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작 강아지 환불 글이 올라왔을 때는 못 보고 지금 읽었는데, 왼어깨에 루이를 올리고 귀를 앙앙 물어대고 애는 앙탈부리고 장난치며

스크롤을 내리는데 댓글 중에 '애완동물은 외로움을 달래기 위한 장난감'이라는 구절을 보고 좀 생각하게 되었어요. 


   루이죠지가 없으면 도대체 나는 어떻게 지내지, 에 대해 많으면 하루에 한 번 정도 상상합니다. 제가 알고 있는 어떤 분들처럼, 1세대 고양이들이

나이가 어느 정도 들면 2세대의 고양이들을 들여 1세대들이 떠나도 빈 자리를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도 생각해봤죠.

   루이죠지는 사이가 너무 좋으니까, 어차피 한날한시에 떠날 수 없는 거라면 하나가 먼저 떠났을 때 위안이 될 수 있는 다른 고양이가 있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그렇다면 셋째만으로 충분할까, 아니면 루이죠지처럼 사이좋은 남매고양이가 좋을까. 똑같은 내용의 생각들을 떠오를 때마다

수없이 고민합니다. 어차피 결론은 내게 '고양이=루이죠지'이므로, 그리고 현재의 제가 더 이상의 식구를 감당할 깜냥이 되지 않으니 관두자, 가

되지만요.

  루이죠지를 처음 데려온 건 어머니가 갑자기 돌아가시고, '빈 자리'를 감당하기 위한 '마음의 위안'용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아득해요.

얘네들이 저한테 어떤 의미가 될 줄 알고, 헤어짐을 어떻게 감당하려고 덜컥 저질렀는지. 그 때의 저의 마인드는 '장난감 갖고 싶은 어린애'와

본질적으로 큰 차이가 없었던 듯합니다. 해서 어찌어찌 곡해하고 왜곡한다면 '외로움을 달래기 위한 장난감'까지 이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그 말과 루이죠지 사이에 얼마나 큰 간극이 있는지 설명하라면 하루 종일도 할 수 있겠지만, 그리 보고 싶다면 그 말로 싸잡아 

매도하는 것도 가능하겠구나, 라는. 


  아까 아침밥을 만들어 먹는데, 루이가 화장실에서 오줌을 쌉니다(밥 먹으면서 배변상황 실시간 관찰이 가능한 거실-_;). 죠구리가 방금 싸고 

나간 거 덮어주고-_;;; 빈 데 골라 파서 싸고 덮는데 그걸 지켜보면서 뭐 오줌 싸는 것도 이리 예쁠까, 쉬소리도 귀엽네-_- 생각하고는 곧이어 

'아, 우리 엄마가 날 보면서 이랬을라나' 생각하고 '그럼 아이를 입양해서 키워도 이런 정도로 사랑스럽게 될까'라는 이상한 의식의 흐름에 봉착-.-

  그리고 돌아와 거의 곧바로 예의 글과 외로움, 장난감 운운하는 글을 읽으니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서 가족을 만드는 것도 결국 다 외로워서

그러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혼자인 것과, 남들과 다른 게 견디기 어려우니, 에서 파생되는 인생의 진행 양상들. 


  '장난감'은 지나친 매도가 맞아요, 그러나 '외로워서'는 오글거릴지언정 맞는 말이로군요.  인간과 엮여 가족이 되고 자손을 낳아 키우는 건 

훨씬 많은 것들을 감당해야 하는 일이므로, 저는 하지 않겠다-혹은 못하겠다-고 단언하며 다니지만, 결국 '혼자'인 것이 징글징글 견디기

힘들다면 언젠가는 루이죠지의 2세대 고양이를 들일 날이 올 지도 모르겠군요. 가족을 맞는 건 누구에게나 기쁜 일일진대,  이건 꽤나 청승맞고 

서글픈 맥락입니다. 우짜든동 사람이건 고양이건 같이 살면서 (대체로)행복하면 괜찮은 거겠죠 뭐.



+) 본문처럼, 고양이 둘을 키우던 친구가 이래저래 사정이 좋지 않아 다른 곳으로 입양을 보내야 할 것 같다고 했던 적이 있어요.

그때나 지금이나 저의 가장 친한 친구 중 하나지만, 정이 뚝 떨어지던 순간이었스빈다. 결국 입양보내지 못하고 지금까지 잘 키우고 있지만, 

고향에서 어머니라도 올라오신다고 하면 적어도 열흘 전에 친구 집에 보내놓고 집안의 고양이털을 싸그리 청소해야 해요. 누구나 그만큼을

감당하면서 키워야만 한다는 말을 하려는 건 아니고, 그 친구의 경우 애초부터 자기가 키울 만한 여건과 깜냥이 안 되었는데 덜컥 입양, 덜컥

동생 입양, 해서 과정이 힘들었던 거죠(애초에 하숙집 살던 애가 남자친구 집에서 키우기 시작했으니_-_). 그러니 가족계획은 신중해야 합니다. 

아무리 많이 고민하더라도 지나치지 않아요. 




루이죠지 안뇽. 옴마 일나가야 하는데 날 추워서 씻기도 싫다, 니들은 좋겠다옹.







도봉산 막바지 단풍. 이제 추워져서 산 다니기 힘들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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