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성]

본 영화를 보기 바로 직전에 뒤늦게 전편인 [황산벌]을 봤었는데, 요란하고 가끔씩 닭살 좀 돋는 코미디를 하다가 어느 새 예정된 결말에 들어오면서 생각보다 많은 걸 하는 게 제 마음에 들었습니다. 감독 이준익이 백제에 이어서 고구려 이야기를 다루는 [평양성]도 마찬가지로 웃기는 구석들이 많지만, 본 영화는 전편에 비해 부족한 점들이 많습니다. 역사적으로 비교할 때 고구려 멸망은 백제 멸망보다 덜 심심한 것도 그런데, 캐릭터들 간의 균형은 그리 잘 잡혀 있지 않고, 결말은 의도는 좋긴 하지만 작위적인 티가 나니 거슬립니다. 뭐, 그래도 이문식이 연기한 거시기는 여전히 재미있는 캐릭터이고 영화는 심심하지 않으니 평균 수준에서 일관성 있게 전진하는 이준익이 신라와 당나라 간 다툼 때문에 그를 또 징집해도 전 불평하지 않으렵니다. (**1/2)

 

[송곳니]

올해 아카데미 외국어상 후보에 오른 그리스 영화 [송곳니]는 ‘올해의 막장 홈스쿨링 영화’로 뽑혀도 손색없는 희한한 영화입니다. 영화 속의 가족은 아버지에 의해 엄격히 통제된 고립된 환경에 놓여 있는 가운데서 황당한 방식으로 교육받는데, 여러 단어들을 실제와 전혀 다르게 규정하는 것으로 시작으로 해서 밖의 ‘괴물’에 대해 무릎 꿇고 개처럼 짖게 하는 등의 괴상하고 별나고 잊지 못할 순간들이 그들 일상 속에서 차례차례 이어집니다. 이런 기가 막힌 광경들 뒤의 동기를 대답해주지 않는 가운데 영화는 건조하고 차갑지만 감독 지오르고스 란디모스는 이 요지경을 무덤덤하고 접근 방식 속에서 흥미롭게 보여 주고, 그러다가 이 폐쇄적인 환경에서 조만간 일어나게 될 일이 결국 일어납니다. (***)

 

[소셜리즘]

작년에 아카데미 공로상을 받은 고다르 감독의 신작 [소셜리즘]은 깐느 영화제에서 개봉될 때도 로저 이버트를 비롯한 여러 사람들을 난감하게 했고 저도 그렇습니다. 처음엔 항해 중인 배에서의 이 모습 저 모습 보여주는 걸로 시작해서 보는 사람에게 영화는 많은 영상 조각들을 던져대지만, 결국에 가서는 남는 게 없습니다. 고다르 감독님, 영화에서 ‘Quo Vadis, Europa?"라고 노골적으로 질문을 던지시는데, 저도 감독님께 그 질문 좀 하고 싶습니다. 보나마다 “No Comment"라고 하시겠지만. (**)

 

[이고르와 귀여운 몬스터 이바]

[이고르와 귀여운 몬스터 이바]는 사악한 과학자로 인정받고 싶어하는 주인공의 이야기인데, 본 영화는 국내에 더 늦게 개봉되었지만 [메가마인드]나 [슈퍼 배드]보다 더 오래 전에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팀 버튼 영화들이 연상되는 스타일로 만들어진 배경 속에서 벌어지는 별난 광경들에 비해 이야기가 너무 익숙한 게 탈이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쏠쏠한 재미가 있더군요. (**1/2)

 

 

[Welcome to the Rileys]

더그 라일리는 인디애나폴리스에서 살고 있는 건실한 중년 사업가입니다. 그와 그의 아내 로이스은 부족할 것 없지만 그들의 인생은 딸의 죽음 이후로 황량해졌고 그들의 관계는 소원해진 지 오래입니다. 로이스는 집에 틀어박혀 있고 더그는 동네 식당 여종업원과의 관계를 갖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뉴올리언스에 컨벤션 참석 차 간 더그는 우연히 십대 스트리퍼 맬로리와 접하게 되는데, 그는 문제 많은 그녀를 도와주고 싶기 때문에 뉴올리언즈에 잠시 머물러 있기로 결정하고, 그런 갑작스러운 결정에 로이스는 마침내 집 밖으로 나와서 뉴올리언즈로 향합니다. 뻔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감독 제이크 스캇(리들리 스캇의 아들이자 조단 스캇과는 남매 지간입니다)은 그 속에서 작고 따뜻한 순간들을 잡아내고, 주연인 제임스 갠돌피니와 멜리사 리오는 소원해진 보통 남편과 아내로 좋은 가운데. 멜로리를 맡은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그녀가 조속히 트와일라잇에서 벗어나야 함을 다시 한 번 확실하게 보여 줍니다. (***)

