사건들이 대단히 심각한 톤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니까 뭐. 나름대로 필요한 얘기는 다 짚어가면서  바탕을 깔고 차곡차곡 쌓아간다는 느낌이더군요. 예를 들어 수지와 함은정의 갈등 관계를 보면 그 관계 자체는 전형적인 클리셰지만 그래도 '쟈들이 왜 저러는가' 에 대한 핑계는 어느 정도 납득이 갈 정도로 상당히 충실하게 깔아주고 있거든요. 함은정이 순식간에 못 되고 야비한 x으로 돌변하는 것에 대한 설명도 역시 '전형적이지만 말이 안 되지는 않을 정도'로는 보여주고요. 사실 보통 정도 퀄리티의 한국 드라마들에 나오는 다른 악역들에 비하면 꽤 훌륭한 나쁜 x 캐릭터라고 생각합니다. 주인공 수지의 캐릭터도 그렇죠. 이 정도면 한국 드라마에선 거의 보기 힘든 개성적인 여자 주인공 아닌가요. 연기를 조금이라도 더 잘 했음 훨씬 좋았겠지만 오히려 연기를 못 해서 더 개성적으로 보이는 면도 있...;;;

음. 너무 좋게만 적었군요. -_-;;

어쨌거나 감당 안 되는 것도 많긴 하죠.
일단 주인공들이 공연하는 장면만 나오면 정말 견딜 수 없이 오그라들어 버립니다. 10대 소녀, 소년 팬들이라면 그마저도 즐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리고 원래 갸들 실력이 전혀 출중한 편이 아닌지라 어쩔 수 없다는 건 알지만 그래도 그것이 공연 장면의 연출까지 구리다는 것의 핑계가 되진 못 하겠죠.
원래 한 번에 라이브가 될 만한 실력들이 아니고 촬영 일정도 빡빡하니 O.S.T 용으로 녹음한 곡들을 그대로 갖다 쓰는 거라고 이해는 하겠지만 그래도 극중에서 라이브로 부른다는 설정의 장면들에서 대놓고 연주 빵빵하게 깔리고 목소리에 이펙트까지 깔린 곡을 틀어놓고 대충 립싱크 시키는 건 성의 부족이라는 생각 밖에 안 들구요.
전개의 편의상 인물의 성격이 맘대로 오락가락하는 부분도 좀 거슬립니다. 특히 입시반 담당 선생들, 특히 엄기준 캐릭터가 그래요. 얜 다중인격인가 싶을 정도로;

하지만 그래도 그냥 봅니다.
아테나보단 재밌거든요. orz

+ 작가가 20세기 소년을 재밌게 봤나봐요. 엄기준은 켄지, 배용준은 친구. 엄기준의 노트는 예언의 서. 그러니 이 드라마의 결말은 엄기준이 구따라리~를 부르는 것으로;
+ 수지 캐릭터가 너무 급속도로 착해져서 불안합니다. 얘가 멀쩡한 주인공이 되어 버리면 이 드라마 재미 없을 텐데. -_-;;
+ 팬들에게는 '아이돌이 이미지 다 버리게 뭐 이딴 역을!' 이라는 소리도 듣는 모양입니다만 그래도 함은정은 이 드라마가 끝까지 잘 되면 어느 정도는 연기자 대우를 받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아이돌들 중에선 거의 유일하게 뭔가 연기할만한 꺼리가 있는 캐릭터이고, 그럭저럭 잘 하네요.
+ 시종일관 JYP 홍보를 너무 해대는 것도 좀 짜증이 납니다. 오늘도 버스 정류장에서 원더걸스 포스터 보고 대사치는 장면에서 그냥 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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