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그대롭니다.

바지에 똥 싼 얘기, 좀 더러운 얘기죠.

저도 알아요.

이거 안 해도 상관없는 얘기고, 안 하는 게 더 좋은 얘기라는 거.

그런데 말이죠...

이 얘기가 왜 이렇게 하고 싶은 걸까요?

게시판에다 대고 나 바지에 똥 싼 적 있다고 얘기하고 싶은 욕망을 참을 수가 없어요.

 

초등학교 6학년 때였죠.

흐흐흐, 부끄럽네요.

열세 살, 적지 않은 나이였습니다.

구게시판에 보면 제가 사상 최악의 창피했던 일에 대해서 얘기한 적이 있는데...

그때도 이 얘기는 차마 못하겠다고 하고 다른 창피했던 일만 얘기했었죠.

그런데 오늘은 왠지 하고 싶네요.

정말 하고 싶어서 참을 수가 없어요.

그냥 바지에 똥을 싸는 심정으로 에라 모르겠다 하고 그냥 할래요.

 

그날은 하루 종일 비가 꾸준히 내리는 날이었어요.

시험을 치는 날이었죠.

그때는 시험을 치면 아이들이 각각 다른 반으로 흩어져 시험을 봤거든요.

뭐 때문에 그렇게 했는지 모르겠는데 아무튼 그렇게 했습니다.

저도 같은 반 아이 몇 명과 다른 반으로 가서 시험을 봤죠.

물론 그 반은 그런 식으로 모인 전혀 모르는 아이들만 있었구요.

 

비도 내리고, 아이들은 저마다 시험을 치느라 조용한 오전의 교실...

한참 문제를 풀고 있는데 갑자기 배가 너무너무 아픈 겁니다.

뭘 잘못 먹어서 그런지 알 수 없지만 아무튼 배탈이 난 거죠.

그때는 제가 좀 숫기가 없는 아이였습니다.

정말 조용히 시험을 치고 있는 교실에서 손을 들고 화장실 가겠다고 말하기가 너무 부끄러운 거예요.

게다가 시험도 쳐야 하니 참을 수 있을 때까지는 참아 보자 생각했죠.

 

시간이 지날수록 배는 점점 더 아프고 나중에는 머리가 핑핑 돌 정도였어요.

이게 정말 미련한 겁니다.

아, 그냥 손 들고 화장실 좀 갔다 오겠다고 하면 되는 건데 왜 그렇게까지 참았는지 모르겠어요.

 

결국 목덜미에 전류가 찌릿찌릿 흐르면서 눈알이 튀어나올 것만 같을 때

저는 마치 귀신에 홀린 사람처럼 아무 말도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어요.

이건 뭐 세상이 무너져도 그것보다 중요한 일은 없었으니까요.

그리고 선생님한테 말도 없이 그냥 뒤쪽의 문을 열고 교실을 나갔어요.

참 웃긴 게 그런 제 행동을 아무도 보지 못했다는 거였어요.

선생님도 저를 봤는지 못 봤는지 아무 말이 없었어요.

 

그대로 교실을 나와서 복도를 걷는데 다리가 후들후들...

몇 걸음 걷지 않아 갑자기 온몸의 세포가 녹아내리는 것만 같은, 나른한 쾌감이 찾아오더군요.

아아, 그 달콤한 느낌은 정말이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죠.

아아, 바지에 똥 쌌구나.

 

정말 순식간에 바지를 내렸죠.

그리고 아무도 없는 텅 빈 복도에서 그대로 똥을 누기 시작했습니다.

길게 뻗은 복도에 문이란 문은 모두 닫혀 있고, 다들 시험을 치느라 사방은 고요하기만 했죠.

평화로운 느낌마저 들었어요.

그렇게, 비 내리는 오전의 정적 속에서 저는 조용히 똥을 눴습니다.

 

볼일을 다 본 다음 저는 다시 바지를 올리고 뛰기 시작했어요.

그대로 이 세계가 끝나는 것만 같았죠.

6학년이나 돼서 바지에 똥을 싸고, 또 복도에 똥을 싸고...