 

[생텀]

이야기나 캐릭터도 형편없는 것도 그런데 3D 효과도 나쁘니 정말 불쾌한 경험이었습니다. 3D 효과로 자연의 장대함을 보여주겠다는 목표야 있었겠지만, 3D의 한계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으니 화면 내에서 부자연스러운 느낌이 상영 시간 내내 드는 것도 부족해서 갑갑하기 까지 하니 안경 벗고 싶은 충동이 계속 들었습니다. 그래서 간간히 벗어봤는데 영화가 좀 더 나아져 보이더군요. 젠장, 아무리 동굴이라고 하지만 이렇게 어둑하면 무슨 재미가 있겠습니까? 이러니 베르너 헤어초크 감독의 동굴 다큐멘터리가 빨리 보고 싶을 지경입니다. 그 영화에서도 3D를 사용해서 동굴을 보여주었다는데 그 경우엔 효과적이라고 들었거든요. (*1/2)

 

[라푼젤]

작년 초엔 전형적인 90년대 디즈니 애니메이션인 [공주와 개구리]를 보았는데, 또 다른 전형적인 90년대 디즈니 애니메이션 이야기인 가운데 3D 디지털 애니메이션로 그려진 [라푼젤]을 보게 되었습니다. 이번에도 굳이 말할 필요도 없이 전형적이긴 하지만 [공주와 개구리]에서 그랬던 것처럼 이야기와 캐릭터들도 좋은 편인 가운데(사악한 새엄마는 여전히 사악해도 어느 정도 이해할 만한 구석이 있습니다), 앨런 멘켄의 노래들과 스코어는 예전만큼은 아니어도 즐거우니 주위 관객들과 함께 생각보다 많이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3D 효과는 한계야 당연히 있지만 [라푼젤]은 요 근래 본 3D 애니메이션 중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경험을 제공합니다. 요약하자면, 그 풍성하고 곱고 기다란 다기능성 금발 머리카락들 말고도 좋은 볼거리들이 많습니다. (***1/2)

 

[It's Kind of a Funny Story]

우리의 주인공인 십대 소년 크레이그는 자살 충동이 있다는 이유로 충동적으로 정신병동에 자진 입원합니다. 금세 그는 자신이 실수했다는 걸 깨닫지만 자진 입원한 이상 그곳에서 어느 정도 지내야 하니 어쩔 수 없이 얼마 간 환자 신세가 되고 그 동안 그곳에 입원한 사람들과 가까워져 갑니다. 네드 비치니의 자전적 소설을 원작으로 한 본 영화는 마치 [처음 만나는 자유]의 남동생 버전 같습니다. 십대 주인공이 정신병동에 입원한 신세에 놓이면서 그곳에서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는 설정만 들어도 딱 그 영화가 떠오르지 않을 수가 없지요. 하지만, [하프 넬슨]과 [슈거]의 감독인 안나 보덴과 라이언 플렉은 진부한 드라마를 할 사람들이 아니고 그들은 소박하면서 진솔할뿐더러 제목대로 웃기는 드라마를 만들었습니다. 키어 길크리스트는 좋은 주연이고 주변에서 과시 없이 자연스러운 연기를 하는 엠마 로버츠, 바이올라 데이비스, 제레미 데이비스와 같은 조연 배우들도 훌륭한데 특히 재크 갈리피아나키스는 진지한 연기를 할 기회를 전혀 낭비하지 않습니다. (***)

 

 

[만추]

중국계 미국인인 애나는 살인죄로 감옥에서 복역 중인 죄수인데 가족이 낸 보석금 덕분에 잠시 출소하게 되어 시애틀로 향하고 그러다가 우연히 한국인 청년인 훈을 만납니다. 잠시 만의 만남인 것 같지만 그들은 나중에 또 다시 만나고 그리하여 그들은 시애틀 시내를 이리저리 돌아다닙니다. 현빈 덕분에 좀 더 많은 관객들에 다가갈 수 있게 된(그리고 아마 그만한 관객들을 실망시켰을) 영화인 [만추]는 이것저것 하면서 주연 배우들과 함께 여유롭게 돌아다닙니다. 그들 중엔 좋은 것들도 있고 그리 효과적이지 않은 것들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습니다. 현빈은 역할 설정이 그렇다 해도 좀 어색하지만 탕웨이와 잘 맞는 편이고 탕웨이는 비오거나 구름 낀 날씨 속의 시애틀과 함께 이 분위기 좋은 영화의 최대 장점입니다. (***)

 

 

 

 

[루르드]

치유될 희망을 가진 순례자들이 모여드는 성지인 루르드를 배경으로 영화는 그들의 여정 절차를 매우 차분하게 지켜보고 그러다가 어떤 일이 그 중 한 명에게 생깁니다. 이 일에 대해서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는 영화의 객관적인 태도를 통해 여러 생각들이 자극되기도 하는 가운데, 이 절차를 담담하게 지켜보다 보면 그 속에서 필사적으로 믿거나 아니면 그리 진지하게 믿지 않은 사람들이 섞여 굴러가는 게 보이고 일정이 완료될 때의 모습은 그 차분함에도 불구 왠지 모르게 따뜻함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신의 뜻은 아무도 알 수 없다는 말은 공허해도, 같이 모이면 영생은 아닐지언정 일시적으로 편안하긴 합니다. (***1/2)

 

 

 

 

[패스터]

[패스터]는 전형적인 복수극 영화입니다.. 꽤 오래 감옥에 있어온 주인공은 나오자마자 즉시 자신의 차를 타고(폐차장에 잘 보관되어 있습니다) 옛날 자신이 당한 일에 책임이 있는 작자들을 하나씩 처단하기 시작합니다. 이러니 경찰은 그를 쫓을뿐더러 누군가에게 의해 고용된 폼 잡는 킬러 한 명이 호적수를 만난 재미에 그를 열성적으로 쫓아다닙니다. 드웨인 존슨은 그 덩치에 걸맞게 위협적인 주인공이고(그런데 왜 이 영화에서 헤어 스타일리스트가 필요했을까요?), 빌리 밥 쏜튼을 비롯한 다른 배우들도 제각기 할 일을 잘 하고, 화면 속 분위기는 말끔하지만, 영화는 장르 공부를 한 정도 이상으로 나가지 않습니다. (**1/2)

 

 

 

 

[페어 게임]

폴 그린그래스가 [그린 존]을 만드는 동안 [본 아이덴티티]의 감독 더그 라이만도 부시 행정부를 매섭게 비난하는 드라마를 만들었는데, 요동치는 [그린 존]과 달리 [페어 게임]은 차분한 방식으로 부시 행정부의 추악한 면에 주목합니다. 얼마 전 나온 영화 [Nothing but the Truth]에 약간 영감을 주기도 했던 조 윌슨과 발레리 플레임의 실화에 바탕을 둔 본 영화는 일 잘하는 전문가들인 이 맞벌이 부부의 인생을 어떻게 부시 행정부 인간들이 망쳤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아내만큼이나 이라크에 WMD가 있다는 게 거짓말이란 걸 알고 있었던 윌슨이 부시 행정부의 행태에 열 받아 신문에 자신의 글을 기고하니 곧바로 자신의 아내가 CIA 요원이란 사실이 폭로되었고, 그에 따라 둘은 아주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영화는 이들이 겪는 사적 고통을 정직하게 화면에 담아내었고, 숀 펜과 나오미 왓츠는 그들 인생의 최대 시련 속에서 갈등하고 충돌하는 남편과 아내로써 훌륭합니다. (***)

 

 

[플리즈 기브]

뉴욕 맨하탄에 사는 알렉스와 케이트는 고인 유족들로부터 자신들 가구점에서 비싸게 팔 만한 가구들을 싼 값에 사곤 하는 부부입니다. 자신이 상대할 사람들을 속인다는 죄책감이 드니 케이트는 남들에게 베풀려고 늘 노력하지만 정작 자신의 딸 애비와는 소통이 안되고 딸이 필요한 게 뭔지 이해 못하는 엄마이지요. 이런 그들이 한 날선 성격의 할머니의 이웃이 되고 그녀를 보살피는 손녀들과도 알게 되면서 이런 일 저런 일들이 일상 속에서 일어납니다. 감독 니콜 홀로프세너는 별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 않는 가운데 이리저리 굴러가는 동안 서서히 변하는 그들의 모습을 섬세하게 잡아내었고 캐서린 키너, 레베카 홀, 올리버 프랫, 아만다 피트를 비롯한 배우들도 보기 좋습니다. (***)