그때 같은 반에 좋아하는 여자애도 있었는데...

정말이지 그대로 죽고 싶었어요.

앞으로 어떤 일이 닥칠지 상상도 할 수 없었어요.

졸업할 때까지 학교를 어떻게 다니나, 전학을 갈까, 그냥 더 이상 학교를 다니지 말까...

어떻게 생각해도 내 열세 살 인생은 끝났구나, 그 생각밖에 안 들었어요.

 

울었다구요.

울면서 계단을 내려와 밖으로 나갔죠.

텅 빈 운동장을 가로질러 빗속을 미친 듯이 달렸어요.

집이 학교 근처에 있었어요.

비 내리는 날인 게 정말 다행이었죠.

그래서 제가 비 내리는 날을 좋아해요.

 

집에는 어머니가 계셨어요.

깜짝 놀라셨겠죠.

열세 살 먹은 아들이 시험 치는 날 비 맞고 바지에 똥 싸고 울면서 집에 왔으니까요.

그래도 뭐 어머니한테 창피할 게 뭐가 있습니까.

얼른 옷을 벗고 씻었죠.

깨끗이, 아주 깨끗이 씻었죠.

욕실에서 나오니 어머니가 새 옷을 꺼내 놓으셨어요.

다시 학교에 가라고 하시더군요.

저는 못 간다고 했죠.

그래도 어머니는 어서 가라고 하셨어요.

 

결국 우산을 쓰고 다시 학교에 갔어요.

아아, 대체 아이들 얼굴을 어떻게 보나, 이 일을 어떻게 하나, 앞으로 내 인생은 어떻게 되나, 슬픔에 잠겨 계단을 오르고 교실 문을 열고 들어갔죠.

 

그런데 아직도 시험을 치고 있는 중이더라구요?

감독을 맡은 그 선생님은 대체 뭐하는 분인지 학생이 나갔다 들어와도 통 관심이 없어요.

저는 그냥 자연스럽게 제자리로 돌아가 시험지를 들여다봤어요.

난리가 났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도 모르더라구요?

저한테는 엄청나게 길게 느껴지는 시간이었는데 사실 제가 복도에 똥을 싸고 집에 가서 씻고 돌아온 시간이 얼마 되지 않았던 거예요.

그냥 그대로 시험을 봤습니다.

이럴 수가, 시간 안에 문제도 다 풀었어요.

 

시험이 끝나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조용히 원래 저의 반으로 돌아갔죠.

오전에만 시험을 봤나 봐요.

점심 시간이었는지 쉬는 시간이었는지 모르겠는데,

아무튼 애들이랑 노닥거리고 있을 때 제가 좋아하는 여자애가 다가오더군요.

 

늘 셋이 뭉쳐다니는 그 여자애 패거리랑 꽤 친했어요.

사실 그 애도 저를 좋아했죠...

여름방학 때 같은 반 친구한테 편지를 보내는 숙제가 있었는데 

그 애는 저한테 편지를 보냈거든요.

아, 그때 그 애랑 잘됐어야 했는데...

아무튼 그건 또 다른 얘기고.

 

"야, 저기 3반 복도에 똥 있다?"

막 웃으면서 그러는 거예요.

전 아주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저는 아무 것도 모른다는 듯이 그게 뭔 소리냐고 물었어요.

그 애는 누가 복도에 똥을 쌌다고, 똥 모양이 정말 그림에 나오는 것 같은 그런 똥 모양이라고 말했던 것까지 기억해요.

"에이, 거짓말!"

저는 웃으면서 그렇게 말했어요.

그 애는 진짜라고, 가서 보고 오라고 했죠.

 

"아, 싫어. 더러워!"

네, 그렇게 뻔뻔하게 말했어요.

그렇잖아요?

사실은 내가 그 똥의 임자라고 어떻게 말합니까.

 

뒤늦게 애들 사이에서 그 똥이 화제가 된 거예요.

그래서 막 구경하러 갔다 오고 그랬나 봐요.

그 똥을 왜 안 치웠지?

하긴 그걸 누가 선뜻 나서서 치웠겠어요.

전부 애들인데...