 

 

 

[Night Catches Us]

감독 타냐 해밀턴의 데뷔작인 이 조그만 캐릭터 드라마는 제목이 암시하듯이 과거가 자신들을 잊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지미 카터가 막 집권하게 된 1970년대에, 미국 필라델피아에 있는 자신의 동네에서 한 동안 모습을 감추었던 마커스는 돌아오자마자 별로 곱지 않은 시선을 받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자신이 사랑하는 패트리샤의 남편이자 친구였던 닐의 죽음에 관련 있다는 소문 때문인데, 60년대에 이들 셋은 과격 운동 단체였던 블랙 팬더의 일원들이었고 그러다가 일이 험악하게 돌아가게 되었었지요. 여기저기서 배신자 소리 들어도 마커스 본인은 그걸 굳이 해명하지 않으려고 하고 그런 동안 그는 다시 패트리샤와 가까워지고 항상 자신의 친아버지에 대해 궁금해 왔던 패트리샤의 딸은 그에게 호감을 가지게 됩니다. 하지만 과거는 다시 고개를 쳐들고 갈등이 싹을 틉니다. 간간히 그 험한 시절을 자료 화면으로 조명하는 가운데 해밀턴은 캐릭터들에 잔잔하게 집중하고 안소니 매키와 케리 워싱턴은 주연들로써 훌륭합니다. (***)

 

 

 

 

[The Yellow Handkerchief]

미국 루이지애나를 무대로 한 본 영화는 꽤 뻔한 설정을 갖고 있습니다. 막 교도소에서 출소한 주인공 브렛은 우연히 십대 소년 마틴과 십대 소녀 고디를 접하게 되고 서로에게도 낯설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로드 무비의 주인공들이 됩니다. 브렛에겐 아픈 과거가 있다는 게 암시되니 그걸 마틴과 고디에게 털어놓는 건 시간 문제이지만, 영화는 느긋하게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윌리엄 허트는 주인공의 아픔과 후회를 과시 없이 그려냅니다. 에디 레드메인은 20대임에도 불구하고 정말 십대 캐릭터 같고, 크리스틴 스튜어트야 여전히 자신이 트와일라잇 시리즈에게 너무 과분한 여배우임을 보여주고 있지요. (***)

 

 

 

[메커닉]

본 영화가 리메이크작이란 얘기를 듣고 호기심에 찰스 브론슨 주연의 1972년 원작 영화를 봤는데, 일단 리메이크 버전은 원작 줄거리에 비교적 충실한 편입니다. 사람 죽이는 일에 철저한 직업 정신으로 처리해 가는 킬러가 개인적으로 좀 힘든 임무도 착실히 처리한 후 얼마 안 되어서 자신의 친구 겸 스승 아들에 관심을 가집니다. 그를 끌어 들어서 일을 가르치려고 하는 가운데, 자신이 소속된 회사에서 이를 영 안 좋게 보기 시작합니다. 원작은 이야기 등 여러 면들에서 그렇게 맘에 들지 않아도 그럭저럭 볼만한 영화였지만, 리메이크 버전은 줄거리만 따라가고 요란하게 일 벌이느라 바빠서 텅 빈 느낌만 납니다. 적어도 이런 B급 액션 영화에 익숙한 제이슨 스태섬이나 자신들 역할에 꽤 진지하게 몰입하는 상대역 벤 포스터나 조연으로 나오는 도널드 서덜랜드는 괜찮지만 말입니다. (**)

 

 

[혈투]

[혈투]는 참 찌질한 개인적 이유들 덕분에 참 한심한 짓들을 저지르는 캐릭터들의 대립을 갖고 이야기를 펼칩니다. 광해군 11년, 명나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보내진 조선 군대가 청나라 군대에게 아작나고 여기서 세 사람들이 살아남게 되는데 이들은 그 추운 만주 벌판을 이리저리 떠돌다가 겨우 버려진 객잔에 도착합니다. 한데, 군장인 헌명이 옛날에 저지른 일을 부장인 도영에게 고백하는 바람에 둘은 원수지간이 되고 전투 중 도망가서 겨우 살아남은 두수는 이 둘 사이에서 살아남으려고 애씁니다. 헌명과 손잡자니 잘못하면 그에게 죽을 수도 있지만 도영도 그리 좋은 상대는 아닙니다. 그리고 평민이 두수는 양반들인 이 둘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처음엔 플래시백이 좀 거슬렸지만 이 도구를 통해 영화 속 주인공들 간의 갈등은 서서히 가면 갈수록 감독/각본가 박훈정이 각본이 쓴 [부당거래]의 사극 버전 같아집니다. 서로 다른 위치에 있는 이 인간들이 아무리 서로 이겨먹고 살아남으려고 발버둥쳐도 승자에게도 미래는 없다는 게 가면 갈수록 확실해지니 말입니다. 나중에 좀 감상적으로 간다 싶지만 다행히 영화는 배경에 걸 맞는 냉혹함을 잃지 않고 이야기를 갈 데까지 만큼 이끌어가고 세 주연배우들도 각자 할 일을 다 합니다. (***)

 

 

 

[네 무덤에 침을 뱉어라]

언제가 1978년 원작 영화를 봤는데, 왜 로저 이버트와 진 시스켈이 그렇게도 싫어했는지 이해가 갈만했고 저도 무지 싫어했습니다. 전반부는 시골로 휴가 온 도시 출신 여주인공이 악당 4인조에게 잔인하게 농락당한 후 무참히 강간당하는 걸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그런 다음엔 후반부에서 여주인공이 금세 몸을 추스린 후 자신을 능멸한 인간들에게 처참하게 복수한다는 걸 마찬가지로 적나라게 보여주는데 그게 정말 전부입니다. 이야기와 캐릭터 묘사는 포르노 영화 수준으로 허접하고 엉성하기 그지없으니 더 열 받을 수밖에 없었지요. 하여튼 간에, 무슨 생각에서인지 몰라도 이 영화는 최근에 리메이크되었고, 최근에 만들어진 [왼편 마지막 집]처럼 리메이크 작은 매끈하게 다듬어져 나왔습니다. 호기심에 한 번 봤는데, 그 결과는 원작보다 더 역겨움이 확연하게 보일뿐더러 더 못되게 잔인하기까지 합니다. 제 조언: 무슨 일이 있더라도 이 영화에 시간 낭비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Zero Star)

 

 

 

[듀 데이트]

설정만 봐도 [자동차 대소동]이 금방 떠오르는 본 영화의 문제점은 짜증나는 캐릭터가 영화가 끝나도 가까이 할 인간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겁니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맡은 주인공 피터는 곧 출산할 아내 곁에 있기 위해 비행기를 타려다가 그만 운 없게도 지독한 민폐 덩어리인 이든과 엮이게 되고, 이들은 로스앤젤레스를 향해 떠나는 여정 동안 여러 소동들을 겪고 여러 사람들을 만납니다. [행오버]의 감독 토드 필립스가 만든 이 영화엔 여러 웃기는 순간들도 있고 조연들도 재미있지만, 정작 문제는 재크 갈리피아나키스가 연기한 이든은 아무리 영화가 노력해도 여전히 정떨어지는 인간으로 남는다는 것입니다. 이건 배우 잘못이라기보다는 각본 잘못이 크지요. 하여튼 간에 전 [행오버 2]가 이보다 더 재미있기를 빌겠습니다. (**)

 

 

 

 

 [타마라 드류]

젬마 아터튼이 연기하는 타마라가 형식상 주인공이지만, 포시 시몬즈의 그래픽 노블을 원작으로 한 본 영화는 그녀가 오랜 만에 자신의 고향에 오면서 그 동네 각양각색의 캐릭터들과 함께 펼치는 유쾌하면서도 살짝 별난 구석이 있는 영국산 코미디 영화입니다.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 등의 영화들로 꾸준히 실력을 발휘해 온 스티븐 프리어즈 감독에겐 개성있는 배역진들이 있고 보기 좋은 영국 시골 배경과 함께 아터튼은 예쁘게 나옵니다. 시몬즈가 살짝 설정을 빌린 토마스 하디 소설에 대한 언급들이 여기저기서 나오는 것도 재미있고요. (***)

 

 

 

그리고 내일 아카데미 시상식에 대한 제 예상은 여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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