아무튼 그 똥이 언제까지 거기 남아 있었는지 모르겠어요.

저는 뒤도 안 돌아보고 달렸기 때문에 그 똥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몰라요.

 

제가 이 사건을 통해 깨달은 것이 한 가지 있다면

아이들의 주의력이란 참 보잘 것 없구나 하는 것이었어요.

그날 저는 바지가 바뀌었는데 아무도 몰랐으니까 말이에요.

다행이죠 뭐.

그날은 정말 제 인생이 그대로 끝나는 줄 알았어요.

 

아무튼 전 이 얘기를 오랫동안 가슴에 묻고 살았죠.

나중에 어른이 되고 나서도 정말 친한 친구놈한테만 이 얘기를 했어요.

재미있는 얘기지만 조금 창피하긴 하니까요.

 

그런데 이 얘기를 듣고는 다들 자기도 그런 적이 있다고 털어놓더군요.

정말이에요.

한 놈도 빠짐없이 다 자기도 바지에 똥 싼 적이 있다고 말을 하더라니까요?

 

 

친구 A

 

이놈은 술을 마시고 늦은 밤 집으로 돌아갈 때였어요.

버스 정류장에서 집까지 좀 멀었대요.

한참 걷고 있는데 배가 너무 아프더라는 겁니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는데 주택가다 보니 주위에 화장실이 안 보이죠.

바지에 똥을 싼 걸 깨달은 순간 바로 눈앞에 보이는 어느 집으로 들어가 그 집 마당에 똥을 눴다고 하네요.

왜, 다세대 주택 같은 곳은 대문 열어 놓고 사는 집들이 있잖아요.

똥을 다 누고는 뭐 그냥 나와서 집으로 돌아갔죠.

콘크리트 마당 한복판에 눴다고 하네요.

 

 

친구 B

 

이놈은 흐흐, 여자친구랑 있을 때 그랬다는군요.

여자친구랑 같이 차를 타고 가는데 갑자기 찾아온 거죠.

잠실 롯데백화점 앞이었다고 하더군요.

도로 한복판에 차들이 잔뜩 밀려 있을 때라서 어디 빠져나갈 곳도 없었대요.

그냥 운전을 하면서 똥을 눴다고 합니다.

여자친구 옆에서 말이죠.

마침 트렁크에 예비군복이 있었다고 하네요.

지금은 그 여자친구랑 결혼해서 잘 살고 있습니다.

이 정도는 되어야 사랑 아닌가요?

 

 

친구 C

 

이놈은 가족들이랑 병원에 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그랬다고 합니다.

화장실에 가야겠다고 차를 다시 돌려서 병원에 세우고 내려서 걸어가는데 쌌다는군요.

벼룩시장을 잔뜩 구해와서 운전석에 깔고, 그 위에 앉아서 그냥 집까지 운전하고 갔답니다.

창문은 활짝 열고...

집으로 가는 길에 가족들은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다고 하네요.

정말로 한마디도 하지 않았답니다.

조용한 가족이었나 봐요.

 

 

친구 D

 

"야이 씨, 바지에 똥 안 싸본 놈 누가 있노. 다 싸지. 다 싸는 거 아이가? 나는 하도 많아서 기억도 모한다. 술 묵고 맨날 싸는데."

 

 

대충 이렇습니다.

그래서 전 깨달았죠.

'아, 세상에 나만 바지에 똥 싼 기억이 있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그건 누구나 다 한 번쯤은 겪는 일이었구나. 별다를 것도 없는 일이었어.'

 

말을 안 해서 그렇지 사실은 누구나 바지에 똥 싼 기억 하나쯤은 있었던 겁니다.

맞죠?

아니라고는 말하지 마세요.

전 다 아니까요.

 

혹시 저랑 제 친구들만 이런 겁니까?

그런 놈들끼리만 만난 겁니까?

 

음, 이 얘기를 해서 속이 시원하긴 한데...

부끄럽기도 부끄럽네요.

등록 버튼을 누른 그 순간부터 어쩌면 잠수를 탈지도 모르겠군요.

 

점심 맛있게 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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